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도스 섬 공략을 준비하다


12개의 섬을 의미하는 도데카니소스 제도의 주도(主島)로 1309년 이후 성요한 기사단의 주둔지로 변한 로도스섬은

풍광이 아름답고 토양이 비옥한 땅으로 고대 그리스 문명이 개화하던 시기에도 문명의 꽃이 핀 곳입니다. 성 요한

기사단의 주된 활동은 해적질과 의료활동이 주된 활동이었는데, 오스만투르크로써는 동지중해 지배에 매우 귀찮은

존재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로도스섬이 서구 제국들의 해군기지로 쓰인다면 동지중해의 패권을 염원하는 오스만투

르크로써는 로도스섬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할 곳입니다.


셀림 1세가 성공리에 이집트 원정을 마친 이후에 그는 로도스 섬에 촛점을 맞춥니다. 이미 수세기전의 유산인 구호

기사단 - 성요한 기사단, 또는 그들이 머물렀던 로도스섬의 이름을 따서 로도스 기사단이라고도 불렸던-의 잔재들

이 남아 이슬람 세력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지속적으로 이용되었다는 사실을 셀림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

다. 셀림 뿐만 아니라 그의 조부인 메메드 2세 또한 로도스섬 공략전을 시행했으나 성공하지 못했죠. 따라서 셀림

이 이슬람의 안전을 위해, 그리고 십자군 전쟁의 마지막 종지부를 찍기 위해, 그리고 독실한 무실림으로서의 의무

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꿈은 다음 대로 넘어가고


셀림 1세는 그의 평생동안 많은 적을 물리쳐 왔습니다. 제국의 국경을 크게 넓히고 그의 적들을 발 밑에 무릎꿇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군주도 피해갈 수 없고, 또 물리칠 수 없는 적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죽음이란 적이

죠.


당시 이슬람 세계의 문명은 상당히 높은 수준을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이슬람 세계가 자리잡고 있는 곳은 원래부터

고도의 문명이 존재했던 장소이며, 옛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아시아의 사이에서 필요한 모든 문화와 기술을 스펀

지처럼 빨아들이면서 이슬람 문명으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이슬람의 의학기술은 현재까지 남아있는 자료를 봐도

상당히 고도로 발전/계승되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학기술로도 죽음을 막진 못했습니다.


1520년 9월 22일, 피부병이 악화되어 쓰러진 셀림 1세는 그의 나이 50세에 숨을 거둡니다. 오랜 기간 전장을 누비

며 생긴 병으로 그의 짧은 치세를 마감하게 됩니다. 술탄으로서는 8년, 조부인 메메드 2세나 아버지 바예지드 2세

가 30년 정도의 치세를 누렸던 것에 비해 너무도 짧은 기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세상의 전면으로 등장해 오스

만투르크제국을 지휘하는 동안, 오스만투르크는 바야흐로 옛 동로마제국의 황금기인 유스티니아누스 대제 시절에

버금가는 대제국으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이제 동부와 남부의 경쟁자였던 사파비조를 꺾고, 맘루크조를 멸망시켜

버림으로서 제국의 시선을 다시 서구로 돌릴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었으며, 술탄의 권위를 한층 드높여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지배자로서 한층 위엄을 드높입니다. 무엇보다도 술탄이 칼리프, 즉 종교적 권위마저 등에 업게 되

고 이슬람의 3대 성도인 메카/메시나/예루살렘을 제국의 보호하에 둠으로서 정통 이슬람의 보호자라는 정통성과

긍지를 손에 넣게 됩니다.


비록 그는 메메드 2세가 꿈꾸었던 온 민족과 종교가 융화된 세계보다는 이슬람이 중심이 되는 국가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꾸란에서도 말하지 않는 강제적 종교개종까지 시도하려고 했습니다. 또 잔인하게 혈육을

학살해버림으로서 그를 가끔 냉혹하고 이슬람 중심주의에 미친 군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셀림 1세는 문

학을 사랑하는 군주이기도 했으며 그 스스로가 시를 짓기도 했고 페르시아로 부터 많은 건축가들과 기술자들을 불

러와 비잔틴 예술과 페르시아 예술이 융합된 화려한 제국의 도시를 건설하게 되는 토양도 마련했습니다. 그의 치세

는 짧았지만, 그가 닦은 오스만투르크의 영광은 훗날 대제라 불리게 되는 술레이만의 손에 더욱 화려하게 꽃을 피

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