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트라이던트 II D5
미국을 지키는 바다 속의 핵 삼지창
  • 양욱
  • 입력 : 2019.12.17 08:19
    트라이던트 II D5는 현재 미국이 보유한 유일한 SLBM이다. <출처: US Navy>
    트라이던트 II D5는 현재 미국이 보유한 유일한 SLBM이다. <출처: US Navy>


    개발의 역사

    1960년대초 미국은 소련의 핵전력에 대항하여 5년만에 미니트맨 ICBM을, 4년만에 폴라리스 SLBM을 개발하고 실전배치하면서 제1세대 삼원핵전력을 가까스로 구축했다. 소련에 대한 미사일 갭 위기를 맞아 이렇게 긴급하게 전력을 구성하면서 미국은  자신의 핵 억제 능력을 스스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당시 국방장관인 맥나라마(Robert S. McNamara, 1916~2009)는 새로운 핵전력을 구상할 연구를 지시했다. 임무를 맡은 것은 IDA(Institute for Defense Analyses, 국방연구원)로, 이들은 1966년말부터 차기 핵전력에 관한 극비연구인 "STRAT-X(Strategic Experimental)"를 실시했다. 9개월간 실시된 연구에는 미국 최고의 전략가들에 더하여 보잉(Boeing), 티오콜(Thiokol), TRW, 부즈 앨런 해밀턴(Booz Allen Hamilton) 등 유수의 방산기업들까지 합류하여 미국이 가진 모든 능력을 끌어모았다.

     

    미국의 1세대 삼원 핵전력(Nuclear Triad)는 미뉴트맨 ICBM과 폴라리스 SLBM으로 구성되었다. <출처: US DoD>

    STRAT-X에서는 다양한 무기체계들이 제시되었다. 우선 최소형 ICBM인 미젯맨(MGM-134 Midgetman)에서부터 초대형 ICBM인 M-X 피스키퍼(LGM-118 Peacekeeper)가 구상되었다. 심지어는 ICBM을 공중에서 발사하는 아이디어도 구상되어, 그 결과 미공군은 1974년 10월 미니트맨 ICBM을 C-5 갤럭시 수송기에서 투하하는 실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STRAT-X에 따라 시행된 1974년의 미니트맨 공중발사 시험장면 <출처: US DoD>
    STRAT-X에 따라 시행된 1974년의 미니트맨 공중발사 시험장면 <출처: US DoD>

    한편 해군의 영역에서는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SLBM이 요구되었다. 미 해군은 이미 폴라리스의 후계 SLBM으로 포세이돈을 개발하면서 MIRV 다탄두에 비교적 향상된 정밀성을 추구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거리는 4,600km 정도로 제한되었고, 탄두의 정확성은 목표에 직격할만큼은 되지 못했다. 그리하여 STRAT-X에서는 미해군이 통제하는 안전한 해역에서 적의 ICBM 기지를 직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1971년부터 ULMS (Undersea Long-Range Missile System, 수중 장거리미사일체계) 개발사업이 시작되었다.

    1972년 ULMS '트라이던트' 잠수함을 소개한 개념도 <출처: US Navy>
    1972년 ULMS '트라이던트' 잠수함을 소개한 개념도 <출처: US Navy>

    ULMS는 기본적으로는 포세이돈 SLBM을 기본으로 사거리를 증가시키고 정밀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성능개량이 단번에 이뤄질 수는 없었다. 미 해군이 통제하는 수역에서 소련 내륙으로 공격하려면 6,000해리를 타격해야만 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당시의 포세이돈급의 크기보다 길어져야 했다. 그러나 당시 전략원잠의 발사관들은 크기가 폴라리스/포세이돈에 맞춰져 있어, ULMS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길이가 증가한 발사관을 갖춘 신형 잠수함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ULMS는 2단계로 나뉘어 진행되어 우선 트라이던트 C4 SLBM이 개발되고 실전배치 되었다.

     폴라리스의 후속기종인 포세이돈 C3(좌)는 사거리는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나 포세이돈의 후속인 트라이던트 C4(우)는 전작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출처: US Navy>

    ULMS 2단계 사업의 다양한 대안들. 결국 D5 개량안이 선택되어 트라이던트 II의 개발이 진행되었다. <출처: US Navy>
    ULMS 2단계 사업의 다양한 대안들. 결국 D5 개량안이 선택되어 트라이던트 II의 개발이 진행되었다. <출처: US Navy>

    C4가 개발되는 사이 ULMS의 제2단계 사업을 놓고 다양한 의견들이 난무했다. C4에 정밀도만 높이자는 최소개량안도 있었고, C4에 1단추진체만을 교체하여 길이를 늘린 C4 연장형(Long C4)도 제안되었다. 재진입체부터 추진체까지 전면개량한 D5의 개량안도 있었고, 추진체를 2단으로 줄이는 대신 탑재탄두의 중량을 늘리는 D6 개량안(CDD6)도 있었다. 이런 다양한 안 가운데 해군은 트라이던트 II D5의 전면개량안을 선택했다. 한편 차세대 전략원잠이 오하이오(SSBN-726 USS Ohio)급은 1976년부터 건조가 시작되어 1981년에서야 실전배치되었다. 그러나 초도함부터 8번함까지는 기존의 포세이돈 SLBM 크기의 발사관으로 제작되어 트라이던트 C4가 탑재되었다. 그러나 1982년  드디어 확장된 미사일 발사관이 탑재될 9번함 테네시(SSBN-734 USS Tennessee)의 건조가 승인되면서, 트라이던트 II의 개발은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트라이던트 II D5는 트라이던트 C4에 비하여 사거리와 정확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출처: US Navy>
    트라이던트 II D5는 트라이던트 C4에 비하여 사거리와 정확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출처: US Navy>

    다소 지체되었던 트라이던트 II의 개발은 레이건 행정부의 핵전력 현대화 정책과 맞물리며 1983년 10월 체계개발계약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트라이던트 II는 M-X 피스키퍼와 마찬가지로 소련 최대의 ICBM인 SS-18 사탄(Satan)에 대항하는 장거리 대형 탄도탄으로 개발되었으며, 대량보복에 중점을 둔 기존의 SLBM 운용사상과는 달리 정밀한 타격에 중점을 두었다. 이미 해군은 IAP (Improved Accuracy Program, 정밀도 향상사업)를 통하여 탄도탄 유도장치의 개량에서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으며, 또한 M-X에서 활용된 기술적 성과를 활용하여 빠른 시일 내에 D5의 개발에 성공했다.

    트라이던트 II D5는 1990년 전략원잠 테네시에서 최초로 실전 배치되었다. <출처: US Navy>
    트라이던트 II D5는 1990년 전략원잠 테네시에서 최초로 실전 배치되었다. <출처: US Navy>

    트라이던트 II의 시험발사는 1987년 1월부터 1989년 1월까지 모두 19차례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실시되었으며, 19회 가운데 16회가 모두 성공적인 발사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D5의 운용이 가능한 첫 잠수함인 테네시함이 1988년 12월 취역함에 따라 이듬해 3월 21일 D5의 발사실험이 있었다. 그러나 최초의 잠수함 발사는 4초만에 실패로 끝냈는데, 사출후에 노즐에 물이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점화됨에 따라 상승각도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추락한 것이었다. 이후 설계수정으로 배수문제를 해결한 D5는 1990년 2월 최종 운용적합성 판정시험발사에서 성공하고 1990년 3월부터 초도작전능력(IOC)이 인증되면서 실전배치를 시작했다.


    특징

    트라이던트 II D5는 3단 추진의 고체연료 관성항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이다. D5의 최대 사정거리는 무려 4,000해리, 즉 7,360km에 이른다. 탑재중량을 줄일 경우에는 최대 12,000km 이상을 비행할 수도 있다. D5는 무게를 줄인 대신 탑재중량을 늘렸다. 무게를 줄이기 위하여 D5는 제1·2단 추진체의 피복재질로 케블라/에폭시 대신에 그라파이트/에폭시를 사용했다. 신소재 채용으로 중량이 감소함에 따라 사거리도 증가하고 정전기 퍼텐셜(electrostatic potential) 문제도 없어졌다.

    트라이던트 II D5 탄도탄의 구성 <출처: Lockheed Martin>
    트라이던트 II D5 탄도탄의 구성 <출처: Lockheed Martin>

    1단 추진체는 티오콜과 허큘리스에서 제작을 맡았으며, 추진력을 높이기 위하여 고체연료를 바꿨다. 트라이던트 C4에서는 "XLDB-70"이라는 더블베이스 고체연료가 채용되었다. 그러나 D5에서는 "NEPE-75"라는 고체연료를 채용하고 있다. 신형 고체연료는 고체연료 바인더로 PEG(polyethylene glycol, 폴리에틸렌글리콜)을 사용함으로써 바인더의 사용량을 줄이고 추진제 비율을 75%까지 높일 수 있어 출력이 더욱 향상되었다.

    W88 핵탄두를 탑재하는 Mk 5 재진입체 <출처: Public Domain>
    W88 핵탄두를 탑재하는 Mk 5 재진입체 <출처: Public Domain>

    트라이던트 II D5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정밀한 타격능력에 있다. D5는 Mk 6 유도장치를 채용하고 있는데, 이는 C4에서 사용하던 Mk 5 천체관성항법장치를 개량한 것이었다. Mk 6는 가장 정밀한 가속도계(accelerometer)인 PIGA(Pendulous Integrating Gyroscopic Accelerometer, 진자형 자이로 가속계)를 채용했는데, 이는 가장 뛰어난 정밀성을 자랑하는 M-X 피스키퍼에서도 사용된 센서였다. M-X는 모두 16개의 PIGA를 채용했지만, M-X에 비해 작은 크기인 D5는 PIGA 10개를 채용했다. 또한 천체관측센서(stellar sensor)로 비디콘(vidicon)을 대신하여 CCD 소자를 채용하여 더욱 정밀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커다란 발전은 유도장치에 컴퓨터가 내장되면서 디지털 아키텍쳐를 사용하게 된 것이었다. 이에 따라 D5의 CEP(원형공산오차)는 최소 100m까지 향상되었다.

    현재 전력화되고 있는 Mk 4A RV. W76-1 핵탄두가 탑재되고 있다. <출처: Sandia National Laboratories>
    현재 전력화되고 있는 Mk 4A RV. W76-1 핵탄두가 탑재되고 있다. <출처: Sandia National Laboratories>

    탄두로는 두가지가 사용되는데, W88 열핵탄두(파괴력 455kt)를 내장한 Mk 5 RV(reentry vehicle, 재진입체)를 8개까지 탑재하거나, W76 열핵탄두(파괴력 100kt)를 내장한 Mk 4 RV를 14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이 중에 Mk 4 RV는 현재 퇴역 중으로 성능이 향상된 Mk 4A RV로 교체되고 있다. Mk 4A RV는 파괴력 90kt의 W76 Mod 1 열핵탄두를 탑재하는데, 5-7kt으로 매우 제한된 파괴력을 가진 W76 Mod 2 탄두는 탑재가 계획되고 있다.


    운용 현황

    미 해군은 트라이던트 II D5에 UGM-133A라는 제식명칭을 부여했다. 미 해군은 1990년 3월부터 D5의 초도작전능력 도달을 선언하고 실전배치를 시작했다. 최초로 D5를 탑재한 것은 초도시험평가를 실시한 오하이오급 9번함 테네시였다. 이후 오하이오급 최종함인 루이지애나(SSBN-743 USS Louisiana)까지 10척이 D5를 탑재함으로써 1990년대말까지 D5를 운용하는 전략원잠은 10척이었다. 오하이오급은 모두 24개의 발사관을 보유하여, 오하이오급 한 척이면 455kt의 W88탄두를 192개나 쏟아부을 수 있다.

    오하이오 급은 모두 24발의 UGM-133A 트라이던트 II D5 미사일을 운용한다. <출처: US Navy>
    오하이오 급은 모두 24발의 UGM-133A 트라이던트 II D5 미사일을 운용한다. <출처: US Navy>

    애초에 미 해군은 1~8번함도 오버홀 시기와 맞춰 발사관을 개조하여 D5 미사일을 운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1993년 START II(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제2차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MIRV를 제한하기로 결정하자, 미 해군은 오하이오급 1~4번함을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는 순항미사일 잠수함(SSGN)으로 개조하기로 했다. START II는 2002년 폐기되었으나, 이미 개수가 결정된 4척의 SSGN을 제외한 나머지 5~8번함은 2002년부터 2008년까지 D5 운용을 위하여 개조되었다. 이에 따라 D5 운용함은 모두 14척이 되었다.

    영국 해군의 뱅가드급은 트라이던트 II D5를 16발 수납할 수 있다. <출처: Royal Navy>
    영국 해군의 뱅가드급은 트라이던트 II D5를 16발 수납할 수 있다. <출처: Royal Navy>

    미국 이외에 영국도 트라이던트 II D5를 도입했다. 영국은 1963년 폴라리스 A3T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하는 조약을 체결하고 레졸루션급 전략원잠을 건조하여 운용해왔다. 한편 1970년대말에 이르자 대처 정부는 노후한 폴라리스를 대체하기 위하여 트라이던트 C4를 도입하고자 미국의 카터 행정부와 협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1980년 당선된 레이건은 대처에게 트라이던트 II D5를 개발하고 있으며 1989년부터 실전배치할 것이라고 알려주자, 영국은 D5의 도입으로 방향을 바꾸었으며 1982년 영국은 미국 정부와 D5 구매협약을 체결했다.

    뱅가드급의 후계함으로 건조될 드레드노트급의 예상도 <출처: UK MoD>
    뱅가드급의 후계함으로 건조될 드레드노트급의 예상도 <출처: UK MoD>

    영국은 1986년부터 새로운 트라이던트 II D5의 운용함으로 뱅가드(Vanguard)급 전략원잠을 건조하기 시작하여 1993년부터 1999년까지 모두 4척을 취역시켰다. 뱅가드급은 모두 16발의 D5를 탑재할 수 있다. 뱅가드급이 25년의 운용연한이 다달아감에 따라 영국은 드레드노트(Dreadnought)급 전략원잠을 건조하기로 결정하고 2028년부터 취역시킬 예정이다.

    뱅가드급의 후계함으로 건조될 드레드노트급의 예상도 <출처: UK MoD>

    한편 D5 미사일은 이미 2002년에 2040년까지 운용될 것이 결정되었으며, 이에 따라 D5 수명연장사업(Life Extension Program)이 현재 실시 중이다. 2007년 록히드마틴이 수명연장사업을 수주하면서 D5LE의 개발이 시작되었으며, 2012년 2월 테네시함(SSBN-734 USS Tennessee)에서 D5LE의 첫 잠수함 시험발사가 실시되었다.


    파생형

    D5LE : 트라이던트 II D5의 수명연장(Life Extension)형. 신형 RV인 Mk 4A가 채용되었으며, 유도장치도 개량되어 Mk 6 Mod 1이 장착된다. 2012년에 초도시험발사가 있었으며, 미 해군은 2040년까지 D5LE를 운용할 예정이다. 미사일 1발의 개조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7천만 불이라고 한다.

    2019년 9월 시험평가를 위해 발사된 트라이던트 II D5 미사일 <출처: US Navy>
    2019년 9월 시험평가를 위해 발사된 트라이던트 II D5 미사일 <출처: US Navy>

    CTM(Conventional Trident Modification, 트라이던트 재래식 개량형) : 핵탄두 대신 고폭탄 등 재래식 탄두를 장착하는 트라이던트 II D5의 파생형으로 '택티컬 트라이던트(Tactical Trident)'로도 불린다. 미 전략사령부의 PGS(Prompt Global Strike) 사업에 따라 전세계 어느 곳이라도 즉각 타격이 가능한 재래식 무기로서 구상되었으나, 미 의회의 승인을 얻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CTM은 이후 SLGSM(잠수함 발사 타격미사일)로 개념이 발전해나갔다. <출처: US Navy>
    CTM은 이후 SLGSM(잠수함 발사 타격미사일)로 개념이 발전해나갔다. <출처: US Navy>


    제원

    전장: 13.58 m
    직경: 2.11 m
    추진방식: 고체연료 3단 추진
    전체중량: 59,078 kg
    탑재중량: 1,690 kg
    탑재탄두: Mk 5 MIRV + W88 열핵탄두(455kt) 8발
    최대사거리: 11,100 km
    정점고도: 1,000 km
    유도방식: 천체관성유도
    CEP: 90 m
    발사플랫폼: 오하이오급 전략원잠(SSBN)


    저자 소개

    양욱 | Defense Analyst

    트라이던트 II D5

    본 연재인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 교관을 역임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기업을 경영했었다.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WMD 대응센터장으로 국방전략과 정책을 분석하는 한편,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과 신안산대 경호경찰행정학과의 겸임교수로 군사전략과 대테러실무를 가르치고 있다. 또한 각군의 정책자문위원과 정부의 평가위원으로 국방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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