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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일찍부터 자동차산업이 발달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국가 중에서 모든 전투 병력이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였다. 전차군단으로 이름난 독일의 경우만 해도 차량이 부족하여 선두에서 진격하는 전차와 장갑차 정도만 기계화되어 있었을 뿐 대부분의 야전포와 보급품은 마차로 운반해야 했다. 이렇게 실전에서 자동차를 활용한 미국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차와 장갑차와 같은 전투차량은 영국이나 독일보다 기술 수준이 낮은 편이었다. 기본적으로 해양국가인 미국은 항상 해군 전력의 확보에 우선을 두었으며 1933년에 독일이 재무장을 선언했을 때에도 전차, 장갑차와 같은 전투차량의 개발에 노력을 게을리했다. 이러한 상황은 1939년에 유럽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미 육군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다포탑 M3 그랜트(Grant) 전차를 주력으로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이후 미 육군은 M4 셔먼(Sherman) 전차를 개발할 당시에도 적당한 엔진이 없어서 부피가 큰 항공기용 엔진을 사용했고,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차체가 높은 가분수형 전차가 등장하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 등장한 기계화부대가 펼치는 기동전에서 핵심은 화력과 속도의 우위를 확보하고 적의 방어선을 빠르게 무력화하여 승기를 잡는 데 있었다. 지상전에서 화력의 중심은 포병이며, 특히 기동전에서 선두의 기갑부대가 전진하는 속도에 맞추어 포탄의 탄착점이 계속 전진해야 효과적인 작전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미 육군의 경우 기갑부대 장비의 성능이 우수한 편이 아니었다. 이러한 약점은 전차 차체를 기본으로 개발하는 자주포의 성능에도 영향을 주었다. 높이가 높은 M4 셔먼 전차와 M3 그랜트 전차를 기본으로 자주포를 개발하기에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았고 적수인 독일 육군보다 자주포 기술에서 뒤졌다.

실전에서 미 육군은 자주포가 아닌 견인식 야전포에 의존하여 작전을 전개했고 압도적인 전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진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 육군은 사거리가 짧은 곡사포(曲射砲, howitzer)보다는 사거리가 긴 평사포(平射砲, cannon)를 애용했고 M1 롱 톰(Long Tom)과 같은 우수한 야전포로 전력을 유지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 육군은 M46, M47 전차와 같은 우수한 전차를 개발했고 여세를 몰아 주력 야전포(野戰砲, field artillery)의 자주화도 진행했다. M53 155mm 자주포와 M55 8인치(203mm) 자주포는 전차의 차체를 기본으로 개발한 자주포이며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사용한 자주포보다 성능이 우수했다. 그러나 전차의 차체를 기본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중량이 45톤이나 되어 수송기로 운반하기 힘들었고 유사시 긴급 전개가 불가능했다.

1950년대 초반 냉전 시기에 유럽에서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미국 본토에 주둔하는 지상군을 얼마나 빨리 유럽 지역으로 전개할 수 있는지가 승패를 좌우했다. 소련을 비롯한 바르샤바 조약군은 10만 대에 가까운 전차로 무장하고 있었고, 나토(NATO)군과 유럽 주둔 미군 전력으로는 방어 작전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1956년부터 미 육군은 구형 M53, M55 자주포를 대신하여 화력이 우수하고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는 신형 자주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미 육군은 신형 T235(175mm 평사포 탑재), T236(8인치 곡사포 탑재), T245(155mm 곡사포 탑재) 자주포를 항공기 수송을 위해 중량을 30톤 이하로 줄이고 차체의 크기도 대구경 화포보다 훨씬 작게 만들었다. 따라서 신형 자주포들은 포사격의 반동을 차체가 흡수하기 어려워 차체 뒷부분에 쟁기처럼 생긴 스페이드(spade)를 항상 내려서 차체를 고정해야 하며 개발비 절감을 위해 M113 장갑차의 토션 바(torsion bar)를 사용하고 있다. T235(175mm), T236(8인치) 자주포는 대구경 포를 소형 차체에 탑재하는 관계로 M108 105mm 자주포, M109 155mm 자주포와 달리 포탑이 없으며 포와 함께 모든 승무원이 노출되어 있다.

완성된 신형 자주포는 1958년부터 성능 시험이 시작되었으며, 미 육군의 새로운 방침에 따라 1959년에 M109 155mm 자주포와 같은 디젤엔진을 탑재하도록 개조되었다. 미 육군은 성능 시험을 마치고 1961년 초에 개발이 끝난 신형 자주포에 M107/M110 자주포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1961년 6월에 PC&F(Pacific Car and Foundry Company)와 초도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1962년에 양산 차량이 출고되자 미 육군은 1963년에 M107/M110 자주포 부대 편성을 진행했는데, 장거리 사격 능력을 활용하여 군단급 포병 장비로 1개 포병대대에 12문을 배치했다. 초도 양산 이후 M107/M110 자주포 생산업체인 PC&F가 방산사업에서 철수하자, 이어서 FMC Corporation과 BMY(Bowen-McLaughlin-York)가 미 육군과 후속 양산 계약을 체결하고 양산을 계속했다.[나중에 두 회사는 기갑차량 전문업체인 유나이티드 디펜스(United Defense)로 합병되었다.

M107/M110 자주포는 개량을 거듭하면서 1980년 5월까지 계속 생산되었다. 1980년에 미 육군이 원활한 탄약 보급을 위해 175mm 포탄의 사용을 중단하면서 기존에 미 육군과 해병대에서 사용하던 M107 175mm 자주포는 대부분 M110A2 자주식 곡사포로 개조되었으며, 개조되지 않은 M107 자주포는 동맹국에 군원 장비로 공급되었다.

175mm 평사포를 탑재하는 M107 자주포는 최대사거리가 32.7km에 달하지만 8인치 곡사포를 탑재하는 M110 자주포는 포신이 짧아 최대사거리가 16.8km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미 육군은 대구경 포탄을 사용하는 M110 자주포의 사거리를 연장하고자 8인치 37구경 곡사포를 탑재하는 M110A1(최대사거리 21.3km), M110A2(최대사거리 30km)로 개량하여 장기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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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차체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한 M113 장갑차와 달리 대구경 포를 탑재하는 M107/M110 자주포는 포사격의 반동을 흡수하기 위해 차체가 강철로 제작되었다. 전차와 구조가 유사한 차체의 전방 좌측에는 조종수가 탑승하며 조종수의 우측에는 엔진을 탑재한다. 차체의 구조는 매우 간소하며 중앙선에 맞추어 설치된 M17 포가(mount)에 175mm/8인치 포를 탑재하며, 차체의 측면과 후방에 4명(지휘관 1명 포함)이 탑승한다. 대구경 야전포이므로 사격을 할 때에는 모두 약 13명이 필요하며 자주포에 탑승하는 5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은 뒤따르는 M548 탄약차에 탑승한다. 차체에는 2발의 탄약만 적재하며 나머지는 탄약차에서 공급을 받는다. 차체의 뒷부분에는 발사 반동을 흡수하기 위해 유압으로 작동되는 스페이드가 있다.

M108/M109 자주포와 달리 M107/M110 자주포는 포탑이 없이 개방형으로 포를 설치하여 적의 반격을 받을 경우 취약한 단점이 있다. 또한 포탑이 없어 화생방 방호 능력도 없다.

포

M107 자주포는 175mm 평사포를 탑재하며, M110 자주포는 8인치(203mm) 곡사포를 탑재한다. M113 175mm 평사포는 포신이 길고 장약이 많아서 사거리가 긴 장점이 있다. 1980년 이후 점차적으로 M107 자주포가 M110A1/A2 자주포로 개조될 때까지 특별하게 포신을 교체하지 않고 장기간 사용되었으며 포구의 제퇴기도 설치되지 않았다.

M110 자주포는 포탄이 크고 파괴력이 크지만 포신이 짧고 곡사포의 특성상 사거리가 짧아 성능에 불만이 많았다. 이에 따라 차체를 그대로 유지하고 탑재하는 곡사포의 포신을 25구경에서 37구경으로 변경하고 장약을 계속 개량하여 최대사거리를 16.8km에서 30km로 약 두 배 연장했다. 그리고 장약 증가와 함께 발사 반동을 억제하고자 M110A1/A2 자주포의 포구에는 제퇴기를 추가했다. 그리고 포탄은 수동으로 장전되며 자동식 장전장치는 없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미 육군에서 퇴역한 M110A2 자주포의 포신을 활용하여 GBU-28 레이저 유도 관통폭탄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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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 M107: 1961년에 개발이 완료되어 1980년까지 524대 생산되었다. M113 175mm 64.5구경 평사포를 탑재하며 최대사거리가 32.7km다. 미 육군의 탄약 공용화 정책에 따라 M110A1 자주포로 개조되었다.

● M110: M107 자주포와 동시에 개발되어 1980년까지 750대 생산되었다. M2A2 8인치(203mm) 25구경 곡사포를 탑재하며 최대사거리가 16.8km다. 사거리 개선을 위해 M110A1/A2 자주포로 개량되었다.

● M110A1: M107/M110 자주포를 개량하여 1976년에 실전배치했다. M201 8인치 37구경 곡사포를 탑재하며 최대사거리는 21.3km다. 포구에 제퇴기를 추가했다.

● M110A2: M107/M110 자주포 시리즈의 최종 개량형으로 1978년에 실전배치되었으며, 총 250대 생산되었다. M201A1 8인치 37구경 곡사포를 탑재했다. 미 육군과 9개 국가에서 채택했으며 MLRS(Multiple Launch Rocket System: 다연장 로켓) 실전배치 이후 일선에서 퇴역했다.

● M578 경구난차량: 처음 자주포를 개발하기 시작할 때부터 기본 차체를 활용하여 경구난차량(light recoery vehicle)을 같이 개발했다. 이때 개발한 구난차량은 장갑형(T120), 비장갑형(T119, T121) 등 세 가지 차량으로 미 육군은 T120 장갑형 경구난차량을 M578이라는 명칭으로 채택하여 사용했다.

● XM701 기계화보병전투차량: 미 육군이 화력과 방호력이 부족한 M113 장갑차를 대체하고자 1965년에 시작한 새로운 기계화보병전투차량 개발 계획인 MICV(Mechanized Infantry Combat Vehicle)-65 프로젝트에 참가한 PC&F(Pacific Car and Foundry) 사가 M107/M110 자주포의 차체를 활용해 개발한 장갑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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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M107/M110 자주포는 1960년대 초에 곧바로 베트남전쟁에 투입되어 정글 전투에서 진가를 보여주었다. 특히 1968년에 케산 전투(Battle of Khe Sanh) 당시에 포위된 미군의 케산 진지를 구하고자 실시한 M107 평사포의 장거리 화력지원은 단일 전투에서 가장 많은 화력을 지원한 대표적인 화력전으로 유명하다. 이스라엘 육군은 M107/M110 자주포를 도입하여 1973년에 발발한 4차 중동전쟁에 투입했다. 특히 M107 자주포의 장거리 사격 능력에 주목한 이스라엘 육군은 이집트군과 시리아군의 지대공미사일 진지를 제압하는 작전에 M107 자주포를 투입했다. 한편 회교혁명 이전에 이란에 수출된 M107/M110 자주포는 이란-이라크 전쟁에도 투입되었다.

서둘러 개발되었지만 장기간 사용된 M107/M110 자주포는 1980년대 후반에 MLRS(다연장 로켓)가 배치되면서 미 육군과 해병대에서 모두 퇴역했다. 그러나 장거리 사격 성능을 인정받아 그리스, 일본, 이란, 이집트, 요르단, 모로코, 바레인, 터키, 대만에서는 아직 현역으로 활약 중이다.

● M107 자주포 운용 국가: 그리스, 독일, 이란, 이스라엘, 이탈리아, 한국, 스페인, 터키, 미국(육군, 해병대), 영국

● M110 자주포 운용 국가: 바레인, 벨기에, 네덜란드, 그리스, 독일, 이란,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요르단, 파키스탄, 한국, 모로코, 스페인, 대만, 터키, 미국(육군, 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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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명칭: M110A2 자주포
- 전장: 10.731m
- 전폭: 3.149m
- 전고: 3.143m
- 최저지상고: 0.393m
- 전투중량: 28.35톤
- 최고속도: 54.7km/h
- 주행거리: 523 km
- 승무원: 13명
- 엔진: 디트로이트 디젤(Detroit Diesel) 8V-71T 수랭식 디젤엔진(405마력)
- 변속기: 자동식(전진 4단, 후진 2단)
- 현가장치: 토션 바(torsion bar) 방식
- 탑재포: M201A1 8인치 곡사포
- 탄약: 2발(차체 수납)
- 곡사포 회전각: 60도(좌 30도, 후 30도)
- 곡사포 고각: +65도/-2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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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저술가
항공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 역사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