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핵심 대책으로 추진 중인 '킬 체인(Kill Chain)'이 북한의 이동 중인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와 강력한 지하 시설 파괴에는 별 효과가 없는 지대지(地對地) 탄도·순항미사일 도입에 대부분의 예산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와 지하 시설을 정확히 파괴하는 데 효과적인 공대지(空對地) 정밀유도무기를 도입하는 데는 예산의 10% 정도만 투입할 계획이어서 킬 체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방위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2017년도 국방 예산 정부안과 방위사업청 성과 계획서, 합참 보고 내용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방부는 킬 체인 구축을 위해 2020년대 중반까지 타격 무기 도입 예산으로 총 9조원 정도를 배정했다. 이 가운데 90% 가까운 7조9000여억원이 탄도·순항미사일 사업에 쓰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킬 체인의 구체적인 미사일 도입 예산 내역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내년도 국방 예산 정부안의 경우 '현무 2차 성능 개량' 등 탄도·순항미사일 사업에만 5107억원을 배정한 반면, 공대지 정밀유도무기에는 1018억원만 반영했다.

군 당국은 3~4년 전부터 탄도·순항미사일, 특히 탄도미사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이 미사일들은 북한의 지상 핵·미사일 기지, 주석궁 등 평양 시내 목표물, 해·공군기지 등 지상의 고정된 표적들을 파괴하는 데엔 효과적이다. 문제는 탄도·순항미사일은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가 움직일 때는 이를 파괴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 탄두(彈頭)가 확산탄(擴散彈·탄두 안에 작은 폭탄이 채워져 있는 것)이 많아 수십m 땅 밑에 있는 지하 시설을 파괴하는 데 한계가 있다. 탄도미사일(현무-2)의 경우 정확도가 30m 이하여서 갱도나 지하 벙커 입구 등을 정확히 타격하기도 어렵다. 순항미사일(현무-3)은 정확도가 3m여서 정밀 타격이 가능하지만, 날아가는 속도가 느려 대응이 늦고 탄두가 작기 때문에 갱도 입구 등을 완전히 파괴하기엔 위력도 약하다.

반면 타우러스 등 공대지 미사일, 합동직격탄(JDAM), 벙커 버스터 등 정밀유도폭탄은 갱도나 지하 시설 입구를 정확히 파괴할 수 있고 지하 관통 파괴 능력도 뛰어나다. 전투기에 탑재되는 정밀유도폭탄 등은 목표물 상공 인근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으면 움직이는 이동식 발사대도 타격할 수 있다.

김종대 의원은 "국방부가 킬 체인의 개념과 전략을 미 공군에서 그대로 베껴오면서도 실제 타격 전력은 작전 수행에 별 효과가 없는 탄도·순항미사일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는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명분으로 육군 배불리기에 나서는 행태"라고 말했다. 탄도·순항미사일은 육군에서 운용하고, 공대지 미사일은 공군에서 운용한다. 육군의 힘이 세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지는데도 육군 중심의 전력 증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킬 체인의 '눈'과 '귀'에 해당하는 감시 정찰 능력도 문제로 지적된다. 기존 한·미 정찰위성과 정찰기, 무인정찰기 등으론 이동식 발사대의 움직임을 다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개전(開戰) 초기 북한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이동식 발사대 위치를 파악해 알려주거나 직접 파괴하는 스텔스 무인 정찰·공격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전직 군 고위 관계자는 "스텔스 무기, EMP(전자기)탄 등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체계의 중추신경망을 효과적으로 파괴하려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