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1930년대 말 영국 해군을 따라잡기 위해 나치독일제국해군(Kriegsmarine)이 세운 Z 계획과 그 계획의 중심이라 할 수 있었던 Schlachtschiff H - 그들중 초중기 설계안이었던 H39, H40A/B, H41형 전함에 대해 언급했었습니다.

사실 지금부터 언급할 H42형 부터는 본 궤도를 약간 이탈해서 Z 계획의 일환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어쨋든 Schlachtschiff H 설계계획의 연장이므로, 계속 진행해 볼까 합니다.

1941년 히틀러는 H형 전함의 설계팀에 황당한 지시를 내리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800mm 구경의 함포의 장착을 요구한 것이었습니다.(800mm.....무슨 포의 구경이었는지 아시죠? -_-)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지는 모르나 실현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실현이 된다 하더라도 그 전함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져야 합니다. 지나치게 큰 함정의 크기는 자연히 막대한 자원의 요구와 건조시간 연장으로 이어집니다.
다행히 해군 총사령관 Erich Raeder 원수를 비롯한 수뇌부가 히틀러를 설득, 이런 과대망상증 계획은 그냥 과대망상으로 끝나게 됩니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강력한 전함에 대한 히틀러의 망상은 끊이지 않았고, 드디어 이러한 망상을 설계로나마 실현시켜 준 전함들이 바로 앞으로 소개될 H42/43/44형 전함들입니다.

1942년, 히틀러는 해군 최고 사령부에 초대형 전함의 건조 가능성을 검토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이에 따라 모든 크기제한을 배제하고 다음과 같은 조건이 요구되어 설계가 진행됩니다.

1. 약 30kt의 속력
2. 항공기 투하폭탄과 대낙각 함포탄을 방어해 낼 수 있는 갑판장갑
3. 설계상의 특징과 부합하는 대구경의 주포
4. 기뢰 및 어뢰의 폭발에 대한 방어력

이리하여 1차로 1942년에 설계가 진행된 H42 전함은, 일단 주포는 H41에 채용된 420mm 48구경장 함포가 그대로 채용되었지만, 장갑은 대폭 증가했으며 그에 따라 점점 더 무거워지는 함을 30kt 대의 속력으로 움직이기 위하여 요구되는 추진력도 계속 증가하게 됩니다. 그 동안의 전훈을 통해 항공기 투하폭탄과 대낙각 함포탄에 대한 전함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갑판장갑은 1순위로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H42 제원

길이 : 304m
폭 : 42.8m
흘수 : 12.7m
배수량 : 상비 88,578t, 만재 96,451t
추진기관 : 디젤 / 증기터빈, 4축추진, 목표출력 266,300hp, 항속거리 19kt시 20,000nm
속력 : 31kt
무장 : 420mm 2연장 주포 4포탑, 150mm 2연장 부포 6포탑, 105mm 대공포 15문, 37mm 대공포 16문, 20mm 대공포 32문, 533mm 어뢰발사관 6문
탑재기 : Arado 196 수상기 4기
장갑 : 현측 380mm, 갑판 140mm, 상갑판부 60mm, 하갑판부 130mm



1943년 설계제안된 H43형은 드디어 10만톤의 상비배수량을 돌파하여 명실상부한 초대형 전함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기본적인 장갑 구조는 H42와 동일했지만 기뢰와 어뢰에 대한 방어대책이 강화됩니다.

그리고 H43형은 508mm 주포가 채용됩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장갑을 갖춤과 동시에 가장 강력한 함포를 갖춘 전함을 원했던 히틀러의 희망이 (원하는 만큼은 아니지만)성취되는 순간이었지요.




H43 제원

길이 : 330m
폭 : 48m
흘수 : 12.8m
배수량 : 상비 109,246t, 만재 118,104t
추진기관 : 디젤 / 증기터빈, 4축추진, 목표출력 266,300hp, 항속거리 18kt시 20,000nm
속력 : 30kt
무장 : 508mm 2연장 주포 4포탑, 150mm 2연장 부포 6포탑, 105mm 대공포 15문, 37mm 대공포 16문, 20mm 대공포 32문, 533mm 어뢰발사관 6문
탑재기 : Arado 196 수상기 4기
장갑 : 현측 380mm, 갑판 140mm, 상갑판부 60mm, 하갑판부 130mm


사실상 H42형 전함이나 H43형 전함 모두 실제 정식 건조를 생각하지 않고 설계되었는지라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이론상으로나 설계상으로나 충분히 건조될 수 있는 전함이긴 했으나, 저 전함을 건조하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자원과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점이 전혀 고려가 되지 않았었죠.

(다음에는 최종판이자 전 세계에서 계획된 군함 중 가장 큰 H44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P.S : 좀 질질 끄는 것같아 죄송하지만 H44에는 비교 모형사진들이 좀 되는지라.....양해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