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해군의 계급제도
군대문화 이야기(3) 지구 표면의 70%를 책임지는 해군의 자부심과 질서
  • 윤상용
  • 입력 : 2018.03.16 14:59
    하와이의 태평양 국립묘지를 찾아 참배하는 대한민국 해군참모총장 엄현성 대장 <출처: 미 해군>
    하와이의 태평양 국립묘지를 찾아 참배하는 대한민국 해군참모총장 엄현성 대장 <출처: 미 해군>


    우리 군은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의 계급을 동일한 명칭과 계급장으로 통일해서 사용하고 있으나, 서방 국가를 비롯한 해외 각국에서는 육군과 명칭이 상이한 해군의 계급체계를 가진 경우가 많다. 이는 해군이 육군과 판이하게 다른 발전사를 거쳐왔기 때문이다. 해군 계급의 변화와 발전을 살펴보려면 ‘대항해 시대’를 거치며 구세계 패권국을 꺾고 한때 전 세계 국가의 90%를 지배한 대영제국 해군의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해군 계급체계도 육군 계급체계와 마찬가지로 라틴어를 비롯한 전 세계의 다양한 언어를 어원으로 삼고 있지만, 계급 명칭으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해양 강국이자 해군 계급체계를 최초로 제도화한 영국의 영향 때문에 ‘앵글로화된(anglicized)’ 경향이 강하다. 해군은 각 지방 영주의 사설 군대로 시작한 육군의 역사와 달리 선박의 건조와 유지관리 비용이 비싼 관계로 전쟁 시 왕실이 상선을 ‘고용’하는 형태로 처음 시작되었으며, 중세 이후부터는 왕실이 직접 군함과 병력을 보유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또한 국경선이 분명하지 않은 바다 위에서 적국과 아군 선박이 예상치 못하게 충돌하거나 마주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에 국제법의 등장과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제1차 영국-네덜란드 전쟁(1652~1654) 기록화. 1654년경 그림으로 추정. 국립해양박물관(National Maritime Museum) 소장. <출처: National Maritime Museum / Royal Museum Greenwich>
    제1차 영국-네덜란드 전쟁(1652~1654) 기록화. 1654년경 그림으로 추정. 국립해양박물관(National Maritime Museum) 소장. <출처: National Maritime Museum / Royal Museum Greenwich>

    본격적인 해군의 기틀을 마련한 영국 왕립해군

    1660년대에 건군한 영국 왕립해군(RN, The Royal Navy)은 조지 2세(George II, 1683~1760) 통치 시기인 1740년대 이전까지는 정식으로 단일 규격의 ‘정복’을 채택하지 않았다. 단지 장교들만 귀족 신분을 나타내기 위해 화려한 의상과 하얀 가발을 쓰고 다녔다. 이 시기까지 해군 함선에는 함선과 선원을 지휘하는 ‘마스터(Master)’, 그리고 승선한 전투원을 통솔하는 ‘캡틴(Captain)’과 부지휘관 성격의 ‘루테넌트(Lieutenant)’의 3개 계급만 설치되어 있었다. 이러한 지휘 구조는 중세 이전까지의 해상전 양상에 기인하는데, 화포를 비롯한 장거리 무기체계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전에는 적함에 접근하여 충돌한 후 선상 전투를 통해 상대방 함정을 나포하는 방식으로 싸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항해 교육을 받은 함선의 지휘자와 전투, 전술, 전략적 소양을 쌓은 전투원의 지휘자가 별도로 필요했으며, 이러한 지휘 구조는 무기체계의 발달과 함께 전투 방식이 바뀌면서 변화를 겪게 되었다.

    영국 왕립해군은 18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사실상 2개로 이원화되어 있던 지휘권을 하나로 묶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헨리 8세(Henry VIII, 1491~1547) 때 ‘마스터’와 ‘캡틴’, 이 두 계급을 정리하여 ‘캡틴’ 계급은 국왕의 위임장을 받아 임관한 장교가 되었고, 전문적인 항해 기술을 필요로 하는 ‘마스터’ 계급은 전문성을 인정받아 영장(warrant)을 발급받은 ‘영장 장교[Warrant Officer: 오늘날의 준사관(準士官)]’가 되었다.

    해군대령을 지칭하는 영어 ‘캡틴(Captain)’은 18세기 이전 해군에서 가장 상위 계급이었다. 사진은 2명의 대령이 서로 경례를 나누는 모습이다. <출처: 미 해군>
    해군대령을 지칭하는 영어 ‘캡틴(Captain)’은 18세기 이전 해군에서 가장 상위 계급이었다. 사진은 2명의 대령이 서로 경례를 나누는 모습이다. <출처: 미 해군>

    앞서 말했듯 18세기 이전 해군의 지휘체계에서 가장 상위 계급은 ‘캡틴’이었다. 오늘날 해군 대령 계급으로 정착한 이 계급은 1300년대 말경에 처음 등장했으며, 단어의 유래는 육군의 대위(Captain) 계급과 동일하게 우두머리라는 뜻의 라틴어 ‘카피타니우스(Capitanius)’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캡틴’은 아직 계급체계가 확립되어 있지 않던 시절에 함선의 최고지휘관을 지칭하던 호칭으로 오랫동안 사용해왔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이 두 개념이 혼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오늘날 대령 이하의 계급이더라도 함선을 지휘하는 지휘관은 ‘캡틴’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통상 영미권에서 ‘대령’과 ‘캡틴(지휘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계급으로 부르는 경우는 반드시 해당 계급자의 성(姓)과 함께 붙여 부르고, 지휘관의 의미로 부를 때는 성을 빼고 호칭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마스터는 18세기 이전에는 준사관 계급을 지칭하는 단어였는데, 19세기에 이르러 2급함 함장을 의미하는 ‘커맨더’로 바뀌었고, 해군중령을 가리키는 단어가 되었다. 사진은 수장식(水葬式) 후에 국기에 경례를 하는 알레이버크(Arleigh Burke)급 구축함 함장(중령)의 모습이다. <출처: 미 해군>
    마스터는 18세기 이전에는 준사관 계급을 지칭하는 단어였는데, 19세기에 이르러 2급함 함장을 의미하는 ‘커맨더’로 바뀌었고, 해군중령을 가리키는 단어가 되었다. 사진은 수장식(水葬式) 후에 국기에 경례를 하는 알레이버크(Arleigh Burke)급 구축함 함장(중령)의 모습이다. <출처: 미 해군>

    다음으로 중요한 계급은 ‘캡틴’과 함께 등장했던 ‘마스터’ 계급이다. 이 계급은 18세기에 개명되기 전까지 ‘마스터 앤 커맨더(Master and Commander)’라는 계급으로 불렸으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항해의 총책임을 졌던 준사관 계급이었다. 이 계급은 18세기 즈음 계급 정리와 일원화가 시도되면서 슬루프(Sloop)급 이하나 함포가 24문 이하로 설치된 배의 최고지휘관으로 정해졌으며, 1794년에 장교 계급으로 정착되면서 명칭도 짧아져 ‘커맨더(Commander: 중령)’가 되었다. 영국 왕립해군은 33년 뒤인 1827년에 ‘캡틴’을 왕립해군 보유 군함 중 최대함인 1급함의 함장으로, ‘커맨더’ 계급을 두 번째로 큰 ‘2급함’의 함장으로 지정했다. 한편 이 계급의 유래가 된 ‘영장 장교’ 역시 별도의 계급인 ‘준위(Warrant Officer)’가 되었으나, 1949년에 잠시 계급이 폐지되었다가 육군을 모델로 삼으면서 1973년에 부활했다.


    현대로 들어서면서 세분화된 해군 계급

    장교 계급에서 중요한 마지막 계급은 상급자를 ‘대신하는 자’라는 의미를 가진 루테넌트(Lieutenant)다. 프랑스어의 ‘자리(tenant)’와 ‘대신하다(lieu)’를 합친 이 계급은 최초 전투 지휘관이던 ‘캡틴’을 보좌하는 부지휘관을 위해 설치되었으나, 해군의 현대화와 함께 소속 함정의 지휘관인 ‘캡틴’이나 ‘마스터’를 보좌하고, 유고 시에는 대리 지휘를 하는 계급이 되었다. 이 계급은 1811년경 2개의 계급으로 분리되어 루테넌트(대위)와 서브-루테넌트(Sub-Lieutenant: 중위)가 되었다. 서브-루테넌트는 장교후보생(Midshipman: 소위)이 교육을 마친 뒤 ‘마스터’의 항해사로 발탁되는 경우에 달았던 계급이었으며, ‘장교후보생’을 지칭하던 미드쉽맨은 오늘날 소위 계급으로 정착되었다.

    근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영해의 개념과 주권 개념이 확립되기 시작하면서 국가의 권위를 위임받은 해군 장교단은 독특한 권한을 행사했다. 이들이 승선한 함정은 자국 영해를 통과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정선(停船) 명령을 내릴 수 있었으며, 해당 함선에 올라 수색을 실시할 수 있었다. 또한 해당 선박이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합법적으로 이들을 격침시킬 권한을 행사했다.

    루테넌트는 캡틴을 보좌하는 부 지휘관의 의미였으나, 현대 해군에서는 대위와 중위를 가리키는 단어가 되었다. 사진은 해군대위의 진급 장면이다. <출처: 미 해군>
    루테넌트는 캡틴을 보좌하는 부 지휘관의 의미였으나, 현대 해군에서는 대위와 중위를 가리키는 단어가 되었다. 사진은 해군대위의 진급 장면이다. <출처: 미 해군>

    한편 해군 부사관 계급에는 ‘페티(Petty)’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영국 왕립해군의 경우 하사, 중사가 각각 ‘페티 오피서(Petty Officer)’, ‘치프 페티 오피서(Chief Petty Officer)’로 불리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페티’는 프랑스어의 ‘작다(petit)’에서 유래했으며, 위에 언급된 장교 계급을 보좌하는 의미로 명칭이 붙었다. 이 직위는 군이 현대화하기 전에 선장이 임의로 임명한 ‘항해사’에서 유래했다. 대항해 시대가 한창이던 때에는 선장이 필요할 때마다 항해사를 고용하는 형태였으며, 항해가 끝나면 계약이 만료된 것으로 간주했었다.

    17세기경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페티 오피서’는 이런 전통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계급이 아니라 보직 개념이었다. 대항해 시대의 함장은 통상 수병 중에서 한 명을 뽑아 페티 오피서를 임명했다. 따라서 함정 1척당 단 1명만 임명되던 페티 오피서를 위한 계급장이나 복제는 따로 없었다. ‘페티 오피서’가 정식으로 계급체계에 들어오게 된 것은 1808년 이후였으며, 오늘날의 계급 위치로 정해진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시기였다. 영국 왕립해군은 20세기에 들어와 부사관 이하 계급을 간소화하면서 육군과 마찬가지로 병 계급을 2개로 단순화하여 2개의 부사관 계급과 1개의 준사관 계급만이 존재한다.

    ‘페티 오피서’는 17세기 장교를 보좌하기 위해 고용한 항해사를 가리키는 명칭에서 유래하여 현대에는 부사관의 통칭으로 불리고 있다. 사진은 두 명의 미 해군 하사가 경례 중인 모습. <출처: 미 해군>
    ‘페티 오피서’는 17세기 장교를 보좌하기 위해 고용한 항해사를 가리키는 명칭에서 유래하여 현대에는 부사관의 통칭으로 불리고 있다. 사진은 두 명의 미 해군 하사가 경례 중인 모습. <출처: 미 해군>


    대양함대와 ‘제독’ 계급의 등장

    한편, 육군, 공군, 해병대의 ‘장군(General)’에 준하는 장관급 지휘관인 ‘제독(Admiral)’은 아랍어로 ‘바다의 지휘자’를 뜻하는 ‘아미르-알-바흐르(Amir-al-Bahr)’에서 유래했으며, 11세기경 십자군 전쟁 때 아랍권에서 유럽으로 전래된 명칭이다. 유럽에서 제독 계급을 처음 사용한 것은 시칠리아(Sicilia)와 제노바(Genova) 해군의 ‘아미랄(Amiral)’이었으며, 이 계급은 다시 영국으로 넘어오면서 d가 추가되어 ‘애드미럴(Admiral)’이 되었다.

    제독을 의미하는 영어 애드미럴은 바다의 지휘자라는 아랍어인 아미르-알-바흐르에서 유래한다. 사진은 미 해군 제10항모타격전단장인 새뮤얼 패패로(Samuel Paparo) 준장이 아이젠하워 항모(USS Dwight D. Eisenhower, CVN-69) 수병들의 경례를 받는 모습. <출처: 미 해군 / Petty Officer 3rd Class Nathan Beard>
    제독을 의미하는 영어 애드미럴은 바다의 지휘자라는 아랍어인 아미르-알-바흐르에서 유래한다. 사진은 미 해군 제10항모타격전단장인 새뮤얼 패패로(Samuel Paparo) 준장이 아이젠하워 항모(USS Dwight D. Eisenhower, CVN-69) 수병들의 경례를 받는 모습. <출처: 미 해군 / Petty Officer 3rd Class Nathan Beard>

    영국이 최초로 임명한 제독은 1224년 헨리 3세(Henry III, 1207~1272)가 임명한 리처드 드 루시(Richard de Lucy) 제독이었으며, 이어 1264년에 토머스 물턴 경(Sir Thomas Moulton)이 제독에 임명된 기록이 존재한다. 영국 해군은 급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한 13세기 말에 각 지역별 최고 책임자를 임명하면서 ‘북부 제독(Admiral of the North)’, ‘남부 제독(Admiral of the South)’, 서부 및 아일랜드 해 제독(Admiral of West and Irish Sea)’을 해역 최고사령관으로 삼았다.

    하지만 ‘제독’ 계급이 세분화되기 시작한 것은 영국 왕립해군이 본격적으로 해상 강국으로 등극한 엘리자베스 1세(Elizabeth I, 1558~1603) 때로, 이 시기에 처음으로 왕립해군에 함대 개념이 탄생했다. 영국 왕립해군은 함대 진영 가운데에 기함(旗艦: flagship)을 배치하면서 함대 사령관인 ‘제독(Admiral: 대장)’을 위치시켰고, 함대의 선두에는 부(副)제독(Vice-Admiral: 중장)을, 함대 후미에는 후미 지휘와 예비전력 및 보급을 관리할 후미(後尾)제독(Rear Admiral: 소장)을 위치시켰다. 이를 통해 영국 왕립해군은 소장 이상의 제독급 계급체계를 완성했다.

    나폴레옹 함대의 공격을 트라팔가에서 좌절시킨 호레이쇼 넬슨(Sir Horatio Nelson, 1758~1805) 제독의 초상화. 트라팔가 해전 당시 그는 왕립 해군 중장이었다. <출처: Lemuel Frnacis Abbot 그림 / National Maritime Museum 소장>
    나폴레옹 함대의 공격을 트라팔가에서 좌절시킨 호레이쇼 넬슨(Sir Horatio Nelson, 1758~1805) 제독의 초상화. 트라팔가 해전 당시 그는 왕립 해군 중장이었다. <출처: Lemuel Frnacis Abbot 그림 / National Maritime Museum 소장>

    한편 오늘날의 준장(准將) 계급은 제독 계급의 등장과 다소 다른 유래를 갖고 있다. 1652년, 1차 영국-네덜란드 전쟁이 발발하면서 네덜란드는 영국 왕립해군과 정면으로 해전을 벌이게 되었다. 이때 수적으로 열세였던 네덜란드는 급격하게 해군을 확장하면서 제독급 지휘관들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되었으나, 이들의 급여를 감당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급여가 대장(애드미럴) 급여의 절반 정도인 ‘코모도어(Commodore: 준장)’ 계급을 신설했다. 코모도어의 어원은 ‘명령하는 자(Commendador)’에서 온 것이며, 훗날 네덜란드의 오렌지 공 윌리엄(William of Orange, 1650~1702)이 영국에서 윌리엄 3세(William III)로 즉위하게 되자 영국 왕립해군에도 동일한 계급을 설치했다.


    유럽과 차별화를 시도한 21세기의 ‘무적함대’, 미 해군의 계급체계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시대가 서서히 쇠퇴하면서 신흥 해양강국으로 등장한 미국은 20세기 초부터 ‘대(大)백색함대(Great White Fleet)’로 명명한 2개 강철함대를 창설하면서 서서히 위용을 뽐내기 시작했다. 미 해군은 영국 해군에서 차용해온 계급 명칭과 제도를 일부 사용했으나, 전통적으로 유럽 군대와 차별화를 원했기 때문에 일부 계급은 독자적인 용어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라틴어의 ‘인시그니아(Insignia: 문장)’에서 유래한 ‘엔사인(Ensign: 소위)’은 원래 프랑스 육군이 수습사관의 의미로 사용하던 것을 차용해와 1862년부터 정식 계급에 넣었으며, 함장을 보좌한다는 의미를 담은 중위(LT J/G, Lieutenant Junior Grade)와 대위(LT S/G, Lieutenant Senior Grade) 계급도 계급체계에 포함되었다.

    육군의 수습사관이라는 뜻이었던 엔사인은 미 해군 소위를 가리키는 계급으로 사용되었다. 사진은 2017년 미 해군사관학교의 임관식 장면이다. <출처: 미 해군>
    육군의 수습사관이라는 뜻이었던 엔사인은 미 해군 소위를 가리키는 계급으로 사용되었다. 사진은 2017년 미 해군사관학교의 임관식 장면이다. <출처: 미 해군>

    한편 미 해군은 기존 영국군의 제독 계급을 왕정국가 색채가 강하는 이유로 남북전쟁(1861~1865) 때까지 설치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관급 계급이 없어 타국 해군과 교류 시에 직급 예우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지적이 계속되어왔고, 남북전쟁이 터지면서 해군이 확장하자 연방군(북군) 측에서 먼저 1862년 7월 16일에 총 9명의 소장(Rear Admiral)을 임명했다. 2년 뒤인 1864년에 이들 중 데이비드 패러것(David G. Farragut, 1802~1870) 소장이 중장으로 진급한 후 다시 1866년 7월에 대장으로 승진하면서 미 해군 또한 제독 계급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미 해군 최초로 대장이 된 데이비드 패러것 제독 <출처: Sebastianiette and Bengue of Trieste / NHHC>
    미 해군 최초로 대장이 된 데이비드 패러것 제독 <출처: Sebastianiette and Bengue of Trieste / NHHC>

    미 해군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대령 계급자 중 기동함대장(Task Force)이나 전단장, 해군 항모 비행단장 등에게 부여할 보직 개념으로 코모도어(Commodore)를 도입했다. 이후 1983년경 국방장교인사법(DOPMA, Defense Officer Personnel Management Act)이 통과되면서 대령과 소장 사이에 ‘코모도어 애드미럴(Commodore Admiral)’이라는 계급을 설치했는데, 문제는 이것이 앞서 보직 형태로 운용한 ‘코모도어’라는 보직 명칭과 혼선을 빚었다는 사실이다. 즉, 대령 계급을 갖고 있던 기동함대장과 준장의 호칭이 헛갈리게 된 것이다. 결국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이 1986년에 계급 명칭의 정정을 지시하면서 준장은 ‘리어 애드미럴 로워 해프(RAL/H, Rear Admiral Lower Half)’로, ‘소장은 리어 애드미럴 어퍼 해프(RAU/H, Rear Admiral Upper Half)’로 명명되었다. 또한 ‘코모도어’라는 명칭이 들어간 계급과 보직은 둘 다 폐지했다.

    루이스 마운트배튼(Louis Mountbatten) 백작의 모습. 1974년경에 촬영된 것으로, 그는 빅토리아 여왕의 증손자이자 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부군인 필립 공의 삼촌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원수 계급으로 연합군 동남아시아 사령관(1943~1946)을 역임했으며, 전후 해군참모총장과 인도총독 등을 두루 지냈다. 1979년 IRA 테러로 낚시 중 폭사했다. <출처: (cc) Allan Warren at wikimedia.org>
    루이스 마운트배튼(Louis Mountbatten) 백작의 모습. 1974년경에 촬영된 것으로, 그는 빅토리아 여왕의 증손자이자 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부군인 필립 공의 삼촌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원수 계급으로 연합군 동남아시아 사령관(1943~1946)을 역임했으며, 전후 해군참모총장과 인도총독 등을 두루 지냈다. 1979년 IRA 테러로 낚시 중 폭사했다. <출처: (cc) Allan Warren at wikimedia.org>


    최상위 계급, 원수(元帥)와 대원수(大元帥)

    육군과 마찬가지로 해군 또한 대장 위의 상위 계급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원수 계급으로, 영국 왕립해군은 애드미럴 오브 더 플릿(Admiral of the Fleet)으로 호칭한다. 5성 계급에 해당하는 이 계급은 이미 1690년 3차 영국-네덜란드 전쟁을 지휘한 에드워드 러셀(Edward Russell) 제독에게 처음 부여되었으나, 해군이 현대화된 1860년대에 오면서 해군참모총장(First Naval Lord: 1904년 ‘First Sea Lord’로 개칭)이 자동으로 진급하는 형태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활약한 제임스 서머빌 경(Sir James Sommerville, 1882~1949), ‘ABC’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앤드류 커닝험 경(Sir Andrew B. Cunningham, 1883~1963) 등도 원수 계급을 부여 받았으나, 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부군인 에딘버러 공작 필립 공(Sir Philip Mountbatten, 1921~), 연합군 동남아사령관을 지낸 마운트배튼 백작(The Earl of Mountbatten of Burma, 1900~1979), 국왕 조지 5세(George V, 1895~1952), 에드워드 3세(Edward III, 1894~1972)를 비롯한 왕실 관계자뿐 아니라 노르웨이의 올라프 5세(Olav V, 1903~1991), 프로이센의 하인리히 왕자(Albert Wilhelm Heinrich, 1862~1929), 러시아의 니콜라이 2세(Nicholas II, 1868~1918), 프로이센의 빌헬름 2세(Wilhelm II, 1859~1941) 등이 명예원수 계급을 받았다. 현대에는 거의 이 계급을 부여하지 않고 있으나, 2012년에는 찰스 황태자(Prince of Wales, 1948~)에게 이 계급이 부여되었고, 2014년에는 전 해군참모총장을 역임한 보이스 경(Lord Boyce, 1943~)에게 부여된 바 있다.

    마닐라만 해전을 승리로 이끈 공로로 6성 장군인 미 해군 대원수 계급을 부여받은 조지 듀이 제독의 초상화 <출처: Naval History and Heritage Command>
    마닐라만 해전을 승리로 이끈 공로로 6성 장군인 미 해군 대원수 계급을 부여받은 조지 듀이 제독의 초상화 <출처: Naval History and Heritage Command>

    미 해군은 1899년에 조지 듀이(George Dewey, 1837~1917) 제독이 미서전쟁(美西戰爭) 중 필리핀 해역에서 벌어진 마닐라만 해전(Battle of Manila Bay)에서 스페인 함대를 격파하자, 윌리엄 매킨리(William McKinley) 대통령은 의회 승인을 거쳐 그에게 대원수(AN, Admiral of the Navy) 계급을 부여했다. 사실 명예계급에 가까웠던 이 계급은 듀이 제독이 수여 받았던 당대에는 1909년 미 해군 규정에 따라 대장 계급과 동일하게 처우했으나, 1913년 해군 규정을 개정하면서 ‘5성’ 계급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말인 1944년경, 함께 연합군을 구성하고 있던 영국군과 계급체계를 맞추면서 윌리엄 레이히(William D. Leahy), 어네스트 킹(Ernest King), 체스터 니미츠(Chester W. Nimitz) 대장이 원수(Fleet Admiral, FA)로 승진하게 되어 처음으로 계급체계 정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후 이 계급은 육군의 대원수(General of the Armies)와 동급으로 인정되긴 했지만, 정식으로 해군 인사체계에 채택된 적은 없다. 즉, 미 육군과 달리 미 해군 인사 법에는 대원수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


    바다 위의 역사와 전통, 책임의 상징

    해군의 계급은 해군의 전장 환경과 바다 위의 전통과 질서를 바탕으로 하여 정립되어왔다. 특히 기능에 따라 설치되었던 직위들이 하나씩 계급으로 바뀌어간 점이 독특한 부분이다. 바꿔 말하자면 아직도 계급 하나하나에는 책임의 범위와 무게가 수백 년 전과 동일하게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해군 계급은 특히 해전의 양상이나 편제가 바뀌면서 크게 변한 점이 인상적인데, 미래에 전장 환경, 함정의 기능과 체계가 변하게 되면 계급체계 또한 어떻게 변하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영국 왕립해군의 필립 존스(Philip Jones)(중앙) 제독이 조지 잠벨라스(George Zambellas) 제독으로부터 해군참모총장 직을 승계하면서 상징적으로 칼을 인수하고 있다. <출처: 영국 왕립해군>
    영국 왕립해군의 필립 존스(Philip Jones)(중앙) 제독이 조지 잠벨라스(George Zambellas) 제독으로부터 해군참모총장 직을 승계하면서 상징적으로 칼을 인수하고 있다. <출처: 영국 왕립해군>

    해군의 계급제도

    해군의 계급제도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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