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망소급 항공모함
자주 노선을 주창한 프랑스 해군의 의지
  • 남도현
  • 입력 : 2018.02.20 14:17
    1992년 훈련 중 함재기를 갑판에 가득 싣고 항해하는 클레망소급 항공모함 2번함 포슈 <출처: Public Domain>
    1992년 훈련 중 함재기를 갑판에 가득 싣고 항해하는 클레망소급 항공모함 2번함 포슈 <출처: Public Domain>


    개발의 역사

    과거에 많은 식민지를 거느렸던 프랑스는 해군력 구축에 항상 신경을 썼고 현재도 상당히 충실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그렇지만 지난 20세기 전반의 해군사를 돌이켜보면 다자간 군축에서 미국 및 영국 해군의 35퍼센트 수준으로 제한받는 데 스스로 동의했기에 전력을 어느 이상 확충하기는 어려웠다. 제일 주적인 독일과 육지로 붙어 있어서 육군에 국방 자원을 우선 투입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항공모함 분야도 1911년 최초의 수상기모함인 푸드르(La Foudre)를 운용했고 1927년 항공모함 베아른(Béarn)을 취역시켰을 만큼, 다른 열강과 비교해서 출발이 늦지는 않았으나 전력이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에 미국, 영국, 일본은 대규모 항공모함 함대를 보유하고 있었던 반면, 프랑스는 베아른 한 척만 운용했고 이 또한 전쟁 중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프랑스 최초의 항공모함인 베아른 <출처: Public Domain>
    프랑스 최초의 항공모함인 베아른 <출처: Public Domain>

    프랑스는 우여곡절 끝에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전국이 되지만 전쟁 초기에 독일에 항복한 후 해군력이 철저할 정도로 파괴되었다. 전후 미국과 영국의 도움으로 재건에 나섰는데, 보아 벨로(Bois Belleau), 라파예트(La Fayette), 딕스무드(Dixmude), 아로망쉬(Arromanches) 등이 그때 지원받아 운용한 항공모함들이다. 그러나 함재기의 제트화처럼 환경이 급속히 바뀌자 이들은 작전 능력이 부족했다.

    이에 프랑스 해군은 전후 복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1950년대 초반에 신예 항공모함 획득 프로그램을 수립했다. 아직은 대다수 식민지를 그대로 보유하던 시기여서 유사시 2개 지역에서 동시에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배수량 2만 톤 규모의 항공모함 6척을 획득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연구 결과 바로 직전에 영국이 도입한 배수량 4만 6,000톤 규모의 오데이셔스(Audacious)급 수준이 바람직하다고 결론 내리고 2척 획득으로 계획이 변경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총리 클레망소(Georges Clemenceau)와 연합군 총사령관 포슈(Ferdinand Foch)의 이름으로 함명이 예정되었을 만큼 의욕이 넘쳤으나, 정작 예산 확보 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다. 프랑스 해군이 새롭게 출범한 NATO(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전략에 따라야 하므로 굳이 대양에서 작전을 펼칠 항공모함을 자체적으로 보유할 필요가 있냐는 정치권의 시큰둥한 반응 때문이었다.

    네임쉽(name ship: 1번함)인 클레망소(R98) <출처: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네임쉽(name ship: 1번함)인 클레망소(R98) <출처: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이런 논란을 겪고 초도함 클레망소(R98)가 1955년, 2번함 포슈(R99)가 1957년에 순차적으로 건조에 들어가 각각 1961년, 1963년에 실전 배치되었다. 당시 프랑스는 1956년에 있었던 제2차 중동전쟁에서 영국과 함께 이집트를 점령했지만 소련의 핵 공격 위협과 미국의 방관으로 말미암아 철군하는 굴욕을 겪었고, 이를 계기로 강력한 프랑스의 부활을 주창하며 정권을 잡은 드골(Charles De Gaulle)이 핵무기 개발을 선언하고 자주 노선을 추구하던 시기였다.

    바로 이때 데뷔한 클레망소급 항공모함은 만재배수량이 3만 2,780톤이어서 미국이 본격 도입을 시작한 슈퍼캐리어(초대형 항공모함)나 영국의 오데이셔스급 항공모함보다 작았지만 전통적인 제해 작전은 물론 상륙전 지원처럼 다목적 임무를 수행하는 데 충분한 수준이었다. 1966년 NATO를 탈퇴한 프랑스는 대양에서 독자적으로 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이들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하는 전투단을 구성했다. 한마디로 이 전투단은 새로운 프랑스의 상징과도 같았다.

    공해상에서 연료를 보급받는 포슈(R99) <출처: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공해상에서 연료를 보급받는 포슈(R99) <출처: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처음에는 영국의 시 베놈(Sea Venom), 미국의 F-8을 전투기로 사용했지만 건조와 동시에 에탕다르(Étendard) IV 공격기, 알리제(Alizé) 대잠초계기 개발을 병행했을 만큼 프랑스의 자주 의지는 확고했다. 30년 넘게 활약한 후 클레망소는 임무를 신예 핵 추진 항공모함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R91)에 넘겨준 후 1997년 퇴역해 2009년 해체되었고, 포슈는 2000년 브라질에 매각되어 상파울루(São Paulo)라는 이름으로 활약하다가 2017년 임무를 종료했다.

    공해상에서 연료를 보급받는 포슈(R99) <출처: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특징

    클레망소급 항공모함은 당시 트렌드를 최대한 수렴해서 제작되었다. 좌측으로 8도 기울어진 경사갑판(angled deck)으로 이착함 공간을 분리시켰고, CATOBAR(Catapult Assisted Take Off But Arrested Recovery: 사출기 이함, 어레스팅 기어와 케이블로 착함) 방식으로 함재기를 운용한다. 측면에 설치한 후방 승강기와 달리 전방 승강기는 구조상 어쩔 수 없이 갑판 중앙에 설치했지만 최대한 우현에 붙였다. 이 같은 설계 덕분에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함재기 운용 능력은 좋은 편이다.

    1981년 항해 중인 클레망소. 경사갑판, 사출기, 어레스팅 케이블, 엘리베이터의 구조를 정확히 엿볼 수 있다. <출처: Public Domain>
    1981년 항해 중인 클레망소. 경사갑판, 사출기, 어레스팅 케이블, 엘리베이터의 구조를 정확히 엿볼 수 있다. <출처: Public Domain>

    6개의 보일러에 의해 작동되는 2개의 추진축으로 최대 32노트의 속도를 낼 수 있는데, 이는 후속함인 샤를 드골보다 빠르다. 각종 센서류를 포함한 장비와 개함 방어용 무장 등은 주기적인 개수를 거칠 때마다 당대 최신형으로 교체되었다. 1986년 개발된 300킬로톤(kt) 핵탄두 장착 ASMP 순항미사일을 슈페르 에탕다르(Super Étendard), 라팔(Rafale)이 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전략핵 작전 능력도 부여받았다.

    100mm 함포가 장착된 클레망소의 좌현 모습 <출처: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100mm 함포가 장착된 클레망소의 좌현 모습 <출처: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취역 당시에는 F-4K 팬텀(Phantom)과 버캐니어(Buccaneer) 공격기까지 운용한 오데이셔스급 항공모함보다 작전 능력이 뒤졌다. 하지만 미국의 슈퍼캐리어를 제외한다면 2018년 현재 현역 항공모함들 중에서 이 정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비교대상은 샤를 드골밖에 없다. 크기는 쿠즈네초프(Kuznetsov), 랴오닝(遼寧), 비크라마디티야(Vikramaditya)가 더 크지만, 이 항공모함들은 스키점프대를 사용해서 함재기의 운용 효율이 떨어지는 편이다.

    100mm 함포가 장착된 클레망소의 좌현 모습 <출처: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운용 현황

    클레망소급 항공모함은 국제 사회에서 프랑스가 차지하는 위상답게 다양한 작전을 수행했다. 취역 직후인 1960년대 말에 실험을 위해 수차례 핵폭탄을 남태평양의 프랑스령 도서 지역까지 운반했던 임무는 당시 프랑스의 독자 행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독립 문제로 내전 직전까지 간 지부티와 이로 인해 고조되는 홍해 일대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1974년부터 1977년까지 번갈아 파견되기도 했다.

    이후 1983년 레바논 내전, 1987년 이란-이라크 전쟁, 1990년 걸프 전쟁, 1996년 유고슬라비아 내전 등에 참전했다. 1990년대 이전은 주로 프랑스의 이해타산이 많이 걸린 지역에 대한 영향력 행사 측면이 컸던 반면, 이후는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평화유지 임무 수행이 목적이었다. 특히 유고슬라비아 내전에서는 작전 지역이 가까운 아드리아 해에서 고정 기지 역할을 담당하며 평화유지군을 지원했다.

    1983년 레바논 전개 당시 포슈 항공모함 갑판에서 출격 준비 중인 슈페르 에탕다르, 에탕다르 IV 공격기 <출처: Public Domain>
    1983년 레바논 전개 당시 포슈 항공모함 갑판에서 출격 준비 중인 슈페르 에탕다르, 에탕다르 IV 공격기 <출처: Public Domain>

    1983년 레바논 전개 당시 포슈 항공모함 갑판에서 출격 준비 중인 슈페르 에탕다르, 에탕다르 IV 공격기 <출처: Public Domain>


    변형 및 파생형

    ● 상파울루(A12)

    클레망소급 항공모함 2번함인 포슈를 1,200만 달러에 브라질이 구입해 개수한 것이다. 프랑스에서 무장을 해체한 후 브라질에 인도되었고 현지에서 대대적인 개수를 거쳐 2001년 상파울루(A12)라는 이름으로 재취역했다. 노후한 보일러, 터빈, 배수펌프를 비롯한 부품 교체는 물론 NTDS(Naval Tactical Data System: 해군전술자료체계), IFF(Identification Friend or Foe: 피아식별장치), ESM(Electronic Support Measure: 전자전장비) 같은 각종 전투 장비도 순차적으로 보강되었다.

    때문에 완전하게 활약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은 2011년경이었고, 브라질에서는 포슈 항공모함보다 작전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주장하나 운용하는 함재기가 쿠웨이트에서 구매한 A-4KU 20대를 비롯하여 S-2T 대잠초계기, AS.532 헬기 등임을 고려할 때 전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제작된 지 50년이 넘어 노후화가 심각해 2017년을 끝으로 더 이상 운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질 해군 소속 상파울루(A12) <출처: (cc) Rob Schleiffert at wikimedia.org>
    브라질 해군 소속 상파울루(A12) <출처: (cc) Rob Schleiffert at wikimedia.org>


    제원[클레망소(R98)]

    - 제작: 브레스트 조선소(Brest shipyard)
    - 기공: 1955년 11월
    - 진수: 1957년 12월 21일
    - 취역: 1961년 11월 22일
    - 퇴역: 1997년 10월 1일
    - 경하배수량: 100,000톤
    - 만재배수량: 32,780톤
    - 전장: 265m
    - 선폭: 51.6m
    - 흘수: 8.6m
    - 추진기관:
    └ 6×인드레트 보일러(126,000shp)
    └ 4×파슨스 증기 터빈
    └ 2×프로펠러
    - 속력: 32노트
    - 항속거리: 7,500마일
    - 무장:
    └ 4×100mm 함포
    └ 52×SACP 크로탈(Crotale) EDIR 함대공미사일
    └ 5×12.7mm 기관총
    - 레이더:
    └ DRBV-23B 대공감시 레이더
    └ DRBV-50 저고도감시 레이더
    └ NRBA-50 표적획득 레이더
    └ DRBI-10 관제 레이더
    └ DRBN-34 관제 레이더
    └ DRBC-31 화력통제 레이더
    - 함재기:
    └ 15×슈페르 에탕다르 공격기
    └ 4×에탕다르 IV P 공격기
    └ 8×F8P 전투기
    └ 8×알리제 대잠초계기
    └ 2×AS365 다목적 헬기
    └ 2×AS321 수송헬기
    - 근무인원: 수병 1,338명항공단 582명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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