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해양소설이자 남극 탐험소설인 ‘서해풍파’(한국국학진흥원)가 초간본(유일서관·1914)이 나온 지 92년 만에 재발간됐다.

‘서해풍파’는 국어학자·소설가 이상춘(李常春·1882~?)의 작품으로 어부 집안의 자손인 이해운·해동 형제가 남극탐험에 나선다는 줄거리. 우리 문학사상 최초로 바닷사람의 삶과 원양항해, 조선술과 항해학, 남극대륙의 발견 등을 주제로 삼고 있으며 113쪽(200자 원고지 360장) 분량이다.

이 작품을 발굴한 최영호 해군사관학교 교수(인문학부)는 “그간 최고(最古)의 한국 해양문학 작품으로 신채호의 ‘이순신전’(1908)을 꼽았으나 이는 영웅담이자 해양역사전(傳)일 뿐”이라면서 “창작 신소설이란 이름에 값하는 작품으로는 ‘서해풍파’가 최초”라고 말했다.

최교수는 “우리 문학사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작품인데 지난해 초 국립중앙도서관과 연세대도서관에서 초간본 ‘서해풍파’를 발굴할 수 있었다”면서 “이를 현대어법에 맞게 고쳐 이번에 출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리 문학사상 최초로 바닷사람의 삶, 원양항해, 조선술과 항해학, 남극대륙 탐험과 발견 등의 내용까지 담고 있어 놀랍다”면서 “일제 강점기 현실에서 먼 바다로 나가려는 도전의식과 개척정신을 집약해서 보여주고 있어 우리나라 해양문학사에 한 획을 긋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책을 펴낸 한국국학진흥원의 김순석 수석연구원은 “이상춘은 아문젠이 1911년 남극탐험에 성공하고, 일본의 시라세 대원이 1912년 남극탐험에 나서자 민족의 자긍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 소설을 집필한 것 같다”고 밝혔다.

저자 이상춘은 개성 출신으로 주시경 선생 문하에서 공부한 국어학자. 조선어학회의 한글맞춤법 초안 작성위원(1931), ‘조선어사전’ 편찬위원회 준비위원(1933~36)을 지냈다. 특히 혼자서 9만여 어휘를 모아 사전 원고를 작성하다가 조선어학회에 아무런 대가 없이 기증한 바 있다.

한편 최교수는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조난당한 동료 과학자를 구하러 나섰다가 숨진 전재규 연구원에게 이 책을 헌정하는 행사를 13일 경기 안산시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연 뒤 ‘한국 최초 남극 소설의 역사적 의미’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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