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스카이호크님 글입니다.

오타 및 조사 등 소소한 수정입니다.(요약 추가)

콘솔을 관제석이라고 토를 달아두었는데 맞나 모르겠군요.
만사 귀찮은 사람들 상대로 설득하는 것이니 좀 쉬운 단어가 더 많이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만.

스크롤이 좀 긴 느낌이라서 세줄요약 덧붙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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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경보기(E-X) 사업 이대로는 안됩니다.

조기경보기 도입사업이 이제 막바지에 와 있습니다. 이제 12월 중순 경 기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경쟁 중인 두 회사의 기종이 모두 군에서 사용가능하다는 합격판정을 받은 상태라 이제 가격만으로 판정을 하게 됩니다. 이 경우 12억 $ 내외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G-550 이 15억 $ 이상의 가격으로 알려진 미 보잉사의 737 보다 훨씬 유리하고, 현재의 상황대로라면 이스라엘 쪽 시스템으로 결정될 것이 거의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내용을 이해하는 많은 밀리 매니아들은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끼면서 이구동성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조기경보기는 현대 항공전에서 매우 결정적인 전력상의 우위를 가지게 해주는 핵심적인 장비입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지역에서 벌어진 시리아와의 공중전에서 수십대의 시리아 전투기를 격추시켰지만 이스라엘의 전투기는 한 대도 격추되지 않았던 결정적인 이유가 조기경보기였습니다. 이것은 조기경보기를 가진 공군과 그렇지 않은 공군의 전력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걸프전이나 코소보전, 아프간전, 이라크전 등에서 조기경보기는 전쟁의 향방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전력으로서 그 가치를 분명하게 입증하였습니다.

한국공군도 90년대 초반부터 조기경보기를 도입하려 했습니다. 처음에는 일본이 도입했던 대형조기경보기인 E-767을 도입하려 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 4 대에 30 억 $ 내외 ) 머뭇거리다가 IMF를 맞아서 도입이 연기됩니다. 2000년 이후 다시 도입 계획을 세우지만 가격이 너무 오른 E-767은 도입할 엄두도 못내고, 결국 중형 조기경보기인 이스라엘 엘타사의 G-550 팰컨 시스템과 보잉사의 E-737 MESA 두 기종을 후보로 경쟁구도가 압축됩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사업은 연기에 연기를 계속하다가 2004 년 말 공군은 이스라엘의 G-550 기종이 공군이 요구한 성능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고 판단, 불합격판정을 내리게됩니다.

그러나 국방부는 경쟁구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종선택을 다시 연기하고 공군의 작전 요구 성능 수준 ( ROC )을 낮추어 재입찰을 실시하게 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보잉사 단독 입찰이 될 경우, 가격을 낮추거나 보다 좋은 조건으로 도입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협상 전략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공군은 얼마 전 이스라엘 G-550이 공군의 ( 새롭게 낮추어준 ) 작전요구에 알맞다고 합격판정을 내리게 됩니다. 이제 남은 것은 양측 업체의 마지막 가격 협상 뿐인데, 이미 사이즈에서 차이가 나는 관계로 가격은 이스라엘 쪽이 훨씬 낮아서 거의 이스라엘 쪽으로 결정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여기서 문제점은 누가 보아도 한국에 알맞은 조기경보기는 보잉사의 737이라는 것입니다. 원래 한국 공군이 원한 조기경보기가 E-767이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최소한 737 수준은 되어야한다는 얘기입니다. G-550은 크기나 기본적인 성능에서 체급이 다른 물건입니다. 공군은 분명하게 E-737을 원하고 있고 초기에 보잉이 가격을 높게 불렀을 때 국방부에서 준비된 예산보다 너무 가격이 높아서 어렵다고 하자 그럼 4 대 도입계획을 3 대로 줄여서라도 E-737을 도입하겠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국방부 ( 실제는 그뒤에 NSC 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는 협상력을 위한 경쟁구도라는 명분으로 공군의 작전 요구사항을 (ROC) 낮추어가면서까지 이스라엘 측의 경쟁탈락을 막아 주었고 절차상의 심각한 문제를 가진 상황에서 합격판정을 내림으로 많은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고, 혹자는 결국 이런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는 배경에는 미국에 대한 종속성을 거부하는 현정부의 코드와 대북지원 예산을 확보하기위해 가능한한 국방예산을 삭감하려는 의도가 맞물려서 벌어진 일이라는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그럼 매니아들이 왜 G-550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G-550은 이스라엘 레이더를 장착하지만 이것은 본질적으로 레이더나 비행기 그리고 부수적으로 장착되는 수백가지의 장비는 대부분 미국 제품입니다. 즉 미국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이스라엘 조기경보기를 택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G-550의 팰콘 레이더에는 미국 기술과 부품이 사용되어서 미국 정부의 수출허가를 받아야만 수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항공기, 엔진, 각종 장비들도 수출 허가를 받아야만 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측은 기종 결정을 앞둔 최근까지도 IFF 와 Have quick (VHF/UHF 통신시스템), 그리고 Link 11/16 데이터 링크, 군용 P 코드의 GPS 등 핵심장비의 수출 허가를 미정부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공군은 이런 결정적인 하자가 있는 이스라엘 기종에 대해 합격판정을 내려버린 것입니다.

이 배경에는 이스라엘과 미국정부의 갈등이 숨어있습니다. 미국정부는 IFF나 데이터 링크, 디지털 통신장비 등과 같은 비밀보호가 중요한 장비들은 ( 이들은 모두 암호화되어있고 이것이 풀리면 미군 작전은 그대로 노출됩니다.) 엄중히 보호되고 미국 업체가 시스템 통합을 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술 유출을 막기위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그러나 이번 G-550에는 미국 업체가 아니라 이스라엘 IAI사가 시스템 통합책임을 지는 주계약자로 되어있습니다. 과거 호주나 터키 입찰에 G-550이 참여했을 때는 시간은 걸렸어도 수출허락을 모두 받았었는데 그것은 당시에는 레이시온사가 시스템 통합 책임을 맡았었기 때문입니다. 즉 미국 업체가 시스템 통합을 하는 경우에는 문제 없지만 이스라엘이라도 외국업체는 안된다는 것이 미국의 분명한 입장입니다.

그동안 통신파트 시스템 통합을 맡았던 L3COM 사가 미정부로부터 이들 장비의 수출 허가를 받으려 노력했지만 허가를 받지 못하자 지난 11월 초 L3COM사는 입찰을 포기했고 이에 DRS라는 회사가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DRS는 아직 미국 상무부에 이들 장비의 수출허가룰 신청조차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G-550을 도입하고 싶어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공군은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 정부의 수출허가를 받아주기로 보증한다는 약속만으로 합격판정을 내린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정부는 이스라엘 업체가 시스템 통합 책임을 맡은 주계약자로 있는한 수출허가를 내리지 않을 것입니다.

핵심장비를 제조하는 나라의 수출허가를 받지 못한 장비를 합격판정을 내린다는 것은 명백한 절차상의 오류로서 보잉측은 이 부분에대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나중에 소송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마디로 G-550 은 현재 상태로는 도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물론 미국정부의 수출허가를 못받으면 이스라엘이 손해보상을 하겠지만 우리는 반대로 보잉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할 상황입니다. 결국 손해보게 되는 것은 한국군 전력증강계획입니다. 15년을 미루어온 조기경보기 도입 사업이 또 다시 연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이스라엘 측이 기술이전을 하겠다는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솔깃해 하시는데 이스라엘 의 레이더 기술에는 미국 기술이 많이 들어 있어서 미국정부의 수출허가를 받는 것도 어려운데 기술이전까지 무슨 수로 할 수있을까요 ? 기술이전은 이전대로 미국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한마디로 이스라엘이 기술이전을 약속한 것은 이스라엘 스스로의 뜻 만으로는 지킬 수 없는 약속입니다.

2. G-550 은 원래 비즈니스 젯트기로서 그 공간이 작기 때문에 원천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콘솔을 (관제석) 6개 이상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6개의 콘솔은 전시에 저공침투를 통해 공격하는 수백대의 적 항공기를 요격하기에는 부족한 숫자입니다. 보통 콘솔당 10기를 동시에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G-550은 60대 이상의 전투기 관제가 어렵습니다. 이에 비해 보잉은 10기가 설치되어 있고 추가 설치도 가능합니다. 많은 분들이 데이터 통신으로 관제를 하기에 콘솔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시지만, 현재 한국공군의 500 여대의 전투기 중 데이터 링크가 장착된 전투기는 2대의 F-15k 뿐입니다. 500대의 전투기 중 절대다수가 음성으로 관제를 해야하고 이 경우 콘솔이 많이 필요합니다. G-550은 그래서 지상에 설비를 갖추어서 부족한 점을 보조해 주어야하는 AEW (공중조기경보기) 입니다. 그러나 공군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조기경보기가 아니라 공중관제까지 할 수 있는 AEW&C (공중조기경보 및 통제기) 이어서 G-550은 이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에는 분명히 성능이 부족합니다.

두 번째로 공간이 부족하여서 G-550은 장차 요구될 성능 개량을 수용할 여유가 거의 없습니다. ( 현재 필요한 성능을 갖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니 미래 이야기는 할 수도 없지요. ) 그러나 조기경보기는 계속 진화하고 있고 현재 조기경보기는 점점 복합적인 기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E-10이 그렇고 G-550 도 기본적인 ESM 에 레이더 안테나를 이용한 ELINT 기능통합이 추구되고 있지요. 예상해 볼수있는 미래의 업그레이드는 다목적 radar, GMTI, battle management, EO/IR sensor, IRST, 개량된 ESM 및 추가적인 통신 장비, 무인기 통제 장비 등입니다. 여기에는 기체의 공간 적재능력 전기 및 냉각 능력 등에 있어서 여유 마진이 충분해야합니다. 여기에서 보잉은 충분한 여유가 있지만 G-550은 이런 개량을 수용할 능력이 거의 없습니다. 일본처럼 10년 쓰고 다시 새로운 조기경보기를 사들여야하는 상황은 피해보자는 이야기입니다.

한국공군이 이미 백두 금강이라는 전자전기를 운용하면서 얻은 큰 교훈은 플랫폼의 여유마진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 운용하면서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성능 개량을 수용할 능력이 현재의 백두 금강 정찰기에는 없다는 것이 큰 문제로 대두된바 있습니다. 실제로 금강의 경우 4대 중 1대만이 정상운용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장비가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당한 개량을 해야하지만 기체의 공간이나 중량 전기공급 능력 등에서 한계가 명백하여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고, 아니면 기체를 바꾸어야하는데 이 경우 비용이 너무 커서 ( 기체가격 인티그레이션 가격 등 ) 해결책이 여의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것은 도입 당시, 보다 큰 크기의 경쟁기가 유력했지만 도입가격 및 운용유지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현재의 호커(HAWKER 800)기를 도입하였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방향은 백두 금강의 실패 사례를 그대로 반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때도 표면상의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는 각종 추문이 얽힌 린다김이라는 로비스트의 로비 때문이었지요. 또 다시 어떤 이유에서인지 똑같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려한다면 그것은 매우 어리석고 미련한 일이 될 것입니다.

세줄요약
1. 이스라엘제 제품이라도 핵심부품 및 기술은 전부 미국 것이라 미국의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결국 대미종속 및 기술이전은 보잉 것보다 나을 것도 없다.
2. 부족한 내부공간 탓에 관제석 수가 많이 부족하고 데이터링크 안되고 일일이 관제사가 말로 불러줘야 하는 노후전투기가 많은 한국공군에게 이는 큰 부담이 된다.
3. 운용시 발생하게 되는 업그레이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여유가(크기, 엔진추력, 전력, 냉각능력 등등) 전혀 없다. 지금 있는 거 구겨넣기에도 힘들다.

사진중 일부는 airlines.net에서 가져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