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8.1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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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한 헬리콥터 개발사

항공기술의 ABC(8) 활주로가 없어도 수직으로 떠오르는 항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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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헬기’라고 부르는 ‘헬리콥터(helicopter)'는 우리의 생활에 가장 밀접한 항공기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긴급환자가 발생하였을 때 출동하는 구급 헬기,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출동하는 소방 헬기 등 헬리콥터는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소방 헬기 <출처 :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이처럼 헬리콥터는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지만 이렇게 널리 사용된 시기는 그리 멀지 않다. 날개(main wing)를 가진 고정익 항공기(fixed wing aircraft)는 1903년 12월 17일에 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가 최초의 동력비행에 성공한 이래 100년이 넘는 기간에 꾸준하게 발전하였다. 그러나 헬리콥터는 1930년대에 이르러서야 겨우 비행에 성공하였고, 195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6.25 전쟁에 등장한 벨 47 헬리콥터 <출처 : public domain>
헬리콥터의 가장 큰 특징은 활주로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어느 곳이든 평평한 장소만 있으면 뜨고 내릴 수 있다는 점이 고정익 항공기와 다른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단 이륙을 하면 제자리 비행(hovering), 전진, 후진, 상승, 하강, 선회를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인간이 꿈꾸는 자유로운 비행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다. 다만 헬리콥터는 기체의 위에서 회전하는 날개(main rotor)에서 발생하는 바람으로 모든 중량을 의지하기 때문에 연료가 많이 들고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리콥터는 제자리 비행을 할 수 있어 고정익 항공기로 불가능한 구조, 소방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특히 고립된 재난현장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다.
구급 헬리콥터 <출처 : Rama at wikimedia.org>

헬리콥터는 고정된 날개(main wing)가 없고 회전하는 날개(rotary wing)만 있는 항공기이다. 따라서 헬리콥터는 고정익 항공기와 구분하여 회전익 항공기(rotary wing aircraft)라고 부른다. 헬리콥터(helicopter)는 그리스어에서 나선형을 의미하는 헬릭스(helix, ἕλιξ)와 날개를 의미하는 프테론(pteron, πτερόν)을 합성한 용어이다. 1861년에 프랑스에서 hélicoptère로 표기한 이후 영어로 번역하여 helicopter로 불리게 되었다. 헬리콥터는 공학적으로 보면 수직으로 이착륙한다고 하여 VTOL((vertical takeoff and landing) 항공기라고 분류한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헬리콥터의 회전날개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소음을 빗대어 차퍼(chopper)라고도 부른다.


헬리콥터의 발달사

바람개비를 손으로 돌리면 잠깐 떠오르는 원리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원리를 과학적으로 설계한 최초의 인물은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라고 할 수 있다. 15세기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나선형 날개를 회전시켜 떠오르는 비행체(aerial screw)를 고안하였다. 비행원리로는 오늘날 헬리콥터와 매우 비슷하지만 당시에는 동력을 공급하는 적당한 엔진(engine)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로 비행할 수는 없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후 많은 과학자들이 수직으로 비행할 수 있는 비행체를 만들고자 노력하였다. 그러나 과학적인 비행원리가 정립되지 않았고, 가볍고 튼튼하게 제작할 수 있는 소재와 고효율 엔진이 없었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설계한 나선형 비행체(aerial screw) <출처 : public domain>

19세기말에 증기동력이 보급되면서 여러 과학자들이 증기기관을 사용하는 비행체를 연구하였다. 20세기 초에 보급된 가솔린 엔진(gasoline engine)도 효율적인 동력원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라이트 형제의 성공 이후 날개를 가진 고정익 항공기가 크게 발전한 반면에 수직비행이 가능한 헬리콥터는 기술적인 문제로 개발이 늦어졌다. 그만큼 수직비행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도 가연성 물질이 타면서 발생하는 가스압력을 이용한 헬리콥터를 연구하였다. 그러나 실험 도중에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연구를 중단하고 말았다.

오토자이로 <출처 : Aleksandr Markin at wikimedia.org>
프랑스의 항공기 선구자인 루이 샤를 브레게(Louis Charles Breguet)는 동생과 함께 브레게 항공(Société des Ateliers d'Aviation Louis Breguet, Breguet Aviation)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였다. 루이 브레게와 자크 브레게(Jacques Breguet) 형제는 1907년 9월에 4개의 회전날개를 이용하여 떠오르는 자이로플레인(Gyroplane)을 선보였다. 오늘날 드론(drone)에서 많이 사용하는 쿼드콥터(quadcopter)방식을 사용한 자이로플레인은 시험비행에서 약 1분 동안 60 cm 정도 떠오르는데 성공하였지만 비행안정성이 부족하여 실용화에는 실패하였다. 다만 실패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사람이 탑승한 동력비행 헬리콥터라는 기록을 남겼다.
브레게-리셰 자이로플레인(Breguet-Richet Gyroplane) <출처 : http://www.ctie.monash.edu.au>
1907년 11월 13일에는 프랑스 기술자인 폴 코뉴(Paul Cornu)는 노르망디(Normandy)에서 자신이 개발한 헬리콥터의 비행을 시도하였다. 오늘날 CH-47 헬리콥터처럼 2개의 회전날개를 가진 헬리콥터는 24마력 엔진의 힘으로 비행하도록 개발되었으며, 실험 당시 20초간 약 30 cm 정도 떠오르는데 성공하였다.
폴 코뉴 <출처 :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폴 코뉴의 헬리콥터 <출처 : ww.centennialofflight.gov>
폴 코뉴의 도전 이후에도 아르헨티나 출신의 발명가인 라울 파테라 페스카라(Raúl Pateras Pescara)는 하나의 회전축에 2개의 회전날개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회전하게 만든 헬리콥터를 개발하였다. 페스카라가 개발한 동축회전(coaxial) 방식과 회전날개의 각도를 조종하는 기술은 이후 헬리콥터 개발에 큰 영향을 주었다. 페스카라가 개발한 2번째 헬리콥터는 1922년에 제자리 비행에 성공하였고, 3번째 헬리콥터는 1924년 4월 18일에 738 미터를 비행하는데 성공하였다.
페스카라의 헬리콥터 <출처 : Bundesarchiv>
프랑스의 기술자인 에티엔 에드몽 에미션(Étienne Edmond Oehmichen)은 4개의 회전날개를 이용하여 떠오르는 헬리콥터를 개발하였다. 다만 에티엔 에미션이 개발한 헬리콥터는 4개의 회전날개로 이륙만 하고 별도로 8개의 프로펠러(propeller)를 가진 다소 복잡한 헬리콥터이다. 8개의 프로펠러 중에서 6개는 기체의 안정과 방향조종에 사용하고 나머지 2개는 추진용으로 사용한다. 1922년에 처음으로 이륙에 성공하였으며, 1924년에는 약 1 km 길이의 원형 구간을 비행하는데 성공하였다.
에미션의 헬리콥터 <출처 : public domain>
이탈리아의 항공기술자인 코라디노 다스카니오(Corradino D’Ascanio)는 1930년에 D’AT3라고 불리는 동축반전 방식의 헬리콥터를 개발하였다. D’AT3 헬리콥터는 이전에 등장한 헬리콥터와 달리 형태가 단순해지고 실용화에 좀 더 가깝게 접근한 점이 특징이다. 상하좌우 비행조종은 회전날개에 달린 작은 날개(servo tab)으로 조종하게 설계하였다. 비록 실용화에는 이르지 못하였지만 이러한 조종 기술은 나중에 미국으로 건너가 찰스 카만(Charles Kaman)이 개발한 헬리콥터에 사용되었다.
다스카니오 D’AT3 헬리콥터 <출처 : Flightglobal>
이처럼 더디게 발전하던 헬리콥터는 고정익과 회전익 항공기를 결합한 오토자이로(autogyro)가 1920년대에 등장하면서 기초적인 원리가 점차 정립되었다. 오토자이로는 고정익 항공기와 비슷하게 동체와 엔진을 가지고 있다. 다른 점이라면 주익 대신에 회전하는 날개(rotor)가 있다는 점이었다. 오토자이로가 시동을 걸고 활주를 시작하면 바람의 힘으로 날개가 회전하고 기체가 떠오른다. 오토자이로는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수직비행에 가깝게 이륙이 가능하고 활주거리가 매우 짧아 군사용으로 일부 사용되었다. 그러나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관계로 사고가 많이 발생하여 널리 사용되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토자이로는 회전날개를 이용하는 수직비행이라는 기초적인 기술을 확립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할 수 있다.
시에르바 C.6 오토자이로 <출처 : NASA>
오토자이로를 개발한 유명한 인물은 스페인의 기술자인 후안 데 라 시에르바(Juan de la Cierva)이다. 시에르바가 개발한 4번째 기종인 C.4는 1923년에 비행에 성공하였다. 이어서 1925년에는 아브로(Avro) 504K의 동체를 기반으로 개발한 C.6가 개발되었다. 이전에 등장한 실험적인 수준의 헬리콥터와 달리 시에르바가 개발한 오토자이로는 실제로 비행이 가능하였고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많이 보급되었다.
브레게-도랑 자이로플레인 <출처 : public domain>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브레게 형제는 헬리콥터의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루이 브레게(Louis Breguet)와 르네 도랑(René Dorand)은 동축반전 방식의 자이로플레인(Gyroplane)을 개발하여 1935년 6월에 비행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2차 대전이 일어나면서 후속 개발이 중단되고 말았다.
하인리히 포케 Fw.61 <출처 : public domain>
헬리콥터는 프랑스에서 가장 활발하게 개발되었지만 먼저 실용화에 성공한 기종은 프랑스가 아닌 독일에서 등장하였다. 독일의 기술자인 하인리히 포케(Heinrich Focke)는 1936년 6월에 자신이 개발한 Fw.61 헬리콥터의 첫 비행에 성공하였다. 하인리히 포케는 나중에 게오르그 불프(Georg Wulf)와 포케 불프(Focke-Wulf)라는 항공기 회사를 설립하고 유명한 전투기인 Fw 190 전투기를 생산한 인물이다. 처음에 시에르바 오토자이로를 면허생산하던 하인리히 포케는 점차 기술을 축적하여 자신의 고유 기종인 Fw.61 개발에 성공하였다. 하나의 회전날개를 가진 오토자이로를 2개의 회전날개로 개량한 Fw.61은 완전한 형태의 헬리콥터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w.61은 실용화에 성공한 최초의 헬리콥터로 인정을 받고 있다. Fw.61에서 발전한 포케-아크겔리스(Focke-Achgelis) Fa.223 헬리콥터는 1940년 8월에 첫 비행에 성공하였으며 20대가 생산되어 독일 공군에 납품되었다. Fa.223 헬리콥터는 전쟁이 끝난 다음에 체코 공군과 프랑스 공군에서 계속 사용되었다.
포케-아크겔리스 Fa.223 <출처 : Matthias Stäblein at wikimedia.org>
2차 대전 당시에 독일은 활주로가 필요 없는 헬리콥터 개발이 활발하였다. 포케-아크겔리스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안톤 플레트너(Anton Flettner)는 2개의 회전날개가 서로 엇갈리면서 회전하는 독특한 기술을 개발하였다. 교차반전(intermeshing rotors) 방식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동축반전 방식보다 기계적인 구조가 간단하며, 꼬리 회전날개(tail rotor)가 필요없는 획기적인 방식이다. 안톤 플레트너는 1942년에 자신이 개발한 Fl.282 헬리콥터의 첫 비행에 성공하였다. 교차반전 방식을 적용한 헬리콥터를 특별히 싱크롭터(synchropter)라고 부른다. 2차 대전 중에 등장한 Fl.282 콜리브리(Kolibri) 싱크롭터는 비행성능을 인정받아 독일 공군에 24대가 납품되었다.
안톤 플레트너 Fl.282 콜리브리 <출처 : public domain>
2차 대전이 끝나고 미국은 Fl.282 싱크롭터를 본국으로 가져가 비행시험을 실시하였다. 찰스 카만이 설립한 카만 헬리콥터(Kaman Helicopter)는 안톤 플레트너의 기술을 도입하여 새로운 헬리콥터를 개발하였다. 미 공군은 카만의 신형 헬리콥터를 HH-43 허스키(Huskie)라는 명칭으로 채택하였으며 베트남 전쟁에서 구조용 헬리콥터로 크게 활약하였다. HH-43 헬리콥터는 꼬리 회전날개가 없어 조난자를 구조하기에 안전하다는 특징이 있다.
카만 HH-43 허스키 <출처 : 미 공군 박물관>

현재 미국의 대표적인 헬리콥터 업체는 시콜스키 에어크래프트(Sikorsky Aircraft), 벨 헬리콥터(Bell Helicopter), 보잉 로터크래프트 시스템(Boeing Rotorcraft System) 등 3개 업체이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헬리콥터 업체라고 할 수 있는 시코르스키 에이크래프트를 설립한 이고르 시콜스키(Igor Sikorsky)는 러시아에서 출생한 기술자로 프랑스로 유학하여 항공공학을 공부하였다. 미국으로 망명한 이고르 시콜스키는 수상기를 개발하여 미 해군에 납품하면서 회사를 키웠다. 한편으로 이고르 시콜스키는 수상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항공기인 헬리콥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평생 노력하였다.

1939년 9월 14일에 이고르 시콜스키는 마침내 자신이 개발한 VS-300 (S-46) 헬리콥터가 잠시 하늘에 떠오르게 하는데 성공하였다. 시콜스키는 하나의 회전날개(main rotor)를 사용하는 간단한 형태로 설계하였다. 다만 회전날개가 회전하면서 반대 방향으로 기체가 회전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꼬리 부분에 작은 회전날개(tail rotor)를 추가하는 방식을 고안하였다. 이러한 형태의 헬리콥터는 현재까지 대부분의 헬리콥터에 적용되는 방식이며, 이고르 시콜스키는 헬리콥터의 발달 역사에서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사람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고르 시콜스키는 VS-300 헬리콥터를 좀 더 개량하여 1940년 5월 13일에 자유롭게 비행하는데 성공하였다.

2차 대전 당시에 미 육군 항공대와 미국 해양경찰은 군사적인 목적으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항공기를 찾고 있었으며 마침 개발된 VS-300 헬리콥터에 주목하였다. VS-300 헬리콥터를 개량하여 2인승으로 개발한 R-4 헬리콥터는 1942~44년에 131대가 생산되어 납품되었고, 후속 기종인 R-6 헬리콥터는 225대가 생산되어 1945년에 실전배치되었다.

일반적으로 2차 대전 당시에는 헬리콥터가 없었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로 독일과 미국에서 개발, 생산된 헬리콥터는 실전에 배치되어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다만 당시의 헬리콥터는 기술적으로 아직 불완전하였고 엔진의 힘이 부족하여 큰 활약을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코르스키 VS-300 <출처 : Sikorsky Archives>
2차 대전이 끝난 다음 벨 항공사(Bell Aircraft)는 군용기 사업이 대폭 축소되자 새로운 항공기인 헬리콥터 사업을 개척하였다. 미국의 다재다능한 발명가인 아더 영(Arthur Middleton Young)은 2차 대전 기간에 헬리콥터 개발에 몰두하였다. 1941년에 축소 모형으로 비행에 성공한 아더 영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벨 항공사에 제안하였다. 벨 항공사는 아더 영의 아이디어를 실험하는데 지원하였고 마침내 1943년 7월에 벨 30 기종이 첫 비행에 성공하였다. 벨 항공사는 벨 30 헬리콥터의 성공을 보고 확신을 가졌고 개량형인 벨 47 헬리콥터를 개발하였다. 2차 대전이 끝난 다음에 등장한 벨 47 헬리콥터는 5,600대나 생산되었고 미 육군에도 납품되었다. 미 육군에서 H-13 수(Sioux)라고 부르는 벨 47 헬리콥터는 6.25 전쟁 당시 부상병을 후송하는 임무에 많이 투입되었다. 한편 벨 47 헬리콥터는 1946년에 미국 최초로 정부의 민간 형식인증을 받은 헬기로도 유명하다.
벨 47 헬리콥터 <출처 : Peter Bakema at wikimedia.org>

2차 대전을 전후로 실용적인 기종이 등장한 헬리콥터는 제자리 비행과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장점의 덕분에 군용기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초기의 헬리콥터는 출력이 낮은 왕복엔진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비행성능이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성공한 기종이라고 하는 벨 47, 시코르스키 R-4/R-6 헬리콥터는 2~3명이 겨우 탑승할 수 있었고 비행시간도 짧은 편이었다. 6.25 전쟁을 통해 실전에서 헬리콥터의 가치를 확인한 미 육군은 군사적인 목적으로 2,000 파운드(907 kg)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헬리콥터를 요구하였다.

미국의 러시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프랭크 피아제키(Frank Piasecki)는 헬리콥터에 관심을 가지고 평생 노력한 인물이다. 처음에 시코르스키처럼 단일 회전날개(single main rotor) 방식의 PV-2 헬리콥터를 연구하던 프랭크 피아제키는 꼬리 회전날개(tail rotor)를 사용할 경우 동력의 손실이 커서 화물을 많이 적재하기 힘들다는 문제점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프랭크 피아제키는 프랑스의 코뉴가 고안한 직렬(tandem) 방식의 회전날개 배치에 주목하였다. 직렬 방식으로 회전날개를 설치하면 꼬리 회전날개가 필요하지 않아 동력을 절약할 수 있고, 한편 기체를 좀 더 크게 제작하는데 유리하였다.

프랭크 피아제키는 V자형으로 기체를 만들어 뒷 부분에 대형 엔진을 탑재하고 앞 부분에 조종사와 화물을 배치한 독특한 형태의 피아제키 HRP 헬리콥터를 개발하는데 성공하였다. 다른 경쟁기종과 달리 대형 엔진을 탑재할 수 있는 HRP 헬리콥터는 성능을 받아 미 해군, 해병대, 해양경찰에서 정식으로 채택하였다. 한편 피아제키는 화물공수용 헬리콥터를 요구하는 미 육군의 요구에 따라 H-21 헬리콥터를 개발하여 납품하였다. H-21 헬리콥터는 20명의 병력이 탑승할 수 있는 헬리콥터로 베트남 전쟁 초기에 크게 활약하였다.

피아제키 HRP <출처 : U.S. Coast Guard>

시콜스키 VS-300 헬리콥터로 시작된 헬리콥터의 실용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엔진의 출력 부족이었다. 고정익 항공기의 경우 양력이 발생하는 주익이 있어 작은 엔진으로도 충분한 성능을 얻을 수 있다. 반면에 헬리콥터는 엔진의 힘으로 회전하는 회전날개(main rotor)에서 양력을 얻기 때문에 엔진의 출력부족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2차 대전 당시에 등장한 가스터빈 엔진(gas turbien engine)은 연료가 많이 소모되고 불완전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동력장치로 주목을 받았다. 2차 대전이 끝나고 군용기 생산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제트 엔진의 연구개발은 계속 되었으며 신뢰성이 높은 고출력 엔진으로 발전하였다. 가스터빈 엔진을 개조하여 제작한 터보샤프트 엔진(turboshaft engine)은 배기가스의 추력을 회전축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개발된 엔진이다. 터보샤프트 엔진은 기존의 왕복엔진 보다 훨씬 가볍고 출력이 높아 헬리콥터의 엔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초로 터보샤프트 엔진을 탑재한 헬리콥터는 카만 HTK 기종이다. 카만 헬리콥터는 독일의 기술자인 안톤 플레트너를 초빙하여 교차회전 방식의 헬리콥터 개발에 노력하였다. 카만 K-225 헬리콥터를 개조한 XHTK-1 헬리콥터는 보잉 YT50 터보샤프트 엔진을 탑재하였으며 1951년 12월 첫 비행에 성공하였다.

카만 HTK <출처 : public domain>

미국보다 앞서 20세기 초반에 헬리콥터 개발에 노력하였던 프랑스는 2차 대전을 겪으면서 항공산업이 일시적으로 침체기를 맞이하였다. 전쟁이 끝나고 항공산업을 재건한 프랑스 정부는 각종 신형 항공기 개발을 지원하였다. 세계 최초로 가스터빈 엔진을 탑재한 헬리콥터는 카만 HTK 기종이지만 실험적인 목적으로 제작되었고 실제로 대량생산되지는 못하였다.

프랑스의 SNCASO 항공사(현재 Airbus Helicopters)는 1949년에 SO1100 아리엘(Ariel) 1 헬리콥터를 개발하는데 성공하였다. 아리엘 1 헬리콥터는 엔진의 힘으로 회전날개를 회전시키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기종이다. 이 헬리콥터는 일단 엔진의 힘으로 공기를 압축하고 도관을 통해 회전날개의 끝으로 보내어 회전하도록 하는 팁제트(tipjet)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실용성이 낮기 때문에 SNCASE 항공사는 1950년에 가스터빈 엔진을 탑재하는 SE3110 헬리콥터를 개발하여 비행하는데 성공하였다. SE3110 헬리콥터는 알루에트(Alouette) II라는 명칭으로 1955년부터 양산되었으며, 세계 최초로 대량생산에 성공한 헬리콥터가 되었다.

알루에트 II 헬리콥터 <출처 : Staff Sergeant Fernando Serna at wikimedia.org>
헬리콥터가 군사적인 용도로 본격적으로 투입된 시기는 6.25 전쟁이다. 그러나 당시에 투입된 헬리콥터는 엔진의 출력이 부족하여 큰 활약을 하지는 못하였고 장래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쳤다. 군사적인 목적으로 헬리콥터가 본격적으로 투입된 전쟁은 베트남 전쟁이다. 베트남은 정글과 늪, 강으로 둘러싸인 지형으로 인하여 도로가 발달하지 못하였고 부대의 이동에 헬리콥터가 꼭 필요하였다. 미 육군은 가스터빈 엔진을 탑재한 벨 204(UH-1B) 헬리콥터를 시작으로 탑재량을 높인 개량형인 벨 205(UH-1H) 헬리콥터를 대량으로 실전에 투입하였다. 벨 204, 벨 205 헬리콥터는 주로 병력 탑승용으로 사용되었으며 대량의 화물을 공수하는 헬리콥터는 보잉-버톨(Boeing-Vertol) V-114(CH-47) 헬리콥터가 주로 사용되었다.
벨 UH-1H 헬리콥터 <출처 : Airwolfhound at wikimedia.org>
소련의 밀(Mil) 설계국은 1968년에 V-12 헬리콥터를 개발하여 비행하는데 성공하였다. 2차 대전이 끝나면서 미국과 소련은 독일의 많은 기술자료를 적극적으로 수집하였는데 그 중에서 포케-아크겔리스 Fa.223 헬리콥터의 설계기술이 소련으로 건너갔다. 소련에서 헬리콥터를 주로 개발하던 밀 설계국은 대량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대형 헬리콥터를 개발하면서 포케-아크겔리스 Fa.223 헬리콥터의 2중 회전날개(dual rotor) 기술을 사용하였다. 기체의 좌우에 회전날개가 위치하는 헬리콥터는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찾아보기 힘든 방식으로 무게중심의 이동이 적은 대신 비행할 때 자세조종이 어려운 방식에 속한다. 밀 V-12 헬리콥터는 무려 40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게 개발되었지만 기계적인 구조가 복잡하고 비행조종이 어려워 실용화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보잉-버톨 CH-47 헬리콥터 <출처 : 미 육군>
오늘날 가스터빈 엔진과 항공전자 기술이 발전하면서 헬리콥터의 성능도 이전보다 크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헬리콥터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속도성능이다. 헬리콥터는 회전날개를 회전시켜 양력이 발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기체의 모든 무게를 엔진과 회전날개의 힘으로 버티면서 비행한다. 따라서 헬리콥터는 양력이 발생하는 회전날개를 조금만 기울여서 전진 비행에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기체구조를 가지고 있다. 만약 속도를 높이려고 헬리콥터의 회전날개를 더욱 기울이면 기체와 닿을 수도 있기 때문에 기울이는 각도에 한계가 있다.
밀 V-12 <출처 : Elde at wiimedia.org>
이러한 구조 때문에 헬리콥터의 비행속도는 고정익 항공기와 비교할 때 매우 느리다. 일반적으로 헬리콥터의 최대속도는 200 km/h를 넘지 않는 수준이다. 특별하게 개발한 헬리콥터의 경우 300 km/h의 속도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이지는 않다. 따라서 오늘날 항공기술자는 헬리콥터의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헬리콥터의 속도를 높이는 방법은 대략 2가지 방식으로 진행 중이며 어느 쪽이 더 우수한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록히드 AH-56 공격헬기 <출처 : William Pretrina at wikimedia.org>
록히드(Lockheed) 항공사는 미 육군의 요구에 따라 고속으로 비행할 수 있는 공격 헬리콥터를 개발하였다. AH-56 샤이엔(Cheyenne)이라고 불린 새로운 공격헬기는 1967년에 392 km/h 속도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개발비용이 너무 비싸고 기술적인 결함이 발견되어 개발이 중단되었다. AH-56 헬리콥터가 고속비행이 가능한 이유는 안정적으로 회전하는 회전날개(rigid rotor)와 함께 뒤에서 힘차게 밀어주는 프로펠러(pusher propeller)를 설치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합동력 기술은 오늘날 시콜스키 S-97 헬리콥터 개발에 응용되고 있다.
시콜스키 S-97 <출처 : Sikorsky>
복합동력 헬리콥터와 다른 방식은 틸트로터(tilt rotor) 기술이다. 미국은 195년에 벨 XV-3 항공기를 시작으로 틸트로터 기술을 꾸준하게 연구하였다. 1977년에 벨 XV-15 틸트로터 실험기가 비행에 성공하였으며, 2007년에는 개량형인 벨/보잉 V-22 오스프레이(Osprey) 틸트로터 항공기가 실전에 처음 배치되었다.
벨 XV-15 <출처 : NASA>
현재 벨 헬리콥터는 V-22 틸트로터 항공기를 축소한 V-280 밸러(Valor) 틸트로터 항공기를 개발 중이다. 미 육군은 벨 V-280, 시콜스키 S-97 항공기를 비교 평가하여 차세대 헬리콥터의 기본형을 결정할 예정이다.
벨 V-280 <출처 : Bell Helicopter>


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