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31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에서 열린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에 합의함에 따라 '조건 충족'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전작권 전환 능력 검증은 검증 전 평가(Pre-IOC)→기본 운용 능력(IOC) 검증→완전 운용 능력(FOC) 검증→완전 임무 수행 능력(FMC) 검증 등 4단계를 거치게 된다. 내년에 1단계인 '검증 전 평가'를 시작해 거의 매년 한 단계씩 밟아 나갈 예정이었다. 문제는 북한과 비핵화 대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대규모 한·미 연합 훈련이 중단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작권 전환 검증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키리졸브/독수리(KR/FE) 연습 같은 규모의 연합 훈련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런 대규모 훈련에서만 전면전(全面戰)시 한국군이 작전통제권을 갖고 전쟁을 주도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이후 전작권 전환이 추진됐을 때 한·미 연합 연습들에서 한국군이 주도하는 훈련을 실시해 능력 검증을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미·북 정상회담 이후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8월), 비질런트 에이스(12월) 등은 중단됐거나 중단될 예정이다. 내년 3~4월로 예정돼 있는 키리졸브/독수리 연습도 현재 분위기로는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축소된 규모의 제3의 한·미 연합 훈련을 통해 전작권 전환을 검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축소된 훈련으로는 대규모 전면전을 상정한 전작권 검증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SCM 배경 설명에서 "꼭 한 해에 한 번씩 (단계별 검증을) 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지는 않다"며 "내년에 기본 운용 능력 검증을 하는 데 합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 전 평가' 단계를 건너뛰고 빨리 검증을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국방부가 검증 단계를 앞당기겠다고 밝힘에 따라 전작권 전환 개시 시기도 현 정부 임기 내인 2022년 5월 이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