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는 25일 계엄 문건과 관련해 지난 9일 송영무 장관이 "문건은 잘못된 게 아니다"고 발언한 군 간부 간담회 회의록을 국회 국방위에 제출했다. 송 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계엄 문건 보고 경위와 법적 판단 내용을 놓고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에서 서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진실 공방을 벌였다. 기무사가 국방장관의 발언이 담긴 민감한 내부 회의록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이날 기무사와 육군본부에 대한 계엄 문건 감사에 착수했다.

이로 인해 군의 위계질서와 지휘 체계가 무너지고 군이 극도의 내부 분열 상태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송 장관과 기무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사이 국방 개혁과 DMZ(비무장지대) 내 GP(감시소초) 철수,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안보 핵심 현안이 뒷전으로 밀리거나 졸속 조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 장성급 성범죄가 발생한 데 이어 마린온 헬기 추락 사고 등이 잇따르면서 군에 대한 신뢰도도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기무사가 이날 국회 국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이주영·황영철 의원 등에게 제출한 군 회의록에 따르면 송 장관은 "위수령(계엄령) 문건을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문제 될 것이 없다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장관은 이어 "나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하기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기무사 회의록에 적혀 있다. 이는 송 장관이 국방위에서 이런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한 것과 정면 배치된다.

앞서 민병삼 100기무부대장(대령)은 24일 국방위에서 기무사 제출 회의록과 같은 내용의 답변을 했다. 국방부는 앞서 지난 9일 간담회 참석 고위 간부 11명을 대상으로 송 장관이 문제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확인서'를 받다가 민 기무부대장이 서명을 거부하자 중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오히려 송 장관이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면서 군에 대한 리더십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국방부는 "민 대령이 장관 동향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사실이 아닌 것을 첩보 사항인 것처럼 보고했다"며 "이런 행태는 기무 개혁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하는 증거"라고 반박했다. 기무사가 허위 보고서를 썼다는 취지다. 군 최고 지휘관과 그 직할 부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이틀째 낯뜨거운 '거짓말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 특별수사단은 이날 기무사의 주요 부처를 압수수색했다. 이어 계엄 검토 문건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 작성 책임자인 기우진 기무사 5처장(준장)을 소환 조사했다. 민·군 합동수사단은 지난해 3월 기무사 계엄 문건을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보고받은 한민구 전 국방장관을 출국 금지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예비역 고위 장성은 "청와대의 기무사 문건 문제 제기로 시작된 이번 사건으로 인해 '막장 군대'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이런 군대가 어떻게 적과 싸워 나라를 지키겠느냐"고 했다. 여야는 이날 국방부 특별수사단과 검찰의 합동 수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국회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