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BTR-80 병력수송장갑차
러시아의 주력 APC
  • 남도현
  • 입력 : 2020.02.27 08:49
    BTR-80은 후속작인 BTR-90, VPK-7829 부메랑 등의 양산이 취소되거나 유동적이어서 여전히 러시아의 주력 APC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BTR-80은 후속작인 BTR-90, VPK-7829 부메랑 등의 양산이 취소되거나 유동적이어서 여전히 러시아의 주력 APC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개발의 역사

    1991년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지만 소련은 세계사에 엄청난 흔적을 남긴 나라다. 특히 제2차 대전 후 1980년대까지 미국과 세계를 반분해서 이끈 초강대국이었다. 이 둘은 모든 분야에서 경쟁을 벌였는데, 그중 군사 부문이 가장 치열했다. 총탄에서 핵폭탄에 이르기까지 무조건 상대를 앞서기를 원했다. 결국 이는 경제에 엄청난 무리를 불러왔고 소련이 해체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제4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에 노획된 시리아의 BMP-1. 여러 국지전에서 소련제 무기의 전과가 인상적이지 못했으나 다운그레이드형을 공급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 출처: Public Domain >
    제4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에 노획된 시리아의 BMP-1. 여러 국지전에서 소련제 무기의 전과가 인상적이지 못했으나 다운그레이드형을 공급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 출처: Public Domain >

    그런데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비를 구축하고 대립했지만 미국과 소련의 직접 충돌은 없었다. 역사적으로 얼추 비슷한 강국들이 헤게모니를 놓고 으르렁 댈 경우 필연적으로 대결이 벌어졌지만 이 둘은 어떻게든 전쟁만은 회피했다. 설령 이기더라도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당할 피해의 수준이 얼마나 무서운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흔히 이 때를 '핵에 의한 강제적인 평화의 시기'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다만 공룡 간에 정면 대결이 없었다 뿐이지 지구상에서 이 둘이 관여한 전쟁이 멈춘 적은 없었다. 배후에서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경우에 따라 직접 참전하기도 했다. 당연히 양국이 개발한 무기들이 곳곳에서 사용되었다. 그런데 실전을 거듭할수록 소련제 무기에 대한 전과가 그리 좋지 않게 나타났다. 특히 일종의 대리전이자 양국 전술 무기의 실험장이라 할 수 있었던 중동전쟁의 결과가 그랬다.

    장갑판을 덧댄 아프가니스탄 주둔 소련군의 BTR-70. 쉽게 화재가 발생하는 문제점 때문에 양산이 종료되고 후속작 개발이 시작되었다. < 출처: (cc) reddit.com >
    장갑판을 덧댄 아프가니스탄 주둔 소련군의 BTR-70. 쉽게 화재가 발생하는 문제점 때문에 양산이 종료되고 후속작 개발이 시작되었다. < 출처: (cc) reddit.com >

    그러나 소련은 물론 서방도 이를 전적으로 믿지 않았다. 소련이 해외에 공급한 무기의 대부분이 다운그레이드형이었던 데다 사용자의 훈련 상태가 나빠 기대 밖의 결과가 나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다시 말해 같은 무기라도 소련군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질적으로 뛰어나니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제2차 대전 후 소련이 직접 참전한 사례가 적어서 진짜 성능은 미지수이기는 했다.

    소련은 한국전쟁에 해군과 공군을 비공식적으로 비밀리에 참전시켰으나 소수였다. 1956년 헝가리 침공과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은 시위 진압에 불과했고 1969년의 중소국경분쟁은 말 그대로 소규모 충돌이었다. 19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제2차 대전 후 소련이 치른 최초의 전쟁다운 전쟁이었다. 그래서 9년 간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소련제 무기에 대한 객관적인 성능이 가장 여실하게 드러났던 시공간이었다.

    BTR-80에 매달려 훈련 중인 러시아군. 하지만 APC의 기본적인 목적이 보병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수색이나 정찰처럼 예외적으로 사용하는 작전 기법이라 할 수 있다.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BTR-80에 매달려 훈련 중인 러시아군. 하지만 APC의 기본적인 목적이 보병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수색이나 정찰처럼 예외적으로 사용하는 작전 기법이라 할 수 있다.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Mi-24 공격헬기처럼 진가를 발휘한 경우도 있었으나 그렇지 못한 무기도 많았다. 특히 당대 최강이라 자타가 공인하던 지상군 무기가 그랬는데, 그중 대표적이었던 것이 BRT-70 장갑차였다. 1972년부터 실전 배치된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에 BTR-70은 최신예였다. 평판이 무난했던 기존 BRT-60을 기반으로 주행력, 공격력, 화생방전 능력을 향상시킨 개량형이었기에 일선에서의 기대가 상당했다.

    하지만 실전에서의 전과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빈약한 방어력 때문에 기습 공격이나 급조폭발물의 공격에 몹시 취약했다. 사실 장갑차는 생각만큼 방어력이 강하지 않아 교전에 들어가면 탑승한 보병이 하차해서 전투를 벌이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BTR-70은 너무 쉽게 격파되고 사상자가 발생하다 보니 보병들이 유사시 탈출이 쉬울 것이라 생각해서 장갑차 외부에 탑승하는 어이없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을 정도였다.

    방어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슬랫아머를 장착한 BTR-80 <출처: Public Domain>
    방어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슬랫아머를 장착한 BTR-80 <출처: Public Domain>

    함께 투입된 BRT-60도 마찬가지였으나 아무래도 BRT-70이 최신식이다 보니 실망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힘이 좋지만 휘발유 엔진인데다 연료탱크와 함께 방어력이 특히 취약한 차체 후방에 위치해서 피탄 되었을 경우 화재가 쉽게 발생했다. 그래서 '바퀴 달린 불타는 관'이라는 치욕스러운 별명이 붙었을 정도였다. 이런 결과에 놀란 소련은 즉시 BTR-70을 단종시키고 이를 대체할 후속작 개발에 착수했다.

    아프가니스탄 주둔군의 빗발치는 요구로 말미암아 시간 절감을 위해 별개의 장갑차를 개발하는 대신 BTR-70의 성능을 개량하는 방식을 취했다. 소련은 지구상에 기갑전 경험이 가장 풍부한 나라여서 휘발유 엔진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디젤 엔진과 관련한 기술력도 충분했다. 이처럼 문제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엄청난 희생을 보고 난 후에야 디젤 엔진을 장착하려 했다는 점은 사실 상당히 의아한 부분이다.

    2011년 모스크바 승전 행사에 등장한 BTR-80. 외형만으로도 전작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2011년 모스크바 승전 행사에 등장한 BTR-80. 외형만으로도 전작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방어력 향상도 꾀했으나 보병의 신속한 수송이라는 장갑차의 기본 목적을 고려한다면 무작정 장갑을 늘릴 수는 없어 탑승자의 생존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개량을 했다. 그렇게 개발된 개량형 장갑차는 BTR-80이라는 제식명을 부여받은 후 1984년부터 양산이 개시되었다. 실전에서의 평가도 좋아 곧바로 소련군의 주력 차륜식 장갑차 지위를 차지했고 현재도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활약 중이다.


    특징

    측면 해치를 이용해 하차하는 모습. 있으나마나 하다는 평가를 받은 BTR-70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었다.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측면 해치를 이용해 하차하는 모습. 있으나마나 하다는 평가를 받은 BTR-70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었다.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각각 120마력의 힘을 낼 수 있는 가솔린 엔진 2기를 장착한 전작과 달리 BTR-80은 260마력 디젤 엔진 1기를 장착했다. 연비가 좋아져서 작전 반경이 늘어났으나 무게가 증가하면서 기동력, 등판 능력 등은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 엔진이 바뀌고 차체의 크기가 조금 커지면서 보병의 승차 여건은 좋아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피탄 시 화재 가능성이 줄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변화라 할 수 있다.

    BTR-80의 운전석 <출처: Public Domain>
    BTR-80의 운전석 <출처: Public Domain>

    유사시 보병의 신속한 승하차를 돕기 위해 상부 해치를 대대적으로 개량하고 있으나마나 하다는 평가를 받은 측면 해치의 크기를 키웠다. 그러나 8 x 8 섀시를 비롯한 전작 구조의 상당 부분을 답습하고 엔진의 위치 때문에 후면에 해치를 장착할 수 없었다. 그런데 후면에 해치가 달린 장갑차도 보병의 승하차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BTR-80의 문제라기보다 기갑장비라면 필연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근원적 난제라 할 수 있다.

    BTR-80은 후방 해치가 없어 전투 중 승하차시 적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 출처: Public Domain >
    BTR-80은 후방 해치가 없어 전투 중 승하차시 적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 출처: Public Domain >

    초기 양산형 무장은 전작들과 차이가 없으나 이후 개조를 통해 공격력을 향상시켰다. 소련의 기갑장비가 유럽 평원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다 보니 아프가니스탄 산악 전투에서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전훈을 살려 자세를 바꾸지 않고 고지대에 위치한 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주포의 부앙각을 키웠고 적외선 야간 야시 장비 등을 부착했다. 보병들이 탑승해서 사격을 가할 수 있는 건 포트가 앞쪽 대각선 방향을 향하도록 개량되었다.

    대테러작전 시범 중인 러시아 내무부 소속 특수부대의 BTR-80. 주포의 부앙각이 커져 높은 위치에 있는 목표를 공격하기 쉬워졌다.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대테러작전 시범 중인 러시아 내무부 소속 특수부대의 BTR-80. 주포의 부앙각이 커져 높은 위치에 있는 목표를 공격하기 쉬워졌다.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운용 현황

    BTR-80은 1984년부터 양산을 시작했고 1986년부터 아프가니스탄 주둔군을 시작으로 본격 배치가 이루어졌다. 차량화소총(기계화보병)사단에 배치된 기존 BTR-60, BTR-70을 순차적으로 대체해 나가면서 소련군의 주력 보병수송장갑차의 지위를 차지했다. 특별히 기밀을 요하는 수준의 장비가 아니어서 소련군 배치와 동시에 동맹국과 친소 국가에도 공급되었고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북한 등에서 면허 혹은 복제 생산되었다.

    BTR-80은 러시아를 비롯한 40여 개국에 사용 중인 베스트셀러 APC다.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BTR-80은 러시아를 비롯한 40여 개국에 사용 중인 베스트셀러 APC다.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5,000여 대 이상 생산되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으로 실전 경험도 많다. 그런데 냉전 후 소련이 붕괴되면서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 그루지아 내전, 체첸 전쟁, 유로마이단 사태 등처럼 옛 소련에 속한 국가 간의 분쟁이나 내전에서 활약했다는 점이 특색이다. 아무래도 소련 시절부터 보유한 장비로 교전을 벌이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기는 하나 개발 당시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아이러니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변형 및 파생형

    BTR-80 : 초기 양산형

    BTR-80 < 출처: Public Domain >
    BTR-80 < 출처: Public Domain >

    BTR-80K : 지휘차량

    BTR-80K < 출처: Public Domain >
    BTR-80K < 출처: Public Domain >

    BTR-80M : 엔진, 타이어 등 개량형
     
    BTR-80A : 30mm 2A72 기관포 장착 개량형

    BTR-80A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BTR-80A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BTR-80S : 14.5mm KPVT기관총 장착 개량형
     
    BTR-80AK : BTR-80A 기반 지휘차량

    BTR-80SKJ : 헝가리에서 만든 응급후송형

    BTR-80SKJ <출처: makettinfo.hu>
    BTR-80SKJ <출처: makettinfo.hu>

    BTR-82 : 장갑, 엔진, 야시경, 주행 장치 등을 개선한 개량형
     
    BTR-82A : BTR-82에 30mm 2A72 기관포 장착 개량형

    BTR-82A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BTR-82A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BTR-82AM : BTR-82 사양으로 개량한 BTR-80A
     
    BTR-87 : 엔진을 전면에 장착한 BTR-82A

    BTR-87 < 출처: Vitaly V. Kuzmin >
    BTR-87 < 출처: Vitaly V. Kuzmin >

    BTR-82V : BTR-82에 14.5mm KPVT기관총 장착 개량형
     
    2S23 "Nona-SVK" : 120mm 자주박격포

    2S23 ">
    2S23 "Nona-SVK"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BREM : 구난차량

    BREM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BREM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BTR-80 PBKM : 지휘차량
     
    RPM-2 : 화생방전 정찰차량

    RPM-2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RPM-2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K1Sh1 : 차체 확장형 지휘차량

    K1Sh1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K1Sh1 <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

    BTR-80 "Caribe" : 콜롬비아 해병대 공급용
     
    TAB Zimbru : 루마니아 개량형

    TAB Zimbru < 출처: (cc) MAPN at Wikimedia.org >
    TAB Zimbru < 출처: (cc) MAPN at Wikimedia.org >

    BTR-80UP : 우크라이나 개량형
     
    M2010 8×8 : 북한 복제형

    M2010 8×8 < 출처: (cc) 유용원의 군사세계 >
    M2010 8×8 < 출처: (cc) 유용원의 군사세계 >

    M2010 6×6 : 북한 6륜 개조형

    M2010 6×6 < 출처: Public Domain >
    M2010 6×6 < 출처: Public Domain >



    제원

    생산업체: GAZ
    도입 연도: 1986년
    중량: 13.6톤
    전장: 7.7m
    전폭: 2.90m
    전고: 2.41m
    무장: 14.5mm KPVT 기관총 1문 또는 30mm 2A72 기관포 1문
             7.62mm RKT 기관총 1문
    엔진: KamAZ-7403 디젤 260마력(190 kW)
    추력 대비 중량: 19마력/톤
    서스펜션: 8×8
    항속 거리: 약 600km
    최고 속도: 80km/h, 10km/h(수상)
    탑승 인원 : 승무원 3명 + 보병 7명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BTR-80 병력수송장갑차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