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비사--계백과 김유신의 대리전쟁
김바사 | 2006-02-10 17:24:27
조회 6309 | 추천 0 | 다운로드 3
초등학교 시절...그러니까 5학년 겨울의 눈내리던 어느 날,
우리는 국어책에서 "화랑관창" 의 이야기를 배웠습니다.
품일장군의 아들 "관창"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투의 고착상태를 풀어보려고 단신으로 적진으로 돌격하여 계백장군의 포로가 되었으나 계백은 관창의 나이어림을 안타까이여겨 돌려보내게 되죠.
품일은 돌아온 아들을 오히려 꾸짖으니 관창은 말에서 내려 시원한 물 한모금을 마시고는 또 다시 적진으로 돌격하여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이 청년의 장렬한 행위를 본 신라군은 용기백배하여 계백의 군대를 무찔렀다.....운운.
그 글에 감명을 받은 우리는 점심 시간에 눈내리는 운동장에 몰려나가서 그 전투를 재연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녀석들 모두가 스스로를 "화랑관창"으로 자부하는 바람에 악역인 계백장군을 하겠다는 녀석들이 없었어요. 이렇게 되면 게임이 곤란해지죠.....
그런데 말입니다.
옆반의 녀석들이 몰려나와서는 그들도 화랑관창의 놀이를 하는데 저마다 스스로를 "계백장군"으로 임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저것들이?
어린 생각에도 보아하니 그 반의 선생님은 계백장군을 주인공으로 가르치신 것이구, 우리 선생님은 화랑관창을 높이기 위하여 계백을 폄하하셨던 것이지요.
이리하여 궁합이 착착맞은 그 반과 우리 반의 아이들은 저마다의 역할에 자부심을 갖고 그 눈내리는 겨울 날, 내어다버린 조개탄 더미위에서 작대기를 휘두르며 "황산벌 전투"를 재연하였던 것입니다.
훗날 나는 이 역사의 현장에 "이념의 대리전쟁" 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내 추억의 창고에 분류하여 두었던 것이니...오호라, 선상님들의 한가한 이념을 지켜주기 위하여 어린 학생들이 작대기에 맞아 장렬히 쓰러져 갔도다...........
**************************
음.....한가한 이념이라......
여하튼 저는 그 겨울날의 "작대기 전투'로 인하여 황산벌의 전투와 계백에 대하여 상당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여러분은 처자식을 죽인 계백과 자신의 아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품일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특히 계백의 행위에 대하여는 조선시대 때 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동국통감"에 보면 권근과 서거정은 계백의 행위에 대하여 상극되는 관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데 논점은 역시 조국을 구하기위한 비장한 행위로서 정당한 것이냐?
아니면 아무리 그렇더라도 지아비로서, 아비로서 지켜야할 도리를 넘어선 것인가...하는 논쟁이죠...
*******************************************
훗날,
내가 비록 TV 에서나마 영화 "황산벌"을 본 것은 오로지 내가 겪은 어린 날의 그 격렬한 전투를 회상하기 위해서 였습니다.....결과는? 실망이었죠.
이 영화는 상당히 어설픕니다....애초에 어설프게 만듦으로서 새로운 쟝르를 개척해보자는 의도는 인정한다 하더라도 코메디 그 자체로서 창의성이 부족하고 진부하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황산벌" 에서 "거시기"를 빼면 무엇이 남습니까....
오오, 김바사여! 그렇다면 그대는 황산벌에서 무엇을 기대했다는 말이더뇨?.......
어린 시절, 계백과 관창과 품일이 황산벌에서 나에게 보여준 것은 승리를 갈구하는 전사가 보여주는 "잔인성의 잔치"입니다.
나는 "화랑관창"을 배우기 전에 이미...."비둘기 고지의 10용사" 를 통해서 폭탄을 안고 사지(死地)로 뛰어드는 전사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었으므로 스스로에게 가해지는 잔인성의 모습에 놀라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영화 "황산벌" 이 잔인성의 잔치를 벌여주고, 또 그 잔인성을 비웃어주기를 기대했던 것입니다.
황산벌은 마지막으로 갈 수록 유머마져 상실하며 어설픈 "인간적 면모"로 회귀함으로서 너무도 평이한 결말을 보게 됩니다.
그리하여 나는,....잔인성을 즐길 준비가 되어있던 나는.....그 영화를 향하여 싸늘한 "리챠드 위드마크"적 냉소를 보내는 것입니다.
언젠가 이 영화는 같은 제목으로 좀 더 잔인하게 만들어지고, 그 잔인성을 아주 잔인하게 비틀어 주는 영화로 거듭나야만 할 것입니다.
우리는 국어책에서 "화랑관창" 의 이야기를 배웠습니다.
품일장군의 아들 "관창"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투의 고착상태를 풀어보려고 단신으로 적진으로 돌격하여 계백장군의 포로가 되었으나 계백은 관창의 나이어림을 안타까이여겨 돌려보내게 되죠.
품일은 돌아온 아들을 오히려 꾸짖으니 관창은 말에서 내려 시원한 물 한모금을 마시고는 또 다시 적진으로 돌격하여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이 청년의 장렬한 행위를 본 신라군은 용기백배하여 계백의 군대를 무찔렀다.....운운.
그 글에 감명을 받은 우리는 점심 시간에 눈내리는 운동장에 몰려나가서 그 전투를 재연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녀석들 모두가 스스로를 "화랑관창"으로 자부하는 바람에 악역인 계백장군을 하겠다는 녀석들이 없었어요. 이렇게 되면 게임이 곤란해지죠.....
그런데 말입니다.
옆반의 녀석들이 몰려나와서는 그들도 화랑관창의 놀이를 하는데 저마다 스스로를 "계백장군"으로 임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저것들이?
어린 생각에도 보아하니 그 반의 선생님은 계백장군을 주인공으로 가르치신 것이구, 우리 선생님은 화랑관창을 높이기 위하여 계백을 폄하하셨던 것이지요.
이리하여 궁합이 착착맞은 그 반과 우리 반의 아이들은 저마다의 역할에 자부심을 갖고 그 눈내리는 겨울 날, 내어다버린 조개탄 더미위에서 작대기를 휘두르며 "황산벌 전투"를 재연하였던 것입니다.
훗날 나는 이 역사의 현장에 "이념의 대리전쟁" 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내 추억의 창고에 분류하여 두었던 것이니...오호라, 선상님들의 한가한 이념을 지켜주기 위하여 어린 학생들이 작대기에 맞아 장렬히 쓰러져 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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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한가한 이념이라......
여하튼 저는 그 겨울날의 "작대기 전투'로 인하여 황산벌의 전투와 계백에 대하여 상당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여러분은 처자식을 죽인 계백과 자신의 아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품일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특히 계백의 행위에 대하여는 조선시대 때 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동국통감"에 보면 권근과 서거정은 계백의 행위에 대하여 상극되는 관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데 논점은 역시 조국을 구하기위한 비장한 행위로서 정당한 것이냐?
아니면 아무리 그렇더라도 지아비로서, 아비로서 지켜야할 도리를 넘어선 것인가...하는 논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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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내가 비록 TV 에서나마 영화 "황산벌"을 본 것은 오로지 내가 겪은 어린 날의 그 격렬한 전투를 회상하기 위해서 였습니다.....결과는? 실망이었죠.
이 영화는 상당히 어설픕니다....애초에 어설프게 만듦으로서 새로운 쟝르를 개척해보자는 의도는 인정한다 하더라도 코메디 그 자체로서 창의성이 부족하고 진부하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황산벌" 에서 "거시기"를 빼면 무엇이 남습니까....
오오, 김바사여! 그렇다면 그대는 황산벌에서 무엇을 기대했다는 말이더뇨?.......
어린 시절, 계백과 관창과 품일이 황산벌에서 나에게 보여준 것은 승리를 갈구하는 전사가 보여주는 "잔인성의 잔치"입니다.
나는 "화랑관창"을 배우기 전에 이미...."비둘기 고지의 10용사" 를 통해서 폭탄을 안고 사지(死地)로 뛰어드는 전사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었으므로 스스로에게 가해지는 잔인성의 모습에 놀라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영화 "황산벌" 이 잔인성의 잔치를 벌여주고, 또 그 잔인성을 비웃어주기를 기대했던 것입니다.
황산벌은 마지막으로 갈 수록 유머마져 상실하며 어설픈 "인간적 면모"로 회귀함으로서 너무도 평이한 결말을 보게 됩니다.
그리하여 나는,....잔인성을 즐길 준비가 되어있던 나는.....그 영화를 향하여 싸늘한 "리챠드 위드마크"적 냉소를 보내는 것입니다.
언젠가 이 영화는 같은 제목으로 좀 더 잔인하게 만들어지고, 그 잔인성을 아주 잔인하게 비틀어 주는 영화로 거듭나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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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어엿차 | 2006-02-13 | 추천 0
영분공파 37대손입니다. 참고로 저도 신라에 대해 애정이 많습니다.
백학산 | 2006-02-11 | 추천 0
KCX | 2006-02-11 | 추천 0
eton | 2006-02-11 | 추천 0
Midnignt | 2006-02-10 | 추천 0
평화 | 2006-02-10 | 추천 0
평화 | 2006-02-10 | 추천 0
오프로더 | 2006-02-10 | 추천 0
오프로더 | 2006-02-10 | 추천 0
lionking | 2006-02-10 | 추천 0
까모리 | 2006-02-10 | 추천 0
김바사 | 2006-02-10 | 추천 0
갑옷을 한 사람이 모두 디자인 한 모양이지요? ^.^...하하.....삼국유사에 보면 신라는 우리 역사상 최초의 도깨비 살해사건을 일으킨 나라입니다.
언젠가 나는 이 사건을 빌미로 신라를 트집잡고 싶습니다만...저는 신라 마지막 경순왕의 후예로서...신라에 대하여 피할 수 없는 애정을 갖고 있답니다.
내 안의 줄기세포에 신라에 대한 사랑이 들어있으니 누가 내 세포를 바꿔치기 하기전에야.....음.....
스프루언스 | 2006-02-10 | 추천 0
구원자 | 2006-02-10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