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신정 연휴를 어떻게 지내셨는지 모르겠네요.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 해도 좋은 일만 가득하기 바랍니다.

오늘은 전에 말씀 드린대로 영국의 타란토(Taranto) 공습에 관한 글을 올렸읍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시고 의아하게 생각하실 분들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간 순서대로 글을 올리는 연재물의 성격을 감안하면, 영국의 본토 방공전을 먼저 올리는게 맞지만

아무래도 영국의 본토 방공전은 기간도 길고 연속으로 올려야 하기 때문에, 타란토 공습을 먼저 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이 부분을 먼저 올리게 되었읍니다.


먼저 지도를 펴놓고 보시면, 이 곳은 이태리 반도의 뒷축과 밑창이 만나는 부분에 위치한 남부 지역입니다.

아마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어 보신 분들은 이 곳에 대해 아실 거예요.

참고로 이곳은 BC 37 년에 시저의 양자인 옥타비아누스가 안토니우스와 상호 원조 협정을 맺은 곳으로

당시의 지명은 타렌툼(Tarentum) 이었다고 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타란토 항구는 지도에서 보시듯이 반도의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항구로서

여러가지 잇점을 가지고 있어서 이태리 해군의 본거지 역할을 하는 곳이었읍니다.

그런데, 영국의 우선적 공격 목표로 이 곳이 주목을 받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1922년에 정권을 잡은 뭇솔리니는 로마 제국의 부활을 꿈꾸며 팽창 정책을 추구하여

이디오피아와 알바니아를 합병하지만, 진정한 로마 제국의 부활은 지중해의 패권을 장악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읍니다.

물론, 영국이 뭇솔리니의 이러한 마음을 모를리가 없었기 때문에 천방 지축으로 날뛰며 자신들의 구역인

지중해를 노리는 뭇솔리니의 콧대를 꺾기 위해서라도 이태리 해군 함대를 조져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됩니다.

영국 해군의 지중해 함대 제독이었던 두들리 파운드(Dudley Pound) 제독은 1938년에 타란토에 공습을 가해 이태리

해군의 기를 꺾어 놓겠다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구상을 합니다.

그리고는, 라이스터(Lyster) 대령에게 작전의 성공 가능성을 연구하도록 명령을 내립니다.

임무를 부여 받은 라이스터 대령은 각종 자료를 토대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어뢰 공격을 위주로 하는 공습을

가할 경우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보고합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미처 실행되지 못합니다.

우선, 1939년 9월 1일에 독일이 폴란드를 공격한 이후에 독일과의 대치 등과 같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급박한

상황들로 인해 이태리 해군을 공격하는데 전력을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을 뿐더러, 프랑스 해군 또한 지중해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사시에 영불 해군이 합동으로 이태리 해군을 견제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여 마음을 놓은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읍니다.

그러나, 유럽의 최강 육군국으로 군림하던 프랑스가 힘 한 번 변변히 못 쓰고 단 6주만에 KO 패를 당하자 상황이

급변하게 됩니다. 특히, 중립을 지키다가 독일 편을 들어 참전을 한 이태리의 행동을 지켜본 영국은 반드시 공격을

가해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지도를 보시면, 영국에서 이집트로 가기 위해서는 폭이 좁은 지중해를 통과해야 하고, 이럴 경우 영국의 선박들은

이태리 반도의 앞을 지나가야 합니다. 평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항로였지만, 이태리의 참전과 1940년

6월 28일에 뭇솔리니가 이집트 진격을 선언하면서 양국 사이에 적대관계가 형성되자,영국 선박들의 중간 정박지인

몰타섬이 졸지에 최전방이 되면서 이태리 공군이 참깨 볶듯이 달달 볶아댔기 때문에, 선박의 안전을 위해 몰타섬에

정박하기 어려웠읍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태리 해군이 영국의 상선들과 호송선단을 공격하기 위해 분연히 떨치고 나설 경우, 영국 본토와

이집트, 더 나아가 인도와 기타 아시아 식민지 국가와 교역을 하는데 있어 지름길 역할을 하는 수에즈 운하가

차단될 우려도 많았읍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요구 되면서 계획만 세워진 채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잠들어 있던 타란토

공습 계획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됩니다. 1938년 당시, 계획의 성공 여부를 연구했던 라이스터 대령이 지중해 함대

소장으로 임명된데다, 한 척의 항모만 보유하고 있던 지중해 함대에 한 척의 항모가 추가로 배치되면서 타란토

공습 계획은 탄력을 받게 됩니다. 게다가, 공격형인 커닝햄 제독도 영국해군이 지중해에서 누렸던 기득권을 되찾고

영국해군이 지중해의 짱(부산에서는 '통' 이라고 한다면서요?^^;;;)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태리 함대를

요절 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계획은 실행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넘어갑니다.

밥그릇을 지키려는 저 대단한 집념...

가만 보면 영국이 그냥 운이 좋아서 그 많은 식민지를 거느린게 아니라니까요ㅡㅡ;;;

그렇지만, 워낙 판이 크게 벌어질 싸움이었기 때문에 곧바로 전면전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읍니다.

아마 영국도 자칫하면 제대로 카운터 펀치를 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네요.


권투 좋아하시는 분들은 세계 챔피언 타이틀 전을 보시면 본게임 이전에 오픈 게임이 벌어지는 것을 보셨듯이

이 전투도 7월 9일에 양측의 함대가 우연히 마주쳐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영국쪽 자료에서는 Calvaria 전투라 부르던데, 희한한 이름을 붙인 이유를 모르겠어요.

여담이지만, Calvaria 란 말은 라틴어로 '머리뼈'를 의미하는 말로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장소를

가리키는 '골고다(Golgotha: 그리스어)' 와 같은 의미입니다.

아뭏든 우연히 맞닥뜨리면서 시작한 소규모 전투였지만, 영국 해군의 함재기들이 공격에 나서면서 판이 커지자

이태리 해군은 재빨리 발을 뺐고 (내빼는데는 도가 텄네요ㅡㅡ;;;), 영국 해군 역시 이태리 공군의 공습을

우려했기 때문에 이집트로 귀항했읍니다.

판이 커지기 전에 서로 발을 뺀 점으로 보아, 아마 이 때 영국도 본격적인 전투를 원했다기 보다는 이태리 해군과

공군의 대응 능력을 시험해보려고 했던 것 같네요. 이태리야 원체 허접이니까 내뺐겠지만요...

그래도, 이 전투로 인해 영국은 거의 손해가 없었지만 이태리 해군은 전함 한 척과 순양함 한 척이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영국 해군이 근소한 차이로 판정승 했다고 생각되네요.

하지만, 이 전투에서 영국 해군에 열세란 사실을 깨달았는지 그 날 이후 이태리 해군은 항구에 함정들을 짱박아

놓고는 영국 해군과의 충돌을 적극적으로 회피합니다.

해군의 이런 졸렬한 행동에 열이 받은 뭇솔리니는 휘하 장군들을 독려하지만, 훈련이 부족한데다 전함의 기술적인

문제가 많음을 핑계로 내세워 출항을 이리저리 미루게 됩니다.

물론, 주포의 터렛이 해수 때문에 녹이 슬어 고장이 나고, 주포의 구경이 작기는 했어도 영국군 함정보다 신형이고

종합적인 전투력이 우세했다고 하는데도 이런걸 보면, 운용 능력이 부실하고 이태리 군이 워낙 허접들이기

때문인 것 같네요. 그래도, 신형 함정을 주력으로 하는 대규모 함대의 존재는 적에게 주는 심리적 압박이 크고

함대를 견제하기 위해 적군 또한 그만한 전력을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영국의 입장에서는 지중해에서의 안전을 확

보하기 위해 반드시 타란토에 짱박혀 있는 이태리 해군 함대를 격멸해야 했읍니다.

따라서, 그렇게 숨어 있다고해서 영국의 공격을 피할 수는 없었고요.

또한, 1940년 10월에 이태리가 영국의 동맹국인 그리스를 침공하려는 기미가 보이자, 처칠은 그리스에 대해

동맹국으로서 도리를 지키고 체면을 세우기 위해 커닝햄 제독에게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을 합니다.

이 때, 커닝햄 제독의 항공모함 전대를 지휘하던 라이스터 소장은 자신이 연구했던 안을 제시하고 이를

반신반의 하던 커닝햄 제독은 결국 이 계획을 허락합니다.


이태리 정찰기의 눈을 피하기 위해 후방석에 보조 연료를 장착한 스워드 피시기들은 복엽기인데다 한 발이기는

해도 어뢰를 장착하면 속도가 시속 200km 대로 떨어지기 때문에 (거의 날으는 스포츠카 수준이네요^^;;;)

공격을 하기도 전에 적의 대공포에 궤멸당하기 쉽기 때문에 야간 공습을 실시하기로 합니다.

끝장을 보기로 결심을 내린 영국은 1940년 10월 21일에 공격을 하기로 하지만, 항모 이글(Eagle) 호가 기계적인

고장을 일으키는 바람에 대타로 항모 아크 로열 (Ark Royal) 호를 차출해야 했던데다 공습에 나설

스워드 피시(Sword Fish) 항공기에 보조 연료를 장착하는 과정에서 한 대가 폭발을 했고, 이로 인해 일곱대의

스워드 피시가 손상을 입어 11월 11일로 연기됩니다.

이태리 해군으로서는 목숨을 연장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일이었을 거예요^^;;;


끊임없는 정찰 활동을 통해 타란토 항구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던 영국 해군은 방어망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 정찰 활동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자 입이 귀끝에 걸립니다.

우선, 90기에 달하는 기구들이 강한 바람으로 인해 날아가거나 선이 끊어지면서 30기만 사용 가능했고 13,000 m 에

달하는 어뢰 방어용 그물이 깔려 있어야 할 곳에 4,500 m 의 그물만 설치되어 있음이 확인되자 어뢰 공격이 한결

수월할 것을 간파했기 때문입니다. 그물이 원칙대로 설치되었으면 괜찮았겠지만 4,500 m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오판한 이태리 해군의 행동은 결국 재앙을 불러옵니다. 하여간, 안일 무사한 행동의 결과는 항상 나쁘다니까요

ㅡㅡ;;;

물론, 영국도 두 척의 항모 중 한 척이 이태리 군의 공격을 받아 손상을 입어 한 척밖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행운은 영국쪽에 더 많이 따라줬읍니다. 이태리 해안 관측병들이 영국 함대를 발견하고 타란토로 이동중임을

보고했지만, 몰타 섬으로 향하는 것일거라고 지레 짐작한 상부의 안일 무사함으로 인해 재앙을 막을 마지막

기회를 놓칩니다. 아주 망할라고 작정들을 했구만ㅡㅡ;;;

밤 9시가 되자, 12기의 스워드 피시로 구성된 1차 공격대가 공격을 개시했고

(느린 속도로 인해 땀 좀 뺐을 거예요^^;;;)

40분 남짓한 공습의 결과 이태리 해군 전함 두 척이 파괴되고, 수상기 격납고가 폭탄을 맞아 박살이 났으며 유류

저장고가 날벼락을 맞았읍니다 (조명탄 안 쏴도 됐겠네요^^;;;)

물론, 이태리 해군도 반격을 했지만 한 대만 격추 시키는 완전한 손해를 봤읍니다.

2 차 공습은 총 9대의 스워드 피시에 의해 이뤄졌고, 1차 공습에서 어뢰 두 발을 양 옆구리에 얻어맞은

전함 리토리오 (Littorio) 호가 2차 공습에서도 또 어뢰를 맞고 침몰 일보 직전까지 갑니다.

영국군도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의 무대뽀처럼 한 놈만 패나 봐요^^

그리고, 순양함 트렌토 (Trento) 호가 급강하 폭격을 받았고 전함 둘리오(Dulio) 는 어뢰를 얻어 맞고는

선체 아래에 9 m 가량의 구멍이 나면서 선수가 잠겨버려 6개월간 수리를 받아야 하는 날벼락을 맞았읍니다.

게다가, 적기를 많이 격추 시켰으면 위안이 됐겠지만 15,000발의 대공포를 쏘고도 적기는 두 대만 잡아내는

명사수(?) 임을 과시합니다.


비록 피해가 크기는 했지만,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태리 해군은 여전히 막강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읍니다. 그러나, 그들이 받은 심리적, 물리적 타격은 엄청났읍니다.

공습으로 세 척의 전함, 두 척의 지원함과 두 척의 순양함이 침몰했거나 파괴된 날벼락을 맞은 이태리 해군은

본거지를 보다 북쪽인 나폴리로 옮겼고 타란토 항구는 6개월 간 항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읍니다.

무엇보다 완벽한 방어망을 가지고 있다던, 타란토 항이 박살난 충격은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 같네요.

똥개도 자기집에서는 80% 를 이기고 들어간다는데, 이렇게 맥없이 당했으니...

이태리 해군 지휘관들 상당수가 뭇솔리니 게거품 무는거 달래느라 땀 좀 뺐을 거예요ㅡㅡ;;;


그렇지만, 영국의 입장에서는 춤이라도 추고 싶었을 거예요.

눈에 가시같던 이태리 해군 함대에 날벼락을 듬뿍 안겨줬을 뿐더러, 항공기로 함대를 공격하는

새로운 전술을 터득하는 선물도 받았으니까요.

그리고,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이 전투는 일본에게도 선물을 안겨줬읍니다.

불과 21기의 구식 복엽기들이 올린 놀라운 전과에 주목한 일본은 해군 장교들을 이태리로 파견하여

자세한 연구를 하도록 지시했고, 이 때의 연구를 토대로 진주만 공습을 성공시키는 연구를 진행합니다.

한 마디로 타란토 공습은, 일년 뒤에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게 될 진주만 공습의 전초전이었읍니다.


첫번째 사진은 타란토 항구를 공중에서 촬영한 사진이고, 두번째 자료는 타란토 공습의 상황도입니다.

세번째 사진은 이태리 해군 함대를 격멸하는데 일등 공신이었던 스워드 피시 뇌격기입니다.

이런 구식 복엽기한테 함대가 박살 나는 허접한 이태리를 동맹국이라고 믿고 전쟁을 벌인 히틀러가 갑자기

불쌍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네요ㅡㅡ;;;

네번째 사진은 타란토 공습에 동원된 영국 해군 항모 Illustrious 호의 모습이며,

마지막 사진은 이태리 해군의 방공 기구의 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