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뚝보초 -1

군인에게서 경계근무는 최우선 임무이자 사명이다.

군대에 수많은 주특기가 있지만 전투를 주임무로 하는 병력외에

지원임무의 병사들도

경계근무는 예외가 없다

단 어느부대를 가나 취사병은 예외가 있다.

내가 군생활 할때인 70년대 경계근무 문화를 소개 해본다

훈련소에서부터 귀가 따갑게 들어온 말이였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수 없다.

1, 21사태 때 김신조 일당이 지나간 루트에 경계근무자들은 모두 총살되었다.

이 말은 자대에 와서도 계속 들어야했다.

자대에 배치되 한달정도 환경과 지형에 익숙해지자 나에게도 보초근무 임무가 부여됐다.

보통 주간근무는 위병소와 탄약고가 24시간근무지이고

그 외에 외곽초소는 19:00에 시작되 익일 06:00까지로 기억된다.

부대에서 외진곳에 있는 탄약고는 주간에 대부분 졸병들을 배치 했는데

근무명단에 고참이있었도 있으나 마나였다.

우리부대는 전방부대의 전투장비인 전차와 화포 등을 보급정비 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는 병기부대이다.

그래서 주간근무가 시작되면 각자의 근무지에서 숙련된 고참들은 일을하다

자신의 보초근무 시간을 잊어버리게 되는일이 다반사였다.

자연히 교대자가 오지 않는 탄약고의 초소는 계속근무를 해야한다.

어느때는 근무자의 부서가 교대를 해주지 않는다고 부서끼리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부대 임무의 특성상 어쩔수 없는 일이기에 벌어지는 것이지만

이것이 악용되어지는 것이 문제였다.

특별히 할 일도 없으면서 전임근무자가 졸병이라는 이유로 교대를 해주지 않는것이다.

아침에 시작된 보초가 점심때가 되어서도 교대자가 오지 않아 지나가는 동기를 불러

잠깐 총기를 맡기고 식사를 해야할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면 저녁시간까지도 이어지는

말 그대로 말뚝보초이다.

나도 어느 토요일 아침에 시작된 보초가 교대자가 오지 않았다.

그 날은 내가 처음 외박을 나가는 날인데 속만 타들어 갔다.

점심을 먹고 외박자들이 신고를 하고 나가도 나는 그대로 였다.

저녁을먹고 19:00 야간근무의 보초가 와서야 교대가 되었다.

졸병이면서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보초명단을 작성하는 교육계를 찾아가서 따졌다.

그러자 지금이라도 외박을 나가랜다 .

나는 오기가 나서 거절하였다.

그러면서 오늘밤 야간근무를 빼달라고 요구하였다 .

교육계가 나를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너 군대생활 힘들겠다.”

그날밤 나는 야간 보초명단에서 빠지기를 기대했는데 영락없이 들어가 있었다.

더불어

교육계와 동기인 고참들에게 한밤중에 끌려나가 작살나게 터졌다.

졸병놈이 겁대가리 없이 따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