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방장관 교체 인사에서는 현 정부의 '비(非)육군 중용' 기조가 재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해군 출신 송영무 전 장관에 이어 이번에는 공군 출신 정경두(58) 합참의장을 선택했다.

정 후보자는 이양호 전 국방부 장관(1994~1996년) 이후 공군 출신으로는 24년 만에 국방장관 후보자가 됐다. 정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이양호·주영복·김정열 전 장관에 이어 네 번째 공군 출신 국방장관이 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8월 정 후보자를 합참의장에 발탁했는데 공군 출신으로는 두 번째였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민 여러분의 지엄한 명령인 국방 개혁 완성을 통해 강한 안보, 책임 국방 구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군 내부에서는 "현 정부 역점 사업인 '국방 개혁 2.0' 완성과, 전임자의 리더십 손상으로 동요하고 있는 군심(軍心) 수습이 정 후보자의 최대 과제"라는 말이 나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 후보자에 대해 "공군참모총장과 합참의장을 거친 '방위력 개선 분야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정 후보자는 공군 내 손꼽히는 전력 증강 전문가로, 2800여 시간의 전투기 비행 기록(F-5 등)도 갖고 있다. 정 후보자는 공군 전력기획참모부장, 합참 전략본부장 등을 거치면서 F-15K 전투기를 도입한 공군 차기 전투기(F-X) 사업,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 등 대형 전력 증강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다. 치밀한 스타일이어서 군 전력 증강을 비롯한 국방 개혁 과제를 꼼꼼하게 챙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답보 상태지만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진척이 있을 경우 군 전력 증강 사업 등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것도 그의 발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前) 정권 군맥들에 대한 각종 수사와 배제에 이어 국군기무사령부가 해체되고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수사가 진행되면서 현재 군내 분위기는 상당히 어수선한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이 또한 합리적 성격의 정 후보자가 발탁된 배경일 것"이라고 했다.

'미니스커트 발언' 등 잦은 실언으로 '설화(舌禍)'를 몰고 다녔던 송영무 전 장관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 보고와 관련해 하급자와 '진실 게임'까지 벌이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본인이 하고자 했던 기무사 개혁을 끝을 보지 못하고 1년 1개월 만에 하차하게 됐다. 지난 8일엔 송 전 장관의 유임설에 대한 일부 언론 보도 내용을 청와대가 정면 반박하는 듯한 입장을 밝히면서 그의 교체는 기정사실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