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6월 내가 제대한 달이다

생각나는 것이 있어 글을 올려본다.

​

3개월 정도 최고 왕고참 이었던것 같다.

동기들도 많아서 각각 자기들 부서에서 제 몫을 했던 놈들이다. 

그래서 후임 조수들에게 업무를 맡기고

부대의 이구석 저구석 빌빌거리며 동기들과 몰려 다녔다.

부대에서 빌빌주특기 들이라고 불렀다.

​

그런데 후임조수를 받지못해서 제대가 가까워도 군대 업무에 매달려야 하는 동기도 있었다.

그런 동기놈의 근무처에 몰려가 이죽거렸다.

“여기 말뚝박은 놈 있대더라..”

.

말뚝은 장기복무를 하는 직업군인을 비하하는 말이었다.

그 놈의 부서장인 준위계급장교가 소리쳤다.

​

“야!~~~이새끼들아 당장 꺼지지 못해 ”

​

“아유 부서장님 저놈 말뚝좀 빼주십쇼”

​

우리는 이제 능구렁이가 됐다.

​

그놈 비슷한 사례를 나는 선임들에게서 본적이 있었다

나보다 1년정도 고참인데 2,4종계를 보고 있었다.

이 선임에게 조수를 붙쳐주지 않아 항상 불만 이었다.

제대예정 1주정도에서 후임조수를 붙여 주었지만 앙심을 품었다.

조수가 배치 되었어도 전혀 업무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열심히 일해서 인사계를 비롯한 부대간부들 에게서 칭찬이 자자했다.

군인정신이 투철하다고...

그 선임이 제대하고나자 진상이 들어났다.

아무것도 배우지못한 후임조수는 백지 상태에서 일을 해야했다.

당연히 2,4종계 업무가 마비됐다.

어찌어찌 물어물어 일을하는데

임무가 부대에 필요한 피복과 같은 장구류를 제때 수령하고 보급하는 업무가 중단됐다.

그것은 전임 그 선임이 미리 몇 개월치를 먼저 수령해서 여기저기 인심을 썼던 것이다.

얼마전까지의 칭찬이 욕으로 변했다

군생활을 오래한 인사계는 그걸 예상했을 텐데 왜 대비하지 못했을까 의아했다.

​

어느날 빌빌 거리는 우리를 불러서 인사계는 2,4종 창고로 데려갔다.

창고에는 수리를 해야하는 헌군화가 잔뜩있었는데 정부미 포대에 넣어서 메고 나오게 했다.

그것을 J602 트럭에 싣고 위병소를 나갔다

우리는 생각했다.

역전앞이나 버스정류장 근처에있는 구두수선 하는곳에 한포대씩 내려놓고 갈것으로...

우리는 군화 수선하는동안 지나가는 아가씨들 구경하며 하루를 보내리라.

​

그런데 트럭이 서울시내로 가지않고 북상하고있었다.

도봉산계곡에 있는 부대를 출발해 의정부와 동두천을 지나 계속 올라 갔다.

그러더니 초성리 근처의 어느 부대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가정용 미싱과는 비교도 않되게 거대한 미싱이 공장에 여러대 거치된 부대였다.

​

그때에서야 신병으로 사령부 대기할 때 생각이 났다.

우리가 사령부에 대기할때 20명정도가 함께 있었다.

그중에 군화수리병 주특기가 있었다.

그래서 대기병 내무반장이 말했다.

​

“야 ~~ 군에와서 수많은 주특기중에 어떻게 군화수리병 주특기를 받았냐 ?

제대하고 나서 구두수선방 이라도 하면되겟다..."

​

그렇게 수리해야할 군화가 가득든 정부미포대를 내려놓는 것으로 끝이나는줄 알았다.

역전앞에서 지나가는 여자들 구경하는 것은 물건너 갔고...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그 부대의 근무자들이 정부미포대를 거꾸로 들어 군화를 쏟아냈다.

그리고는 인상를 쓰며 깨끗이 세척해 오라고 한다.

어리둥절해서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그들은 사무적이었다.

부대에서 최고참 지위가 순식간에 졸병으로 전락했다.

​

그렇다

여기는 우리부대가 아니었다.

더욱더 우리가 필요해서 찾아온 것이다.

우리부대에서는 오래전에 손을놓은 구두닦이가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조금만 지저분한 것이 있으면 옆으로 짚어 던지기도 했다.

보다못한 인사계가 말했다.

​

“야~~~어지간히 해라

이놈들 낼모래 제대할 놈들이다."

​

그날 우리는 제대를 앞두고 한나절 졸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