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중국·러시아 역공 계속되는데… 비판 한마디 안하는 정부
[침범당한 독도 영공]
靑, 러시아 무관의 말 인용해 "러, 깊은 유감 표명" 브리핑

입력 : 2019.07.25 01:45

지난 23일 러시아·중국 군용기의 독도 도발을 놓고 청와대와 국방부는 24일 러·중에 대한 엄중한 항의와 비판은 하지 않고 사태를 축소 해석하려는 태도로 일관했다. 특히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의도적인 침범이 아니었다"는 주한 러시아 무관의 말만 성급하게 전했다가 러 국방부가 영공 침범을 부인하며 오히려 우리를 비난하는 공식 입장을 밝히자 "무관의 발언을 러시아 공식 입장으로 봤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러시아의 영공 침범과 일본의 독도 주장과 관련해 국방부 장관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날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발표한 입장문에는 "일(日) 측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대일(對日) 경고만 있었다. 정작 러시아와 중국의 우리 영공 및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어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러시아 영공 침범에 대한 러시아와 우리 정부 반응 정리 표
/사진=연합뉴스

윤 수석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러시아 차석 무관(대령)이 23일 이번 한국 영공 침범 사태와 관련해 우리 국방부 정책기획관을 만나 '깊은 유감'을 표했다"며 "'기기 오작동'을 언급하며 의도적인 침범은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러시아 국방부가 "임무 수행 과정에서 양국(중·러) 공군기들은 관련 국제법 규정들을 철저히 준수했다"며 "객관적 (비행)통제 자료에 따르면 외국 영공 침범은 허용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것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또 러시아 타스 통신도 "러시아 공중우주군 장거리 항공대 사령관 세르게이 코빌라슈 중장이 러 군용기에 경고사격을 한 한국 공군 조종사들의 행동을 '공중 난동'이라고까지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도 러시아가 '기기 오작동'이라고 했으니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축소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뒤집혔다. 러시아 국방부가 "러 군용기는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 조종사들이 러 군용기의 비행 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비(非)전문적인 비행을 했다"는 공식 전문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러시아는 우리 공군의 유사한 행위(경고사격 등)가 반복되면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4시 15분쯤 이를 반박하는 입장문을 문자로 기자들에게 보냈다. '우리 국방부는 어제 러시아가 무관을 통해 우리 측이 갖고 있는 자료를 공식 요청했기 때문에 실무협의를 통해 관련 사실을 확인시킬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우리 영공을 침범하고도 되레 우리를 비난한 러시아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하거나 경고하는 대신 실무협의 방침만 밝힌 것이다. 앞서 발표된 대일(對日) 입장문과는 큰 차이가 났다. 군의 한 소식통은 "러시아의 안하무인식 태도에 국방부가 저자세로 일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날 오후 윤도한 수석의 2차 브리핑도 논란을 일으켰다. 윤 수석은 '23일 러시아 국방부 입장에도 불구하고 왜 주한 러시아 무관의 발언을 공식 브리핑했느냐'는 질문에 "무관 언급이 러 공식 입장이고 러 국방부 언론 보도문은 공식 입장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일개 무관의 말이 국방부 입장보다 공식적이라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중국 군용기의 KADIZ(한국방공식별구역) 침범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중·러에 대한 정부의 이 같은 저자세에 대해 군 안팎에선 "중·러의 영공 침범 행위가 되풀이될 경우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지 걱정스럽다"는 얘기가 나왔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며 "우리는 기기 오작동일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주장과 달리 러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지난 23일 독도 영공 12해리(약 22㎞)로부터 약 10㎞ 가까이 들어와 12.9㎞ 상공까지 접근한 게 명백하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는 각종 데이터들도 경고사격을 한 KF-16의 디지털비디오레코더, 건 카메라(Gun Camera) 등에 기록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러시아 무관의 말만 듣고 '기기 오작동'이 원인이었던 것처럼 상황을 오도했다는 얘기다. 민주당 소속인 안규백 국방위원장도 이날 오전 "중국과 러시아가 최초로 울릉도 북동쪽에서 합류해서 KADIZ를 침범했기 때문에 상당히 계획되고 의도된 행동"이라며 "실수가 아니다"라고 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