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兵力감축 계획 따라도 2만명 모자란데… '18개월' 되면 5만명 부족
[대선 공약 검증] 현역병 복무기간 단축 논란

- 예산 문제 심각
전문병사제 도입하더라도 12개월로 복무 단축하면
일반兵 10만명 모자라 직업군인 채우는데만 年3조

- 숙련도 문제도 있다
전문성 가장 낮은 보병의 경우
軍 "16개월은 복무해야 능숙… 임무교대 감안땐 22개월 필요"
전문가 "10년 복무 북한군과 전투력 차이 분명히 있다"

현역병 복무 기간을 현재의 21개월(육군·해병대 기준)에서 더 단축하자는 정치권의 대선 공약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방부 등 군 당국은 병역 자원 부족, 예산 문제, 병사들의 숙련도 및 전문성 등으로 실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과 일부 전문가는 부사관 등 간부 확보를 통해 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추가 예산도 많이 필요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① 병역 자원 부족 문제

한국군 병력은 현재 63만명 수준이지만 국방개혁 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52만2000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저출산에 따른 병역 자원 감소와 북한군 병력 수준(128만명) 등을 감안한 규모다. 52만2000명 중 간부(장교·부사관)는 22만2000명, 병사는 30만명 수준이다. 군 입대를 많이 하는 20세 남성 인구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2009~2018년에는 연평균 35만~38만명이지만 2019~2023년에는 25만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2023년 이후엔 22만명 수준으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만약 전원이 군대를 현역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복무 기간을 1년으로 하면 연간 8만명이 부족한 것이다.

국방부는 현역 입영률과 인구 동태 등을 감안해 추계한 결과, 현행 21개월 복무 기간을 유지하더라도 2023년 이후 연평균 2만3000여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18개월로 줄일 경우 병역 자원 부족 규모는 연평균 5만5000여명 정도로 추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12개월로 단축될 경우에는 10만명 이상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복무 기간이 짧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군에 입대해야 병력 수준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현역병 복무 기간 변천사 그래픽

②예산 문제

일부 전문가는 전문병사제를 도입해 전문병사 15만명, 일반병사 15만명 등으로 구성하면 일반병사의 복무 기간을 12개월로 줄이고도 30만명 수준의 병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는 "자발적 지원자에 대해 급여를 지급하면서 최소 4년 이상 복무토록 하는 전문병사제를 도입하면 일반병 복무 기간을 12개월로 줄일 수 있고 (이들이 일반 경제 활동에 종사하는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4조6000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복무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결국 간부를 증원하거나 대체 복무 제도를 축소·폐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른 예산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12개월로 줄일 경우 부족한 병사 자원(10만명으로 예상할 경우) 모두를 간부로 대체하자면 연간 3조원가량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게 국방부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가 '복무 기간 18개월' 공약을 제시했을 때 부족한 병역 자원 3만명을 전부 부사관으로 충원할 경우 연간 7500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었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박근혜 정부도 복무 기간 18개월 공약을 내세웠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며 "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첨단 군대를 건설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고 북한의 위협을 감안한 일정 기간의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③숙련도·전문성 문제

군 당국은 복무 기간을 12개월은 물론 18개월로 줄일 경우에도 숙련도·전문성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다. 국방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개인 숙련도(상급 수준)를 기준으로 한 육군 병과(兵科)별 최소 복무 필요 기간은 보병 16개월, 포병 17개월, 기갑 21개월, 통신 18개월, 정비 21개월 등이다. 여기에 원활한 부대 운영을 위한 병력 순환율까지 감안하면 최소 복무 기간은 22~25개월로 늘어난다. 또 현역병 복무 기간이 줄어들면서 ROTC(학군사관후보생) 등 장교 지원율이 떨어진 것도 문제다.

군 당국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군 복무 기간 단축을 추진하면서 숙련병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유급(有給) 지원병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고 실제 운용 인원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유급 지원병은 병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난 뒤 하사로 연장 복무(총 36개월)하며, 하사 임용 후 일정 수준의 보수를 받으면서 군 복무를 하는 제도다. 유급 지원병의 정원 대비 운용률은 지난 2012년 97%, 2013년 99.7%였지만 2014년엔 75.4%, 2015년엔 57.4%, 지난해 8월까지는 36.2%로 크게 낮아졌다.

김일생 전 병무청장은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에선 겨울 산과 여름 산이 달라 보병이라고 해도 사계절을 충분히 겪어봐야 전투력이 발휘된다"고 말했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이스라엘은 남성 36개월, 여성 21개월의 군 의무 복무를 하고 있는데 우리가 이스라엘보다 안보 환경이 엄혹하면 엄혹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며 "10년을 복무하는 북한군과 21개월 복무 한국군 병사들의 전투력 차이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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