무기백과
F4F 와일드캣
어려웠던 시기를 책임지다
  • 남도현
  • 입력 : 2020.04.03 09:10
    F4F 와일드캣은 부족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미 해군의 주력 전투기 역할을 담당했던 귀중한 존재다. < 출처 : Public Domain >
    F4F 와일드캣은 부족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미 해군의 주력 전투기 역할을 담당했던 귀중한 존재다. < 출처 : Public Domain >


    개발의 역사

    1931년 미 해군이 건조를 시작한 CV-4 레인저는 기존 수송함이나 순양함의 선체를 개조한 이전 항공모함들과 달리 처음부터 전용함으로 설계된 항공모함이었다. 연이어 보다 대형의 요크타운급이 건조를 예정하고 있었을 만큼 새로운 항공모함에 대한 미 해군의 기대는 컸다. 그런데 항공모함은 전투용이기는 하나 여타 수상전투함과 달리 함 자체가 무기는 아니고 함재기를 운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항공모함의 위력은 전적으로 함재기의 활약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미 해군은 새로운 항공모함에 걸맞은 새로운 함재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당시는 제1차 대전의 유산인 복엽기에서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고속으로 비행할 수 있는 단엽기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취역 예정인 항공모함에 공급할 물량뿐 아니라 기존에 사용 중인 구형 기종까지 대거 교체할 필요가 있었다.

    미 해군 최초의 단엽 전투기인 F2A 버펄로(Buffalo). XF4F-1보다 좋아 먼저 주력 전투기로 선정되었지만 같은 시기 활약한 여타 전투기와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미 해군 최초의 단엽 전투기인 F2A 버펄로(Buffalo). XF4F-1보다 좋아 먼저 주력 전투기로 선정되었지만 같은 시기 활약한 여타 전투기와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았다. < 출처 : Public Domain >

    1935년 미 해군은 항공기 제작사들에게 새로운 함대방공용 함상전투기의 개발을 의뢰했다. 이때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업체가 브루스터(Brewster)와 기존에 F2F, F3F을 납품한 그루먼(Grumman)이었다. 브루스터는 밀폐식 조종석을 갖춘 단엽기인 XF2A-1을 제안했다. 금속 골격에 응력 외피를 적용해 기체가 튼튼했고 최초로 착함용 어레스팅후크를 장착한 데다 동체에 랜딩기어를 수납할 수 있었다.

    반면 기득권에 안주한 그루먼은 F3F을 적당히 손본 복엽기인 XF4F-1을 후보로 제시했다. 공간이 좁은 항공모함에서 운용하는 함재기로는 양력과 저속에서의 기동성이 좋은 복엽기가 여전히 적합하다고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었다. 해군이 XF2A-1에 관심을 두고 있음이 확인되자 그루먼은 그때야 부랴부랴 주익을 단엽기로 바꾼 XF4F-2를 제안했으나 단지 주익만 변경을 준 것 이외에 그다지 향상된 내용이 없었다.

    XF4F-1의 기반이 되었던 F3F 함상 전투기. 1936년부터 배치되었으나 실전에는 투입되지 못하고 1943년 전량 퇴역 처리되었다. < 출처 : (cc) Bill Larkins at Wikimedia.org >
    XF4F-1의 기반이 되었던 F3F 함상 전투기. 1936년부터 배치되었으나 실전에는 투입되지 못하고 1943년 전량 퇴역 처리되었다. < 출처 : (cc) Bill Larkins at Wikimedia.org >

    결국 1937년 브루스터의 제안이 채택된 것은 당연했다. 다만 해군은 성능이 미흡할 것을 대비해 그루먼을 예비 계약자로 함께 지정했다. 일단 그렇게 시간을 번 그루먼은 대대적인 성능 향상에 착수했다. XF2A-1처럼 밀폐식 조종석 등을 채택했고 주익과 기골도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여기에 2단 슈퍼차저를 장착한 플랫휘트니 R-1830-76 성형엔진 덕분에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렇게 1940년 XF4F-3가 완성되었다.

    만일을 대비한 해군의 판단과 그루먼의 뒤늦은 각성은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브루스터의 사정으로 양산형 F2A의 생산이 지체되고 그런 사이에 완성된 X4F-3의 성능이 더 좋은 것으로 입증되자 1940년 11월 F4F 와일드캣(Wildcat)이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주력기로 채택된 것이었다. 그런데 F2A와 비교했을 때나 돋보인 것이지 일본 해군의 A6M는 물론 동시대에 데뷔한 육군항공대의 전투기와 비교해 부족한 점이 많았다.

    1939년 시험 비행 중인 XF4F-3 프로토타입. F2A와의 치열했던 경쟁에서 이기며 미 해군의 주력기로 채택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1939년 시험 비행 중인 XF4F-3 프로토타입. F2A와의 치열했던 경쟁에서 이기며 미 해군의 주력기로 채택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렇게 F4F는 우여곡절 끝에 양산을 시작했으나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급습 후 미국이 참전했을 당시에는 항공모함 CV-4 레인저와 CV-8 호네트에만 배치된 상태여서 수적으로 F2A가 주력을 담당하고 있었다. 미국이 전시 체제로 전환한 후 제너럴모터스에서도 F4F의 제작이 개시되면서 전선에 대량 공급이 이루어졌고 일본 전투기에게 압도당하던 F2A를 대신해 해군 주력 전투기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F4F도 방어력, 하강 능력 정도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성능이 A6M에 뒤졌다. 더구나 중일전쟁을 참전한 일본 조종사들과 달리 미군 조종사들의 경험이 부족해서 상당히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열세였던 시기에 벌어진 산호해 해전, 미드웨이 해전 등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치며 F6F, F4U가 본격 배치되기 전까지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한마디로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책임진 전투기라 할 수 있다.


    특징

    F4F의 장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작고 단단함이다. 아무리 항공모함이라도 공간의 제약이 많다 보니 함재기는 되도록 작게 설계하는 것이 원칙이다. F4F는 라이벌인 A6M이나 후속작인 F6F와 비교하면 쉽게 차이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전작인 F3F의 영향을 받아 랜딩기어가 동체에 수납되는 구조인데다 주익이 동체의 중간에 연결된 중익기여서 기체가 더욱 콤팩트해졌다.

    Sto-Wing 접이식 주익을 이용해 주기 공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는 이후 E-2까지 이어지는 그루먼 프로펠러기의 특징이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Sto-Wing 접이식 주익을 이용해 주기 공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는 이후 E-2까지 이어지는 그루먼 프로펠러기의 특징이 되었다. < 출처 : Public Domain >

    거기에 더해 F4F-4 이후의 모델은 주익의 거의 대부분을 완전히 접을 수 있어 주기 공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런 구조는 그루먼의 후속 프로펠러 함재기들에게 이어진다. 하지만 이로 인해 무게가 증가하면서 속도와 항속 거리가 줄어들어 조종사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최대 8.5G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골격이 튼튼하고 조종석 후면에 장갑판, 방탄 캐노피, 연료탱크 방루 장치 등을 설치해서 방어력이 좋았다.

    동료와의 유기적인 협조를 바탕으로 고안된 타치 위브 전술을 통해 미군은 F4F의 하드웨어적 열세를 만회시켰다. < 출처 : (cc) Discboy at Wikimedia.org >
    동료와의 유기적인 협조를 바탕으로 고안된 타치 위브 전술을 통해 미군은 F4F의 하드웨어적 열세를 만회시켰다. < 출처 : (cc) Discboy at Wikimedia.org >

    반면 상승력과 선회력을 비롯한 전반적인 비행 성능은 부족한 편이었다. 때문에 A6M과의 일대일 대결을 금했고 공중전을 벌이다 위치를 빼앗기면 고속으로 하강해서 이탈하는 전술을 사용했다. 종종 이런 이유 때문에 A6M에 절대 열세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많은데 전쟁 전체로 보았을 때 종합적인 격추비는 F4F가 오히려 앞선다. 미군은 타치 위브(Thach Weave) 같은 치밀한 공중전 전술로 개별적 열세를 극복했던 것이다.


    운용 현황

    F4F는 총 7,885기가 제작되었다. 그루먼에서는 F6F의 양산이 개시된 1943년에 단종했지만 이착함 거리가 짧다는 장점 때문에 호위항공모함용 등으로 제너럴모터스가 종전 시점까지 계속 생산을 해서 개발자인 그루먼보다 더 많은 총 5,237기를 만들었다. 특별히 제너럴모터스 생산분은 FM-1, FM-2라는 별도의 제식명을 부여받았다. 결론적으로 F4F는 강력한 후속작들이 등장했음에도 종전 시점까지 활약한 마당쇠였다.

    전쟁 말기인 1944년 5월 8일 호위항공모함 CVE-30 차저에서 이함 준비 중인 FM-2 < 출처 : Public Domain >
    전쟁 말기인 1944년 5월 8일 호위항공모함 CVE-30 차저에서 이함 준비 중인 FM-2 < 출처 : Public Domain >

    정작 실전은 마틀렛(Martlet)이라는 이름으로 운용한 영국이 먼저 치렀다. F4F 개발 당시에 독일의 위협으로 함재기 전력 증강이 시급했던 영국과 프랑스가 구매를 결정했다. 1940년 5월에 전쟁이 벌어지면서 프랑스는 납품 전에 항복했지만 영국에는 예정대로 공급되었다. 1940년 12월 25일, 스캐퍼플로 공습에 나선 독일의 Ju 88 폭격기를 요격하면서 F4F 최초의 전과를 올렸고 이후 대서양, 지중해, 인도양 등에서 활약했다.

    지상 기지에서 정비 중인 F4F. 주익이 동체 중앙부에 결합된 중익기로 랜딩기어가 동체에 수납된다. < 출처 : Public Domain >
    지상 기지에서 정비 중인 F4F. 주익이 동체 중앙부에 결합된 중익기로 랜딩기어가 동체에 수납된다. < 출처 : Public Domain >

    그러나 역시 최고의 활약을 펼친 곳은 태평양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성능이 앞서지 않음에도 미국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을 책임지며 곳곳에서 분투를 펼쳤다. 특히 전쟁의 균형추를 바꾼 1942년 6월의 미드웨이 해전에서 비록 SBD, TBD 같은 주역은 아니었지만 묵묵히 함대 방공과 공격기 호위를 다한 빛나는 조연이었다. 1943년 이후 주력 전투기의 지위를 내려놓았지만 전쟁이 종결되는 시점까지 쉬지 않고 제 역할을 다했다.


    변형 및 파생형

    XF4F-1 : 최초 제안형. F3F를 단순 개량한 복엽기
     
    XF4F-2 : XF4F-1를 단엽기로 개량한 제안형
     
    F4F-3 : 양산형

    F4F-3 < 출처 : Public Domain >
    F4F-3 < 출처 : Public Domain >

    F4F-3S : F4F-3 수상기형

    F4F-3S < 출처 : Public Domain >
    F4F-3S < 출처 : Public Domain >

    F4F-4 : Sto-Wing 접이식 주익 개량형

    F4F-4 < 출처 : Public Domain >
    F4F-4 < 출처 : Public Domain >

    XF4F-5 : 라이트 R-1820-40 엔진 환장 제안형
     
    FM-1 : 제너럴모터스 생산 F4F-4

    FM-1 < 출처 : (cc) Valder137 at Wikimedia.org >
    FM-1 < 출처 : (cc) Valder137 at Wikimedia.org >

    FM-2 : 라이트 R-1820-56 엔진 환장 개량형

    FM-2 < 출처 : Public Domain >
    FM-2 < 출처 : Public Domain >

    F4F-7 : 고정식 주익을 채택해 연료 탑재량과 항속 거리를 늘린 정찰기형

    F4F-7 < 출처 : Public Domain >
    F4F-7 < 출처 : Public Domain >

    마틀렛 Mk I : 과급기가 장착되지 않은 영국군용 F4F-3

    마틀렛 Mk I < 출처 : (cc) Alan Wilson at Wikimedia.org >
    마틀렛 Mk I < 출처 : (cc) Alan Wilson at Wikimedia.org >

    마틀렛 MK II : 과급기가 장착된 영국군용 F4F-4

    마틀렛 MK II < 출처 : Public Domain >
    마틀렛 MK II < 출처 : Public Domain >

    마틀렛 MK III : 고정식 주익을 장착한 지상 기지 운용형
     
    마틀렛 Mk IV : GR-1820-G250A-3 엔진 장착형
     
    마틀렛 MK V : 영국군용 FM-1
     
    와일드캣 Mk VI : 영국군용 FM-2


    제원(F4F-3)

    전폭 : 11.58m
    전장 : 8.76m
    전고 : 3.60m
    주익 면적: 11.58㎡
    최대 이륙 중량 : 3,367kg
    엔진: 플랫휘트니 R-1830-76 공랭식 성형엔진(1,200hp)
    최고 속도 : 531km/h
    실용 상승 한도 : 12,000m
    전투 행동반경 : 1,360km
    무장 : 12.7mm AN/M2 브라우닝 기관총 4문
    100파운드 폭탄 X 2 또는 58갤런 보조연료탱크 X 2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F4F 와일드캣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