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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제정 러시아 시대부터 해군은 육군을 지원하는 해상 포대의 역할로 충분하다는 개념을 인하여 체계적인 발전이 어려웠다. 이러한 사정은 2차 대전 당시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해전에서 독일 해군에 대한 별다른 전과도 없었다. 1950년대 후반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등장하자 소련 해군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확보에 더욱 노력하였다. 소련 해군은 재충전 없이 수중에서 은밀하게 거의 무한정 활동할 수 있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야말로 궁극의 수중병기라고 생각하였다.

이처럼 대양해군 건설에 인색하였던 소련 해군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이 바로 쿠바 미사일 위기이다. 1962년 10월 14일에 쿠바 상공을 비행하던 미국 U-2 정찰기가 중거리 탄도미사일 기지를 발견하면서 시작된 쿠바 미사일 위기는 같은 달 28일까지 계속되었다. 당시 미국은 압도적인 해군력으로 쿠바를 해상 봉쇄하였고 결국 소련은 쿠바에 설치하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철수하기로 결정하였다. 쿠바 미사일 위기를 계기로 소련 해군은 유사시 수중에서 은밀한 억제력을 발휘하는 잠수함보다 수상 전투함의 위력이 더 크다는 사실을 절감하였다.

이러한 배경에 따라 소련 해군은 1960년대 초부터 미 해군에 대항할 수 있는 대양해군 건설을 구상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해군력 증강은 단기간에 실행할 수 있는 과제는 아니며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여 장기간에 걸쳐 꾸준하게 진행해야 한다. 소련 해군은 당장에 미 해군의 핵심 전력인 항모기동함대에 대항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대신 당시 미 해군이 급속하게 증강하던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대응하는 대잠작전 능력 확보를 먼저 추진하였다.

이러한 구상에 따라 소련 해군은 소형 대잠함(대잠초계함, 대잠호위함)을 시작으로 대형 대잠함(대잠구축함, 대잠순양함)을 순차적으로 개발하여 실전에 배치할 계획이었다. 해군력을 증강하려면 전투함을 비롯하여 탑재하는 센서와 무장을 함께 개발하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러한 전투함을 움직이는 승조원을 양성해야한다.

1960년대 미 해군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대응하는 대잠작전을 펼치려면 소련 해군으로서도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버금가는 성능을 가진 대잠함이 필요하였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일단 출항하면 수면으로 부상하지 않고 최고속도로 거의 무한정 항해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러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추적하려면 같거나 더 뛰어난 항해성능이 필요하다. 당시 소련 해군의 주력 전투함은 대부분 증기터빈이라서 실전에서의 대잠작전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일러에서 물을 끓여 발생하는 고압 증기를 사용하는 증기터빈 추진기관은 저속으로 순항하다가 급가속하려면 보일러의 온도가 금방 올라가지 않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발견하고도 속도가 느려 표적을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고자 1960년대 소련 해군은 원자력 추진 대잠함과 원자력 추진 방공함을 함께 편성하는 원양함대를 구상하였다. 이러한 구상은 미 해군이 1960년대 초에 엔터프라이즈 항공모함(USS Enterprise, CVN-65), 롱비치 순양함(USS Long Beach, CGN-9), 베인브릿지 대형호위함(USS Bainbridge, DLGN-25)으로 구성된 최초의 원자력 항모기동함대를 실전에 배치하면서 크게 자극을 받은 영향도 있다. 그러나 원자력 추진 전투함은 비용이 많이 들고 기술개발도 쉽지 않기 때문에 당장에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련 해군은 기본 계획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원자력 추진 방식만 포기한 모스크바(Moscow)급 대잠순양함과 키예프(Kiev)급 항공순양함을 실전에 배치하면서 대양해군 건설을 시작하였다. 한편 이보다 먼저 시작한 대형 대잠함 프로젝트는 별도로 추진하던 대공 순양함 계획과 통합되면서 다목적 대형 전투함으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대양작전에 필요한 항해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 추진 방식이 채택되었다. 이후 1971년에 소련 국방장관이 원자력 추진 다목적 미사일 전투함(프로젝트 1144) 계획을 승인하면서 마침내 키로프(Kirov)급 순양함이 등장하게 되었다.

키로프급 순양함은 매우 강력한 해상타격, 해상방공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24,000톤급 초대형 선체와 더불어 두꺼운 장갑을 갖추고 있어 서방측에서는 순양전함(Battlecruiser)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소련 해군은 키로프급을 원자력 미사일 순양함으로 분류하며 일반적인 미사일 순양함보다 한 단계 높은 대형 전투함으로 간주하고 있다.

소련 해군은 신형 전투함을 개발하면서 탑재하는 무장을 동시에 개발하려고 하였지만 기술력의 부족으로 개발이 지연되고 있었다. 키로프급 순양함은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기본적인 선체를 먼저 개발하고 탑재하는 장비와 무장을 추가로 개량하는 점진적인 개발방식(spiral model)을 도입하였다. 선도함인 키로프(프로젝트 1144)는 일종의 시제함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2번함인 프룬제(Frunze)부터는 성능을 개량하여 프로젝트 11442로 불린다.

여담이지만 전함에 가까운 배수량을 가진 키로프급 순양함은 원자력 추진 기관을 가동하면서 30노트(knot)의 속도로 거의 무한정 항해할 수 있는 막강한 전투함으로 미 해군 수뇌부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에 따라 미 해군은 1980년대 600척 함대 계획을 추진하면서 아이오와(Iowa)급 전함을 현역으로 복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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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선체

일반적으로 소련 해군의 전투함은 미 해군과 비교할 때 배수량에 비해 중무장을 탑재하여 상부 구조물이 복잡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키로프급의 경우에는 미 해군의 전투함을 능가할 정도로 함교 구조물이 세련되게 설계되었고 각종 무장도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는 키로프급이 초기부터 스텔스(Stealth) 성능을 고려하여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키로프급은 미 해군보다 앞서 실전에 배치된 스텔스 전투함으로 외부에 노출되는 미사일 발사기를 대신하여 선체의 내부에 설치하는 수직발사기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였다. 현대의 전투함에서 표준장비로 취급되는 수직발사기는 미사일의 격납과 발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고 선체 내부에 탑재할 수 있어서 레이더 반사 면적(RCS)을 줄이는데 유리하다. 일설에 의하면 24,000톤급 키로프 순양함의 레이더 반사 면적은 2,000톤급 호위함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키로프급의 상부 구조물은 모두 안쪽을 향하여 경사지게 설계되었으며 선체의 주요 부분에 1,100톤에 달하는 장갑판을 설치하여 보호하고 있다. 특히 피격을 당하기 쉬운 흘수선(吃水線)의 위쪽(2.5m), 아래쪽(1.0m)은 선체를 장갑판으로 보강하고 있다. 그리고 함교, 미사일 수직발사기, 탄약고, 기관실, 헬기 격납고, 연료 탱크, 함미 조타실 등에 35~100 mm 장갑판이 설치되어 폭발 파편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기관

거대한 선체에도 불구하고 키로프급 순양함은 원자력 추진 기관을 탑재하여 최고속도로 순항할 수 있다. 키로프급은 원자력 추진과 증기 터빈을 조합한 CONAS(COmbined Nuclear And Steam) 복합추진방식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원자력 잠수함에 탑재하는 원자로의 신뢰성이 낮았기 때문에 원자로와 병행하여 증유를 사용하는 보일러(KVG-2)를 예비 기관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원자로는 당초 원자력 잠수함에서 사용하는 VM-4 원자로를 탑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체가 대형화되면서 원자력 쇄빙선에 탑재하는 OK-900 원자로를 개량한 KN-3 가압수형 원자로를 탑재하였다. 원자로를 정상 가동하면 최대 30 노트로 계속 항해할 수 있으며, 예비 보일러를 사용하면 14노트 속도로 1,000 해리(nautical mile)를 항해할 수 있다.

전투체계

키로프급은 장거리 대공탐색 레이더로 MR-800 Voshkod (NATO 명칭 “Top Pair") 3차원 레이더를 전방 마스트(mast)에 탑재한다. 이 레이더는 폭격기 크기의 목표물을 200 해리(366 km) 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으며 전투기 크기는 100 해리(183 km) 거리에서 탐지할 수 있다. MR-800 레이더는 키에프급 항공순양함과 슬라바(Slava)급 순양함에도 탑재하는 러시아 해군의 표준 장비이다.후방 마스트에는 MR-710M 프레갓(Fregat)-M (NATO 명칭 "Top Plate") 3차원 대공/대수상 레이더를 탑재한다. 키로프급 4번함은 성능이 개량된 MR-750 프레갓-MA 3차원 레이더를 탑재한다.키로프급의 소나(sonar) 장비는 저주파 운용이 가능한 MGK-355 폴리놈(Polinom) 소나체계를 처음으로 탑재하였다. MGK-355 소나체계는 NATO 명칭 "Horse Jaw" 함수 소나(bow sonar)와 NATO 명칭 “Horse Tail" 가변심도 소나로 구성된다.

무장

강력한 무장을 탑재하기로 유명한 키로프급 순양함의 주무장은 P-700 그라니트(Granit) 함대함 미사일(SS-N-19 Shipwreck)이다. 이 미사일은 무려 625 km를 마하 1.6~2.5의 고속으로 비행하는 장거리 함대함 미사일로 유명하며 발사중량이 무려 7톤에 달한다. 오스카(Oscar)급 원자력 잠수함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되었으며 키로프급 순양함에도 탑재한다. 워낙 사거리가 길어서 데이터링크를 포함하는 레겐다(Legenda) 위성체계로 유도한다.

대공 무장으로는 슬라바급 순양함에서 사용하는 S-300F 포트(Fort) 함대방공 미사일체계(SA-N-6 Grumble) 를 탑재한다. S-300F 체계는 미사일사격통제체계(GMFCS) 2기, 수직발사체계(VLS) 12기, 함대공미사일(SAM)로 구성된다. 키로프급 4번함은 성능이 개량된 S-300FM 포트-M(SA-N-20 Gargoyle)을 탑재하고 있다.

수직발사기에는 키로프급 선도함, 2번함의 경우 5V55RM(최대사거리 90 km), 3번함은 48N6E(최대사거리 120 km), 4번함은 48N6E2 (최대사거리 200 km) 함대공 미사일을 탑재한다.

한편 개함 방공용으로 3K95 킨잘(Kinzhal, SA-N-9 Gauntlet) 단거리 함대공 미사일과 카슈탄(Kashtan) CADS-N-1 복합 근접방어체계(CIWS)를 탑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개발이 지연되면서 선도함, 2번함은 종래의 4K33 OSA-M (SA-N-4 Gecko), AK-630M 기관포를 탑재하였다. 이후 3번함은 OSA-MA, 카슈탄 CIWS로 개량되었으며, 4번함에 이르러서 본래 계획하였던 킨잘 방공미사일의 탑재가 실현되었다.

함포

배수량 2만 톤을 초과하는 초대형 전투함인 키로프급 순양함의 주무장은 장거리 함대함 미사일과 함대공 미사일이다. 따라서 재래식 무장인 함포는 보조 무장으로 탑재하는데 키로프급 선도함은 AK-100 100 mm 단장포 2문, 2번함부터는 AK-130 130 mm 연장포 2문으로 개량되었다.

대잠헬기

키로프급은 대잠작전, 대공경계, 미사일 중간 유도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3대의 카모프(Kamov) Ka-25/-27 헬릭스(Helix) 대잠헬기를 탑재한다. 대잠헬기는 함미 비행갑판에서 운용하며, 비행갑판의 아래에 격납고가 설치되어 있다. 임무를 마친 대잠헬기는 로터(rotor)를 접은 다음 비행갑판이 열고 엘리베이터(elevator)를 사용하여 격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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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함

키로프급(총 4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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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소련 해군은 모두 7척의 키로프급 순향함을 건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발 지연, 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1988년까지 3척만 완성되었다. 건조 중이던 4번함은 소련 해체 이후 공사가 중단되었으나 옐친(Boris Yeltsin)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로 1980년대 중반에 공사가 재개되어 1998년에 취역하였다. 5번함은 건조 도중 공사가 중단되었으나 재개되지 못하고 해체되었다. 6번함과 7번함은 계획만으로 종결되었다.

선도함은 퇴역하여 해체되었고 현재 4번함만 현역으로 북해함대에서 활동 중이다. 2번함과 3번함은 운용을 중지하고 항구에 보관 중이며, 현재 3번함은 현역 복귀를 목표로 성능개량이 진행 중이다. 러시아 정부의 국방예산이 확보된다면 2번함에 대한 성능개량이 기대된다.

성능개량

소련 해군이 대양해군 건설을 목표로 야심차게 개발한 키로프급 순양함은 출중한 성능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키로프급 순양함은 개발이 지연되면서 1980년대 이후 4척이 실전에 배치되었다. 그러나 소련 해체 이후 키로프급은 비싼 운용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항구에 방치되어 있었다. 2014년부터 3번함을 현역으로 복귀시키고자 성능개량을 포함한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개량 내용은 원자로와 증기 터빈 교체, 사격통제장비 개량, 함대함 미사일(P-800, 3M-54 Kalibr), 함대공 미사일(S-400 Growler), 개함방공 무장(3K-22 Tsirkon), 함포(A-192 130 mm) 교체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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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표트르 벨리키이)

- 함명 : 키로프급
- 함종 : 원자력 추진 미사일 순양함(CGN)
- 표준배수량 : 19,305톤
- 만재배수량 : 24,690톤
- 전장 : 252.0 m
- 전폭 : 28.5 m
- 흘수 : 9.1 m
- 최대속도 : 30 kt
- 항해거리 : 14,000 nm/30 kt
- 승조원 : 744명 (장교 82명, 항공 18명)
- 주기관 : KN-3 원자로 (300 MW) × 2, GT3A-686 증기터빈(140,000 마력) × 2, 2축 추진
- 무장(미사일) : P-700 (SS-N-19) 함대함 미사일 × 20, 포트-M (SA-N-20) 함대공 미사일 수직발사기 × 12 (8발 수납), Novator SS-N-15 함대잠 순항미사일
- 무장(함포) : AK-130 130 mm 연장포 × 2, CADS-N-1 복합방어체계 × 6
- 무장(어뢰) : 21인치 어뢰발사관 × 10
- 무장(대잠로켓) : RBU-12000 10연장 대잠로켓 × 1, RBU-1000 6연장 대잠로켓 × 2
- 무장(폭뢰) : 대잠폭뢰 × 26
- 방어체계 : PK-2 채프 발사기 × 2
- ESM./ECM : Foot Ball B × 8, Wine Flask × 4, Bell Bash × 8, Bell Nip × 4
- 레이더 : Top Pair 3차원 대공탐색레이더 × 1, Top Plate 3차원 대공/대수상탐색레이더 × 1, Palm Frond 항해레이더 × 3
- 소나 : Horse Jaw(함수), Horse Tail(가변심도)
- 헬기 : Ka-27 Helix A 대잠헬기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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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