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참 무서운 것입니다.

"역사"가 "야사"로 변신하여 한 소년을 찾아와 그의 가슴속에 화두 하나를 던져넣으면 소년은 그 화두에 심취하여 "야사"의 근원을 찾아나서게 되고 결국 "역사"의 진실에 다가가게 됩니다.
그렇다면 "야사"란 훗날의 세대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기 위하여 "역사"가 던져놓는 미끼에 다름아닌 것입니다.


<결사대작전- 사진1>
오래 전...그러니까 1969년에 "결사대작전"이란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고영남 감독이 만든 이 영화에는 박노식,장동휘,허장강, 황해등의 당시의 짱짱한 배우들이 출연했었죠.

영화의 내용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인천 앞바다의 팔미도 등대에 불을 밝혀주는 우리 특공대들의 용감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상륙작전을 위해 서해바다를 따라올라온 260척의 대형함정들이 심야에 좁은 수로(비어수로)를 따라 인천앞바다에 이르려면 등대의 유도가 필수적이었으므로 맥아더 사령부는 이 팔미도의 등대를 반드시 밝혀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인천상륙작전의 주역이 거의 한국군으로 그려지면서...하하....팔미도를 탈환하기위한 한국군 주도의 작전회의가 열리는데 그 장면의 대사에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높은 대장 : 그래...인천과 팔미도에 대한 정보는 어찌 얻을 수 있는가?
낮은 장교 : 그 방면에는 우리의 정보조직이 없으므로 "알렌넥꼬'의 "사조직"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뭐시라? "알렌넥꼬"? 사조직?

"알렌넥꼬"가 누구지? 이름으로 보아서는 쏘련사람인 것 같은데 그가 어찌하여 우리 나라의 인천 앞바다에 "사조직"을 갖고 있다는 말인가.... 그 영화를 보고 난 후 나의 뇌리에는 "알렌넥꼬"라는 이름이 언젠가는 풀어야 할 궁금증의 "화두"로서 자리잡았던 것입니다.

<팔미도 등대-사진 2>
세운지 100년이 넘는 이 등대를 탈환하여 불을 밝히는 작전은 실제로는 미군 사령부에 의하여 주도 되었는데...이 작전을 위해서 트루디 잭슨(Trudy Jackson)팀이 구성되고 그 팀의 실제적인 대장은 미 해군의 클라크(Clark)대위였습니다.

그런데 이 작전은 미군의 힘 만으로는 이루어 질 수 없으므로 미군이 대북정보를 얻기 위하여 은밀히 육성해 둔 켈로(KLO)부대가 동원됩니다. 켈로부대는 고트, 선, 위스키 라는 암호명의 3개 예하부대로 편성되어 있었는데 이 작전에는 "최규봉" 대장 휘하의 "고트 부대"의 군번없는 용사들이 참가하게 되지요.

1950년 8월 18일에 "클라크" 대위와 "최규봉"의 켈로부대 용사들은 한국 해군의 PC-703함을 타고 인천 앞바다의 영흥도로 향하게 됩니다. 이 배에는 굶주린 영흥도 주민에게 줄 70여 가마니의 대민공작용 쌀도 함께 실려 있었죠.....이 배의 정식 함명이 "백구함" 인 것으로 짐작됩니다.

<작전에 참가한 한국 해군의 PC-703 함-사진3>

인천 상륙이 시작되기도 전인 8월에 한국 해군은 이미 영흥도와 덕적도를 탈환하였고 영흥도에는 클라크 대위와 켈로부대가 머물게 되는데.....여기에는 정보수집을 담당할 "계인주" 대령과 "연정" 소령이 한 팀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전투 상황은 유동적이라 영흥도의 경우는 인천과 대부도쪽에 진을 치고있는 인민군의 반격으로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었고... 숫적으로 불리한 아군은 결국 인천상륙작전이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근거지인 영흥도에서 후퇴하여야하는 극한의 상황까지 몰리게 됩니다.

<50년 9월 14일 영흥도에서의 클라크와 켈로부대원들-사진4>

1950년 9월 14일 밤에 북한군의 반격에 의하여 영흥도의 주민들을 덕적도로 대피시킨 클라크 대위와 최규봉 켈로부대장휘하 병사들 그리고 계인주 육군대령,연정 해군소령은 팔미도에 상륙하여 9월 15일 새벽 1시경에 등대의 등불을 켬으로서 작전을 성공시키는 것입니다.

<무사귀환-사진5>
50년 9월 15일, 인천 상륙 당일에 팔미도의 작전을 성공 시키고 함대의 기함인 "마운트 맥킨리"함으로 귀환하는 특공대 팀. 맨 왼쪽이 "클라크" 대위, 바로 옆 가려진 인물이 연정 소령, 한 사람 건너 서 있는 사람이 최규봉 대장, 맨 오른 쪽 돌아보는 사람이 계인주 대령입니다....잠시 존경의 념을 보내 주십시요.

<알렌넥꼬는 누구인가?>
나는 여기에서 다시 "알렌넥꼬"를 찾아봐야 하겠습니다.

도대체 "결사대작전'을 쓴 시나리오 작가는 그 소스를 어디에서 얻었을까....클라크 대위의 암호명이 "알렌넥꼬"일까?
아니라고 봅니다. 그는 정식 미 해군의 장교였으며 첩보 전문가도 아닙니다. 암호명을 쓸 이유가 없죠.
고백하건대 나는 "알렌넥꼬"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알렌넥꼬"는 실존했다고 나는 보며 시나리오의 작가가 생각나는 대로 작명을 하고 거대한 군사작전에 "사조직"을 개입시키는 발상을 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나는...무능을 고백한 아마츄어 레이더스로서의 나는....작은 실마리 하나를 남겨놓겠습니다.

클라크 대위가 "트루디 잭슨" 팀을 구성하고 정보를 구할 때 부산에 있던 정보부대인 OPC (Office of Policy Coordination)의 부대장 '빈센트 크래머" 중령에게서 임무를 수행할 유능한 한국군 장교 2명을 추천받았습니다.
그 두 사람이 바로 "계인주" 대령과 "연정" 소령이죠.

여기에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계인주" 대령의 이력입니다.
그는 일제하에서 일본군의 만군 사관학교를 나와서 정보부대의 헌병이 되어 만주 지역의 중국군대나 한국 독립군의 동태를 감시하는 첩보임무를 수행한 사람으로서 해방 당시에는 일본군 히라누마(平沼)중좌로 변신해 있었죠.

이 사람이 해방 후 한국군의 방첩부대(CIC)장을 지내다가 국방장관인 "신성모"와 갈등을 일으켜서 전쟁이 나자 대구 군 감호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는데...그를 처형 직전에 구해주고 "클라크" 대위에게 소개해 준 사람이 바로 "빈센트 크래머" 중령인 것입니다.

"빈센트 크래머" 중령은 네달랜드 인으로서 아마도 그의 본명이 "한스 토프트"가 아닌가 싶습니다만...그는 2차대전 당시에 만주에서 8년동안을 암약한 사람으로서 당시에 만주에 있던 일본군 첩보장교 "계인주" 와는 모종의 관계가 있었지않나 싶습니다.

나는 "계인주"를 구해 준 이 CIA 출신의 "빈센트 크래머" 가 혹시 "알렌넥꼬"는 아닐까....하는 추측을 합니다.

"빈센트 크래머"와 "계인주'와 북한과 만주에까지 숨어든 "켈로(KLO)조직사이에는 그들의 특이한 이력이 엮어낸 비밀의 인간관계...사조직이 형성되어있지 않았나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또 하나의 혐의는 "계인주" 대령이란 존재가 바로 "알렌넥꼬"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계인주" 대령은 한국정부의 입장에서는 이미 "빨갱이 냄새가 나는 처형 대상자" 였기 때문에 그의 한국군에서의 역할은 끝났다고 보여지는데 영흥도에서 보여준 그의 첩보능력...특히나 인천과 서울방면에 심어놓은 그의 "사조직"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해오는 능력에 클라크 대위는 감탄합니다.

그러므로 한국정부의 곤란한 입장을 고려하여 "계인주"라는 존재를 감추는 수단이 바로 암호명 "알렌넥꼬" 였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짜투리 글***********

1. 이 글은 지나간 전쟁의 역사에 관심을 갖는 한 개인이 전문적인 데이터도 없이 생각나는대로 올리는 글입니다. 제 견해에 오류를 지적하여 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바로잡겠습니다.

2. 몇 년전에 인천 자유공원에 올라 어느 분에게 팔미도가 어떤 것인지를 물어보았는데 자신은 수십년을 인천에 살았지만 팔미도가 어디있는지는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 분이 정상이며 아직도 팔미도와 남영동 굴다리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내가 비정상일 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