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톨리아의 지방정권에서 대제국으로 가는 초석을 쌓다


아버지 무라드 2세가 오스만투르크의 혼란기를 정리, 나라를 재정립한 인물이라면, 메메드 2세는 오스만 투르크를

대제국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군주입니다.


우선 콘스탄티노플의 안전도 확보할 겸 2년 후인 1455년 발칸 반도의 원정을 단행합니다. 우선 1453년 콘스탄티

노플 공략때 군사를 보낸 세르비아 왕국 공략에 나서는데, 투르크 군은 무력시위를 벌이며 당시 군주인 조르제 브

란코비치에게 일부 영토의 할양을 요구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북쪽에 있는 헝가리도 세르비아를 호시탐탐 노리

고 있었기 때문에 세르비아는 원치 않게 양국의 각축장으로 변했습니다. 마치 구한말 청일전쟁처럼 말이지요.


조르제는 1456년 12월 24일 9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고, 세르비아 왕국은 조르제의 아내와 아들 라자르에게 넘

어갑니다. 라자르는 무능한 군주로, 그의 치세가 워낙 엉망이었기 때문에 1459년 베오그라드를 제외한 나머지 세

르비아 영토를 차지한 투르크군은 세르비아 인들에게 환영받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가 1년전에 죽은 것은 하늘

의 축복이었지요. 발칸반도의 또 다른 나라인 보스니아는 1463년 멸망하였고 왕인 스테판 토마셰비치는 처형당했

으며 그의 왕비 마리아는 술탄의 하렘으로 들어갔습니다. 세르비아와 보스니아가 멸망함으로써, 서구 기독교의 본

산이 자리잡은 이탈리아 반도와는 이제 아드리아 해 하나만을 사이에 두게 됩니다.


1456년 아테네 공국 병합, 1460년 모레아의 병합으로 술탄에게 호의적이고 순종적인 몇몇 지역을 제외하곤 발칸

반도의 대부분이 이슬람의 손아귀에 들어오게 됩니다. 오스만투르크의 근거지라고 할 수 있는 아나톨리아 지방에

버금가는 영토를 메메드 2세는 점령한 것입니다.


메메드 2세와 드라큘라


잠깐 쉬어가지요. ^^ 공포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라면 단연 흡혈귀가 인기입니다. 물론 최근엔 헐리우드에서

좀비를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지만요. 성수와 십자가, 마늘, 말뚝에 약한 이 괴물의 근원을 만들어낸 시대가 바로

메메드 2세의 시대입니다.


발칸반도 중앙에 자리잡은 왈라키아 공작령에 새로운 군주가 들어왔습니다. 아버지 블라드 2세의 뒤를 이은 블라드

3세입니다. 어린 시절 투르크의 볼모가 되어 터키에서 지냈고, 터키에서 다시 본국으로 돌아왔으나 서쪽의 헝가리

제국의 볼모로 가야 했던 블라드 3세는 투르크와 헝가리의 분쟁가운데 아주 독특한 포로 처형법으로 공포의 대상이

됩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끝을 뾰족하게 깎은 말뚝을 땅에 박고 그 위에 사람을 꿰어 죽이는 형벌이었는데, 일설

에는 이들이 부르짖는 단발마의 비명을 즐기며 술을 들었다는 소리도 있을 만큼 왈라키아 공 블라드 3세의 명성은

하늘을 찔렀습니다. 블라드 쩨베쉬란 이름에서 쩨베쉬란 찌르는 자란 뜻으로, 얼마나 그가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했

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일입니다. 드라큘라란 이름은 아버지 블라드 2세가 블라드 드라큘이라 불린 것에서 기인하는

데, 드라큘은 용을 뜻하는 말로, 그 뒤에 ~의 아들이란 뜻을 붙여 드라큘라란 이름이 생겼습니다. 물론 이것이 널리

쓰인 것은 영국의 브람 스톡커가 드라큘라란 책을 출간하면서 흡혈귀의 전설을 만든 것이구요.



비잔틴 제국의 마지막 계보, 트레비존드의 멸망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메메드 2세는 비잔틴 제국의 마지막 제국인 트레비존드 제국을 멸망시킬 준비를 합니다.

트레비존드는 동 아나톨리아 지방에 붙어있는 땅으로, 1453년 콘스탄티노플 함락 당시에는 요안네스 4세가 황제

로 있었습니다. 그는 술탄에게 사절을 보내 공물을 면제받는 특권을 받았지만 그 뒤를 이은 동생인 다비드 콤네

노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는 교황과 베네치아, 제노바에 사절을 보내 유사시 이들의 도움을 받기로 협약했

고, 시노페의 군주 이스마일은 물론 사위인 그루지야 왕등 많은 동맹을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동아나

톨리아의 실력자인 아크 코윤루 족의 기독교도 군주인 우준 하산과의 동맹을 믿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처지는 생각치도 않고 콘스탄티노플로 사신을 보내 자신의 형인 선왕 요안네스 4세에게 술탄이 약속한 공물

의 면제를 요구합니다. 그것도 우준 하산의 사절을 통해서 말했으므로, 사절의 오만함에 분노가 치민 술탄은 이

기회에 아나톨리아 지방을 확고히 다질 작정으로 1461년 트레비존드 제국을 벌하기 위한 군대를 일으킵니다.

우선 제노바의 항구도시인 아마스트리스를 점령하였고, 시노페의 이스마일에게는 필리포폴리스및 그 주변 지역을

봉토로 준다고 한 후에 물러나도록 합니다.


트레비존드 제국의 가장 큰 동맹이라고 할 수 있는 우준 하산의 영토로 진격한 술탄 메메드 2세는 코일루 히사르

를 공격하였고, 우준 하산은 술탄의 기세에 겁먹는 나머지 병력을 동쪽으로 돌린 후 사절을 보내어 조약을 맺습니

다. 메메드 2세도 우준 하산과 싸울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코일루 히사르의 소유권을 확인하는 정도로 끝을 맺습

니다. 이제 트레비존드에게 남은 것은 그루지야 정도. 서구의 도움은 이번에도 오지 않았습니다.


트레비존드의 황후 헬레네는 사위가 왕으로 있는 그루지야로 가서 원군을 청하였으나, 그루지야 또한 계란으로 바

위치기에 가까울 술탄군에 덤빌 생각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투르크 해군은 1461년 7월 트레비존드에 상륙, 트레비

존드 주변을 초토화시킵니다. 하지만 8월초 대재상 마무드가 이끄는 육군이 당도하면서, 마무드는 공격준비를 하면

서 트레비존드의 내부에서 항복을 권유하는 공작을 펼칩니다. 게오르기오스 아미루체스는 마무드의 사촌으로 트레

비존드의 유망한 학자로 그는 뇌물에 넘어가 다비드에게 이미 우준 하산이 술탄과 조약을 맺었음을 강조하며 항복

쪽으로 황제를 이끌어갑니다. 이미 올 동맹군이 없다는 사실을 안 다비드는 크게 흔들리게 되었으며 서서히 도시를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처음에는 트레비존드에 버금가는 영지의 부여를 요구했으나, 상당히 화가 난 술

탄은 그에게 무조건 항복을 요구, 다비드는 어쩔 수 없이 술탄의 요구에 따릅니다.


1461년 8월 15일 술탄 메메드 2세는 트레비존드 제국의 수도로 입성, 마지막 비잔틴 제국의 맥을 끊어버립니다. 다

비드 및 트레비존드의 황족은 술탄 메메드 2세의 정중한 대접을 받으며 콘스탄티노플로 보내졌으며 얼마간 편한 삶

을 누렸으나, 2년 뒤 반역죄로 잡혀 그의 아들들과 더불어 콘스탄티노플에서 처형됩니다. 이로써 비잔틴 제국의 혈

통은 완전히 단절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메메트 2세가 죽기 전까지의 치적을 돌아보겠습니다. 그는 단순한 정복자가 아닌, 오스만투르크의 초

석을 놓은 황제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숱한 공적을 남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