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후안 카를로스 1세 강습상륙함
스페인 해군의 자부심
  • 남도현
  • 입력 : 2018.01.05 11:15
    2015년 나토(NATO) 합동 훈련 당시의 후안 카를로스 1세 강습상륙함 <출처: (cc) German Navy at wikimedia.org>
    2015년 나토(NATO) 합동 훈련 당시의 후안 카를로스 1세 강습상륙함 <출처: (cc) German Navy at wikimedia.org>


    개발의 역사

    세계의 바다를 제패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많이 줄었지만 스페인은 여전히 해군이 강력한 나라다. 북쪽으로는 대서양에 접해 있고 동남쪽으로는 지중해의 입구에 위치한 지리적 요충지인 데다가 유사시 카나리아 제도(Canary Islands), 세우타(Ceuta), 멜리야(Melilla) 같은 역외 영토와 연결로를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모에 비해 상당히 단단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후안 카를로스 1세 강습상륙함[Juan Carlos I(L-61), 이하 카를로스]은 그러한 스페인 해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적진에 병력과 장비를 상륙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지만 항공모함의 기능과 재해나 재난 시 구난 작전 능력도 함께 보유하고 있는 다목적함이다. 사실 스페인 정도의 국가에서 개별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각각의 전용함을 보유하고 운용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많아 다목적함은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페롤 하구로 예인되는 모습 <출처: Public Domain>
    페롤 하구로 예인되는 모습 <출처: Public Domain>

    카를로스의 최초 소요 제기는 노후되어 도태 시기가 다가온 전차상륙함(LST, Landing Ship Tank) 에르난 코르테스(Hernan Cortés))와 피사로(Pizarro)의 대체를 목적으로 했다. 당시 미래의 상륙전은 먼 바다에서부터 제공·제해권을 장악한 후 내륙 깊숙이 위치한 적 종심을 고속으로 타격하는 이른바 초수평적 상륙전이 대세가 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따라서 신예 강습상륙함(LHD, Landing Helicopter Dock)은 주정투하용 도크(dock)와 항공기 운용을 위한 갑판의 장착이 요구되면서 기능이 확대되고 크기도 커져야 했다.

    이에 스페인 해군은 이왕 개발하는 김에 과부하가 걸린 항공모함 프린시페 데 아스투리아스(Príncipe de Asturias, 이하 아스투리아스)의 임무를 나누어 수행할 수 있도록 함재기 운용 능력도 추가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료에서 카를로스를 강습상륙함으로 구분하지만 스페인 내부에서는 다양한 임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의 전략투사함(Buque de Proyección Estratégica)으로 부르고 있다.

    2005년, 국영 나반티아(Navantia) 사의 페롤(Ferrol) 조선소에서 건조가 시작되어 2009년 진수되었다. 이후 각종 시험을 거친 후 스페인 해군에 인도되었고 대서양에서 지중해로 진입하는 전략 요충지에 위치한 로타(Rotta) 해군기지를 모항으로 해서 2010년 9월 30일 취역했다. 2013년, 아스투리아스가 퇴역한 후에는 함재기의 상당수를 인계받아 스페인 해군의 유일한 항공모함 역할까지도 수행 중이다.

    말라가(Málaga) 항에 정박 중인 모습 <출처: (cc) javicaselli at wikimedia.org>
    말라가(Málaga) 항에 정박 중인 모습 <출처: (cc) javicaselli at wikimedia.org>


    특징

    카를로스의 특징 중 하나가 선체의 위치를 정확하게 유지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수평으로 360도 회전이 가능한 포드(pod)에 스크루(screw)를 장착한 아지무스 추진기(Azimuth thruster)다. 엔진을 가동해 발전한 전기를 사용하므로 구동축, 기어 같은 장치가 필요 없어 공간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카를로스에는 출력 29,500마력의 지멘스-쇼텔(Siemens-Schottel)에서 제작한 포드 2기가 탑재되어 있다.

    통상적인 강습상륙함이 회전익기 운용을 위한 평갑판을 갖춘 것과 달리, 카를로스는 처음부터 항공모함 역할도 담당하기로 한 만큼 경사각 12도의 점프대를 갖추었으며 갑판의 전체 길이는 아스투리아보다 27m 더 길다. 기존에 사용하던 AV-8B 공격기를 염두에 둔 것이기는 했으나 조만간 도태 예정이고 장기적으로는 F-35B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기에 충분한 여유를 두고 설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함교와 갑판에 고박된 AV-8B 공격기 <출처: (cc) javicaselli at Wikimedia.org>
    함교와 갑판에 고박된 AV-8B 공격기 <출처: (cc) javicaselli at Wikimedia.org>

    야간비행을 준비 중인 AV-8B 공격기 <출처: 스페인 해군>
    야간비행을 준비 중인 AV-8B 공격기 <출처: 스페인 해군>

    카를로스의 운항 속도는 시속 21노트로, 전용 항공모함인 아스투리아스의 운항 속도 26노트보다 느리지만 갑판 길이가 늘어난 만큼 고정익기 이함에는 커다란 문제가 없다. 사실 미국의 강습상륙함들이 갑판의 길이가 조금 더 크지만 평갑판임에도 수직이착륙기를 무리 없이 운용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효율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갑판 아래에는 20여 기의 함재기와 헬기를 수납하고 정비할 수 있는 격납고가 배치되었는데, 상륙함으로 임무를 수행할 때는 각종 차량을 탑재할 수 있다. 3층 이하 데크에는 1개 대대 분량의 기갑 장비를 너끈히 선적할 수 있는 차량용 격납고가 있다. 후방에는 10여 척의 각종 상륙용 주정을 수용하고 투사할 수 있는 웰 도크(well dock)가 마련되어 있다. 카를로스를 수송용으로만 사용할 경우에 웰 도크에 차량이나 화물을 탑재할 수도 있다.

    1층 데크의 항공기 격납고. 상륙함으로 임무를 수행할 때는 각종 차량을 탑재할 수 있다. <출처: (cc) G36 at wikimedia.org>
    1층 데크의 항공기 격납고. 상륙함으로 임무를 수행할 때는 각종 차량을 탑재할 수 있다. <출처: (cc) G36 at wikimedia.org>


    운용 현황

    후안 카를로스 1세 강습상륙함은 2010년 10월 30일부로 스페인 해군에 인도되었다. 2011년 2월에 해병여단을 싣고 상륙훈련에 나섰으며, 이때 최초로 SH-3D 헬기의 운용시험이 실시되었다. 같은 해 5월부터는 AV-8B 해리어(Harrier)를 싣고 운용을 시작했다. 2013년 9월부로는 스페인 해군 기함으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갔다.

    후안 카를로스 1세 강습상륙함 <출처: 스페인 해군>
    후안 카를로스 1세 강습상륙함 <출처: 스페인 해군>


    변형 및 파생형

    카를로스는 효율적인 설계와 구조가 소문나면서 건조 당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덕분에 비록 스페인 해군은 1척만 취역시켰지만 직도입한 오스트레일리아, 도입 후보로 검토한 러시아 그리고 면허생산 중인 터키도 있을 만큼 대외 판매에 성공한 군함이 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 해군의 캔버라 강습상륙함 <출처: Public Domain>
    오스트레일리아 해군의 캔버라 강습상륙함 <출처: Public Domain>

    - 캔버라급 강습상륙함
    오스트레일리아는 카를로스가 완공되기도 전에 2척의 동급 함을 주문해 2014년 캔버라[HMAS Canberra(L02)]와 2015년 애들레이드[HMAS Adelaide(L01)]를 각각 취역시켰다. 선체는 나반티아(Navantia)에서 제작해 기본적인 구조와 동력 방식은 카를로스와 동일하나 센서를 비롯한 각종 전투체계와 상부 구조물은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 주 윌리엄스타운(Williamstown))에 위치한 BAE 시스템스 조선소에서 장착했다.

    스페인으로부터 수송된 캔버라 강습상륙함의 선체 <출처: 호주 국방부>
    스페인으로부터 수송된 캔버라 강습상륙함의 선체 <출처: 호주 국방부>

    - 아나돌루 강습상륙함[TCG Anadolu(L-408)]
    2021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한 터키의 강습상륙함으로 세데프 조선소(Sedef Shipbuilding)가 나반티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6년부터 자국 내에서 건조 중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캔버라급처럼 터키산 전투체계가 장착될 예정이다.

    2011년 이스탄불에 입항한 후안 카를로스 1세 강습상륙함. 2016년부터 터키는 동일한 함을 자국 내에서 면허 건조 중이다. <출처: (cc) McNamara at wikimedia.org>
    2011년 이스탄불에 입항한 후안 카를로스 1세 강습상륙함. 2016년부터 터키는 동일한 함을 자국 내에서 면허 건조 중이다. <출처: (cc) McNamara at wikimedia.org>

    그 외 러시아 해군의 차기 상륙함 도입 사업에 도전했으나 2011년 러시아가 프랑스의 미스트랄(Mistral)급을 선택하면서 무위로 끝났다. 여담으로 이 프로젝트로 미스트랄급 상륙함은 러시아가 최초로 서방에서 도입하는 군함이 될 예정이었으나, 2014년 크림 반도 강제 병합에 반발한 프랑스가 완공된 함의 인도를 거부했고 결국 이집트에 팔렸다.


    제원

    - 제작사: 나반티아
    - 기공: 2005년 5월 20일
    - 진수: 2009년 9월 22일
    - 취역: 2010년 9월 30일
    - 배수량: 27,500톤
    - 전장: 230.82m
    - 선폭: 32m
    - 흘수: 6.9m
    - 추진기관: 2 × 11Mw POD
    - 속력: 21노트
    - 항속거리: 9,000해리(15노트 순항 시)
    - 무장:
    └ 4 × 20mm 기관포
    └ 2 × BPDMS(FBNW)
    └ 1 × VLS(FBNW)
    └ 4 × 12.7mm 기관포
    - 함재기: AV-8B 공격기(현재), F-35B 전투기(추후 예상), CH-47, S-61, NH-90 등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