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T-2PM 토폴의 개발사와 특징
이동발사식 고체연료 ICBM 시대를 연 소련의 카운터펀치
  • 양욱
  • 입력 : 2018.01.12 15:45
    RT-2PM 토폴 ICBM <출처: 러시아 전략로켓군>
    RT-2PM 토폴 ICBM <출처: 러시아 전략로켓군>


    개발사

    소련은 이미 1960년대 후반 RT-2[GRAU 분류명 8K98, 나토(NATO)명 SS-13 ‘새비지(Savage)’]라는 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 우선 명칭부터 이 미사일의 성격을 명백히 반영한다. RT란 Raketa Tverdotoplivnaya(ракета твердотопливная)의 준말로 고체연료 미사일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OKB-1의 코롤료프(Sergei Korolev)가 설계한 RT-2는 냉각발사 방식을 채용하는 등 독창적인 설계로 소련의 ICBM 전력에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당시 소련의 고체연료 기술은 미국에 비해 심각하게 낙후되어 있어 사거리는 9,000여 km에 달했지만, 탄두의 탑재중량은 470kg으로 한정되었다. RT-2의 원형공산오차(CEP, Circular Error Probability)는 무려 1.9km였지만, 탄두중량 제한으로 핵탄두의 파괴력은 고작 75킬로톤(kt)에 불과했다.

    RT-2 미사일 <출처: Public Domain>
    RT-2 미사일 <출처: Public Domain>

    결국 만족스러운 고체연료 미사일을 개발하지 못한 소련은 RT-2를 60여 기 정도만 생산하고 멈췄다. RT-2는 고체연료도 한계가 있어 보존 기간이 10년에 불과했는데, 이를 개량한 새로운 모델 RT-2P(GRAU 분류명 8K98P, 나토명 SS-13 Mod 2)가 등장했다. RT-2P는 연료 개선으로 보존 기간이 늘어난 것 이외에도 항법장치 개선으로 원형공산오차(CEP)가 약 1.5km로 개선되었고, 탄도탄 방어 회피를 위한 디코이(decoy)도 장착되었다. RT-2P는 1972년 12월부터 실전배치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소련의 고체연료 미사일 기술은 낮은 수준이었고, ICBM의 주력은 액체연료 ICBM이었다.

    물론 소련의 고체연료 ICBM 개발 노력은 계속 이어졌다. RT-2가 완성될 무렵, 1969년 7월 10일 정부 명령에 의해 새로운 ICBM인 RT-21[GRAU 분류명 15Zh42, NATO명 SS-16 시너‘(Sinner)’]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RT-21의 개발은 MITT(Moscow Institute of Thermal Technology: 모스크바 열기술 연구소) 설계국의 나디라제(Aleksandr Davidovich Nadiradze) 수석설계사가 담당했다. 나디라제의 목표는 명확했다. 이동식 발사대에서 운용 가능한 고체연료 ICBM을 만드는 것이었다. 나디라제는 ICBM인 RT-21과 함께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RT-20도 동시에 개발에 나섰다. 3단 추진으로 개발된 RT-21은 사거리 9,000여 km에 탄두중량은 940kg 정도에 이르러 실전적 면모를 띄었다. 1972년 4월부터 1974년까지 무려 26회의 시험발사를 거듭했으나, 개발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무려 200발이나 생산되었지만, 1976년 오직 2개 연대에 40여 발만 실전배치하는 데 그쳤다.

    RT-21 ICBM <출처: Public Domain>
    RT-21 ICBM <출처: Public Domain>

    세 번째 고체연료 미사일은 제4세대 ICBM인 RT-23이었다. RT-23의 개발은 유즈노예(Yuzhnoye) 설계국의 책임으로 1969년부터 시작되어 1977년 3월에 완료되었다. RT-23의 개발 계획은 야심 차서, 미사일 하나로 사일로발사형, 차량발사형, 기차발사형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1979년 RT-23은 MIRV(Multiple Independently-targetable Reentry Vehicle)로 탄두를 교체하고 추진체와 재진입체의 개선까지 마치고 나서야 1983년부터 본격적인 실험에 돌입했다. 그러나 RT-23은 결국 개발 후에도 본격적으로 실전배치되지 못했다. 결국 개량형인 RT-23UTTKh 몰로데츠(Molodets)가 100발도 못 미치게 실전배치되는 것으로 끝났다.

    RT-23 ICBM <출처: 러시아 전략로켓군>
    RT-23 ICBM <출처: 러시아 전략로켓군>

    소련은 1970년대 후반에 새로운 4세대 ICBM의 개발을 결정했다. 1977년 7월 19일 정부의 의결에 따라 또다시 신형 이동식 차량발사용 ICBM의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개발은 과거 차량발사용 ICBM을 개발했었던 MITT가 맡았다. 그런데 추후에 개발 승인이 문제가 되었다. 소련은 미국과 SALT-II(Strategic Arms Limitation Talks-II: 제2차 전략무기제한협정)를 1979년 체결했는데, 이에 따르면 미소 양국은 신규 ICBM을 오직 한 종류만 개발할 수 있었다. 소련은 당시 RT-23UTTKh를 개발하고 있었으므로, 새로운 ICBM을 개발해서는 안 되었다.

    소련은 SALT-II의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적절한 구실을 찾은 끝에 새로운 ICBM이 기존 미사일의 개량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개발 중인 미사일은 RT-2P의 개량형 RT-2PM으로 명명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 미사일은 MITT가 이전에 개발했던 RT-21/RT-20을 바탕으로 한 신형 미사일이었다. SALT-II에 따르면, 새로운 미사일은 기존 배치된 미사일보다 5% 이상 주요 제원이 변경된 모델을 의미했다. 미국은 RT-2PM이 이러한 기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소련을 압박했으나 이를 증명하지 못했고, 소련은 개발을 강행했다. RT-2PM은 ‘토폴[Topol: 러시아어로 포플러 나무(Тополь)라는 뜻]’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GRAU 분류명은 15Zh58, 나토에서는 SS-25 ‘시클(Sickle)’로 불렸고, START(Strategic Arms Reduction Talks: 전략무기감축협정)에 의한 분류명은 RS-12M이다.

    RT-2PM 토폴은 1982년 10월 27일 첫 시험발사에서 실패했다. 이후 1983년 2월 8일 플레세츠크(Plesetsk)에서 본격적인 시험발사를 시작한 이후, 1985년 12월까지 일련의 시험 과정을 반복했다. 특히 통제 시스템의 불안정으로 RT-2PM의 개발은 난항을 겪었지만, 어쨌거나 ICBM 전력의 공백을 우려한 소련 정부는 1984년 12월부터 RT-2PM의 양산을 시작했다.

    RT-2PM 토폴의 시험발사 장면 <출처: 러시아 전략로켓군>
    RT-2PM 토폴의 시험발사 장면 <출처: 러시아 전략로켓군>

    문제의 해결책이 보인 것은 1985년 4월로, 이때 처음으로 시험발사 전체 과정이 성공했다. 이후 1985년 중반까지 모두 15회의 시험발사를 실시한 뒤 소련은 7월 23일부터 실전배치를 실시했다. 배치 이후에도 통제 시스템의 수정을 위해 시험발사가 계속되어, 1987년 12월 23일 마지막 시험발사를 마치고 개발은 완전히 종료되었다. RT-2PM 토폴은 개발 기간 동안 무려 70회나 발사되었다. 개발이 완료되기 직전 나디라제가 사망함에 따라 라피긴(Boris N. Lapygin)이 MITT의 실권을 이어받아 개발을 계속했다.

    RT-2PM 토폴의 개발은 알렉산드르 나디라제(왼쪽)가 담당했고, 나디라제 사후에는 보리스 라피긴(오른쪽)이 이어갔다. <출처: Public Domain>
    RT-2PM 토폴의 개발은 알렉산드르 나디라제(왼쪽)가 담당했고, 나디라제 사후에는 보리스 라피긴(오른쪽)이 이어갔다. <출처: Public Domain>

    미사일 개발이 끝났다고 실전 준비가 완료된 것은 아니었다. 시험발사가 완전히 종료되기 전인 1987년 4월 23일 최초의 이동식 미사일발사대대가 가동했다. 그러나 이동식발사차량에서 직접 ICBM을 발사하면서 그 능력을 최종적으로 검증한 것은 1년 후인 1988년 12월 1일이었다. 결국 1988년이 되어서야 RT-2PM 토폴은 실제 가동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던 것이다.


    특징

    RT-2PM 토폴은 차량에서 발사하는 ICBM으로는 최초로 실전배치에 성공한 미사일이다. 그래서 RT-2PM 토폴을 무기체계로서 일컫는 명칭도 PGRK[Podvizhnyy Gruntovyy Raketnyy Kompleks(mobile ground-based rocket complex): 이동식 지상기반 미사일 시스템)이다. 발사차량으로는 처음에는 MAZ-7912(GRAU명 15U128.1)이 사용되었으나, 이후 MAZ-7917(15U168) 12륜 구동 14륜 트럭(710마력)으로 표준화되어 배치되었다.

    RT-2PM 토폴 ICBM <출처: Public Domain>
    RT-2PM 토폴 ICBM <출처: Public Domain>

    RT-2PM 토폴의 대표적인 특징은 냉각발사 방식의 고체연료 ICBM이라는 점이다. 우선 미사일 본체는 다른 러시아제 ICBM들처럼 TLC(Transport-Launch Container)라는 캐니스터(canister) 안에 밀봉되어 보관된다. RT-2PM 토폴 TLC는 직경 2m에 길이가 22m이 이른다. 이렇게 TLC에 밀봉된 RT-2PM 토폴 ICBM의 보존 기간은 애초에 10년이었다. 그러나 이후 성능개량 및 수명연장사업이 실시되면서 보존 기간이 15년으로 늘어났다.

    RT-2PM 토폴의 TLC 캐니스터 <출처: Public Domain>
    RT-2PM 토폴의 TLC 캐니스터 <출처: Public Domain>

    냉각발사 시에는 우선 폭파 볼트로 앞 뚜껑을 날린 후에 미사일을 기립시킨다. 물론 발사에 앞서 지지대 5개를 사용하여 차량을 땅 위로 들어 올려 지상에 완전히 고정시킨다. 발사관이 수직이 된 후 발사하면 추진장약이 송탄판을 밀어내면서 미사일이 점화되지 않은 상태로 상승한다. 미사일은 송탄판이 분리되면서 십여 m 이상 상승하는데, 이때 1단 추진체가 점화되면서 본격적인 발사가 시작된다. 이렇게 냉각발사 방식으로 고체연료 미사일을 발사하므로, 지령부터 발사까지 걸리는 시간은 딱 2분이면 충분하다.

    RT-2PM 토폴의 1단 발사체(왼쪽). 끝단을 보면 제트베인과 그리드핀이 장착되어 있다(오른쪽). <출처: Public Domain>
    RT-2PM 토폴의 1단 발사체(왼쪽). 끝단을 보면 제트베인과 그리드핀이 장착되어 있다(오른쪽). <출처: Public Domain>

    RT-2PM 토폴은 3단 추진 고체연료 미사일이다. 토폴의 모든 단은 1개의 대형 노즐을 갖춘 고체연료 추진체로, 내부에는 고에너지·고농축의 고체 추진제가 장전되어 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추진체의 외피는 금속을 대신하여 필라멘트 와인딩(filament winding) 공법으로 만든 탄소복합섬유 재료로 구성되어 있다. 1단 로켓은 그리드핀(grid fin)[TAS(Trellised Aerodynamic Surfaces: 격자형 공력판)라고도 부름] 4개와 제트베인(jet vane) 4개로 비행을 제어하는데, 특히 다른 소련의 대형 미사일들과는 달리 그리드핀을 장착하여 비행을 안정시킨다는 점이 독특하다. 그러나 이 그리드핀은 후속 모델인 RT-2PM2 토폴-M에서는 제거되고 있다.

    RT-2PM 토폴 미사일의 2단(왼쪽)과 3단(오른쪽) 추진체 <출처: Public Domain>
    RT-2PM 토폴 미사일의 2단(왼쪽)과 3단(오른쪽) 추진체 <출처: Public Domain>

    RT-2PM 토폴은 충분한 추력을 갖춰 사거리는 10,500km로 추산된다. 탄두는 약 1톤의 무게를 장착할 수 있어 550킬로톤급 핵탄두 1발을 장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련의 자료에 따르면, RT-2PM 토폴의 명중률은 원형공산오차(CEP) 400m 수준이지만, 서구 측에서는 150~200m급일 것으로 추정했다. RT-2PM 토폴은 길이 21.5m에 직경 1.80m로 전반적인 크기로 치면 미국의 미니트맨(Minuteman)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동식이라는 점이다.

    SPU 15U168 토폴 발사차량은 MAZ-7917 14륜 트럭에 바탕하고 있다. <출처: Public Domain>
    SPU 15U168 토폴 발사차량은 MAZ-7917 14륜 트럭에 바탕하고 있다. <출처: Public Domain>

    RT-2PM 토폴 미사일은 미사일 발사차량 이외에도 전투지휘통제차량(왼쪽)과 통신중계차량(오른쪽) 등이 있어야 비로소 발사가 가능하다. <출처: Public Domain>
    RT-2PM 토폴 미사일은 미사일 발사차량 이외에도 전투지휘통제차량(왼쪽)과 통신중계차량(오른쪽) 등이 있어야 비로소 발사가 가능하다. <출처: Public Domain>

    RT-2PM 토폴 시스템은 미사일과 발사차량만 있다고 해서 운용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미사일 발사를 지휘하는 이동식 미사일통제본부가 함께 운용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MAZ-543 트럭을 바탕으로 만든 지원차량들이 동반한다. 15V168 전투지휘통제차량, 15V179 통신차량, 15В75 통신중계차량, 그리고 15V231 발사지원차량 등으로 지원부대가 구성된다.

    발사 직전 지상에 고정해놓은 발사차량 <출처: Public Domain>
    발사 직전 지상에 고정해놓은 발사차량 <출처: Public Domain>

    RT-2PM 토폴 ICBM은 1990년대와 2000년대 러시아 ICBM의 주력이었다. <출처: 러시아 전략로켓군>
    RT-2PM 토폴 ICBM은 1990년대와 2000년대 러시아 ICBM의 주력이었다. <출처: 러시아 전략로켓군>

    * RT-2PM 토폴 ICBM의 운용 현황과 파생형은 다음 회에 소개됩니다.


    저자 소개

    양욱 | 군사전문가
    서울대학교 법대를 거쳐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을 공부했고, 줄곧 국방 분야에 종사해왔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를 훈련시키기도 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요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수석연구위원 겸 WMD 대응센터장으로 재직하며, 국방부·합참·방위사업청 자문위원,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으로 우리 국방의 나아갈 길에 대한 왕성한 정책제안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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