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E-4B 나이트워치 고급 공중지휘항공기
유사시 핵 전쟁을 지휘하는 ‘하늘 위의 백악관’
  • 윤상용
  • 입력 : 2020.04.02 08:48
    워싱턴 D.C. 상공을 비행 중인 나이트워치. (출처: US Air Force)
    워싱턴 D.C. 상공을 비행 중인 나이트워치. (출처: US Air Force)


    개발의 역사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은 전 세계 주요 국가는 대규모 전쟁의 끔찍한 참화를 경험하면서 또 다른 제3차 세계대전의 가능성을 두려워했다. 특히 냉전이 시작되면서 동, 서 진영 간의 대결 양상이 뚜렷해졌고, 여기에 양 진영이 군비 경쟁과 핵 경쟁에 돌입하기 시작하면서 그 위기의식은 더더욱 고조되었다. 주요 강대국은 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킨 핵무기의 파괴력을 보면서 이것이 다음 시대의 ‘결전 병기’가 될 것임을 직감했고, 이에 경쟁적인 핵 개발이 시작되면서 1960년대 말까지 미국과 소련, 영국이 핵 개발에 성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시점에 아직 완성되진 않았으나 중국이 소련의 지원을 받아 핵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고(이후 소련과 관계 악화로 독자 개발을 시작해 1964년에 첫 실험 단행), 프랑스 또한 1950년대 말부터 핵무기 개발을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핵보유국 간의 ‘핵 전쟁’ 위험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었다. 이러한 우려가 최초로 가시화 된 사건은 1962년에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였다.

    1962년 쿠바 미사일위기로 인하여 미국은 핵전쟁의 위험성을 절실히 느끼고 준비에 나섰다. (출처: 미 국방부)
    1962년 쿠바 미사일위기로 인하여 미국은 핵전쟁의 위험성을 절실히 느끼고 준비에 나섰다. (출처: 미 국방부)

    1961년에 출범한 케네디(John F. Kennedy, 1917~1961) 행정부는 남미 국가 일부와 미국 바로 앞의 쿠바가 친 소련 노선을 걷기 시작하자 안보 상의 우려를 느꼈고, 이에 친 소련 노선을 택한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 1926~2016)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쿠바계 망명자들 중심으로 부대를 창설한 후 미 중앙정보국(CIA)이 훈련을 실시했다. 하지만 피그만(Bay of Pigs)을 통해 이들 부대를 잠입시켜 쿠바 정권을 전복시킨다는 대담한 시도는 대 실패로 끝나면서 오히려 상황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소련 역시 미국이 서유럽 방어를 위해 이탈리아와 터키에 주피터(Jupiter) 탄도미사일을 전개한 사실을 불편해하고 있었는데, 이때 마침 카스트로가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Nikita Khrushchev, 1894~1971) 서기장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소련은 미국 플로리다주 해안에서 불과 14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쿠바 해안에 SS-4 및 R-14 중거리 핵 탄도 미사일을 전개했다. 이 사실은 우연히 쿠바를 정찰하던 U-2 드래건레이디(Dragon Lady) 정찰기가 사진 영상을 촬영하면서 밝혀졌고, 1962년 대선이 코앞이던 케네디 행정부는 크게 당황하여 강경 대응으로 방침을 굳혔다. 미국은 1961년 10월 22일 자로 쿠바에 대한 해상 봉쇄를 결정하면서 추가적인 공세용 무기가 소련에서 쿠바로 반입되는 것을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사건이 미-소 양측의 자존심 대결 양상으로 굳어가기 시작하자 전 세계는 전술 핵무기까지 등장하는 3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예상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 누구도 막대한 희생과 피해가 강요될 핵 전쟁까지 바라지는 않았기 때문에 국제연합(United Nations)이 중재하는 형태로 케네디 대통령과 흐루쇼프 서기장 사이에 협상이 시작됐다. 결국 이 사건은 소련이 쿠바에서 핵무기를 전면 철수하고, 미국은 두 번 다시 무력을 이용하여 쿠바에 침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터키에 전개한 주피터 중거리 탄도미사일도 철수하기로 합의하면서 인류 역사 최초의 핵전쟁 위기는 막을 내렸다.

    케네디(좌)와 흐루쇼프(우) 사이의 협상으로 인류 최초의 핵전쟁위기는 마무리되었으나, 미국은 핵전쟁을 좀더 실전적으로 대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케네디(좌)와 흐루쇼프(우) 사이의 협상으로 인류 최초의 핵전쟁위기는 마무리되었으나, 미국은 핵전쟁을 좀더 실전적으로 대비하는 계기가 되었다. (출처: Public Domain)

    쿠바 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미국은 핵전략을 대폭적으로 수정하기 시작했다. 특히 핵 전쟁이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케네디 행정부는 전쟁이 발발할 경우 적이 우선적으로 노릴 것이 뻔한 지상 위의 핵심 자산인 백악관이나 주요 군 시설을 버려야 할 가능성을 고려하게 되었으며, 이 상황에서도 전 국가의 지휘 통제가 마비되지 않을 방법으로 항공기를 이용한 ‘하늘 위의 지휘소’ 개념을 떠올리게 되었다. 일명 ‘룩킹 글래스’ 작전(Operation Looking Glass)’을 입안하게 된 미 정부는 미 전략공군사령부(SAC: Strategic Air Command)의 지상 지휘통제 능력을 말 그대로 ‘미러링’ 하여 하늘 위에서 지휘한다는 개념이었으며, 이를 위해 미 공군 제34 공중급유비행대대를 공중 지휘통제소 운용 부대로 지정하여 1961년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 공군은 공중 급유기 형상의 KC-135 항공기를 기반으로 한 EC-135를 공중지휘소 및 공중 핵 발사 통제 센터용 기체로 지정한 후 약 17대를 제작했다. EC-135의 핵심은 핵 전쟁이 일어날 경우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수반과 군 수뇌부를 하늘 위로 대피시킨 후 24시간 내내 하늘에서 전체적인 전쟁 지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들 기체는 1963년부터 실전 배치가 이루어졌으며, 실전 배치 시기부터 냉전이 사실상 끝난 1990년 7월까지 총 29년에 걸쳐 최소 1대 이상의 “룩킹 글래스” 항공기가 항상 하늘 위에 있었다. 이들 기체는 1990년 7월 24일에 공식적으로 “룩킹 글래스” 작전이 종료함과 동시에 임무에서 해제되었으며, 이때까지 누적 비행 시간으로 281,000 시간 동안 무사고 기록을 수립했다.

    핵전쟁을 대비하는 하늘의 지휘소로 EC-135 '룩킹 그래스' 항공기가 운용되었다. (출처: 미 공군)
    핵전쟁을 대비하는 하늘의 지휘소로 EC-135 '룩킹 그래스' 항공기가 운용되었다. (출처: 미 공군)

    한편 EC-135가 노후화가 시작됨에 따라 미국은 닉슨(Nixon) 행정부 시기부터 공중 지휘 항공기의 대체 기종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에 보잉(Boeing)사는 원래 민수용 여객기로 제작 중이던 보잉 747-200 항공기에 전자 장비를 장착시킨 형상을 미 공군에 제안했고, 미 공군은 1973년 2월에 프랫앤위트니(Pratt and Whiney)사의 JT-9D 엔진만 장착하고 전자 장비는 설치하지 않은 빈 기체 두 대를 주문했다. 이들 기체를 E-4A로 명명한 미 공군은 같은 해 7월에 추가 한 대 분의 구매 계약을 했으며, 내부에 들어갈 항전장비 계통은 정보, 정찰, 감시(ISR) 장비 전문 기업인 이-시스템즈(E-Systems; 1995년 레이시온이 인수해 RIIS로 개명)가 수주했다. E-4A 초도기는 1973년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Andrews) 공군 기지에서 인도식이 개최되었으며, 나머지 두 대도 1973년 10월~1974년 10월에 각각 인도되었다. 미 공군은 1979년에 또 다른 한 대를 별도 도입하면서 엔진을 제네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사의 GE-F103 엔진 계열인 CF6 엔진으로 교체했는데, 이 기체는 E-4B로 명명한 뒤 같은 해에 인도했다. E-4A에 장착된 장비들은 전부 EC-135에 들어갔던 장비였으나 E-4에 들어간 장비는 신형 장비들이었으며, 핵 전자기 펄스(Electromagnetic Pulse, EMP) 방호 처리나 열핵(熱核) 방호 처리까지 추가되어 있었기 때문에 E-4B가 오히려 1980년대 이후 환경에 맞는 기준 형상이 되었다. 앞서 도입된 기체들 모두 1985년에 E-4B 사양으로 업그레이드되었으며, 2005년에도 한차례 추가 업그레이드가 실시됐다. 현재 E-4의 시간당 비행 운용비는 16만 달러에 달한다. 현재 E-4B의 공식 명칭은 국가공중작전센터(NAOC: National Airborne Operations Center)이다.

    핵전쟁을 대비하는 하늘의 지휘소로 EC-135 '룩킹 그래스' 항공기가 운용되었다. (출처: 미 공군)


    특징

    E-4B의 공중급유를 위해서는 공중급유기 2대가 필요했다. (출처: US NARA)
    E-4B의 공중급유를 위해서는 공중급유기 2대가 필요했다. (출처: US NARA)

    E-4는 민수용 항공기인 보잉 747-200을 기본으로 삼은 항공기로, 총 4개의 엔진에 후퇴익을 채택했고, 공중 급유 능력을 갖추고 있어 필요에 따라서는 일주일 가깝게 착륙하지 않은 상태로 체공이 가능하다. 후기형인 E-4B는 최대 112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며, 만약 무장된 병력을 동승시킬 경우에는 약 94명 정도가 탑승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 현재 E-4A는 3대 모두 E-4B 사양으로 업그레이드했기 때문에 현존하는 기체는 모두 E-4B 형상이다. 조종은 항공기 지휘관(주조종사), 부조종사, 항법사, 그리고 비행 엔지니어로 구성된다. 전투 승무원은 통제관, 기획관, 발사체계 장교, 통신관, 기상 장교, 행정 및 지원 인력, 그리고 전투 승무원 리더로 구성된다.

    E-4B의 조종석 모습. 비행엔지니어가 이륙 전 계기 점검을 실시 중에 있다. (출처: US Air Force/Lance Cheung)
    E-4B의 조종석 모습. 비행엔지니어가 이륙 전 계기 점검을 실시 중에 있다. (출처: US Air Force/Lance Cheung)

    E-4B는 처음 설계부터 전자기펄스(EMP) 공격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항공기에 가해지는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최첨단 대응체계가 탑재됐다. 특이하게도 대부분 현존하는 민간항공기는 모두 디지털 조종석으로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나, E-4B는 혹시라도 EMP 공격이 가해질 경우 디지털 장비가 영향을 받는 상황을 고려해 모두 아날로그 방식의 비행 계기가 설치되어 있다. 실제 E-4B 자체는 필요시 한 주 내내 공중에서 체공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이를 위해 공중 급유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E-4B 한 대의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KC-135 공중급유기 두 대가 급유를 실시해야 한다.

    E-4B 나이트워치의 내부구성도 (출처: Public Domain)
    E-4B 나이트워치의 내부구성도 (출처: Public Domain)

    항공기의 내부는 기본적으로 여섯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지휘업무 구역, 회의실, 브리핑실, 작전팀 작업 공간, 통신 공간, 휴식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어 주요 각료가 하늘 위에서 회의하고, 정부와 군 기관을 통제하며, 필요에 따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E-4B의 내부는 3층 데크(Deck)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최상층에는 조종석, 부조종석, 비행엔지니어석, 특수 항법 좌석이 설치되어 있다. 같은 층에는 소형 휴게실이 있으며, 조종사와 정비 인원의 취침 공간은 항공기 양 측면을 따라 설치되었다. 2층에는 회의실과 브리핑실이 위치하고 있으며, 회의실에는 총 9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다. 회의실과 브리핑실 내에는 프로젝터를 비롯한 다양한 영사 시설과 회의용 장비 시설이 모두 갖추어져 있어 필요한 영상 매체는 대부분 재생이나 영사가 가능하다. 뒤편에는 작전 팀 공간이 있으며, 이곳에는 자동 데이터 처리 장비와 29명이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콘솔과 작업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데이터 처리뿐 아니라 전화, 무선 장비, 핫라인 등 모든 통신체계와 연결이 가능하다.

    E-4의 최상층부 공간으로 이동 중인 승무원들. E-4의 내부는 총 3개 데크(Deck)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대 112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출처: US Air Force / Lance Cheung)
    E-4의 최상층부 공간으로 이동 중인 승무원들. E-4의 내부는 총 3개 데크(Deck)로 구성되어 있으며, 최대 112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출처: US Air Force / Lance Cheung)

    동체 전방 하부의 장비실에는 항공기의 급수 탱크, 1200kVA 전력 패널, 강압변압기, VLF 발신기, SHF 위성통신(SATCOM) 장비가 탑재되어 있다. 동체 하부 우측에는 AC/DC 전력으로 움직이는 유압 방식의 접이형 계단이 있어 항공기 주기 후 자체적으로 항공기에 오르거나 내릴 수 있으며, 필요 시에는 접이식 계단도 분리시켜 버릴 수 있다. 내부 1층 하부 창에는 정비용 콘솔이나 임무에 특화된 장비류도 탑재되어 있으나, 정확한 탑재 장비의 종류는 공개되어 있지 않다. 동체 후방 꼬리 쪽에는 8km 길이의 항공기 안테나는 릴(reel) 방식으로 감겨있으며, 이곳 통신 장비를 통해 EMP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도 오하이오(Ohio)급 탄도미사일 잠수함과 교신하여 핵무기 대응이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E-4에는 EHF 및 VLF 통신시스템이 탑재되어 미군 통합사령부나 각급 부대와 직접 통신을 취할 수 있으며, E-4B형 동체 상부에는 돔형 돌출 덮개가 설치되어 위성 통신을 위한 EHF 안테나를 수납했다.

    E-4B의 개인석을 정비 중인 비행 부사관의 모습. (출처: US Air Force/Lance Cheung)
    E-4B의 개인석을 정비 중인 비행 부사관의 모습. (출처: US Air Force/Lance Cheung)

    E-4A에는 프랫앤위트니사의 JT-9D 엔진이 장착되었다가 4대 모두 GE사의 234kN급 CF-6 엔진으로 교체했으며, 각각의 엔진과 기체 내부에 탑재된 항전장비류, 이들 장비를 식히는 냉각 장비 등이 소모하는 에너지를 충당하기 위해 엔진별로 150kVA 용량의 발전기가 2대씩 설치되어 있다. E-4는 1970년대 중반에 실전에 배치되어 두 차례 업그레이드가 진행됐으며, 두 번째 업그레이드 작업은 ‘테러와의 전쟁(Global War on Terrorism, GWOT)’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05년에 실시되어 기골 보강 작업까지 함께 이루어졌다. E-4B는 2030년대 말까지 운용이 가능하다.

    E-4B의 개인석을 정비 중인 비행 부사관의 모습. (출처: US Air Force/Lance Cheung)


    운용 현황

    E-4는 유사시 백악관을 비롯한 주요 직위자들이 지상의 고정 시설에서 피신하여 하늘에서 지휘할 목적으로 제작되었으며, 최악의 경우 핵 전쟁까지 지휘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적이다. 냉전 시기에 E-4는 대통령, 국방장관,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긴급하게 이동하여 지휘를 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최소 1대가 항상 내내 비상 대기 상태를 유지했으며, 전 세계에 위치한 미군 기지 중 최소 1개 기지에서는 범 세계 감시팀(Global Watch Team)이 항상 교대로 돌아가면서 대기 상태를 유지했다. E-4는 1974년 첫 실전 배치부터 비행 지휘통제(C2) 본부 역할을 수행했으며, 총 4대가 도입되어 기존 17대를 운용한 EC-135J를 대체했다. E-4는 네브래스카(Nebraska)주의 오푸트(Offutt) 공군 기지에 위치한 미 제595 지휘통제비행단 예하 제1 항공지휘통제비행대대에서 줄곧 운용했으나 현재는 같은 기지에 위치한 미 제55비행단에서 운용하고 있다.

    이들 부대는 모두 미 공군 범(凡) 지구 타격 사령부(Air Force Global Strike Command) 소속이며, 항공기에 소속된 조종사나 승무원, 유지 관리 및 보안 방호, 통신 관련 인원은 모두 통합사령부 중 하나인 미 전략사령부(USSTRATCOM: US Strategic Command) 소속이다. 하지만 E-4의 실질적인 통제는 미 합동참모본부(JCS: The Joint Chiefs of Staff)에서 실시하며, 항공운용센터에서 활동할 필요 인원도 기본적으로는 합참에서 관리한다. 오푸트 기지는 특수 목적 항공기를 다수 운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E-4B 주운용기지(MOB)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완전한 수준의 정기 정비뿐 아니라 제한적인 중기 유지 관리 작업도 일부 실시할 수 있다. 그 밖에도 E-4 운용을 위한 중계운용기지(FOB)를 미국 본토 내 다수의 위치에 지정했으며, 이들 기지에서는 간단한 정비는 가능하나 중기 유지 관리 작업은 불가능하다.

    E-4B 국가 공중작전센터 항공기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콜롬비아 순방 중 보고타 국제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인 모습. (출처: US Air Force/Tech. Sgt. Jerry Morrison)
    E-4B 국가 공중작전센터 항공기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콜롬비아 순방 중 보고타 국제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인 모습. (출처: US Air Force/Tech. Sgt. Jerry Morrison)

    E-4는 1974년에 최초 실전 배치되었으며, 전개 당시에는 이들 기체를 ‘국가 비상 공중 지휘본부(National Emergency Airborne Command Post, NEACP: 읽을 땐 ‘슬개골’과 발음이 같은 ‘니캡’으로 발음)로 불렀다. E-4는 적의 핵 공격이 있을 경우 주요 결심수립자와 직위자들이 생존하여 전쟁을 지휘할 수 있도록 제작했으며, 그런 이유 때문에 초창기 언론에서는 이들 기체를 ‘최후의 날(Doomsday) 항공기’로 불렀다. 냉전 초창기에는 E-4를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서 운용하여 비상시 워싱턴 D.C.에 있던 국방장관이 신속히 탑승하여 전쟁을 지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당시 E-4의 별칭은 ‘나이트워치(Night watch: 야간경계자)’였는데, 이는 네덜란드의 화가인 렘브란트 판 레인(Rembrandt Van Rijn, 1606~1669)의 동명(同名) 작품인 ‘야경(夜警, Night Watch)’에서 따온 것이다. 이 명칭은 초대 비행대대장이 명명한 것으로, ‘야경’ 자체가 마을을 지키는 이들을 의미한 것에 유래했던 것이다. 하지만 냉전 중기에는 이 최후의 위기용 항공기를 항상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내륙인 네브래스카주로 이동시켰으며, 한 대 만이 순환 형태로 앤드루스 기지에서 대기했다. 최초 E-4의 상시 콜 사인(call sign)은 ‘실버 달러(Silver Dollar)’였으나, 어차피 대통령이 탑승할 경우 콜 사인이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으로 변경되므로 실버 달러라는 명칭은 정착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E-4는 비상 대기 임무 외에도 국방장관이 해외 출장을 갈 경우가 있을 시 항시 통신체계를 유지할 목적으로 출장용 기체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초 E-4A는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으로도 종종 활용됐으나, 1989년 조지 H.W. 부시(George H.W. Bush, 1924~2018) 대통령이 냉전 승리 기념으로 747-200B형에 기반한 최신 기체인 VC-25A를 대통령 전용기로 도입함에 따라 굳이 E-4를 전용기로 써야 할 이유가 없어졌고, 소련 역시 1991년을 기점으로 해체됨에 따라 핵 전쟁에 대비한 지휘용 항공기를 24시간 띄워 놓을 의미가 사라졌다. 이때부터 E-4는 24시간 비상 대기 임무가 해제되는 대신 새로운 임무를 새로 부여받았는데, 이는 연방 비상관리국(FEMA: 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을 지원하는 임무로 미국 내에서 벌어진 허리케인이나 대지진 같은 자연재해 시 투입되어 구호 작전 간 지상에 통제 시설이 설치될 때까지 임시 공중 지휘통제소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이다. E-4B는 2005년도 미 동부 해안을 강타한 태풍 카트리나(Katrina) 때에도 투입되어 지휘소 역할을 수행했다.

    네브래스카주 오푸트 기지에서 주기 중인 E-4B. (출처: US Air Force/Lance Cheung)
    네브래스카주 오푸트 기지에서 주기 중인 E-4B. (출처: US Air Force/Lance Cheung)

    2011년 9월 11일, 통칭 “911테러”가 발생하여 미 국방부가 위치한 펜타곤(Pentagon)이 공격받은 후 E-4B 한 대가 워싱턴 D.C. 상공에서 배회하고 있는 모습이 여러 뉴스와 민간인들에게 포착되었다. 훗날 언론인이자 저널리스트인 댄 버톤(Dan Verton)은 저서 <블랙 아이스(Black Ice)>를 통해 이날 포착된 것은 E-4B가 맞으며, 원래 이날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으나 세계무역센터에 첫 항공기가 충돌하는 순간 훈련을 취소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날 포착된 E-4B의 콜사인은 “VENUS77”이었는데, 해당 기체는 세계무역센터 테러 불과 몇 분 전인 9:44분에 이륙해 한참 백악관 상공으로 상승하던 중이었으나 테러가 발생하자 훈련을 취소하고 워싱턴 D.C. 남쪽에서 공중 대기한 것으로 추측된다.

    2006년 1월에는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Rumsfeld, 1932~) 당시 국방장관이 E-4B를 2009년부터 전량 퇴역시키겠다고 최초 발표했으나, 이듬해 4대 중 1대만 퇴역시키는 것으로 번복했다. 하지만 후임인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 1943~) 장관은 2007년 5월에 E-4B의 퇴역 계획을 전면 취소했는데, 이는 공군이 후속 기체 도입 사업을 취소한 데다 E-4B의 능력을 대체할 마땅한 기종이 없기 때문이었다. 현재 E-4B의 정확한 퇴역 일정은 잡혀있지 않으나, 동체 자체의 수명 주기는 기골 보강 후 2039년까지 운용이 가능해졌으며, 유지 정비 한계는 2020년대 중후반 정도로 알려져 있다.

    2017년 2월 2일, 당시 국방장관이던 짐 매티스(Jim Mattis) 장관이 E-4B를 통해 오산 기지에 착륙 중인 모습. (출처: US Air Force/Staff Sgt. Jonathan Steffen)
    2017년 2월 2일, 당시 국방장관이던 짐 매티스(Jim Mattis) 장관이 E-4B를 통해 오산 기지에 착륙 중인 모습. (출처: US Air Force/Staff Sgt. Jonathan Steffen)

    미 공군은 E-4의 후계 기종을 단계적으로 고려했지만 당분간 대체 기종 도입이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공군이 한때 E-4 대체기 도입 사업을 고려하자 노스롭-그루먼(Northrop-Grumman)사에서 보잉 767-400ER을 베이스로 한 E-10 MC2A 항공기를 제안한 적이 있으나, 공식적으로는 2007년경 사업을 취소해버렸기 때문에 개발된 적은 없다.


    파생형

    E-4A : 보잉 747-200을 베이스로 삼은 공중지휘용 항공기. 총 3대가 제작되었으며, 각각 기체 등록번호는 73-1676, 73-1677, 74-0787이다. 모두 프랫앤위트니(Pratt & Whitney)사의 JT9D-7R4G2 엔진을 장착했으며, 동체 상부에 장비류를 장착할 수 있는 돌출부가 없다. 기체 전량 모두 E-4B로 개조했다.

    B사양으로 개조되기 직전의 E-4A 74-0787번기의 모습 (출처 : Frank C. Duarte Jr. / jetphotos.com/)
    B사양으로 개조되기 직전의 E-4A 74-0787번기의 모습 (출처 : Frank C. Duarte Jr. / jetphotos.com/)

    E-4B : 최초 GE사의 CF6-50E2 엔진을 장착하여 단 한 대만 제작했었다. 처음 설계부터 핵 전자기 펄스(EMP) 방호 처리와 방사능 및 열핵 방호 처리가 되어 있고, 고급 전자전 장비와 다양한 통신 장비가 탑재되었다.

    E-4B 나이트워치 (출처: 미 공군)
    E-4B 나이트워치 (출처: 미 공군)



    제원

    제조사: 보잉
    용도: 고급 공중 지휘 항공기
    설계 기반: B747
    승무원: 조종사, 승무원, 전투원 및 백악관 각료 등 94명 ~ 최대 112명
    전장: 70.5m
    전고: 19.3m
    날개 길이: 59.7m
    날개 면적: 510㎡
    자체 중량: 190,000kg
    탑재 중량: 360,000kg
    최대 이륙 중량: 374,850kg
    출력체계: 52,500파운드(234kN)급 제네럴 일렉트릭(GE) CF6-50E2 엔진 x 4
    최고 속도: 969km/h
    순항 속도: 895km/h
    항속 거리: 11,000km
    체공 시간: 12시간 이상 / 공중급유 시 150시간 이상
    실용 상승 한도: 14,000m
    날개 하중: 730kg/㎡
    추력 대비 중량: 0.26
    무장: 없음
    대당 가격: 2억 2,300만 달러(1998년 기준)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E-4B 나이트워치 고급 공중지휘항공기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 『이런 전쟁』(공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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