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을 맞대고 머리를 맞대고 소곤소곤 이런 방법으로도 논의를 충분히 했습니다."

26일 제10차 남북 장성급회담이 열린 판문점 북측 통일각. 북측 대표단장(수석대표)인 안익산 중장(우리의 소장)은 종결회의에서 "아마 오늘처럼 북남 군부가 속도감 있게 제기된 문제들을 협의하고 견해를 일치시킨 적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육군 소장)은 "지난 9월 19일 평양에서 안 단장을 뵙고 오늘 이 자리에서 성과 있는 회담을 진행하고 나니 마음도 편하고 앞으로 9·19 군사 합의는 계획대로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남북은 NLL(북방한계선) 문제가 포함된 서해 평화수역 논의는 군사공동위로 넘기기로 하는 등 민감한 사안은 논의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북한이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NLL을 인정했다고 밝혔지만 지난달까지의 각종 군사회담이나 함정 간 통신에서 북한은 NLL 대신 북측 경비계선(해상경계선)을 주장해 논란을 빚어왔다.

이날 회담 직후 발표된 보도문에 따르면, 남북은 올해 말까지 시범 철수하기로 합의한 남북 각각 11개의 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해 다음 달 말까지 병력과 장비를 철수한 뒤 완전히 파괴하기로 했다.

남북은 또 다음 달 1일부터 지상·해상·공중에서 적대 행위를 중지하고 새로운 단계별 작전 수행 절차를 적용한다는 9·19 군사 합의를 차질 없이 이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북 전력 공백 및 무장 해제 논란을 초래한 비무장지대(DMZ) 비행금지구역 등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된다.

군사공동위는 1992년 5월 남북이 합의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준용해 구성하기로 했다. 당시 '차관급 이상'으로 규정됐던 남북 군사공동위 대표를 정하는 문제에선 남북이 이날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남북은 또 군 관계자와 해운 당국, 수로 조사 전문가가 포함된 남북 공동조사단을 각각 10명씩 구성해 다음 달 초부터 한강과 임진강 하구에서 공동 수로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민간 선박의 자유 항행을 보장하기 위한 사전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