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하고 맞지는 않는군요 쫄병의 추억담을 얘기 할 수 잇는 방이 있었으면 좋겠군요





손들어




81년 4월쯤으로 진달래가 지금처럼 만발하고 봄비가 제법 굵게 내렸던 날로 기억 한다

당시 임진강에는 황복이 많이 올라올 때라

우리같이 용돈 궁한 쫄병들도 비싼 황복 매운탕을 싼값으로 사먹을 수 있을 때이다




저녁 근무를 나가서 뒤에 매운탕집에 황복을 미리 시켜놓고

순찰자가 돌아가면 즉시 뛰어가서 큰 쟁반 위에 매운탕 냄비와 소주 한 병, 김치 한 접시를 갖고 와서

어두운 초소에서 먹기 시작하는데 가시가 많은 황복이지만 얼마나 맛있는가....?




하지만 먹는 사람이 누군가....

돌멩이도 쇳덩어리도 소화 시킬 수 있는 육군일병 식성 아닌가...?

그 많은 황복의 가시를 바닥에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발라서 먹었다




다음날 기상과 함께 어제 섰던 초소로 자원해서 다시 근무를 나갔는데

전날 비가 제법 많이 와서 바닥이 젖어있었지만

혹시 바닥에 고기 가시라도 떨어져 있을랴, 정밀하게 수색했다

역시 육군일병 흔적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어치웠다




초소 주위의 뗏장을 들춰서 몇 마리의 지렁이를 잡았다

몇 일전 얻어놓은 낚시줄과 바늘에 지렁이를 꿰어서 강물 속에 던졌다

한 손엔 총을 한 손엔 낚시줄을 잡고 전방 멀리주시하며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손에 뭔가가 걸렸는지 툭툭 친다

줄을 끌어 올려보면 메기 또는 동자개 일명 빠가사리가 거의 몇 분 간격으로 올라 온다

하지만 잡은 물고기는 가져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놓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이미 나는 켓치엔릴리즈를 몸소 해봤던 것이다




이러기를 여러 차례 반복 할 쯤

우리 우측 다른 부대와 접경지역 강가에 웬 민간인 2명이 낚시를 하기 시작했다

야 !! “ 강일병 저 사람들 언제 들어왔어 ”

“ 가서 빨리 쫒아버려 ”




“ 그래 알았어 내가 갔다 올테니까 너는 초소를 지키고 있어 ”

하고는 동기인 강일병이 낚시를 하고 있던 민간인 쪽으로 갔다

잠깐 뭐라고 서로 얘기 하는거 같더니 그냥 올라오는 것 이었다




야 !! “ 왜 그냥 오냐 ”

“ 응 사단 무슨 참모라는데 ”

“ 뭐라고 !! ” 내가 가서 쫓아버릴께 ”




하고는 식식거리며 가까이 갔는데

자기는 사단사령부에 무슨 참모실에 있는데

우리 중대장에게 얘기했으니까 걱정 말고 돌아가라고 했다




나는 그런 연락을 받지 못했으니 나가라 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 뉘네 중대장에게 얘기를 했다고 이 친구야 ”

가서 근무나 잘 서라고 큰소리를 치는게 아닌가




GOP에서 첫 부임한 소대장이 초소에 순찰할 때 암구호 안데고 나야 나 하다가

머리위로 긁어 버릴려다 참았던 난데

민간인 복장에 나는 소총이 있고 그 사람들이 무서울리 없었지




총을 들이밀고 안 나가면 사살한다고 겁을 줬더니

한 발짝 물러서는 거 같았다

그러면서 우리초소의 전화를 쓸 수 있게 해달란다




민간인 복장에

당신 신분 확인이 안 되는데 어떻게 초소에 들어오게 하는가

안 된다 어서 나가라고 외쳤다

노리쇠 후퇴전진을 하면서 그 사람 얼굴에 총구를 정면으로 겨누었다




기가 질렸는지 낚싯대를 챙기기 시작했다

“ 나가면 될거아냐 나가면 너는 사단 군기교육대다 ”

하면서 돌아갔다

어디 할 수 있으면 해봐라




마음 한 구석에는 저 사람들이 정말로 사단에 모참모실에서 나온 사람이 맞으면

정말로 군기 교육대에 뺑뺑이 치러 가는거 아냐

하는 한편에 걱정거리가 생겼다




온통 신경이 상황실 전화 벨소리에 신경이 가고 있을 무렵

정말로 사단에서 중대장에게 전화가 왔던 모양이다

“ 너 엊그제 일요일 아침에 무슨 일 있었냐....?

“ 똑바로 얘기해 ” 하면서 다그치는 것 이었다




“ 얘!! 민간인들이 초소 앞에서 낚시를 하기에 쫓아 버렸습니다 ”

“ 이상입니다 ”

“ 아주 잘했다 ”

“ 근데 그 사람이 누구라더냐 ...?

“ 사단 참모실 누구라던데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




“ 그 사람 진짜 사단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맞다 ”

수십만 마리의 잉어떼 장관은 이제 다 봤구나

아이구 이제 죽었구나 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박일병 근무를 아주 잘 선다고 칭찬하더라 하는게 아닌가




어휴 쫄병들의 천국과 지옥을 누가 알꼬나.....



나중에 알았지만 그 사람이 내 초소에 들어오기만 했어도

사단영창 구경을 할 뻔했다고 선임하사가 그러는데

아찔했던 기억이...



그나저나 황복이는 왓는지...

황복이 만나러 화석정에 놀러나 가볼까나

진달래가 만발하는 요즘 임진강에 황복이 산란하러 올라오는데

그 특유의 맛이 졸깃하고 맛있다




2006, 4, 19 棲鶴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