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전사하신 분들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까지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름 모를 산골짜기에 누어있다고 생각하니 죄스러움이 앞선다.

다행히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해빙되기 시작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6.25전사자 유해발굴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조상들, 특히 호국선열들을 뵐 면목이 없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하나 뿐인 목숨을 바쳤음에도 후손들이 나몰라라 했으니 무슨 면목으로 호국선열들 앞에 서겠는가?

특히 얼마 전 순국 100주년을 맞이한 안중근 의사의 유해 역시 100년이 지나도록 고국 땅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아직 유해가 어디에 묻혀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후손이 아닌가?

마침 올해는 6.25전쟁이 일어난지 60주년이 되는 해이자,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을 추진한지 1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지난 2000년부터 10년간 발굴된 전사자 유해는 모두 4,133구로 이 가운데 국군이 3,367구로 전체 유해발굴 대상자 가운데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물론 전사자 유해발굴에는 한계가 있다.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 지금은 비무장 지대가 되어 접근조차 어렵게 된 것도 있고, 북한지역에서 전사하신 분들에 대한 유해발굴도 제한사항 일테니 말이다.

그나마 금년에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있는 지역이 낙동강 전선 일대여서 많은 유해가 발굴될 것으로 보이고, 또 정부가 남북대화를 통해 비무장지대는 물론 북한지역에 묻혀있는 국군용사들의 유해발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 성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유해발굴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군이 지역전사에만 의존할 경우 성과를 거두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내 가족의 유해를 찾는 심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유해발굴 사업에 동참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