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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탄두 탑재 가능한 해상 순항미사일, 한반도 전술핵 대안 추진"
국방부 핵문제 담당 부차관보 "북핵 억지 수단으로 논의 중"
순항미사일 사거리 2500㎞, 동해서 北·中 모두 타격 가능

미 국방부 고위 관리가 북핵 대응을 위해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해상 순항미사일 투입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의 대안으로 '강하게 추진하고(pressing hard)' 있다고 밝혔다.

피터 판타 미 국방부 핵문제 담당 부차관보는 23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북핵에 대응한 미국의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배치 가능성'을 묻자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전술핵무기는 갖고 있지 않다"며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해상 순항미사일을 북핵에 대한 역내 억지 수단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전술핵무기는 1991년 한반도에서 전면 철수했고, 유럽과 미국 본토에만 일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타 부차관보는 또 "해상 순항미사일은 전술핵무기가 아니지만,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고 다른 전장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역내에 확장 억지력을 제공할 수 있고 해안으로 (미사일이) 들어 왔는지를 적이 포착하기 어렵다.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판타 부차관보의 발언이 순항미사일을 한반도 인근에 상시 배치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유사시에 투입하겠다는 의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는 한국과 일본 등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해선 "오직 미국의 핵 억제력 확장만이 효과적인 대안"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 등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줘 연쇄적인 핵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 해상 순항미사일 사정권에 드는 주요 도시 그래픽

전문가들은 판타 부차관보의 언급이 핵탄두를 장착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한반도 인근의 미군 이지스함이나 핵추진 잠수함에 배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이라크전 등 주요 분쟁 지역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빠짐없이 사용돼온 대표적인 정밀 타격 무기다. 1600~2500㎞ 떨어진 목표물을 3m 이내의 정확도로 타격할 수 있다. 과거 미군의 토마호크 미사일은 450㎏짜리 재래식 탄두나 200킬로톤(1킬로톤은 TNT 폭약 1000t의 위력)급 핵탄두(W80)를 장착한 두 가지 형태가 있었다. 하지만 냉전 종식 이후 핵탄두는 배제하고 재래식 탄두미사일만 운용되고 있다. 토마호크는 미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과 순항미사일 핵잠수함(SSGN), 공격용 핵잠수함(SSN) 등에 탑재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핵탄두 순항미사일 배치 검토 발언이 지난해 2월 트럼프 정부의 첫 '핵 태세 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NPR)'를 반영한 조치로 보고 있다. NPR은 폭발 위력을 약화시킨 저위력(저강도) 핵무기의 도입과 핵탄두 순항미사일의 재도입 계획 등을 밝혔다. 미국은 특히 NPR에서 5~7킬로톤의 폭발력을 가진 W76-2 핵탄두를 생산한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이는 곧 북한에 대한 메시지로 해석됐다. 5~7킬로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3분의 1 수준의 위력이다. 미국은 W76-2 핵탄두 개발을 이미 마친 상태다.

미국이 핵탄두 토마호크 미사일을 다시 배치한다면 과거 개발했던 200킬로톤급보다는 신형 저위력 핵탄두를 달 가능성이 높다. 류제승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저위력 핵무기는 너무 위력이 커 현실적으로 쓸 수 없었던 핵무기를 '쓸 수 있는 핵무기'로 바꿔줘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확장 억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LBM은 보통 수백 킬로톤에서 메가톤(TNT 100만t 위력)의 위력을 갖는다. 사거리도 8000~1만여㎞에 달하는 전략무기여서 핵탄두 순항미사일보다 사용이 어렵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이지스함과 핵잠수함에 모두 탑재할 수 있다. 다만 핵탄두 토마호크는 핵잠수함에 탑재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전망이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핵잠수함은 언제 한반도 근해에 와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항상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남한 땅 위에 전술핵무기가 배치돼 있지는 않지만 그것과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유사시 괌기지에서 B61 등 전술핵폭탄을 실은 B-1 폭격기가 출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폭격기가 한반도에 도착하는 데 2시간가량 걸린다. 한반도 인근 해상 또는 수중에 배치된 핵탄두 순항미사일이 더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최대 154발의 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오하이오급 핵잠수함과 버지니아·시울프·로스앤젤레스급 잠수함에 탑재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될 수 있다. 순항미사일은 보통 음속(音速) 이하로 탄도미사일보다 속도가 훨씬 느려 대공포 등으로 격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파악된 북한 방공망 배치 지점을 피해 미사일이 날아가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이번 검토는 북한 비핵화에 실패할 경우를 예상한 핵우산의 성격이 짙다. 우리나라에서 핵무장 또는 전술핵 재배치 요구가 거세질 때에 대비하는 성격도 있다. 일각에선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핵탄두 순항미사일을 실은 핵잠수함이나 이지스함이 동해나 남해에서 작전을 벌이면 베이징 등 중국 내륙 일부도 사정권에 들어간다. 일본은 핵우산을 제공받아 만족하지만, 중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다만 서해는 수심이 얕아 핵잠수함이 작전하기는 어려워 이지스함이 투입될 수도 있다. 판타 부차관보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통합된 공격과 방어 수단을 논의하기 위한 매주 한 차례 회의를 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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