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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1950년 11월 1일, 한반도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 MiG-15는 소련을 덩치만 큰 후진국으로 깔보던 미국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때까지 미국이 한국전쟁에 투입한 모든 전투기들을 압도하는 성능이어서 허겁지겁 F-86의 등판을 앞당겨야 했다. 이러한 MiG-15의 실전 데뷔는 1957년에 있었던 스푸트니크 쇼크와 더불어 소련의 과학 기술 수준을 다시 보게 만든 커다란 사건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이처럼 놀라운 전과를 거두었지만 정작 소련 입장에서는 MiG-15가 완성작이 아니었다. 제2차 대전 후 곧바로 제트전투기 시대가 도래하자 미국에 뒤지지 않으려고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배치부터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소련은 어느 정도 성능이 갖춰졌으면 일단 전력화부터 하고 그때까지 해결하지 못했거나 운용 중 드러난 문제점들은 추후 개량하는 방식으로 무기를 개발했다.

이는 무기의 안정성이나 신뢰성보다 배치가 시급했던 독소전쟁 당시부터 사용된 임시변통적인 방법이었으나 전후 곧바로 냉전이 격화되자 계속 같은 방식을 고수했다. 인류 최초의 우주인인 유리 가가린이 훈련 중 사망한 사고에서 보듯이 MiG-15는 고고도에서 고속 비행을 하면 스핀에 빠져 추락하는 것처럼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다. 그래서 배치와 동시에 곧바로 개량이 이루어졌다.

MiG-17은 그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MiG-15의 개량형이다. 엄밀히 말해 MiG-15가 개발에 착수했을 때 구현하고자 했던 최종 목표였다고 할 수 있다. MiG-15는 초음속으로 비행할 수는 없었으나 마하 0.92 이상이면 안정성이 급격하게 무너져 자동으로 에어브레이크가 작동하도록 제작되었다. 제트기의 장점이 프로펠러기로는 불가능한 빠른 속도임에도 정작 어느 정도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없도록 제한받았다는 점은 커다란 문제였다.

1949년 미그설계국은 후기형인 MiG-15bis가 양산에 들어감과 동시에 이를 기반으로 개량형 제작에 착수했다. 물론 성능 향상도 꾀했지만 보다 중점을 둔 부분은 안정성,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고속 비행에 적합하도록 동체 길이와 주익의 후퇴 각도가 일부 변경되었다. 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쉽게 구별이 쉽지 않을 만큼 MiG-15와 외형적으로 크게 차이가 없다.

불과 1년 만인 1950년 1월 14일 프로토타입인 I-330이 초도 비행에 성공했을 만큼 개발 속도가 대단히 빨랐다. 그렇다고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3월 17일 시험 비행 중 수평미익이 파손되어 실험기가 추락하고 시험 조종사가 순직한 사고처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1951년 8월부터 양산이 시작되었다. 최초에는 MiG-15bis45로 명명할 예정이었으나 별개의 MiG-17로 제식 명칭이 부여되었다.

이때는 한국전쟁에 MiG-15의 참전이 이루어진 후였지만 시간 상으로 실전에서 터득한 전과가 MiG-17 개발에 반영되기는 어려웠고 오히려 MiG-15 공급을 위해 양산이 지체되기도 했다. 때문에 1952년부터 본격 배치가 시작되었는데 전투기 역사로 보자면 상당히 애매한 시점이었다. 당시는 미국도 마찬가지였지만 소련도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2세대 전투기 시대를 앞두고 있단 시점이었기 때문이었다.

MiG-17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근본적으로 MiG-15의 개량형이다. 이후 베트남전쟁에서 F-4 팬텀 같은 당대 최신 전투기와 맞서 훌륭한 전과를 올리기도 했으나 이는 미군의 잘못된 교전 수칙 때문이었지 MiG-17의 성능이 뛰어나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 1세대 전투기로써는 훌륭했지만 탄생 직후가 제2세대 전투기들이 등장을 앞두던 때여서 주력기로 활약하기에 아쉬움이 많았던 전투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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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MiG-17의 주익은 내측이 45도, 외측이 43도로 젖혀져 MiG-15의 35도 보다 날렵하고 수직미익과 수평미익의 후퇴각도 좀 더 커졌다. 동체의 길이도 10퍼센트 정도 늘어났으나 전반적으로 외형이 비슷해서 가까이 함께 있지 않으면 두 기종을 쉽게 구분하기 힘들다. 가장 확실한 차이는 날개 위를 흐르는 공기가 옆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익 상단에 설치된 실속막이 판(Wing Fence)이 3장이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기체 설계 구조 덕분에 MiG-15와 동일한 엔진을 사용해도 MiG-17은 최대 속도가 시속 50km 정도 더 빠르고 저고도에서의 날렵한 기동성을 발휘한다. 초음속 비행은 불가능하지만 마하 1에 근접한 최대 속도를 내도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 MiG-17F 이후의 모델은 소련 항공기 최초로 애프터버너가 장착된 VK-1F 엔진 덕분에 가속력과 상승력은 향상되었지만 이를 사용하면 작전 반경이 줄었다.

폭탄과 로켓탄을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된 기체도 있으나 무장은 MiG-15와 같다. MiG-17의 기본 임무가 신속히 고고도로 치고 올라가 폭격기를 요격하는 것이어서 덩치에 비해 강력한 화력을 자랑한다. MiG-17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4세대 이전 소련제 전투기들은 지상의 관제에 따라 전투를 벌인다. 때문에 항전 장비가 빈약한 편인데 대신 그만큼 기체의 크기가 작아 근접전을 펼칠 때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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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MiG-17은 10,649기가 제작되어 40여 개국에서 사용되었다. MiG-15, MiG-21보다는 적지만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MiG-19에 비해서는 상당히 많은 수준이다. 소련에서는 1951년부터 1958년까지 7,999기가 제작되었고 폴란드에서 Lim-6이라는 이름으로 845기가, 중국에서 J-5라는 이름으로 1,805기가 면허 생산되었다. 현재 대부분 퇴역했으나 북한에서 100여 기의 F-5(J-5 수출명)를 여전히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련 국경 인근에서 벌어진 서방 정찰기 요격 사건 등을 제외한 의미 있는 최초의 실전은 1958년 9월 22일, 대만 해협에서 벌어진 공중전이었다. 중국이 금문도 일대의 제공권을 장악하려고 MiG-15, MiG-17을 출격시키자 대만이 F-84, F-86으로 대응하면서 교전이 벌어졌다. 이때 대만이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을 최초로 실전에 사용해서 중국군의 4기의 MiG-15, MiG-17을 격추시키면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때문에 미군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을 때 북베트남군의 MiG-17을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공대공미사일 사용을 금지한 어이없는 교전 수칙 등도 문제였지만 미군기들은 MiG-17과의 근접 선회전에서 상당히 곤욕을 치렀다. 이때의 전훈은 이후 F-15, F-16의 탄생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 외 중동전쟁, 나이지리아 내전, 스리랑카 내전 등에서도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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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I-330 : 프로토타입

MiG-17 : VK-1 엔진 장착

MiG-17A : 내구성이 향상된 VK-1A 엔진 장착
 
MiG-17AS : 무유도로켓 운용 가능
 
MiG-17P : 전천후비행이 가능한 이즈므루트(Izumrud) 레이더 장착
 
MiG-17F : 애프터버너 기능이 있는 VK-1F 엔진 장착

MiG-17PF : 이즈므루트 레이더 장착 MiG-17F

MiG-17PM/PFU : K-5 공대공미사일 운용 가능
 
MiG-17R : 정찰기
 
MiG-17SN : 측면 인테이크 장착 실험기
 
Lim-6 : 폴란드 면허생산형

J-5 : 중국 면허생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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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모델 : MiG-17F
- 형식 : 단발 터보제트 전투기
- 전폭 : 11.264m
- 전장 : 9.628m
- 전고 : 3.8m
- 주익 면적 : 22.6㎡
- 최대 이륙 중량 : 6,069kg
- 엔진 : 클리모프 VK-1F 터보제트(6,000파운드) × 1
- 최고 속도 : 1,145km/h
- 실용 상승 한도 : 16,600m
- 최대 항속 거리 : 2,020km
- 무장 : 23mm NR-23 기관포 × 2
37mm N-37 기관포 × 1
2개 하드포인트에 각 250kg 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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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