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의세계
미라주 F1 전투기
델타익을 포기하고 이단아로 남은
  • 남도현
  • 입력 : 2015.12.30 10:29
    스페인 공군 소속의 미라주 F1. 특이하게도 미라주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델타익을 벗어난 형태다. <출처 (cc) KGyST at Wikimedia.org>
    스페인 공군 소속의 미라주 F1. 특이하게도 미라주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델타익을 벗어난 형태다. <출처 (cc) KGyST at Wikimedia.org>

    앞으로도 계속 같은 위치를 차지할지의 전망은 차치하고 프랑스의 다쏘(Dassault Aviation) 사가 전투기의 명가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는 없다. 1960년대를 끝으로 독자적인 개발을 중단하고 국제 협력을 통해 전투기 제작에 나선 전통의 라이벌 영국에 비한다면 다쏘의 존재로 인해 프랑스는 동시대에 세계의 전투기 시장을 반분한 미국과 소련 다음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다쏘는 1930년에 세워진 유서 깊은 회사지만 제2차 대전 전에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였고 종전 후 제트 시대가 본격 도래 하면서 명성을 드높였다. 1951년 탄생한 우라강(Ouragan)을 시작으로 미스테르(Mystere) 시리즈, 에탕다르(Etendard) 시리즈 등, 전사에 길이 남을 만한 인상적인 전투기를 연이어 만들어 내었지만 다쏘를 세계 무기 시장에서 돋보이게 만든 걸작 중의 걸작은 바로 미라주(Mirage) 시리즈다.

    라팔도 채택한 것처럼 델타익은 다쏘가 만든 전투기의 상징적인 구조라 할 수 있다.
    라팔도 채택한 것처럼 델타익은 다쏘가 만든 전투기의 상징적인 구조라 할 수 있다.

    미라주 III, 미라주 V, 미라주 2000으로 이어진 시리즈는 여러 나라에도 수출되었고 실전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1956년 미라주 III가 첫 선을 보인 후 개량을 거듭하며 발전 형을 등장시켜 왔는데, 시리즈의 공통적인 특징은 날렵해 보이는 델타익(Delta Wing)이다. 미완으로 끝난 미라주 4000이나 아직도 판매에 애를 먹고 있는 라팔(Rafale)도 이 형식을 그대로 쓰고 있을 정도다.

    F-102, F-106, MiG-21, Su-9, Su-15, J35, J37등의 델타익 전투기가 제2세대 전투기 시대에 많이 등장하였지만 꾸준하게 그 명맥을 현재까지 이어 온 미라주야 말로 델타익의 대명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미라주를 상징하는 델타익 명문가에 한때 이단아가 등장한 적이 있었다. 바로 미라주 F1이다. 미라주라는 이름을 썼고 동체의 모양도 비슷하지만 미라주 F1은 전후 여타 시리즈와 달리 델타익을 채용하지 않았다.

    곡예비행 중인 F-104. 엔진에 작은 날개를 붙인 전투기라고 불렸을 만큼 최대한 동체를 날렵하게 만든 덕분에 고속 비행이 가능하였다. <출처 (cc) Jenningsdavidl at Wikimedia.org>
    곡예비행 중인 F-104. 엔진에 작은 날개를 붙인 전투기라고 불렸을 만큼 최대한 동체를 날렵하게 만든 덕분에 고속 비행이 가능하였다. <출처 (cc) Jenningsdavidl at Wikimedia.org>

    속도를 높이는 방법

    제2차대전 말기 등장한 Me 262를 시작으로 제트 전투기 시대가 도래한지 불과 10년 만에 음속보다 빠르게 비행할 수 있는 전투기들이 하늘의 주인공이 되었다. 아직까지는 전투기에게 가장 우선시 되던 성능이 속도다 보니 단지 음속 돌파로 그치지 않고 더욱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각국의 개발진들은 동분서주하였다. 이러한 전투기 역사의 백가쟁명(百家爭鳴)기를 배경으로 마하 2의 초고속으로 비행이 가능한 전투기들이 속속 등장하였다.

    고속 비행이 가능 하려면 무엇보다 강력한 엔진이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기체의 구조 또한 그에 걸맞아야 했다. 핵심은 비행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공기의 저항을 최대한 적게 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기체의 구조가 발전하게 되는데, 먼저 미사일처럼 매끄럽고 날렵한 동체에 작은 후퇴익 주익을 붙이는 형태를 들 수 있다. 미국의 F-101, F-104, F-105등이 대표작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공군의 미라주 III. 델타익을 대표하는 초기 기종으로 다쏘의 명성을 시작한 역작이기도 하다. <출처 (cc) Bob Adams at wikimedia.org>
    남아프리카공화국 공군의 미라주 III. 델타익을 대표하는 초기 기종으로 다쏘의 명성을 시작한 역작이기도 하다. <출처 (cc) Bob Adams at wikimedia.org>

    반면 델타익처럼 공기 저항을 적게 받는 날개 구조를 이용한 방법이 있다. 더 많은 후퇴각을 가져 쉽게 고속을 낼 수 있고 동체와 이어진 부분이 많아 날개에 가해지는 충격으로부터 강한 델타익은 속도가 우선시 되었던 당시 전투기 개발 트렌드를 반영한 대표적 구조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F-102, F-106, 스웨덴의 J35, J37, 소련의 MiG-21, Su-9 그리고 프랑스의 미라주 III가 이를 따랐다.

    프랑스 해군이 항공모함 탑재 전투기로 사용하여 상당한 호평을 받은 F-8P. 특징적인 고주익 구조가 미라주 F1 개발에 적용된 것으로 알려진다. <출처 (cc) Guillaume Rueda at Wikimedia.org>
    프랑스 해군이 항공모함 탑재 전투기로 사용하여 상당한 호평을 받은 F-8P. 특징적인 고주익 구조가 미라주 F1 개발에 적용된 것으로 알려진다. <출처 (cc) Guillaume Rueda at Wikimedia.org>

    상징을 포기하다

    특히 미라주 III는 1967년 발발한 6일 전쟁 당시에 이를 사용한 이스라엘이 엄청난 전과를 거두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등극하였고 당연히 다쏘가 이 모델에 대해 갖는 자부심은 대단하였다. 하지만 다쏘는 이미 1963년에 미라주 III의 상징과도 같은 델타익을 포기하고 전통적 형태의 주익을 가진 신예 전투기 개발에 착수한 상태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기존에 성능이 입증된 미라주 III의 주익을 바꾸는 형태로 개량에 나선 것이었다.

    이것은 장점 못지않게 델타익이 단점 또한 많다는 의미였다. 델타익 구조는 비행 중 항력이 많아져 저속에서 비행 안정성에 문제를 일으켰고 단거리 이착륙성능이 떨어졌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쏘는 개량한 미라주 III 동체 상단에 후퇴익 주익을 붙였고 여타 항공기처럼 수평 미익을 장착하였다. 미라주 F1의 상징이기도 한 이러한 고주익 형태는 당시 프랑스 해군이 사용하던 F8U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에쿠아도르 공군 소속의 미라주 F1. 이처럼 대외 판매에도 성공하였다.
    에쿠아도르 공군 소속의 미라주 F1. 이처럼 대외 판매에도 성공하였다.

    미라주 III는 저고도 비행 능력과 이착륙시 안정성이 나빠 항공모함에서는 운용할 수 없어 당시 프랑스 해군은 항공모함 전투기로 미국제 F8U를 사용하던 중이었다. F8U는 미 해군에서도 ‘최후의 건파이터(The Last of the Gunfighter)’라고 불릴 만큼 근접 선회전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였던 전투기였다. 다쏘는 F8U 특유의 고주익이 이런 능력을 발휘한 핵심이라 보고 이를 미라주 F1에 적용시킨 것이다.

    개발 당시 재미있는 점은 아직 군의 요청이 없이, 즉 프랑스 국내의 소요 제기가 있기도 전에 다쏘가 자체 자금을 써서 먼저 개발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는 처음부터 대외 판매를 목적으로 하였다는 의미였고 이런 개발 의도대로 이후 미라주 F1은 프랑스 외 12개국에도 판매가 이루어졌다.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당시에는 비단 다쏘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전투기 제작사들이 먼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종종 자체 개발에 나서고는 했다.

    양산 직후였던 1975년 파리 에어쇼에 전시 된 미라주 F1 <출처 (cc) RuthAS at wikimedia.org>
    양산 직후였던 1975년 파리 에어쇼에 전시 된 미라주 F1 <출처 (cc) RuthAS at wikimedia.org>

    바뀐 시대 상황

    일사천리로 개발이 이루어져 불과 3년 만인 1966년 초도 비행이 성공했으나 이듬해 야심만만하게 채택한 고주익 구조에서 발생한 떨림 문제로 추락 사고가 발생하여 테스트 조종사가 사망하는 불운이 벌어졌다. 여러 어려움으로 인하여 개발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이후 문제점을 해결하고 실시 된 각종 실험 결과에 만족한 프랑스 공군은 노후화된 미라주 III의 대체기로 미라주 F1을 선정하였고 1973년부터 도입이 개시되었다.

    미라주 III와 비슷한 크기임에도 미라주 F1은 연료를 40퍼센트나 많이 탑재할 수 있어 작전 반경이 컸다. 델타익을 포기하였음에도 전략폭격기인 미라주 IV의 심장으로 사용하는 스네크마 아타(SNECMA Atar) 09K 엔진을 탑재하여 속도가 오히려 빨랐다. 대내외에서 많은 호평을 받고 대대적인 수출도 함께 이루어졌다. 덕분에 시리즈 중 미라주 III 다음으로 많은 720기가 생산되어 상업적으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좌)1996년 미 공군의 F-16과 함께 훈련을 벌이는 요르단 공군의 미라주 F1. 공교롭게도 미라주 F1의 퇴조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친 기종이 F-16이다.<br>
(우)칠레 공군 소속의 미라주 5. 이처럼 미라주 F1이 본격 양산될 때 미라주 5도 함께 많이 팔려 나갔다. 이는 마케팅을 고려한다면 그다지 좋은 현상이었다고 할 수 없다. <출처 (cc) Chris Lofting at Wikimedia.org>
    (좌)1996년 미 공군의 F-16과 함께 훈련을 벌이는 요르단 공군의 미라주 F1. 공교롭게도 미라주 F1의 퇴조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끼친 기종이 F-16이다.
    (우)칠레 공군 소속의 미라주 5. 이처럼 미라주 F1이 본격 양산될 때 미라주 5도 함께 많이 팔려 나갔다. 이는 마케팅을 고려한다면 그다지 좋은 현상이었다고 할 수 없다. <출처 (cc) Chris Lofting at Wikimedia.org>

    이런 성과에 고무된 다쏘는 미라주 F1을 기반으로 2인승 미라주 F2와 가변익형 미라주 G를 실험 생산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경쟁 기종이 속속 등장하면서 미라주 F1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미국이 제식화한 희대의 베스트셀러인 F-16에게 나토의 차세대 주력기 선정 사업 경쟁에서 압도적인 성능 차로 패했을 만큼 확연히 열세였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작 프랑스 자신에게 있었다. 미라주 F1의 양산을 시작한 비슷한 시기에 미라주 V도 함께 제작하였던 것이다. 원래 미라주 V는 미라주 III의 최대 고객이었던 이스라엘의 요구로 개발된 모델이지만 금수 조치로 인하여 프랑스군이 초도 물량을 대신 구매하고 잔여 재고는 대외 판매에 나섰는데, 총 580기가 생산되었을 만큼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당연히 미라주 F1의 양산에 그만큼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24기의 이라크 공군 소속 미라주 F1이 이란으로 도주하였고 현재 이란이 이를 사용 중이다. 재미있게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의 F-14가 이라크의 미라주 F1에 격추당한 기록이 있다. <출처 (cc) Shahram Sharifi at Wikimedia.org>
    1991년 걸프전 당시 24기의 이라크 공군 소속 미라주 F1이 이란으로 도주하였고 현재 이란이 이를 사용 중이다. 재미있게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의 F-14가 이라크의 미라주 F1에 격추당한 기록이 있다. <출처 (cc) Shahram Sharifi at Wikimedia.org>

    특이했던 존재

    2000년대 이후에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 차드 내전 당시에 평화유지군의 일환으로 프랑스군이 참전하면서 제한적인 작전에 투입되기는 했지만 전작이었던 미라주 III나 비슷한 시기에 양산된 미라주 V와 비교한다면 인상적인 실전 기록이 많은 편은 아니다. 다만 1980년대 있었던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 이라크군이 운용한 미라주 F1이 이란의 F-14를 격추한 전과를 올렸던 인상적인 사례가 있기도 하였다.

    2009년 촬영 된 프랑스 공군 소속의 미라주 F1. 지난 2014년 전량 퇴역하였다.
    2009년 촬영 된 프랑스 공군 소속의 미라주 F1. 지난 2014년 전량 퇴역하였다.

    결국 1980년대 들어서 보다 기동성을 강화하고 앞선 항전장비를 채택한 제4세대 전투기 시대가 본격 개막되면서 경쟁에서 한계를 느낀 다쏘는 새로운 신예기의 개발에 착수하였는데, 이때 그들이 선택한 것은 델타익이었다. 플라이 바이 와이어(Fly-by-wire)같은 최신 기술을 접목하고 보다 추력이 강화된 개량 엔진을 장착하면 델타익이 가졌던 단점을 충분히 상쇄하고 기존 장점은 더욱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 본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걸작이 전형적인 미라주 시리즈의 기본 형태로 회귀한 바로 미라주 2000이었고 이는 아직까지도 말이 많은 후속작 라팔로도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미라주 F1은 더더욱 특이한 존재로 남게 되었다. 명문가 태생으로 성능은 흠잡을 곳 없이 훌륭했지만 생긴 모양새가 그 형제들과 사뭇 달랐던 다쏘 가문의 이단아 미라주 F1은 두고두고 흥미로운 전투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제원
    전장 : 15.30m / 전폭 : 8.40m / 전고 : 4.50m / 최대이륙중량 : 16,200kg / 최고속도 : 마하 2.2 / 전투행동반경 : 425km / 상승한도 : 20,000m / 무장 : 30mm DEFA 기관포 2문, 5개 하드포인트에 6,000kg 무장, AAM 2기

    글  남도현 | 군사 저술가[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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