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살라딘에 이어, 이슬람에선 살라딘과 더불어 위대했던 이슬람의 군주로 추앙받는 맘루크 왕조의 제

4대 술탄, 바이바르스 1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노예에서 술탄으로 시리아와 이집트를 통치했으며, 100년

을 훨씬 넘기는 세월동안 계속되는 서구의 침략에 쐐기를 박은 남자이며, 아인 잘루트의 회전에서 승리를

거둬 몽고군의 서진을 막고 이슬람을 보호한 남자입니다. 비록 서구에서는 리처드 1세와의 이야기로 말미암

아 각종 문학, 예술 작품에 등장하는 살라딘이 유명하지만, 바이바르스의 공은 어떤 면에선 살라딘보다 우위

에 있다고 할 정도로, 이 노예 출신의 술탄은 이슬람의 위대한 군주로 칭송받을 남자입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 몽고의 팽창


중동에서 살라딘이 그의 청년기를 보내고 있을 무렵, 동방에서는 한 남자가 태어납니다. 세계 최대의 대제국

을 세우게 되는 칭기즈칸의 탄생이자, 대정복의 역사가 시작이죠. 이전까지 세상 어떤 나라도 몽고제국만큼

동서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나라는 없었습니다.


1188년 부족의 장이 된 칭기즈칸은 내부 세력을 정돈하며 몽고의 다른 부족들을 병합하며 세를 키웠고, 1204

년 나이만 부족의 다얀칸의 군세를 격파함으로써 실질적인 몽고의 지배자가 됩니다. 그리고 1206년, 쿠릴타이

가 개최된 가운데 칭기즈칸은 명실상부한 몽고의 군주가 되었으며 그의 제국은 동아시아 제국들을 평정하고

서진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슬람 세력과의 접촉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지요.


당시 서아시아의 강대국은 호라즘 왕국으로, 전통적으로 킵차크 초원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대상무역의 장

소로 칭기스칸은 대상사절을 보냄으로써 통교를 원했으나 이들 대상은 모조리 붙잡혀 처형당하고 살아남은 자

가 이를 칭기스칸에게 보고, 격노한 칭기즈칸은 휘하 군대에 명하여 서정을 단행합니다. 칭기즈칸의 분노를

산 호라즘 왕국은 철저히 파괴되고 지배자였던 무함마드는 추격해오는 제베와 수부타이의 군대에 쫓겨 간신히

카스피해의 작은 섬으로 피신하나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됩니다. 몽고군이 지나간 자리는 말 그대로 시체

가 산처럼 쌓이는 피의 향연과 문명의 파괴만 남을 뿐이었습니다.


이슬람 문명권의 충격을 가져다 준 바그다드 함락


위대한 몽골의 군주 칭기즈칸의 사후 4개의 칸국이 된 몽고제국이나, 몽고의 파괴적인 힘은 멈추지 않았습니

다. 그 중 이슬람과 연관이 있는 곳은 일 칸국으로 훌레구가 등장합니다. 훌레구 칸은 칭기즈칸의 아들 툴루

이와 기독교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훌레구 칸은 이슬람에겐 결코 잊을 수 없는 악명높은 몽고의 군주로

자리매김합니다.


훌레구는 다양한 업적으로 유명합니다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아사신파의 본거지를 쓸어버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천일야화의 아름다운 도시, 바그다드의 함락입니다. 이 둘 중 경중을 따졌을때, 가장 큰 것은

압바스 왕조의 칼리프가 사는 도시 - 바그다드의 몰락입니다.


1258년 훌레구 칸은 바그다드로 진격합니다. 압바스 왕조의 칼리프 알 무스타심은 훌레구의 항복권고를 받

아들였고, 그의 가족과 종교지도자들과 더불어 훌레구에게 항복합니다. 훌레구는 처음엔 알 무스타심을 정

성스럽게 대접하며 안심시키지만 그건 잠깐이었습니다. 압바스 왕조의 칼리프인 알 무스타심은 양탄자에 감

긴 채 그 위를 치고 가는 말발굽 아래 비참한 최후를 마쳤고, 화려한 이슬람의 도시인 바그다드는 25만명(

일부 역사에선 80만명)의 시민들이 몽고군의 살륙에 희생되었고 도시의 많은 부분은 파괴됨으로써, 위대한

압바스 왕조의 5대 칼리프 하룬 알 라시드 이래 이슬람의 중심 도시가 된 바그다드는 그 지위를 내려놓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바그다드의 운명이 다른 이슬람 도시, 시리아의 다마스쿠스나 이집트의 카이로에도 닥

치지 않는다는 법이 없었지요.


이슬람이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 있던 시절, 바이바르스가 역사 속으로 등장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