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7일 청와대에 보고한 '국방개혁 2.0'을 통해 "대규모 병력 감축에도 북한 및 주변국 위협(잠재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강한 군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재래식 군사력에 아무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성급하게 우리 작전개념과 일부 전력 증강 사업을 약화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양 조기 점령 계획 폐기

우선 송영무 국방장관의 '대표 상품'처럼 돼 있던 공세적 신(新)작전 계획이 폐기되고, 공세적 신작계가 크게 성격이 약화된 입체기동작전으로 대체됐다는 점이다. 공세적 신작계는 북한의 전면전 또는 수도권에 대한 대규모 장사정포·미사일 도발 시 평양을 2주 내에 점령해 전쟁을 조기에 끝내겠다는 것이다.

기존 한·미 연합 작전계획 5015는 전쟁 발발 2~3개월 내에 반격 및 평양 점령(북한 정권 붕괴)을 추진하게 돼 있다. 전쟁 기간이 긴 만큼 남한도 큰 피해를 본다는 문제가 있었다. 송 장관의 신작계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헬기 등을 갖춘 공정사단과 해병대, 특수부대 등을 평양에 조기 투입해 전쟁을 일찍 끝내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세적 신작계 대신 "육해공군이 입체적으로 고속 기동해 최단시간 내에 최소의 희생으로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나가겠다"며 입체기동작전 개념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소식통은 "공세적 신작계는 대화 무드 속에 북한을 자극할 우려 등 때문에 폐기됐다고 봐도 된다"며 "입체기동작전에는 평양 조기 점령 등의 개념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공세적 신작계를 위해 육군 AH-64 아파치 공격헬기 추가 도입을 추진했지만 이 또한 연기되는 분위기다. 국방부는 공정사단 창설 등 공세적 신작계의 일부 전력 건설 계획만 유지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량응징보복 등 약화될 듯

국방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3축 체계는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3축 체계는 ▲북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등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날아오는 북 미사일을 요격하는 KAMD(한국형미사일방어) 체계 ▲북 지휘부 등을 초토화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3축 체계는 북한과 미래 잠재 위협(주변국 위협)에 공통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이고 축소될 여지는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KAMD의 일환인 철매2 개량형 국산 요격미사일 양산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고, 유사시 북 수뇌부를 제거하는 일명 '참수작전 부대'의 MH-47 특수전 헬기 도입도 연기될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주석궁을 한 발에 날려버릴 수 있는 초강력 현무4 미사일 개발도 연기될 것으로 전해졌다. 3축 체계 중 KMPR, KAMD 등이 약화되는 셈이다.

이 밖에 합참은 남북관계 진전에 대비해 20여개 전력 증강 사업의 우선순위 재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지연 또는 축소되는 무기 도입 사업들은 늘어날 전망이다.

◇우여곡절 많았던 국방개혁 2.0

국방부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국방개혁 2.0'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발표된 '국방개혁 2020'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아래서도 국방개혁 2020의 골격은 유지됐지만 목표 시기가 2030년으로 늦춰졌다.

현 정부 들어 송영무 국방장관은 국방개혁 2020에 공세적 신작계, 3축 체계 역량 확대 등을 더해 국방개혁 2.0 계획을 짰다.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됐을 때만 해도 국방개혁 2.0은 그대로 추진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이후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 정상회담 등 대화 무드가 조성되면서 국방개혁 2.0은 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송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에 가시적 진전이 없고 군사적 위협에도 변화가 없는 만큼 기본 골격을 유지하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가급적 북한을 자극하는 내용이나 표현은 포함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방부는 지난 2월과 5월 두 차례 청와대에 개혁안을 보고했지만 사실상 재검토 지시를 받아 결정이 미뤄져왔다. 최근 보고 시기도 6월 중순→6월 말→7월 초→7월 중순으로 연기되다 6·25 정전협정 65주년인 이날 대통령 보고를 통해 확정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