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군 당국은 미국이 조만간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요청할 것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정부에서는 미국의 파병 요청이 오는 16일 방한하는 미 국무부의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 경제 보복 사태 중재를 부탁하기 위해 방미 중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에게 이미 전달됐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미국 요청을 수용해 파병할 경우 현재 아덴만에서 해적 퇴치 및 선박 호송 작전을 펴고 있는 청해부대 파견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청해부대는 4500t급 한국형 구축함(KD-2급) 한 척과 승조원, 특수전 전단(UDT/SEAL) 요원, 항공요원 등 3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군 소식통은 "아덴만이 호르무즈해협에서 가깝기 때문에 이동하는 데에도 시간이 짧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청해부대는 대조영함이 지난 3월 말 29진으로 출항해 현지에서 작전 중이다. 해군은 현실적으로 청해부대 외에 다른 함정을 파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장기간 먼바다에서 작전해야 하기 때문에 4000t급 이상의 큰 함정이어야 하는데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해군의 4000t급 이상 전투함정은 한국형 구축함(KD-2급) 6척,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3척 등 총 9척이다.

이지스함은 북 미사일 발사 탐지 임무 등 때문에 한반도를 떠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KD-2급 한국형 구축함은 교대로 한 척씩 청해부대에 파병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3척이 매달려 있는 상황이다. 파병돼 있는 한 척이 한국에 도착하기 전 교대할 배가 현지로 출발해야 하고, 파병 임무를 마치고 복귀한 배는 장기간 정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군 소식통은 "지난 10년간 청해부대 파병 때문에 3척의 한국형 구축함으로 대북 경계작전 등을 펴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