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현장에서 페인트칠을 하던 두 인부가 유기용제에 중독되어 쓰러졌습니다.
다급하게 달려가보니 두 사람이 복도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차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야지"는 두 사람을 병원에 싣고 갈 생각은 않고 오히려 쓰러진 두 사람을 타박하고 있더군요.....쓰러진 인부나 시키는 "오야지"나 이런 일을 한 두번 겪은게 아니라는 이야기죠.


<생존의 화생방.....>
유독가스에 의한 피해가 어찌 전시에만 있겠습니까.

지난 1960년대의 역사는 "일산화 탄소" 가스와의 전쟁의 역사이기도 했습니다.
해마다 겨울이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사망하였으므로 이 가스로부터의 해방은 절대절명의 명제였던 것입니다.

구들장의 개선, 굴뚝에 설치하는 가스배출기, 개량 두꺼비집, 백금촉매를 이용하는 불판, 간이형 새마을 보일러에 이르기까지 일산화 탄소를 제거하려는 노력은 눈물겨웠습니다.

연탄가스의 문제에 시달린 "양택식" 서울시장이 현상금 500 만원을 걸고 연탄가스의 해결책을 공모했을 때...획기적인 효과를 주는 아드로핀...가스에 쓰러진 사람의 콧구멍에 솜에 적신 식초를 들이대면 거의가 깨어난다는 코페르니쿠스적 발견도.....이제는 옛 이야기가 되었군요.

이 와중에서 특기할만한 일로 집집마다 "십자매"기르기가 권장되었는데...방 안에 사람이 감지하기 어려운 일산화 탄소가 들어올 경우 십자매가 먼저 쓰러짐으로서 가스 경보기의 역할을 수행해 준다는 것이었죠.
이 방법은 나름대로 유효하여 석탄을 때야하는 뻬치카가 설치된 군대의 내무반에도 십자매 경계병이 근무에 나서게 됩니다만....일단 잠이들면 십자매가 장렬히 전사를 했는지 안했는지...알 수가 있나요.

그러므로 60년대의 사람들은 잠을 자면서도 후각은 편히 놓아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나도 60년대를 거쳐온 사람으로서 연탄가스와의 생존전쟁을 통하여 후각이 남다르게 진화되어 있습니다.
나는 지금도 30미터 전방에서 누가 담배를 태우며 걸어가면 즉각 이를 감지하고 바람의 이동경로를 측정하여 연기가 날아오지 않는 방향으로 진로를 잡아 신속히 이동하지요.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이 단련된 후각을 통하여 가스와의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날마다 몸으로 체험하하고 있습니다.
이 도시와 내가 앉아있는 이 사무실은 아직도 안전지대가 아니며 좀더 은밀하고 교활해진 가스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로 내던저져 있다는 것이지요.

보시지요.

★컴퓨터....컴퓨터는 아주 다양한 화학가스(냄새)를 발생시킵니다.

기판에 실장된 전자부품들이 열을 받으면서 냄새를 발산하는데 우선 에폭시 기판에 발라놓은 절연도료가 풍기는 냄새가 있고, 실리콘 소재의 반도체가 풍기는 광석타는 냄새가 있습니다.
"파워 서플라이"에서도 냄새가 많이 나오는데 이 냄새는 주로 트랜스 코일에 발라둔 바니쉬와 절연종이가 발산하는 냄새입니다.
더 역겨운 냄새는 전해 컨덴서에서 나옵니다. 그 내부의 얇은 필름막사이에 어떤 절연유...성분이 휘발되면서 풍기는 냄새인 것 같은데.....내 생체 감지기가 상당한 거부반응을 보이죠.

컴퓨터 내부에 가득히 쌓이는 먼지들이 복사열을 받아 풍기는 냄새도 고약하고..... 더 역겨운 것은 컴퓨터 안에서 길을 잃고 하필이면 CPU 방열판에 배를깔고 죽은 바퀴벌레들이 서서히 구워지면서 풍기는 냄새가 입니다....

★복사기와 프린터.....저는 복사기가 풍기는 냄새에는 농담도 하고싶지 않습니다.
복사기의 종이가 배기구에 화장지를 한 번 걸어두어 보십시요....아주 미세한 분말...토너가루가 공기중에 방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대체 복사기의 미세한 분말토너는 그 성분이 뭐죠?
아주 소량이 내 코를 통하여 들어와도 당장에 목이 메이고 머리가 아파지는 물질......나의 직관으로는 인체에 상당히 유해한 성분으로 느껴지며 산화제를 적절히 섞어주면 폭발할 수 있는 테러용품으로 보여집니다.
우리가 이 토너의 성분에 대하여 무엇을 알며, 한 장의 용지를 복사할 때 누출되는 토너 미립자에 대하여 어떤 안전 규정이 있습니까?

★냉장고와 냉온수기류......이 기기들에서는 어쩔 수 없이 냉매가스가 새어나오고 있는데 뒷면의 컴프레서에 검게 발라놓은 도료가 방출열을 받아 풍기는 냄새도 무시못할 정도입니다. 바퀴벌레의 구운 냄새, 먼지태우는 냄새도 컴퓨터에 뒤지지 않죠.

★숯불구이.....적당한 습도를 제공받으며 행복하게 지내는 곰팽이들이 에어컨속에서 만들어내는 생화학 가스에 대하여는 언급하지 않으려 합니다만 점심시간, 오랜만에 푸짐하게 얻어먹은 돼지갈비집 숯불구이냄새는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성분을 넣었기에 숯냄새가 이리도 독합니까? 게다가 황동이나 구리로된 불판의 금속성 냄새에는 설명할 수 없는 자극성이 있습니다..뭐랄까....물렁한 납덩이를 껌처럼 씹어먹는 자극이라고나 할까....


<마지막 이벤트>
이와같이 하루종일 독가스의 공격을 받고 귀가하면 마지막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스가 배인 몸을 닦아낸다며 시원하게 샤워를 할 때...수돗물에 잔류하던 소독약제, 미처 휘발되지못한 잔류염소가 급격히 가열되면서 "염소가스"로 변하여 증기와 함께 호흡기에 흡수되는 것입니다.
샤워꼭지를 틀 때 기체화되어 호흡기로 흡수되는 잔류염소는 수돗물을 그냥 마실 때에 비하여 흡수율이 수백배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화생방의 공격에 대하여 더 걱정이 되는 것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문제를 아는 조직은 개선하지를 않는군요.

이런 발상이 위로가 될까요....서울의 1천만 시민이 하루에 3번 "뽕" 을 뀌면 3 천만발의 가스가 도시를 덮습니다.
다닥다닥 모여사는 우리들에게 원하지 않는 냄새와 사는 것은 숙명일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