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989 '주체포'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최대의 장거리 곡사포
  • 김민석
  • 입력 : 2017.06.12 17:23
    <출처: militaryedge.org>
    <출처: militaryedge.org>




    개발의 역사

    M1989 주체포는 북한이 기존에 사용하던 M1978 자주포(곡산)에 새로운 차체를 결합한 대구경 장거리 자주포다. 현재 북한에서 이 자주포를 “주체포”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미국이 1978년 황해도 곡산군 지역에서 처음 발견하여 상당한 기간 동안 “곡산”이라는 호칭이 사용되었다.

    곡산의 개발 목적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으나, 등장 시기와 외형 특징을 고려했을 때, 1976년부터 구소련 육군에 배치된 2S7 “파이온(Pion)” 자주포의 특징을 나름대로 모방한 흔적이 보인다.

    2S7 자주포는 203mm 2A44 캐논포를 장착한 자주포로, 장사정 주포를 이용해 군단 포병이 55km 밖에 떨어진 표적에 포격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미 육군이 운용하던 203mm 포를 탑재한 M110A2 자주포의 최대사거리가 24Km밖에 되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당시 소련 육군이 포병 화력의 장사정화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북한 역시 구소련 육군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152mm 자주포를 능가하는 먼 거리의 적을 공격할 포병 수단이 필요하여 만든 것이 바로 이 주제포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주체포보다 더 먼 사거리를 가진 FROG-7 로켓과 240mm 다연장로켓포(MRL), 300mm 로켓과 일명 독사로 불리는 KN-02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등장하고 난 뒤에도 여전히 장거리 포병 화력의 핵심으로 운용하고 있다.



    특징

    주체포의 가장 큰 특징인 170mm 화포는 북한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북한의 과거 동맹국인 구소련과 현재 동맹국인 중국 둘 다 170mm 구경의 화포와 탄약을 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독일 육군과 해군에서 17cm 캐논포를 사용한 군함과 견인포, 자주포가 사용되거나 개발이 추진되었지만, 나치 독일의 화포 설계가 북한에 흘러 들어갔다는 증거는 없으므로 주체포의 170mm 주포의 설계를 추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북한 기술로 2S7 파이온과 203mm 주포를 그대로 복제해 생산하기에는 포 제작 기술이 부족하고, 주포를 실을 수 있는 840마력대 엔진을 가진 차체를 개발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203mm보다 구경은 낮으면서 긴 포신을 가진 170mm 주포의 선택은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70mm 주포의 정확한 약실 규격과 포신 길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15m에 달하는 주체포의 총길이(차체 포함)를 고려한다면 50구경장(포탄 직경과 포신 길이의 비율)내외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포사격훈련 중인 M1989 주체포 <출처: KCNA>
    포사격훈련 중인 M1989 주체포 <출처: KCNA>

    170mm 포는 특별한 외피 없이 포신과 포 구동기, 주퇴복좌기와 약실 모두가 외부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는 170mm 포의 구동 부분과 주퇴복좌기 등 포 자체의 크기가 너무 커서 포탑으로 보호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70mm 포의 끝에는 발사 가스를 분산시켜 반동을 줄이는 소염기가 있으나, 포구 내의 가스를 강제로 배출하는 배연기(Fume Extractor)는 장착되어 있지 않다. 포탄이 발사되면 포신에 붙여진 3개의 주퇴복좌기가 반동을 줄여주며, 포미 부분의 스크루형 폐쇄기가 오른쪽으로 열리게 된다. 주체포에는 화포의 반동을 막기 위해서 차체 뒤쪽에 2개의 큰 스페이드(spade)가 장착되어 있으며, 포탄의 각도와 스페이드 작동은 기계식으로 움직이지만 포신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170mm 포에는 일반적인 고폭탄(HE)은 물론, 로켓 추진체가 장착되어 포탄의 사거리를 늘리는 RAP(Rocket Assisted Projectile)를 발사할 수 있어, 최대사거리가 60여 km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국 육군의 주력 자주포인 K-9에서 발사되는 155mm 항력감소탄(Base Bleed)의 최대사거리인 40km보다 긴 것으로, 휴전선에 배치된 주체포는 한강 이남의 수도권을 공격할 수 있다.

    주체포의 발사속도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한적으로 기계화된 포 구동장비와 스페이드, 구식 포 구동장비와 완전 수동 장전장치, 그리고 포탄 적치대 문제로 매우 느릴 것으로 예측되며, 중동에서 주체포를 노획해 분석한 미국 등은 구형 M1978 주체포가 포탄 1발을 몇 분에 발사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거대한 170mm 포와 스페이드로 인해 주체포의 내부 공간은 매우 좁을 것으로 예측되며, 초기형의 경우에는 포탄을 장착할 공간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위 있는 방위산업 분석기관인 제인스(Jane’s)는 초기형 주체포인 M1978의 경우 차체에 오직 2발의 170mm 포탄과 2명의 승무원만 실을 수 있어 추가 포탄 및 승무원을 실을 수 있는 지원차량이 동행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M1989의 내부 공간은 협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topwar.ru>
    M1989의 내부 공간은 협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topwar.ru>

    M1978의 차체는 중국제 59식 전차에서 포탑을 제거하고 170mm 포와 스페이드를 장착한 것으로, 엔진 역시 59식의 520마력 디젤엔진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중량이 약 40톤에 달해 기동성은 큰 특징 없이 평범해 보인다.

    현재 M1978은 퇴역하거나 2선 부대에 배치된 것으로 파악되고, 현재의 주력 자주포는 1989년 처음 존재가 확인된 M1989 자주포다. 북한에서는 M1978과 M1989 모두 주체포로 부르고 있지만, 170mm 포가 신형 차체에 탑재되어 기존 주체포의 여러 단점이 상당 부분 보완되었다. M1989의 신형 차체는 내부에 승무원 4명과 예비탄을 탑재할 수 있도록 개량된 것으로, 12발 내외의 준비탄을 탑재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보급차량 없이 포탄 발사가 가능한 것으로 보여, 발사속도 역시 소폭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M1989 주체포의 차체 중 차장과 조종사가 타는 좌석은 높이가 높고 전방 관측창을 열 수 있는 구조로 운전자의 시야가 크게 넓어졌다.

    이 M1989 주체포의 차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첫 번째로는 포병에게 예비탄을 공급하고 견인포를 견인하는 ATS-59 수송차량을 개조했다는 설, 그리고 M1981 122mm 자주포와 M1992 130mm 자주포에 사용되는 “덕천” 장갑차를 개조했다는 설이 있으나, 최근 공개된 M1989 주체포의 고화질 사진을 분석해보면, 자주포를 구동하는 무한궤도의 모양과 로드휠(road wheel)의 형상이 북한군 주력 전차인 폭풍호와 선군호와 유시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주력 전차의 차체를 개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M1978 주체포의 사격 장면 <출처: KCNA>
    M1978 주체포의 사격 장면 <출처: KCNA>




    운용 현황

    M1978 주체포는 최소 150대 이상이 생산된 것으로 제인스는 추정하고 있고, 탈북 군인들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DMZ에 배치된 북한군 포대 중 36개 이상이 주체포를 사용 중이라고 증언했으나, 정확한 배치 수량은 알 수 없다. 하지만 M1978 주체포는 더 이상 생산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북한의 군사 퍼레이드에서도 자취를 감춰 M1989 주체포만 보일 뿐이다. 다만 북괴 김정은이 2013년 M1978 주체포를 운용 중인 포병부대를 시찰한 사진이 공개된 바 있다.

    2013년 M1978 주체포를 시찰 중인 김정은 <출처: KCNA>
    2013년 M1978 주체포를 시찰 중인 김정은 <출처: KCNA>

    M1978 주체포는 북한뿐만 아니라 이란에 수출되어 이란-이라크 전쟁에서도 사용되었는데, 정확한 수출 수량은 알 수 없으나 소수가 수출되어 이라크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었고, 또 1987년에서 1988년 사이에 이란군이 주체포를 버리고 후퇴하여 이라크가 노획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라크군이 노획한 M1978 주체포는 이라크전 뒤 다시 미 육군에 의해 노획되어, 그 기술적인 특징과 능력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이 면밀한 분석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란군이 운용 중인 M1978 주체포 <출처: warfiles.ru>
    이란군이 운용 중인 M1978 주체포 <출처: warfiles.ru>

    또한, 영국의 육상병기 군사전문가 크리스토퍼 F. 포스(Christopher F. Foss)에 따르면, M1989 신형 주체포 역시 중동 수출이 추진되어, UAE군이 소수를 도입하고 1990년대 초에 이를 공개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UAE 육군에서 퇴역한 것으로 보인다.

    M1989 주체포는 2016년 3월 25일, 북한의 김정은이 참관한 대규모 타격훈련에서 실사격 발사 훈련을 실시했는데, 북한은 이때 수십 기의 주체포가 해안을 향해 일제히 발사하는 장면을 보도하면서 장사정포를 이용한 남침 협박을 가했다. M1989 주체포는 얼마 전 북한의 대규모 열병식에 등장하여 북한군의 주력 자포임을 과시했다. KIDA 등 국내 연구기관들은 DMZ 인근에 배치된 장사정포 중 약 100~150문이 170mm 주체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70mm 주체포를 동원한 대규모 타격훈련 <출처: KCNA>
    170mm 주체포를 동원한 대규모 타격훈련 <출처: KCNA>




    변형 및 파생형

    주체포는 59식 전차 차체에 올려진 M1978 주체포(곡산)과 신형 전차 차체에 올려진 M1989 주체포의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M1978 주체포와 M1989 주체포는 차체만 다를 뿐 자주포의 포신과 구동장비 등은 완전히 동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특이한 형식의 주체포가 발견된 사례가 1건 있었다.

    2008년 미 육군은 이라크 안바르(Anbar) 대학에서 고철 상태의 구형 자주포를 발견했는데, 이 자주포는 M1978 주체포였으나 포의 구경이 170mm가 아닌 구소련제 180mm S-23 포를 장착하고 있었다. 이렇게 곡산 자주포를 개조한 것이 이란 측인지, 아니면 이라크군이 노획한 후 탄약 확보와 유지보수의 어려움 때문에 개조한 것인지 여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180mm 포를 장착한 이라크의 주체포 파생형 <출처: tamil.gizbot.com>
    180mm 포를 장착한 이라크의 주체포 파생형 <출처: tamil.gizbot.com>



    제원

    구경: 170mm
    포탄: 2발 탑재(M1989는 12발)
    최대사거리: 50km 이상
    전장: 14.9m
    전폭: 3.27m
    전고: 3.1m
    엔진 출력: 520마력
    중량: 40톤 내외
    승무원: 2명(M1989는 4명)



    저자 소개

    김민석/군사 칼럼니스트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이자 에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 한국 통신원이며, 《국방저널》, 《맥심 코리아》 등에 군사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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