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 훈련 재개 입장을 밝힌 것은 일단 비핵화에 소극적인 북한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해석된다. '선(先) 종전 선언' 주장을 접고 핵 시설 신고나 핵·미사일 반출 같은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남북 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북한) 비핵화의 보조를 맞추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한·미 연합 훈련 재개와 관련, 국방부는 29일 "현재로서는 한·미 간에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밝힌 설명과 대동소이했다. 김 대변인이 "북한의 비핵화 진전 상황을 봐가며 한·미 간에 협의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밝힌 만큼 국방부 입장도 청와대 기조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장 지난 6월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한·미 훈련 중단 방침에 따라 실시가 불투명했던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공군 훈련 등 중·대규모 훈련의 연내 실시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 양국은 미·북 정상회담 이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한·미 해병대 훈련(KMEP)을 중단한 바 있다. 다만 주한 미 공군과 한국 공군의 대대급 연합 훈련인 '쌍매 훈련', 특수부대 연합 훈련 등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로키(low key)' 형태로 실시했었다.

이는 지난 6월 말 송영무 국방장관과 매티스 장관이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오는 11~12월 실시될 대규모 연합 공군 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등은 실시가 불투명해진 상황이었다. 비질런트 에이스에는 보통 200대 이상의 양국 군용기가 참가한다. 지난해 12월엔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 F-22 6대와 F-35A 스텔스기 등 260여 대의 양국 군용기가 참가했다. 미 공군의 대표 스텔스 전투기 2종이 동시에 참가한 것은 처음이어서 북한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주일 미 해병대와 진행하는 연합 해병대 훈련(KMEP)도 다음 달까지는 중단이 결정돼 있지만 10월 이후 예정된 2~3차례 훈련은 유동적이다. 군 내에선 매티스 장관의 발언에 따라 북핵 문제에 극적인 전환이 없는 한 이 훈련들이 실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등이 실시될 경우 북한이 종전처럼 강력 반발할 수 있다.

가장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 내년 3~4월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도 북핵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실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매티스 장관의 발언이 내년 봄 독수리 연습을 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며 UFG 연습 일정의 재조정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