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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원의 군사세계] 예비군 정예화?… 275만명 예산이 흑표전차 25대 값에 불과
軍 병력감축 영향 갈수록 심각, 육군 48만3000→36만5000명
수십년 된 전투장비… 105㎜·155㎜ 견인포, M48 계열 전차
미국·싱가포르 등 선진 예비군, 훈련은 강하게 보상은 수준 높게

입력 : 2020.02.26 03:14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유용원 군사전문기자·논설위원

2014년 7월 이스라엘군이 무장투쟁 단체인 하마스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당시 긴급 소집된 예비군은 약 4만명. 이들의 임무는 경계근무 등 후방 지원에 그치지 않았다. 하마스의 땅굴과 무기 은닉 장소 색출부터 관련 시설 공격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작전에 투입됐다. 특히 땅굴을 찾아내 파괴하는 작전은 하마스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을 우려가 컸지만 예비군도 이 작전에 투입됐다.

이스라엘 예비군은 말 그대로 '예비 전력'인 우리 예비군과는 차원과 성격이 다르다. 정규군(상비군)과 다름없고 실전 경험 면에선 정규군보다 앞서는 존재다. 아랍권에 비해 절대적인 인구 열세에 있었던 이스라엘은 예비군을 강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1973년 4차 중동전 때 이스라엘군 병력은 현역과 예비군을 모두 합쳐 41만명이었다. 아랍 연합군(100만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뒤 이스라엘은 예비전력 강화에 주력한 결과 현역(17만)의 두 배가 넘는 46만명의 예비군을 운용하고 있다. 연간 동원훈련 기간도 우리 동원훈련 기간(2박3일)의 10배가 넘는 38일에 달한다.

병력 감축 유일한 대안, 예비전력 강화

2018년 이후 육군 병력 감축이 가속화하면서 예비(동원) 전력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절벽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와 '국방개혁 2.0'에 따라 2018년 이후 5년간 총 11만8000명의 병력이 줄어, 2022년 우리 군 총병력은 50만명이 된다. 줄어드는 병력은 모두 육군이다. 48만3000명에서 36만5000명으로 준다. 5년간 매년 2만3600명이 감축되는 셈이다. 매년 2.3개 사단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군단도 8개에서 6개로 줄어든다. 지난해 말까지 최정예 기계화부대인 육군 20사단 등 일부 사단이 통폐합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일각에서 전력공백 논란도 불거졌다. 설상가상으로 병력 감축 외에 복무기간 단축(3개월), 대체복무제 도입까지 보태지면서 육군은 '3중(重) 쓰나미'에 휩쓸려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는 북한이 128만명의 정규군 외에 650만명에 달하는 예비군을 운용하고 있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국방부는 부사관·군무원 등 직업군인 확충과 예비전력 강화로 전력 공백을 메우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직업군인 확충은 부사관 모집에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군무원은 야전 전투력 강화와는 거리가 있어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예비전력 강화가 병력 감축에 대한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4년간 국방비 중 예비전력 예산 비중

국방부가 매년 발간하는 국방백서도 "전쟁 억제력을 확보하고 전쟁 지속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예비군을 상비군 수준으로 정예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예비군 창설 50주년 기념 축전에서 "예비역 한 사람이 평화를 지키고 만드는 일당백의 전력"이라고도 했다. 국방부도 외형상 지난 2018년 4월 동원전력사령부를 창설하는 등 본격적인 예비전력 강화에 나서는 듯했다.

예비전력 예산, 국방비 중 0.4% 불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방부와 군 당국이 정말 예비전력 강화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 문제다.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우리 국방비에서 예비전력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3% 수준에 불과했다. 2018년엔 1325억, 지난해엔 1703억원이었다. 275만명에 달하는 예비군 운용 총예산이 2000억원도 안 됐던 것이다. 올해엔 2067억원으로 늘어났지만 국방비 중 비중은 0.4%에 불과하다. 2000억원이면 F-15K 전투기 2대, K-2 '흑표' 전차 25대 값이다. 우리보다 적은 87만명의 예비군을 운용하는 미국은 국방비의 9%(520억 달러, 2018년)를 예비군 예산으로 할당하고 있다.

예비군 장비도 문제다. 국방부는 예비군을 상비군 수준으로 정예화하겠다고 했지만 '구두선(口頭禪)'일 뿐이다. 특히 포병이 어려움이 많다. 현역 포병들은 상당수가 K-55, K-9 등 자주포를 운용한다. 반면 예비군에는 자주포가 없어 끌고 다니는 구형 105㎜ 또는 155㎜ 견인포를 운용한다. 군 관계자는 "현역 시절 최신형 K-9 자주포를 운용했던 예비군이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구형 견인포를 실전에서 얼마나 제대로 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차도 현재 동원사단 전차는 20~30년 이상 된 M48 계열이다. 현역 시절 K-1, K-2 전차를 운용했던 예비군들은 다루기 쉽지 않다.

병력 감축에 따라 동원사단 등의 전력에 큰 허점이 생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동원사단의 경우 종전 17~18%였던 현역 비율이 현재 8% 내외로 추락했다. 최저임금 일당의 40%(7만2000원)에 불과한 동원훈련 보상비,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짧은 동원훈련 기간, 대학생 등 22.9%(63만명)에 달하는 동원훈련 면제자(보류자) 문제 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예비군 선진국으로 불리는 이스라엘, 미국, 스위스 외에도 강소국 싱가포르의 예비군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싱가포르는 상비군(7만명)의 4.5배에 달하는 예비군(31만명)을 유지하고 있고, 예비군 복무 기간은 상비군의 5배(10년)에 달한다. 연간 40일 동안 강도 높은 동원훈련을 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높은 수준의 금전적 보상과 복지 혜택을 주고 있다. 예비전력 강화에 대한 획기적 전환이 없다면 병력 감축 등에 따른 안보 공백은 현실 속 '발등의 불'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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