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6.2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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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G바겐

벤츠가 만들면 지프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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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바겐 <출처: 메르세데스 벤츠>

개발의 역사

G바겐은 엉뚱하게도 중동때문에 만들어졌다. 1970년대 초 이란 팔라비왕조의 샤(Shah) 국왕은 최고의 고급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벤츠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군용 4륜구동 차량을 벤츠에서 만들어준다면 2만 대를 사주겠다는 것이다. 샤 국왕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벤츠(Daimler-Benz)의 주식을 상당수 보유했던 주주였던데다가 중동의 잠재고객으로부터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받자 벤츠는 곧바로 움직였다. 나름의 규모가 있는 사업이었으므로 벤츠는 파트너가 필요했다.

G바겐은 벤츠 최초의 SUV이자 군용 '지프'로 야심차게 개발되었다. <출처: 메르세데스 벤츠>
이에 따라 1972년 다임러-벤츠(Daimler-Benz)는 유럽 최대의 군용트럭을 만들던 슈타이어-다임러-푸흐(Steyr-Daimler-Puch)사와 합작을 하기로 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슈투트가르트 시설에서 설계를 맡고, 오스트리아의 그라츠에서 생산을 맡을 예정이었다. 모크업이 등장한 것이 1973년경이었고, 이미 1974년이 되자 운전할 수 있는 시제차량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개발진들은 개발 사실을 극비로 취급하고 사업에는 'U-Boot(유보트, 즉 잠수함)'이라는 암호명까지 붙였다. 이렇게 등장한 것이 바로 "겔렌데바겐(Geländewagen)" 즉 G바겐이었다.
G 바겐은 이란 혁명으로 최대의 고객을 잃었지만 프랑스군 지프사업에서 승리하면서 역전했다. <출처: 메르세데스 벤츠>
벤츠는 G바겐 시제차량을 가지고 철저한 시험평가에 나섰다. 독일의 탄광지대에서 시작하여, 사하라 사막은 물론이고, 남극권까지 다녀왔다. 그라츠에 새로운 생산시설의 건조도 차분히 진행되어 1975년 경부터는 생산설비가 점차 갖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79년이 되자 드디어 G바겐은 양산준비를 마쳤다. 이제 약속대로 샤의 구매를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같은 해에 이란에서는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 팔라비 왕조가 추방됨에 따라 벤츠는 최대의 후원자를 갑자기 잃게 되었다.
벤츠는 파리-다카르 랠리에 G바겐을 참전시켜 1983년 우승을 거머쥐었다. <출처: 메르세데스 벤츠>
비록 이란 계약은 사라졌지만 G바겐은 벤츠의 이름값을 했다. 우선 프랑스가 G바겐을 면허생산하기로 하여 푸조(Peugeot)에서 P4란 명칭으로 무려 1만3천5백여 대의 양산을 시작했다. 물론 럭셔리 세단과 스포츠카를 만들던 회사에서 4륜 구동 차량을 만들었으니 응당 그 성능을 입증해야만 했다. 1983년 파리-다카르 랠리에서 G바겐이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의문의 눈초리는 누그러들었다. 프랑스 이후에도 많은 국가들이 G바겐을 군용으로 구매에 나섰는데, 가장 인상적인 구매는 로마 교황청이 요한 바오로 2세를 위해 도입한 포프모빌이었다. 한편 제작국인 독일군에서는 정작 1990년이 되어서야 폭스바겐 일티스를 대신하여 군용차량으로 선정되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경호용으로 도입된 포프모빌 <출처: 메르세데스 벤츠>
G바겐은 출시 숏바디와 롱바디 2개의 버전으로 생산되었다. 축거 2.4m의 숏바디는 소프트탑 형식으로 뒷좌석 부분이 개방되는 카브리올레 타입이 기본이지만, 일반캐빈형도 생산되었다. 롱바디는 축거가 2.85m이다. 초기 발매모델의 엔진은 가솔린과 디젤 2가지로, 가솔린은 2.3리터 4기통 90마력과 2.8리터 6기통 150마력, 디젤은 2.4리터 4기통 88마력과 3.0리터 5기통 150마력, 도합 4가지 종류이다.
G바겐은 프랑스에서는 푸조 P4로 무려 13,500여 대가 생산되었다. <출처: Rama @ Wikimedia.org>
벤츠의 제품이지만 생산을 오스트리아에서 하다보니 G바겐은 2가지 브랜드로 출시되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벤츠의 삼각별을 달고 판매되었지만,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동구권 유럽국가(코콤 제재대상국)에서는 푸흐 G로 푸흐 마크를 달고 판매되었다. 본격적인 모델체인지는 없었지만, 1990년부터는 군용 G바겐은 W461(이전 모델은 W460)로 구분되어 발매되었다. W461 모델은 3가지로 2.3리터 가솔린(125마력)의 230G, 2.9리터 디젤(95마력)의 290GD, 그리고 2.9리터 디젤 터보(123마력)의 290GD TD였다. 그리스 면허생산 모델은 W462로 구분되었다.
G바겐은 꾸준한 인기를 끌었는데, 정작 독일군은 1990년에서야 도입을 시작했다. <출처: 메르세데스 벤츠>
1990년대 G바겐은 점점 인기를 높여가고 있었다. 좀처럼 성능이 개선되지 않는 랜드로버 디펜더에 비하여 벤츠의 성능과 품질, 즉 안정성과 신뢰성은 디펜더와 비할 바 없었고, 랜드로버를 사용하던 국가들이 점차 G바겐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한편 상용모델은 이미 1990년에 W463으로 업그레이드하였으나, 군용모델은 2001년 W461 모델의 생산라인이 정리된 후에야 W463 사양으로 만들어졌다.
미 해병대도 IFAV란 명칭으로 G바겐 290GDT 모델을 도입했다. <출처: 미 해병대>
G바겐은 꾸준히 인기를 끌어 미 해병대도 IFAV(잠정고속공격차량)으로 90년대 도입되어 활약했고, 캐나다군도 랜드로버를 대신하여 2003년부터 G바겐을 도입했다. 심지어는 이라크전에서는 영국군도 G바겐을 사용했다. 심지어는 북한도 G바겐을 고급지휘관용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G바겐을 채용한 국가는 60여개국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G바겐의 발매 40년만에 드디어 1세대 G바겐의 생산을 마쳤다. <출처: 메르세데스 벤츠>
한편 벤츠는 2017년으로 W463 모델을 단종시키고, 드디어 제2세대 G바겐인 W464를 내놓았다. 물론 W464는 상용모델에만 해당하며, 아직 군용모델이 바뀐다는 소식은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군용 G바겐도 변화가 있을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특징

G바겐은 전형적인 프레임 바디 SUV이다. SWB(short wheel base, 숏바디) 모델은 축간 거리가 2,400mm이고 LWB(long wheel base, 롱바디) 모델은 축간 거리가 2,850mm이다. 고강도 프레임을 장착하여 엄청난 비틀림 강성과 횡력을 자랑한다. 최저지상고 210mm, 접근각 36도, 이탈각 27도에 등판각 38.6도, 경사각 28.4도로 오프로드에서 뛰어난 접지력과 강한 돌파력을 자랑한다. 0.5m의 참호는 물론이고 0.6m까지 도섭할 수 있다.

G바겐은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으로 군용 뿐만 아니라 민수용으로도 주목받았다. <출처: 메르세데스 벤츠>
애초에 자동차 제조업체로서 워낙 뛰어난 업체가 만들었기 때문에 차량의 만듦새나 신뢰성·안정성 등은 여타 차량과 비교할 바 없다. 특히 랜드로버 디펜더와 비교하면 그 격차는 현저하다. 특히 파워트레인 계통은 벤츠가 워낙이 다양한 엔진군을 가지고 있어 일일이 지적하기 어려울 정도지만, 군용으로는 2.9리터(현재는 3리터) 6기통 디젤 터보엔진이 애용된다.
G바겐은 전형적인 프레임 바디 차량으로 사다리형 차대를 채용하고 있다. <출처: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은 숏바디나 롱바디 모두 군용으로 사용되지만 역시 롱바디가 대부분이다. 통상 좌석 4개를 장착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롱바디이지만 문짝이 2개뿐인 버전도 존재하는 등 임무요구에 따라서 형상이 다양하다.  2007년에는 호주육군의 요청에 따라 4x4 모델보다 훨씬 더 강성과 탑재중량이 증가한 6x6 모델이 만들어졌다. 통상 G바겐은 최대 2톤까지 탑재할 수 있는데, 6x6 모델은 3톤까지 가능하다.
12131010 G Wagon web clip

운용현황

G바겐은 랜드로버 디펜더를 꺾고 현재 유럽에서 가장 인기높은 경량전술차량이다. G바겐이 최초로 실전배치된 것은 오스트리아군이었다. 그러나 프랑스군이 1981년에 G바겐을 푸조 P4로 국내면허생산함으로써 G바겐의 판매에 가속도를 붙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군의 푸흐 G <출처: Michi1308 / Wikimedi>
특히 기존의 랜드로버 시리즈 2A·3·디펜더 등에 불만을 갖고 있는 유럽국가들이 속속 랜드로버에서 G바겐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한편 독일의 경우처럼 폭스바겐 일티스(Iltis)에서 G바겐으로 교체를 1990년에서야 결정했다. 독일군은 G바겐을 볼프(Wolf)로 부르며, 도합 1만2천여 대를 도입했다, 캐나다는 독일보다 더욱 늦어 2003년에서야 일티스를 G바겐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미국은 헬기탑재를 위하여 해병대가 IFAV로 G바겐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라크에서 작전중인 미 해병대의 IFAV <출처: 미 국방부>
G바겐 가운데 가장 독특한 것은 역시 호주군의 요청으로 탄생한 6x6 모델이다. G바겐 6x6 모델은 원래 호주군이 장거리정찰차량으로 활용하던 랜드로버 퍼렌티 6x6를 교체할 모델로 개발된 것이다. 그러나 탑재중량이 늘어남에 따라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변형모델의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 하나 G바겐 모델로 특이한 것은 바로 '서발(Serval)'이다. 특수작전용 차량으로 개발된 서발은 랜드로버 WMIK과 거의 유사한 구성으로 만들어져, 독일군 특수부대 뿐만 아니라 신속대응군 차량으로 사용되고 있다.
호주군의 G바겐 6x6 장거리 정찰차량 <출처: Public Domain>


파생형

G바겐 SWB

축거 2.4m의 숏바디 모델.

G바겐 SWB <출처: 메르세데스 벤츠>


캐나다 육군의 G바겐 LWB 모델 <출처: Tyler Brenot / Wikimedia>

푸조/판하드 P4

프랑스군 지프의 교체사업에서 프랑스 정부는 해외업체가 프랑스제 엔진을 장착하도록 하여 입찰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몇개업체들이 프랑스 자동차 제작사들과 손잡고 참가했는데, 이에 승리한 것이 바로 벤츠/푸조 팀이었다. 푸조는 G바겐엔 자사의 모델 504 세단에 장착하던 엔진을 결합하여 P4라는 모델을 선보였다. P4는 줄곧 푸조에서 생산되다가 1985년 이후에는 판하드(Panhard)에서 생산해오고 있다.


프랑스군의 표준 경전술차량인 푸조 P4 <출처: forcesoperations.com>
P4는 원래 15,000대가 생산될 예정이었으나, 10% 감축된 13,500대가 생산되었다. P4는 기본형이 G바겐 숏바디에 바탕하고 있으며, 탑재중량은 500kg 정도로 제한된다. 한때 푸조는 P4를 민수용으로도 판매했으나, 엔진의 출력이 부족한데다가 가격이 너무도 고가여서 판매가 부진하자 민수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한편 판하드는 P4를 바탕으로 특수부대용 무장차량인 VPS를 개발하여 2005년 프랑스 특수전사령부에 51대를 납품하였다.
판하드 VPS 특수작전차량 <출처: 판하드>

M1511 IFAV

M151 FAV를 대체하여 1999년부터 납품된 차량이다. 독일군의 볼프(G바겐)에 바탕하고 있으며, 헬기수송에 중점을 두어 CH-46(현재 퇴역)과 CH-53은 물론이고 MV-22 오스프리까지 탑재할 수 있는 차량으로 도입하였다. 애초에는 독일군 일반차량과 동일한 사양으로 캐빈이 고정되는 형식이었지만, 필요에 따라 랜드로버 WMIK처럼 무장장착이 가능하도록 전방 유리를 제거하고 롤케이지를 장착하는 등 개조를 가했다. 미 해병대 전체를 합쳐 도입 수량은 157대이다.

CH-53 시스탤리온 헬기에 탑재되는 IFAV의 모습 <출처: 미 해병대>

G바겐 6x6 SVR

호주군은 랜드로버 퍼렌티의 수명이 도래함에 따라 2000년대 중반 새로운 전술차량을 도입하고자 했다. 2007년 호주군의 요청에 따라 벤츠는 G바겐의 6x6 모델을 개발하였다. 호주군은 6륜 구동 뿐만 아니라 기존의 4륜 구동 모델도 발주하여 최초에 1,200대의 G바겐을 주문했는데, 추가발주까지 합하여 총 2,268대가 도입되었다. 호주군에서 운용되는 G바겐은 모두 10종으로, 특히 6륜구동인 SVR 모델은 기존의 랜드로버 퍼렌티 6륜구동 차량을 대체하여 장거리정찰임무에 투입되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6륜구동 모델을 바탕으로 2003년 G63 AMG 6x6 모델을 발매하였는데, 가격은 무려 500만불을 넘는다.

호주군의 G바겐 SVR 모델 <출처: 호주 국방부>

서발 LIV(SO)

독일군의 G바겐인 볼프 가운데 특수작전 전용으로 개조된 모델을 서발(Serval)이라고 부른다. 서발의 정식명칙은 LIV(SO)로 특수작전용 경보병차량(Light Infantry Vehicle for Special Operations)을 뜻한다. 서발은 독일 국방부의 요구에 따라 2002년 개발되었으며 생산은 라인메탈 지상시스템(Rheinmetall LandSysteme)에서 담당했다. 초도물량은 21대로 독일 특수부대인 KSK(Kommando Spezialkräfte)에 납품되었으며, 스위스군에서도 일부 도입했다. 서발은 독일군에서는 AGF(Aufklärungs- und Gefechtsfahrzeug, 정찰전투차량)로 불린다.

독일군의 KSK가 사용하는 서발 AGF 특수작전차량 <출처: 독일 국방부>



저자 소개  

양욱 | Defense Analyst
서울대학교 법대를 거쳐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을 공부했고, 줄곧 국방 분야에 종사해왔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를 훈련시키기도 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요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수석연구위원 겸 WMD 대응센터장으로 재직하며, 합참·방위사업청 자문위원,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으로 우리 국방의 나아갈 길에 대한 왕성한 정책제안활동을 하고 있다. 본 연재인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