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2차대전 당시 사이판, 이오지마, 오키나와, 노르망디 등에서 실전을 경험한 미국은 상륙작전을 감행할 때 가장 취약한 부분을 깨닫게 되었다. 상륙작전에 앞서 포격을 하여도 견고하게 구축한 방어 진지를 충분하게 제압하기 쉽지 않다. 그 결과 상륙정이 돌격하여 병력을 해변으로 투입할 때 포격에서 살아남은 적군의 반격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특히 상륙 직후 모래밭을 통과할 때는 엄폐물이 없기 때문에 고스란히 적군 앞에 노출된다.

미 해병대는 이처럼 상륙작전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병력 손실을 줄이고자 상륙돌격장갑차(LVT, Landing Vehicle Tracked)를 투입하였다. 상륙정과 달리 상륙돌격장갑차는 모래밭에 도착하여 병력을 투입할 때 어느 정도 버티면서 화력 지원이 가능하다. 그리고 필요할 경우 모래밭을 그대로 통과하여 내륙까지 진출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장갑차이기 때문에 해상에서 속도가 매우 느리다. 또한 탑승하는 병력도 소형상륙정(LCVP, Landing Craft, Vehicle and Personnel)의 절반(18명)에 불과하고 도크형 상륙함(LSD, Landing Ship, Dock)에서만 투입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 해군과 해병대는 대부분의 상륙작전에서 소형상륙정(LCVP)을 광범위하게 사용하였다. 소형상륙정은 다양한 종류의 상륙함에 탑재할 수 있고 신속하게 진수(進水)하여 병력, 차량 및 물자를 수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소형상륙정도 항해 속도가 9 노트 정도에 불과하고 항해 거리도 짧은 편이다. 한편 대형상륙정(LCU, Landing Craft, Utility)은 크기도 넉넉하고 전차, 곡사포와 같은 중장비를 수송할 수 있지만 속도가 11노트에 불과하다는 점은 비슷하였다.

실전에서 상륙정(LCU, LCVP)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물에 뜨는 배(艇)에 속하는 상륙정은 바닥에 선체가 걸리지 않게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병력을 내려놓고 복귀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목표 해안에 암초나 산호초가 많을 경우 신속하게 행동하기 힘들고 기뢰가 설치된 경우에는 아예 상륙작전이 불가능하였다.

1950년대 이후 미사일 유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 해군과 해병대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이전까지의 상륙작전에서 장사정 해안포는 상륙 부대에게 큰 위협을 주었다. 속도가 느린 상륙정은 적군의 사격에 손실이 많았다. 그런데 정확하게 유도되는 미사일까지 등장하면서 상륙 부대의 안전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위협을 피하려면 유도 무기의 사거리 밖에서 상륙작전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에는 해안에서 관측이 가능한 수평선 밖에서 상륙작전을 한다는 초수평선(OTH, Over The Horizon) 개념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위험 지역을 벗어나 상륙함대가 위치할 경우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한다. 상륙함에서 목표 해안까지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속도가 느린 상륙정이 왕복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상륙함에 탑재하는 상륙정의 수량은 한계가 있는데 항해 거리가 늘어나면 작전이 더욱 힘들어진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미 해병대는 1940년대 말부터 헬기를 사용하여 병력을 투입하는 상륙작전을 연구하였다. 미 해병대는 상륙작전에서 소형상륙정(LCVP)을 대신하여 헬기와 상륙돌격장갑차(LVT)를 사용하는 방식을 적극 도입하였다. 그러나 중장비나 물자를 수송하는데 필요한 대형상륙정(LCU)은 당장에 대체하기는 힘들었다.

미 해군은 1970년대 초에 타라와(Tarawa)급 강습상륙함(LHA, Amphibious Assault Ship)을 실전에 배치하기 시작하였다. 타라와급을 개발하는 단계부터 미 해군은 구형 상륙정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신형 상륙정(AALC, Amphibious Assault Landing Craft)을 함께 검토하였다. 초수평선 상륙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빠른 속도이다. 그리고 해안에 도착한 다음 육지에 그대로 상륙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해변이나 얼어있는 바다에서도 상륙작전이 가능하다. 그리고 목표 해안 부근에 있는 암초나 수중 기뢰를 피해서 해안에 접근할 수도 있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려면 종전의 상륙정과 같은 선형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등장한 해답이 바로 공기부양정(Air-Cushion Vehicle)이다.

1950년대 말에 실용화된 호버크라프트(Hovercraft)는 1966년부터 도버(Dover) 해협에서 운항을 시작하였다. 공기부양정은 엔진(engine)의 힘으로 고압 공기를 아래 방향으로 분사하여 선체가 물 위로 약간 뜨도록 하는 특수 선박이다. 물 위에서 약간 떠있는 상태로 항해하기 때문에 저항이 적고 고속 항해가 가능하며 장애물도 뛰어넘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연료 소비가 많고 높은 파도에서는 항해하기 힘든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륙작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가장 적합한 선박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에 미군은 정글 전투에서 호버크라프트를 많이 사용하였다. 늪 지대에서 자유롭게 기동할 수 있는 호버크라프트는 실전에서 매우 유용하다. 기존 상륙정으로는 전 세계 17% 해안에서만 상륙작전이 가능하나 호버크라프트는 80%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이러한 점은 군사작전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 해군은 1970년대 초에 호버크라프트 방식의 고속상륙정(AALC, Amphibious Assault Landing Craft)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Aerojet General(JEFF A), Bell Aerospace Textron(JEFF B)이 신형 상륙정을 제작하였고, 5년 동안 각종 시험을 거쳐 최종적으로 JEFF B가 채택되었다. Bell Aerospace Textron은 이전부터 베트남전에 사용된 SK-5 호버크라프트를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에서 승리하였다. 가스터빈 엔진(gas turbine engine)을 탑재한 JEFF B는 50 노트(93 km/h)라는 놀라운 속도로 항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상륙정이다.

미 해군은 JEFF B를 실전에 적합하게 개량한 LCAC(Landing Craft Air-Cushion)를 개발하였다. LCAC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획기적인 성능으로 주목을 받았다. LCAC의 가장 큰 특징은 공기부양정 특유의 놀라운 기동력이다. 70톤 급 전차를 탑재하고 50 노트로 장애물이나 암초를 건너 뛰어 해안에 상륙할 수 있는 성능은 매우 획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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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선체

일반 선박과 달리 커다란 상자형 선체를 가진 LCAC는 좌우 상부 구조물 중간의 갑판에 각종 화물을 적재한다. 특히 화물 적재 공간은 앞뒤로 트여 있어 어느 방향으로도 진출입이 가능하다. LCAC는 기본적으로 병력이 아닌 물자수송용으로 건조되었으며, 상부 구조물의 대부분은 조종실과 기관실이 차지하고 있다. 고속으로 항해할 때 LCAC 갑판에는 거대한 물보라가 일어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운전병이나 화물 적재 인원은 상부 구조물 내부에 있는 안전 구역에 탑승한다. 선체는 무게를 줄이고자 알루미늄 합금(aluminium alloy)이 사용되었다.

일반적으로 함정을 조종하는 곳을 조타실(wheel house)이라고 한다. LCAC의 경우에는 조타실이 아닌 조종실(cockpit), 항해사가 아닌 조종사(pilot)라고 부른다. LCAC 조종실에는 5명의 승조원이 탑승한다. LCAC는 도크형 상륙함(LSD, LPD), 강습상륙함(LHA, LHD)에 모두 탑재 가능하다. 상륙함의 종류에 따라 탑재 수량에 차이가 있다. (와스프급 3척, 위드비 아일랜드 4척, 하퍼스 페리 2척, 샌안토니오 2척)

기관

좌우에 있는 상부 구조물 내부에 기관실이 있다. 주기관은 TF40B 가스터빈 엔진(각 4,000 마력)으로 좌우 기관실에 각각 2대씩 설치되어 있다. 주기관의 출력으로 스커트(skirt) 내부에 공기를 주입하여 선체를 떠오르게 하고, 한편으로 뒤쪽에 있는 대형 덕티드 프로펠러(ducted propeller)를 구동하여 전진하게 한다. 성능 개량을 거치면서 출력이 19% 증가한 전자제어방식(FADEC, Full Authority Digital Engine Control) ETF40B 가스터빈 엔진(각 4,750 마력)으로 교체되었다. 공기부양정인 LCAC는 대형 프로펠러를 사용하여 항해하며 별도의 추진용 스크루(screw)나 키는 없다.

항해 장비

장거리 항해를 하지 않는 LCAC는 간단한 항해 레이더(radar)를 탑재하고 있다. 그리고 정확한 위치 확인을 위해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항법 장비를 사용한다.

무장

LCAC는 기본 무장이 없으며 필요에 따라 12.7mm 기관총, 40mm 유탄발사기를 설치할 수 있다. 개발 당시에는 GAU-13 30mm 개틀링(Gatling) 기관포 적합성을 평가하였다.

적재 능력

LCAC는 70톤 급 주력전차(MBT)를 탑재하고 50 노트로 항해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LCAC는 적재 갑판에 M1 전차 1대 또는 60~75톤의 물자를 적재할 수 있다. 고속 항해할 때 안전을 위해서 적재한 화물은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상부구조물 내부에는 23명이 탑승하는 선실이 있으며, 대규모 병력은 별도의 탑승 컨테이너(container)가 필요하며 최대 180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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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LCAC는 모두 90척이 건조되어 1984년부터 1997년까지 미 해군에 납품되었다. 2001년에는 성능 개량된 LCAC 1척이 추가 건조되어 납품되었다. 미 해군은 1986년에 전력화한 이후 지금까지 LCAC를 애용하고 있다. 현재 성능 개량이 적용된 LCAC 72척이 현역에서 활동 중이다. 한편 일본 해상자위대는 오오스미급 수송함 탑재용으로 1993년도부터 2000년도 예산으로 모두 6척을 도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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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개량

현재 개발 중인 SSC(Ship-to-Shore Connector)가 실전에 배치될 때까지 현역에 머무르도록 2002년부터 2018년까지 72척에 대하여 수명 연장(SLEP, Service Life Extension Program)을 포함하는 성능 개량을 실시하였다. 성능 개량의 주요 내용은 전자제어방식(FADEC) ETF40B 가스터빈 엔진 탑재, 엔진 출력 19% 증가, 스커트 개량, 내파성 향상, 통신/항법 장비 개량 등이다. 성능 개량된 LCAC는 2020년대 말까지 현역을 지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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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함명 : LCAC
- 함종 : 고속상륙정
- 기준 배수량 : 96톤
- 만재 배수량 : 177톤
- 전장 : 28.0m(스커트 전개), 24.9m(선체)
- 전폭 : 14.7m(스커트 전개), 14.3m(선체)
- 최대 속도 : 40노트(최대 화물 적재)
- 항해 거리 : 200 해리/35노트
- 승조원 : 5명
- 탑승 능력 : 23명, 전차 1대, 화물 60~75톤
- 주기관 : Vericor Power Systems ETF40B 가스터빈 디젤엔진 × 4(19,000 마력), 2축 추진
- 레이더 : Furuno FR-2127 항해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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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