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기무사개혁위원회(개혁위)가 2일 기무사의 존립 근거가 되는 대통령령 등 모든 제도적 장치를 폐지하고 기무사 역할을 할 새로운 부대 또는 기관을 창설할 것을 국방부에 권고했다. 사실상 해체 수준의 개혁안을 제시한 것이다. 개혁위는 기무사령관의 청와대 독대(獨對) 보고도 폐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장영달 기무사개혁위 위원장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령과 기무사령부령 등 현재 기무사를 받치고 있는 모든 제도적 장치들은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새로운 부대가 탄생할 때는 거기에 맞는 대통령령 등 모든 제도적 받침은 새로 제정해서 만들어 가도록 결정했다"고 했다.

이번 권고안 중에는 군 인사에 상당한 영향을 끼쳐온 군내 동향 관찰(감시)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무사가 해왔던 일상적인 군내 감청은 보안·방첩상 필요할 때 영장을 받아서 하도록 했다.

기무사가 장성 등 간부들의 동향을 관찰·정리한 '존안(存案) 자료'는 군 진급 인사에서 큰 영향을 미쳤고 기무사가 군 내부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아온 주된 이유가 됐다. 개혁위 관계자는 "앞으로 기무사의 동향 감시 및 보고는 보안·방첩상 문제가 파악된 경우를 제외하곤 금지된다"며 "하지만 기존 존안 자료 폐기에 대해선 개혁위 차원에서 권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무사 힘의 원천이었던 청와대와의 관계를 약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과거 기무사는 통수권 보좌를 명분으로 월권(越權)행위를 한 경우가 있었다. 개혁위는 그동안 두루뭉술했던 기무사의 통수권 보좌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보고도 금지된다. 하지만 인사 정보 등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보고는 예외로 뒀다.

일각에선 청와대에서 군내 동향에 대해 궁금해하고 군을 견제하려 할 경우, 기무사의 '힘'은 되살아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개혁위는 집시법 수사권은 폐지하되, 대(對)전복, 대공 수사 등 보안·방첩 임무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또 "기무사 요원은 현 인원에서 계급별로 30% 이상을 감축하도록 했다"며 "전국 시도에 배치된 소위 '60단위' 기무부대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4200여 명인 기무사 요원은 3000여 명으로 줄고, 장성도 9명에서 3~4명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50여 명인 대령도 30여 명으로 준다. 60단위 기무부대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11곳에 설치돼 있으며 대령급이 지휘한다.

개혁위는 이날 기무사의 새로운 조직 형태로 ▲사령부 체제 유지하에 근본적 혁신(감축) ▲국방부 본부(보안·방첩 본부) 체제로 변경 ▲외청(外廳) 형태로 창설 등 3가지 안을 권고했다. 이 중 외청 형태는 여야 합의와 법 개정이 필요해 장기적인 안(案)으로 제시됐다. 첫째, 둘째 안에 비중이 실려 있다는 얘기다. 어떤 형태든 지금의 기무사와는 다른 기관이 된다. 군 소식통은 "권고안에서는 기무사가 '국방장관의 원칙적인 통제를 받는다'고 명시토록 했기 때문에 둘째 안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번 개혁위 권고안을 토대로 국방부안을 만들어 이르면 3일 청와대에 보고,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