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30일 주한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부지를 기존 성산포대에서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달마산)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한 것은 군 당국이 재검토를 공식화한 이후로 사실상 예고됐던 일이다. 안보 문제 결정을 여론에 밀려 79일 만에 번복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드 배치 부지가 성주골프장으로 확정된 것은 기반 시설과 주민 안전성 등에서 높은 평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 7월 13일 성산포대에 사드를 배치키로 결정했지만 성주군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제3후보지 검토에 나섰고, 6개 평가 기준을 토대로 3개 후보지를 평가한 결과 성주골프장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6개 평가 기준은 사드 체계 작전 운용성, 주민·장비·비행 안전, 기반 시설 체계 운용, 경계·보안, 공사 소요 및 비용, 배치 준비 기간 등이다.

3개 후보지는 성주군에서 제안한 성주골프장과 금수면 염속봉산, 수륜면 까치산 등이었는데 초기부터 성주골프장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됐다. 국방부는 염속봉산과 까치산은 산림 훼손을 동반한 대규모 토목공사와 기반 시설을 새로 설치해야 하므로 적기(適期)에 기지 조성이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성주골프장은 이미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어 내년까지 사드를 배치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인구 밀집지인 성주읍과 가까운 성산포대에 비해 주변에 민가가 적고 고도도 훨씬 높아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성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성주포대로부터 1.5㎞ 떨어진 성주읍에는 1만40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반면 성주골프장 주변으로는 김천시 지역 주민 2100여 명이 살고 있다. 또 성주골프장은 해발고도 680m로 성산포대(해발 383m)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다.

성주골프장 측도 이날 "국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정부 결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성주골프장 전체를 매입한다면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성산포대의 경우 이미 공군 대공미사일이 배치된 국유지여서 부지 매입 비용 문제는 거의 없었다. 이 정도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면 야당의 국회 동의 요구에 대해 거부할 명분이 약해지는 것도 문제다. 국방부는 예산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기도 등에 있는 군 소유지를 성주골프장과 맞바꾸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군 당국은 오는 20~21일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사드 배치 세부 일정을 협의, 내년 상반기 중 배치를 목표로 최대한 속도를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가속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내년 여름을 넘기면 사드 문제가 대선 이슈화해 배치가 더 어려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지난 27일 북한 위협을 거론하며 "사드 배치를 가속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날 경상북도와 성주군, 김천시 등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각 정당에 한·미 공동 실무단의 평가 결과를 설명한 뒤 국방부에서는 보도 자료만 배포했을 뿐 공개 발표는 하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