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대전에서 영국군이 사용한 순항전차

기본적으로 코메트와 챌린저는 독일의 티거 투입에 의해 개발이 촉발되었던 전차들입니다. 아시겠지만 이들의 베이스인 영국 순항전차 A27 크롬웰의 기본설계 개념은 1941년 기준의 무장 및 장갑, 그리고 기동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때를 기준으로 하면 크롬웰도 적어도 프로필적으로는 잘 짜여진 전차였습니다.
영국제 포로서는 비교적 좋은 명중률을 갖는 6pdr 전차포, 51~70mm 정도의 장갑에 롤스로이스 멀린 엔진을 바탕으로 한 고출력엔진인 미티어-메리트브라운 변속기가 제공하는 높은 기동성이 장점인 전차였지만 당장 공군의 수요를 대기에도 바빴던 롤스로이스사의 상황에 따라 미티어 엔진의 공급이 지연되면서 1943년 중반 이후에나 간신히 실용화할 수 있게 되었죠. 물론 영국제 전차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던 고질적인 시계불량과 전차포들의 낮은 명중률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였습니다.
그러나 1943년은 티거 - 판터 - 페르디난트라는 종전의 전차 성능기준자체를 뛰어넘어버리는 고성능 전차들이 줄줄이 완성되어 실전배치되고 하다못해 미군의 셔먼도 75mm 전차포를 달고서 크롬웰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는 불상사가 일어났던 겁니다. 특히 1942년 티거 전차와의 교전 경험은 영국제 전차에게 화력강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만들었고, 영국은 이를 위해 가장 성능이 우수한 17파운드 전차포를 탑재하는 전차의 개발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개발된 것이 바로 말씀하신 A30 챌린저였습니다.
그러나 이해하시는 것과 달리 챌린저는 단순히 크롬웰의 차대에 17파운드 포를 얹은 것이 아닙니다. 초기의 개발목적은 지적해주신대로 크롬웰의 차대에 17파운드 포를 장착하는 것이었습니다만 922kg라는 17파운드포의 중량은 크롬웰의 차대에 그대로 장착하기에는 중량의 증대에 따른 현가장치 관련문제를 낳았으며 결국 전륜을 하나 늘리고 차체의 길이 및 폭을 늘리는 대규모 차체 재설계 과정을 거쳐서 간신히 완성에 성공했습니다. 그렇지만 현가장치 관련의 신뢰성은 크롬웰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졌고 종합적인 성능도 기대 이하였습니다. 하지만 17파운드포를 장비하는 전차의 절대수 자체가 적었던 영국군의 상황에서는 17파운드 포를 탑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존재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1943년 2월에는 챌린저로 명명되어서 200량이 발주되어 완성되었습니다.
챌린저의 예를 보아 알 수 있듯이 당시 영국제 전차들에 17파운드포를 안정적으로 탑재할 수 있을 정도의 확장성을 가진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으며 새로운 전차의 개발을 위한 관련기술수준도 높지 않아서 1942년 9월부터 17파운드 포를 장착하는 본격적인 신형전차로 기획된 센츄리온의 개발도 계속 지연되고 그 완성은 대전이 끝난 시점에서도 한참 뒤에나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죠.
신형전차의 개발을 포함한 17파운드포를 장착하는 전차의 개발도 지지부진했고 75mm 전차포의 크롬웰, 처칠로는 1944년으로 예정되어 있던 대륙진공계획을 치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은 확실했기에 영국육군의 전차개발위원회는 챌린저처럼 대규모 재설계를 하지 않는 개량수준에서 크롬웰의 화력을 향상시킬 개량형 전차를 개발할 것을 각 사에 지시했고 그 시한은 44년의 대륙진공계획 이전에 양산화였습니다.

이 때 태어난 것이 바로 A34 코메트입니다.
기본적으로 크롬웰의 차대를 변경하지 않고 17파운드 포를 장착하는 것은 무리였기에 빅커스 암스트롱사에서 17파운드 포를 베이스로 하여 포신을 단축하고 탄피 및 약실을 재설계하여 개발한 HV 75mm포로 주포를 변경하고 이에 따라 포탑을 재설계하고 장갑을 강화한 시작차량이 43년 7월에 만들어졌으나 전주 시계 확보가 가능한 차장용 큐폴라의 장착 및 17파운드 포의 견인장비장착 등의 개수지시까지 소화된 양산형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944년 9월의 일입니다.
이제 '오도넌스QF 77mm 전차포'로 이름이 바뀌게 된 HV75mm포는 기본형 크롬웰의 75mm포 보다는 위력이 우수했지만 17파운드포보다는 위력이 떨어져 대략 미군의 76mm 전차포 M1 정도의 위력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장갑도 크롬웰의 그것보다 강화되었다는 장점이 있으나 속도 및 기동성이 15~20% 떨어졌다는 문제점이 남아 있었습니다.
국내의 모 잡지에서는 이 코메트가 독일 및 소련의 전차들에 뒤지지 않는 고성능 전차인 것처럼 주장했지만 그 실상은 그다지 대단한 전차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방어력은 간신히 4호전차 수준으로 올라갔으며 공격력은 76mm M1과 비슷했던 수준이고 기동성은 4호전차보다는 우세한 수준이므로 객관적으로 본 종합 성능은 대략적으로 4호전차와 동등 혹은 우세 및 판터보다는 열세.....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참고로 코메트 유일의 티거-I 격파라고 생각되는 사건이 있긴합니다만 이 때의 정황 역시 어디까지나 유일하게 남은 훈련용 티거를 압도적 수의 우세하에 측면에서 공격, 격파했던 것이라 코메트의 성능이 당시 독일 전차의 수준보다 우수했던 것이라 말할 근거로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말씀하신 것과 달리 코메트는 실전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1944년 11월부터 제 29 기갑여단에 배치될 예정이었으나 바흐트 암 라인 공세에 말려 본 여단은 셔먼을 장비한채 전투에 참가했고 실제로 장비전환 및 훈련이 끝난 시기는 45년 3월이었습니다.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배치가 이루어져 센츄리온이 실전배치되기 시작한 1949년 이후에도 현역에 남아 있었고, 최종적으로는 50년대 후반까지 부대에 있었습니다.
퍼싱의 경우, 화력및 장갑이 우수하고 종래의 M4보다도 오히려 빠르고 기동성이 좋다는 점에서 사실 티거가 등장했을 당시와 비슷한 셈이었지만 티거는 등장 당시 말 그대로 dominence한 전차였지만 퍼싱은 퍼싱과 맞상대할 전차가 있었다는 점에서 조금 위상이 떨어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A34 코메트나 초기의 A41 센츄리온보다 오히려 성능적으로 안정적이었습니다. (센츄리온의 성능이 안정적으로 바뀐 것은 Mk.III 이후입니다. )

http://forum.panzer.pe.kr/viewtopic.php?t=157&sid=0b06b5ee62388a12195e5e1900f0496a에서 가져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