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M4A3E2 전차
기갑부대의 방패 역할을 담당했던 점보
  • 남도현
  • 입력 : 2020.01.22 08:31
    M4A3E2 점보는 방어력이 취약하다는 셔먼의 이미지를 불식시켰으나 소량만 제작되었다. < 출처 : (cc) Auctions America >
    M4A3E2 점보는 방어력이 취약하다는 셔먼의 이미지를 불식시켰으나 소량만 제작되었다. < 출처 : (cc) Auctions America >


    개발의 역사

    물론 당장 어려움을 겪던 일선에서는 더 좋은 전차를 끊임없이 요구했다. 그런데 생산, 보급 등의 이유로 무기를 최대한 단순화시키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AGF(육군 지상군 사령부)는 M4로 충분하다며 일선의 요구를 거부해 원정군을 이끌던 아이젠하워를 격노하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엄청난 손실을 보고 난 후에야 M26처럼 독일의 중전차에 맞설 수 있는 대항마가 등장하게 되지만 사실 데뷔가 너무 늦었다.

    1945년 독일 시가지에서 격파 당한 M4 전차들. 동급 전차와 비교하면 빈약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방어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 출처 : University of Illinois Archives >
    1945년 독일 시가지에서 격파 당한 M4 전차들. 동급 전차와 비교하면 빈약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방어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 출처 : University of Illinois Archives >

    어쨌든 AGF가 이처럼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니 당장의 대안은 M4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M4는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만큼 수많은 개량형, 파생형이 존재한다. 특히 연합국이 전선의 주도권을 잡고 공세에 나선 1944년 이후에 등장한 개량형들은 대부분 공격력과 기동력에 중점을 두었다. 그런 점에서 점보(Jumbo)라고 많이 알려진 M4A3E2는 방어력 강화에 신경 쓴 특이한 사례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럭저럭 무난한 전차였음에도 M4에 대한 평가가 낮은 결정적인 이유는 독일 전차나 대전차포의 공격에 쉽게 뚫릴 만큼 방어력이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미군 병사들이 격파가 잘되고 화재에 취약하다며 라이터 브랜드인 론슨(Ronson)으로 부르며 자조했을 정도였다. 전차에게 화력과 기동력도 중요하지만 살아남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끝이므로 아무리 주도권을 잡고 있어도 엄청난 손실은 심각한 고민거리였다.

    벨기에 브뤼셀 육군 박물관에 전시 중인 75mm 주포 탑재 M4A3E2 < 출처 : Public Domain >
    벨기에 브뤼셀 육군 박물관에 전시 중인 75mm 주포 탑재 M4A3E2 < 출처 : Public Domain >

    당장 방어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장갑을 덧대는 것이다. 그런데 무턱대고 장갑만 늘리면 전차의 밸런스에 문제가 생기고 필연적으로 무게가 늘어나므로 주행력을 저하시키게 된다. 그런데 M4는 포탑이 무게 중심에 위치한데다 체급에 비해 강력한 엔진을 장착해서 힘이 넉넉한 편이었다. 1944년 3월부터 개발에 착수한 피셔전차조병창(Fisher Tanks Arsenal)은 불과 두 달 만에 결과물을 내어 놓았다.

    직전에 양산을 개시한 M4A3(75)W을 기반으로 했기에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독일 중전차나 대전차포에 사용되는 75mm, 88mm 구경포의 공격으로부터 생존성을 높이는 수준으로 장갑을 두텁게 하면 되는 것이었으므로 개발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대신 무게가 8톤이나 증가하면서 어쩔 수 없이 속도가 저하되고 서스펜션에 문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급하게 M4A3E2를 만든 이유는 명확했다.

    피셔 전차조병창(FTA)에 생산 중인 M4A2. M4는 개발자인 Lima 이외 FTA를 비롯해 수많은 제작사에서 양산되었다. < 출처 : (cc) preservedtanks.com >
    피셔 전차조병창(FTA)에 생산 중인 M4A2. M4는 개발자인 Lima 이외 FTA를 비롯해 수많은 제작사에서 양산되었다. < 출처 : (cc) preservedtanks.com >

    맨 앞에서 후속 전차를 보호하는 역할을 기대했던 것이다. 1944년 6월 이후 수세에 몰린 독일군은 거점에 매복한 후 연합군 기갑부대가 나타나면 선두 전차와 후미 전차를 기습해서 대열 전체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든 후 하나하나 격파하는 전술을 구사했다. 곤혹을 치른 미군은 M4A3E2을 앞세워 대열을 보호하고 적의 위치를 파악하면 나머지 전차들이 산개해 반격에 나섰고 기대대로 좋은 효과를 보았다.


    특징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M4A3E2의 가장 큰 특징은 방어력이다. M4의 넓고 높은 전면과 측면은 가장 취약한 부위였다. M4A3E2은 이곳의 장갑을 늘려 전면 상부가 102mm, 하부가 144mm 그리고 측면이 76mm에 이르렀는데 이는 전작의 두 배가 넘었다. 포탑도 152mm로 두터워졌는데 포방패는 178mm였다. 중장갑의 대명사와 다름없던 독일의 6호 전차 티거의 포탑 장갑이 120mm라는 점과 비교하면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M4A3E2 개발 전 밸런스와 주행력 등을 시험하기 위해 기존 전차에 장갑을 덧댄 모습 < 출처 : Public Domain >
    M4A3E2 개발 전 밸런스와 주행력 등을 시험하기 위해 기존 전차에 장갑을 덧댄 모습 < 출처 : Public Domain >

    이는 어지간한 독일군의 전차포, 대전차포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기갑부대가 위험 지대를 통과할 때 가장 앞에 서서 방패 노릇을 해 주었다. 그렇다고 대부분이 전쟁 중에 소모되었을 만큼 M4A3E2가 천하무적은 아니었다. 근접에서 88mm Flak 등에 직격 당하면 격파되고는 했다. 더불어 HVSS 현가장치를 채택되기 전이어서 무거운 무게를 감당하는 데 애를 먹었고 주행 능력이 떨어졌다.

    애버딘 시험장에서 M4A3E2의 전면 장갑 피격 테스트 결과 < 출처 : Public Domain >
    애버딘 시험장에서 M4A3E2의 전면 장갑 피격 테스트 결과 < 출처 : Public Domain >

    뒤에 등장하는 M4A3E8 이지에이트(Easy Eight)의 명성을 생각하면 이는 M4A3E2에게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무조건 돌격만 선호하던 조지 패튼조차 최고의 전차로 손꼽으며 공급량을 늘려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을 만큼 일선에서의 반응은 좋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차병 입장에서는 상대를 격파하는 것보다 내가 살아남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느린 속도는 어쩌면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었다.


    운용 현황

    M4A3E2는 일선에서의 좋은 평판에 비한다면 이상하리만큼 생산량이 적었다. 1944년 5월부터 석 달 동안 254대가 제작되었는데 이는 49,234대의 전체 M4 생산량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제2차 대전 말기에 미국의 무지막지한 생산 능력과 후속해서 등장하는 M4A3E8, M4A4 등이 수 천대 씩 제작되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생산량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적었다.

    1944년 11월 27일, 보병들을 태우고 프랑스 알토르프 마을을 횡단하는 제743 전차대대 소속 M4A3E2 < 출처 : (cc) tanks-encyclopedia.com >
    1944년 11월 27일, 보병들을 태우고 프랑스 알토르프 마을을 횡단하는 제743 전차대대 소속 M4A3E2 < 출처 : (cc) tanks-encyclopedia.com >

    정확한 이유는 밝혀진 바 없지만 전황을 낙관했던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된다. M4A3E2의 생산이 시작되었을 때는 연합군이 노르망디에 상륙한 후 서유럽에 본격적으로 전선이 형성되면서 전차의 소모량이 급격히 늘어나던 시점이었다. 일선 기갑사단의 전차 소모율이 프랑스 상륙 석 달 만에 대부분 200퍼센트 이상이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M4A3E2의 본격 배치가 이루어진 1944년 9월이 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1945년 3월 6일, 쾰른 도심을 점령하는데 앞장선 제3기갑사단 소속 M4A3E2 < 출처 : (cc) tanks-encyclopedia.com >
    1945년 3월 6일, 쾰른 도심을 점령하는데 앞장선 제3기갑사단 소속 M4A3E2 < 출처 : (cc) tanks-encyclopedia.com >

    직전 팔레즈 전투에서 독일군 주력이 궤멸되자 크리스마스쯤이면 전쟁이 끝날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전쟁을 관리하는 당국 입장에서 이때부터 무기의 생산을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이유로 M4A3E2 생산이 조기 종료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12월에 예상치 못한 벌지 전투에서 곤혹을 치른 이후 후기형 M4의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났고 이런저런 이유로 배치에 소극적이던 M26의 투입도 이루어졌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변형 및 파생형

    M4A3(75)W : 75mm M3 주포 장착. 화재 대비 탄약고 조정. 2,420대 생산.
     
    M4A3(75)W HVSS : M4A3(75)W에 HVSS 현가장치 장착. 651대 생산.
     
    M4A3(105) : M4A3에 105mm 곡사포 장착. 500대.

    M4A3(105) < 출처 : Public Domain >
    M4A3(105) < 출처 : Public Domain >

    M4A3(105) HVSS : M4A3(105)에 HVSS 현가장치를 장착. 2,539대 생산.
     
    M4A3E2 : M4A3 기반 방어력 향상. 254대.

    M4A3E2 < 출처 : Public Domain >
    M4A3E2 < 출처 : Public Domain >

    M4A3E6 : 제2차 대전 후 76mm M1 주포로 환장한 개조형
     
    M4A3E8 : M4A3(75)W에 M1 주포 탑재, HVSS 현가장치 장착 개량형. 2,617대 생산.

    M4A3E8 < 출처 : Public Domain >
    M4A3E8 < 출처 : Public Domain >


    제원

    - 생산업체: Fisher Tank Arsenal
    - 도입 연도: 1944년
    - 중량: 38.1톤
    - 전장: 6.3m
    - 전폭: 2.9m
    - 전고: 2.9m
    - 장갑: 12.7~177.8mm
    - 무장: 75mm M3포×1 외 (100여대는 76mm M1포 탑재)
    12.7mm M2기관총×1
    7.62mm M1919A4 기관총×1
    - 엔진: 포드 GAAA V8 가솔린엔진. 450마력(336kW)
    - 추력 대비 중량: 11.8마력/톤 외
    - 서스펜션: VVSS
    - 항속 거리: 161km
    - 최고 속도: 35km/h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M4A3E2 전차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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