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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의원 출신 광복회장, 향군과 연일 충돌
향군 "김원봉 서훈 추진·백선엽 비판한 광복회장 사퇴" 규탄 집회
독립운동단체 30여명 "백선엽이 성인이면 김원봉은 더 성인" 맞불

20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 '김원봉 서훈하면 호국영령 통곡한다' 등 플래카드가 걸린 인도에 보수 성향 보훈 단체 재향군인회(향군) 회원 18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김원웅 광복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통합민주당 출신인 김 회장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백선엽 장군 예방을 비판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회장이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김원봉에 대한 서훈을 추진한다는 이유도 포함됐다.

그 바로 앞에서 여권 성향의 함세웅 신부가 회장으로 있는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회원 30여명이 모여 성명서를 읽기 시작했다. "백선엽은 친일 전범(戰犯)"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서울의소리' 등 다른 진보 단체가 가세했다. '백선엽이 영웅이면 김원봉은 성인이다' 등의 글이 적힌 플래카드도 등장했다. 결국 양쪽은 고성(高聲)과 욕설을 주고받았다. "저 왜놈 씨종자 XX들" "매국노" "6·25 전범" 같은 원색적 비난이 양쪽에서 터져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로 촉발된 역사 논쟁이 민간 보훈 단체까지 확산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1시간 30분간 이어졌다. 다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김원봉 서훈'과 '백선엽 장군 친일' 논란을 둘러싸고 독립·보훈단체 간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김원봉 서훈'과 '백선엽 장군 친일' 논란을 둘러싸고 독립·보훈단체 간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재향군인회와 참전단체 회원들(위 사진)은 20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김원웅 신임 광복회장에 대한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김 회장이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일제 간도특설대 복무 경력 등을 거론하며 비판하는 성명을 낸 데 대한 반발이다. 같은 시각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아래 사진) 회원들은 향군집회장 뒤에서 '맞불집회'를 펼쳤다. /이덕훈 기자·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사태는 문 대통령 현충일 추념사에 격분한 향군이 집회 신고를 먼저 냈고, 이 소식을 접한 항단연은 '성명서 낭독' 형식을 빌려 이 자리에 맞불을 놓으면서 촉발됐다. 경찰은 같은 장소에 동시에 집회 신고를 받아주지 않는다. 항단연 측은 다음 달 3일 재향군인회관 앞에 200여명이 모여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앞서 향군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긴급 안보간담회'를 열고 "국론을 하나로 결집해 국가 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할 시기에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고 국군의 뿌리를 흔드는 등 국론 분열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며 "아무리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하더라도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한 인물(김원봉)은 대한민국 국가유공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향군은 최근 김원웅 광복회장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백선엽 예비역 대장 예방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서도 "창군(創軍) 원로를 부정하는 것은 국군 창설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김 회장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군 원로들과 향군 회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대한민국수호 예비역장성단(대수장)도 이날 오후 서울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6·25전쟁 69주년 자유대한민국 수호 국민대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에는 '공산주의자 김원봉을 칭송하는 것은 옳지 않다' '9·19 남북 군사합의를 폐기하고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추진을 중단하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날 행사에는 이상훈·김태영 전 국방장관 등 예비역장성단 공동대표와 고문 등을 포함해 1000여명이 참석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사회 갈등을 봉합해야 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현충일에 맞지 않는 추념사를 한 것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라며 "지나간 과거를 가지고 갈등을 일으켜 국가 에너지를 낭비, 소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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