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신병(新兵)인데 사진 한 장 찍으시죠."

27일 낮 12시 강원 춘천시 신북읍 102보충대 정문 앞. 군 입대를 위해 머리를 짧게 깎은 청년들과 부모들을 상대로 사진사들이 사진 촬영을 권했다. '102보충대 마지막 입소'라는 사진사의 말에 부모들이 발길을 멈추고 지갑을 열었다. 까까머리 아들은 사진사가 건네준 즉석사진을 주머니에 넣었고, 어머니는 몰래 뒤돌아 눈물을 훔쳤다. 10여년간 102보충대 앞에서 즉석 사진을 찍어왔다는 사진사 김동국(74)씨는 "스마트폰 때문에 요즘엔 기념사진 찍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손님이 많다"고 했다.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경기 의정부 306보충대와 함께 대표적인 입대 장소였던 춘천 102보충대에서 27일 마지막 입영식이 열렸다. 102보충대는 지난 65년간 강원도에 있는 육군 부대로 입대하는 신병(新兵)들이 거쳐가는 관문이었다. 신병들은 이곳에서 3박 4일간 머물며 보급품과 기본 신체검사를 받은 뒤 각 사단 신병교육대로 이동한다. 입영식이 열리는 매주 화요일에는 이곳이 가족과 연인, 친구들을 뒤로하고 군이라는 낯선 세계로 들어가는 '눈물의 이별장'이 됐다. 지금까지 약 260만명이 이곳을 거쳐 동부전선에 배치됐다.

102보충대는 이번에 입소한 840여명의 신병들을 마지막으로, 오는 11월 1일 공식 해체된다. 앞으로 강원도권 부대에 입대하는 신병은 각 사단에 있는 신병교육대로 직접 입소하게 된다. 병력 자원이 줄어들어 부대를 통폐합할 필요가 있었고, 과거와 달리 차량을 보유한 가정이 늘어 굳이 보충대를 거치지 않아도 신병교육대로 바로 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의정부 306보충대도 지난 2014년 12월 해체됐다. 102보충대가 사라지면 신병들이 거쳐가는 정거장 성격의 입영 부대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논산훈련소는 보충대와 달리 신병들을 직접 훈련시킨다.

이날 오후 1시 대강당에서 열린 마지막 입영식엔 신병과 가족 등 약 3000명이 참석했다. 입영 장정을 대표해 선서를 한 최황규(22)씨는 부모님 없이 홀로 부대를 찾았다. 최씨는 "부모님이 경북 포항에서 농사를 지으셔서 못 오셨다"며 "굉장히 미안해하셨는데 '마지막 입영 장정' 대표로 멋지게 선서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들은 "남자면 다 가는 건데 뭐"라며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안 보이는 곳에서 자식을 챙겼다. 29년 전 102보충대에 입소해 강원도 양구에 있는 21사단에서 근무했다는 김유신(54)씨는 아들에게 "아빠도 했는데 너도 잘하겠지"라며 무뚝뚝하게 말하고 돌아섰다. 그리고는 부대 관계자들에게 다가가 "옛날보단 부대가 깨끗해졌겠죠?" "혹시 PX(군대 매점)는 사용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102보충대 근처에 있는 식당과 군인용품 상점들도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부대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허충구(72)씨는 "나도 1969년에 102보충대에 입소했고 아들 2명도 여기로 보낸 '102 가족'인데 오늘부로 장사를 그만두고 시내로 나갈 생각"이라며 "입대하는 아들에게 한 숟갈이라도 음식을 더 먹이려는 어머니와 의젓하게 거절하는 아들이 벌이는 실랑이를 보면 흐뭇했는데, 그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부대 앞 오르막길에서 좌판을 깔고 각종 군인용품을 팔던 김모(79) 할머니는 "지난 30년간 화요일마다 여기 나와 번 돈으로 두 딸을 대학까지 보냈다"며 "102보충대에 고마우면서도 아쉬운 마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