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헬리콥터
김바사 | 2007-07-17 13:52:41
조회 7519 | 추천 5 | 다운로드 0
언젠가 제가 교통사고를 낸다면 필시 머리위로 지나가는 헬리콥터를 올려다보느라 한눈을 판 때문일 것입니다.
" 어? 저건 AH-1S 코브라네? 저건 UH-1h, 그리고 저거는 카모프-32군...산림청 소속이겠지...."
********************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시절의 어느 날...
모처럼 우유가루 배급을 준다기에 운동장에 나가서 줄을 섰습니다.
이 우유가루라는 것이 미국에서 보내준 구호품인데 사실은 가루가 아니라 돌처럼 딱딱한 덩어리로서 선생님은 칼이나 가위로 이 덩어리를 두들겨 적당히 분쇄하여 아이들이 내어미는 모자에 담아주었지요.
......이걸 연탄물에 구워서 갉아먹으면 그 맛이....허허...아주 인상적입니다.
운동장에서 긴 줄을 이루고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쪽 아차산 방향에서 헬리콥터 한 대가 아주 낮게 떠서 우리의 머리위로 날아오더군요.
훗날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헬리콥터가 H-19 시코르스키 헬리콥터였는데...측면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열린문에 미군 병사 한 명이 양팔로 문을 잡고 버티고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이 때가...초등학교 2학년이나 3학년? 시절이었는데...그사람들이 보내준 우유가루를 받아 먹으려고 모자를 벗어들고 선 나와 그 병사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미국은 천국여, 집집마다 자동차가 있고 매일 맛있는 빵과 우유를 먹는다더라.....쬬코렛트, 빠나나도 맘대로 먹고...."
문득, 어린 마음에 어떤 부끄러움이 스치고 지나갔는데... 나는 지금도 내 가슴안에 일어났던 그 반응이 과연 부끄러움이었는지 반추해보곤 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아주 먼나라...바다건너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그 병사와 나의 마주침은 잠시의 순간이었고 헬리콥터는 굉음을 끌며 멀어져갔습니다....어쩌면 눈길의 마주침이란 것도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죠.
그 이후로...교정위로 날아가는 헬리콥터를 올려다보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러한 형태의 헬리콥터는 보기 힘들었고 어쩌다가 보았다 하더라도 문도 열려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바로 이 헬리콥터와의 예기치 않은 만남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서울을 방문했는데 이 양반의 환송식이 동대문 비행장에서 있었습니다.
아버님의 손에 이끌려 이 환송식장을 찾아갔지요. 그 전날에 비가 왔는지 이 작은 비행장은 진창밭이었습니다.
지루한 환송식을 마치고 바로 그 헬리콥터(H-19) 가 서서히 떠오르더니 열린 창문으로 미국 대통령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손을 흔들어 주더군요.
그 미소...풍족한 세상에서 산 사람이 아니면 도저히 시늉낼 수 없는 너그러움과 밝음이 그 얼굴에 가득했습니다.
피곤한 몸을 앉힐 수도 없는 진창밭에 서서 "백만불 미소" 에 손을 흔들던 군중들....각박한 삶에 지쳐 표정을 잃어버린 아버님의 세대.
*****************
이후로...머리위로 날아가는 헬리콥터를 바라본다는 것은 내 영혼을 그 먼 동경의 세계에 실어보내는 행위가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갈꺼야, 돈까스도 먹어보고 맛있는 빵에 빠다도 듬뿍발라 먹을거야. 그리고 카우보이가 되어 광야를 달려 보는거야........
이 헬리콥터에 대한 동경은 그리 멀지도 않은 훗날, 월남 땅에 우리 국군아저씨들이 파병되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질되는데....이 이야기는 다음에 들려드리기로 하겠습니다.
" 어? 저건 AH-1S 코브라네? 저건 UH-1h, 그리고 저거는 카모프-32군...산림청 소속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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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시절의 어느 날...
모처럼 우유가루 배급을 준다기에 운동장에 나가서 줄을 섰습니다.
이 우유가루라는 것이 미국에서 보내준 구호품인데 사실은 가루가 아니라 돌처럼 딱딱한 덩어리로서 선생님은 칼이나 가위로 이 덩어리를 두들겨 적당히 분쇄하여 아이들이 내어미는 모자에 담아주었지요.
......이걸 연탄물에 구워서 갉아먹으면 그 맛이....허허...아주 인상적입니다.
운동장에서 긴 줄을 이루고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쪽 아차산 방향에서 헬리콥터 한 대가 아주 낮게 떠서 우리의 머리위로 날아오더군요.
훗날에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헬리콥터가 H-19 시코르스키 헬리콥터였는데...측면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그 열린문에 미군 병사 한 명이 양팔로 문을 잡고 버티고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이 때가...초등학교 2학년이나 3학년? 시절이었는데...그사람들이 보내준 우유가루를 받아 먹으려고 모자를 벗어들고 선 나와 그 병사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미국은 천국여, 집집마다 자동차가 있고 매일 맛있는 빵과 우유를 먹는다더라.....쬬코렛트, 빠나나도 맘대로 먹고...."
문득, 어린 마음에 어떤 부끄러움이 스치고 지나갔는데... 나는 지금도 내 가슴안에 일어났던 그 반응이 과연 부끄러움이었는지 반추해보곤 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아주 먼나라...바다건너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그 병사와 나의 마주침은 잠시의 순간이었고 헬리콥터는 굉음을 끌며 멀어져갔습니다....어쩌면 눈길의 마주침이란 것도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죠.
그 이후로...교정위로 날아가는 헬리콥터를 올려다보는 버릇이 생겼는데 그러한 형태의 헬리콥터는 보기 힘들었고 어쩌다가 보았다 하더라도 문도 열려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바로 이 헬리콥터와의 예기치 않은 만남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서울을 방문했는데 이 양반의 환송식이 동대문 비행장에서 있었습니다.
아버님의 손에 이끌려 이 환송식장을 찾아갔지요. 그 전날에 비가 왔는지 이 작은 비행장은 진창밭이었습니다.
지루한 환송식을 마치고 바로 그 헬리콥터(H-19) 가 서서히 떠오르더니 열린 창문으로 미국 대통령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손을 흔들어 주더군요.
그 미소...풍족한 세상에서 산 사람이 아니면 도저히 시늉낼 수 없는 너그러움과 밝음이 그 얼굴에 가득했습니다.
피곤한 몸을 앉힐 수도 없는 진창밭에 서서 "백만불 미소" 에 손을 흔들던 군중들....각박한 삶에 지쳐 표정을 잃어버린 아버님의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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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머리위로 날아가는 헬리콥터를 바라본다는 것은 내 영혼을 그 먼 동경의 세계에 실어보내는 행위가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갈꺼야, 돈까스도 먹어보고 맛있는 빵에 빠다도 듬뿍발라 먹을거야. 그리고 카우보이가 되어 광야를 달려 보는거야........
이 헬리콥터에 대한 동경은 그리 멀지도 않은 훗날, 월남 땅에 우리 국군아저씨들이 파병되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질되는데....이 이야기는 다음에 들려드리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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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비차와 날틀 | 2007-07-18 | 추천 0
김바사 | 2007-07-18 | 추천 0
김바사 | 2007-07-18 | 추천 0
여의도 비행장은 중학교 시절에 들어가 본 적이 있습니다.
시골사람 | 2007-07-18 | 추천 0
김바사 | 2007-07-17 | 추천 0
김바사 | 2007-07-17 | 추천 0
제 어린 기억에는 당시 김포비행장에서 제10전투비행단의 팻말을 목격합니다. 한편으로는 그 비행단이 수원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이 헬기는 그 부대를 따라 다닌 것 같습니다.
parco | 2007-07-17 | 추천 0
맨날... 님의 글만 잘 보고 있습니다. 하하..
예전 생각 나는군요.. 정말로... 아무튼 저 문구.... 종종 써먹어야 겠습니다... 물론 표절로요.. ㅋㅋ
zingzing | 2007-07-17 | 추천 0
reopard2 | 2007-07-17 | 추천 0
김바사 | 2007-07-17 | 추천 0
reopard2 | 2007-07-17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