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아웃(장진호 전투)3
태권v | 2004-07-05 19:42:22
조회 2679 | 추천 1 | 다운로드 0
5.연대봉
11월2일 한국인들이 연대봉이라고 부르는 698고지는 도로의 서쪽에 솟아 있었고,고지의 정상부에서 교량과 철도터널을 감제 할수 있었다. 만약 적이 그 고지를 통제한다면, 그 좁은 지형에서는 우회로나 보조보급로가 없었기 때문에, 해병대의 보급로가 차단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고지의 산자락에서 E중대 소속의 존 얀시 중위는 분대장들에게 공격명령을 내렸다. 루기에르 카글리오티 병장의 분대는 산비탈의 오른쪽에서 산을 오르고, 리 필립스 상병의 분대는 왼쪽에서 그리고 얀시 자신은 가운데에서 기동하기로 했다.
얀시가 말했다. "수류탄 투척거리에 도달하면, 내 신호에 따라 각자 한개씩 던진다.수류탄이 폭발하면 바로 일어나 저 씨팔 놈들이 저항하기 전에 달려들어 끝내버린다." 그는 카빈 소총에 대검을 끼우고 45구경 권총의 노리쇠를 뒤로 잡아당기고 나서 말했다. "저 염병할 놈의 고지르 빼앗으러 가자.소대, 공격 앞으로!"
[제 2차 대전중 칼슨 특공대의 대원이었던 얀시의 얼굴은 1943년 마킨 공격때 박격포탄 폭발로 곰보가 되어 있었다. E중대의 위생병이었던 제임스 클레이풀은 얀시의 검은 콧수염과 완벽한 자세,보일랑 말랑 하는 미소가 이탈리아 바람둥이 역을 맡은 성격배우를 연상케 했다고 말했다.]
얀시와 그의 부하들은 산등성이를 넘어 동남쪽 산비탈을 따라 위험을 무릅쓰고 오르기 시작했다. 적이 산 정상에서부터 쏘는 기관총 사격이 그들 앞에 교차해서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좌우의 부하들이 총에 맞아 쓰러지고 나머지 소대원들이 주춤거리자, 얀시는 "계속 달려"라고 소리쳤다. "나를 따르라!"
적이 일제히 던진 방망이 수류탄이 헝겊으로 만든 신관을 단채 포물선을 그으며 그들 앞에 떨어졌다.
얀시: "마치 새떼가 새까맣게 날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카글리오티 병장이 가슴에 총을 맞아 쓰러지자 얀시가 소대의 문제아라고 부르던 스탠리 로빈슨 일병이 카글리오티 분대의 잔여병력 5명을 이끌고 공격을 계속했다. 정상에 이르렀을 때까지 절반 이상의 소대원들이 쓰러졌지만 남은 화력을 가지고도 중공군을 후사면으로 밀어 낼수 있었다.
얀시: "로빈슨이 고지 정상에 처음 도착했는데, 방망이 수류탄에서 나는 연기에 가려 공제선상에 실루엣처럼 보이던 호리호리한 그애가 몸을 숨기려는 중공군에게 총을 후려갈기고 있었습니다. 굉장한 광경이었습니다만, 그런 식으로 계속가다간 죽기 딱 알맞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허벅지 위쪽에 총알을 맞은 아비드 헐트만 일병이 얀시의 오른쪽에 있는 바위 위에 누워 버둥거리고 있었다. 탄창을 갈아끼우며 얀시는 전술적 상황을 잠시 점검해 보았는데, 소대 전령인 릭 마리온과 마셜 맥킨 일병은 다친 데 없이 전투임무를 수행중이었고, 왼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의 필립스 상병 분대는 3명만이 교전중이었다. 오른쪽에는 스탠리 로빈슨 일병이 혼자 버티고 있었는데, 나머지 분대원들은 죽거나 부상당했다. 헐트만은 부상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포복으로 얀시에게 다가와 자기가 가지고 있던 탄창벨트에서 자동소총 탄창들을 넘겨 주었다.벨트가 비자 그는 산비탈을 몇 미터 기어 내려가서 부상을 입은 해병들이 건네준 M-1 소총 탄창에서 빼낸 탄알들을 빈 자동소총 탄창에 채워 가져왔다.
얀시가 말했다. "맥캔, 산 아래에 연락해서 이 염병할 고지를 빼앗았다고 전해라."
잠시 후 무전병이 부중대장 레이몬드 볼 중위가 소대장 하고 통화하고 싶어한다며 SCR-563 무전기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얀시,훌륭해. 현재 상황은 어떤가.?"
"그렇게 좋지 않아, 6명만 남았는데, 국(gook, 동양인 성인 남자를 낯추어 부르는 말. 여기서는 중공군을 가리킴)이 역습을 해 올것 같아 도움이 필요해."
"알았어, 잠깐 기다려."
도로 옆에 있는 중대지휘소에서 볼과 중대장 월터 필립스 대위는 지금 증원병이 출발해도 너무 늦게 도착해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증원병을 보내야 할지,아니면 얀시에게 698고지 철수를 지시하고 내일 다시 재점령을 시도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때 얀시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렸다. "빨리 몇 명만 올려 보내주면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럴수 없네." 중대장이 말했다. "적의 사격이 너무 심해."
"아니,우리는 뚫고 올라왔잖습니까.?"
"그러니까 6명만 남았지."
3소대장 레오나드 클레멘스 중위는 무선 교신을 듣고 과감한 전술적 기동을 감행 하기로 결심했다. 중대지휘소 방어를 위해 소대원의 절반을 남겨 둔 클레멘스는 전투의 소강상태를 이용해 소대원 17명을 이끌고 698 고지의 서쪽 사면을 올라왔는데, 그때 중공군이 귀에 거슬리는 나팔소리와 함께 역습을 개시했다.
얀시가 외쳤다. "적이 온다. 해병답게 싸우다 죽자!"
반원형의 진을 쳤던 그들은 탄약이 거의 없었다. 헐트만은 이제 기력이 쇠진해 M-1 소총의 탄창을 모아올 수가 없었고, 로빈슨만 세열 수류탄 두 개와 백린 수류탄 한 개를 가지고 있었다. 맥캔과 마리온은 얀시의 옆에서 착검하고 대기하고 있었고, 필립스 상병은 중공군에게 던지려고 모아놓은 자갈돌더미 뒤에 웅크리고 있었으며, 왼쪽에는 소대 선임하사 엘런 매딩이 M-1 소총을 겨누고 있었다.
로빈슨이 백린 수류탄을 산비탈 아래로 던지며 "와봐, 이 개새끼들아!"라고 외쳤고, 수류탄이 폭발해 오렌지색 화염이 하얀색 군복을 입은 중공군들 위에 덮쳤다.
얀시: 수류탄으로 중공군 몇 명을 보냈지만 우리가 고지 정상에서 밀려날 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죠."
위기의 순간, 키 작고 땅딸한 제임스 갤러거 일병이 7kg이나 나가는 기관총과 삼각거치대,탄약밸트를 가슴에 껴안고 산비탈을 뛰어 올라왔다.(위생병 클레이풀은 나중에 갤러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체로 그저 그런 친구였는데, 전투시에는 용감했습니다. 168cm의 키에 애늙은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힘이 셌고 호전적 이었죠")
갤러거는 기관총을 사계가 좋은 곳에 설치하고 바로 방아쇠를 잡아당겨 중공군들을 비탈 아래로 쓰러뜨렸다. 하지만 곧 그도 탄약이 떨어지자 모두 중공군에게 유린당할 상황에 처했다.
바로 그때 클레멘스와 그의 소대원들이 측면에서 나타나 기습으로 중공군들에게 사격을 퍼부었다. "그건 내 일생에 가장 멋진 광경이었습니다."라고 얀시가 말했다. "그들은 역습의 한가운데 나타나 좆같은 중공군 놈들에게 한방 먹인 거지요."
어둠과 함께 연대봉에서의 전투가 끝났고, 초연이 가득한 전투현장에 정적이 감돌았다. 중공군은 역사상 처음으로 미 해병대와 만났고, 안 만나는 것이 나을 뻔한 결과를 낳았다.
6.수동전투
B중대의 박격포 소대장은 키가 큰 조셉 오웬 중위였는데, 그의 소대가 가지고 있는 60MM 박격포 중 두문은 산 중턱의 포진지에 배치 되어 있었고, 또 산 아래에 있는 한 문은 윌리엄 그래버 중위가 소대를 지원하기로 되어 있었다.
"중공군이 떼거지로 몰려오더니 행크 카이저의 소대를 밀어내고, 산 밑에 있는 박격포 진지도 휩쓸고 가버렸습니다."오웬이 말했다.
"나는 경황이 없어서 박격포 진지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박격포 사수 중의 한 명이 어둠 속에서 나타나 중공군에게 박격포를 빼앗기고 자기를 제외하고는 다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맙소사! 첫 번째 전투에서 박격포를 잃어버린 겁니다.
지원자를 뽑아서 박격포를 되찾기 위해 함께 산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켈리와 윙겟, 내가 다른 대원들보다 앞서 가면서 눈에 띄는 것은 다 카빈 소총으로 쏘아버렸습니다. 국(gook)들이 달아나는 것을 보고 우리의 역습에 적이 놀란 것 같다고 생각했죠. 양각대도 없이 진지 구석에 놓여 있던 박격포를 회수하여 그때 적군의 총알이 심하게 날아오던 철도 터널 쪽을 향해 바로 설치했습니다.
첫발은 불발이었는데, 포열 안에 그대로 있더군요. 불발탄 처리는 낮에도 겁나는 일이었습니다. 한 명이 불발탄이 미끄러져 나올때까지 포열의 바닥을 살살 들어올리면, 다른 한 명이 손을 모아 포열의 입구에 대고 불발탄을 받아내는 겁니다. 내가 불발탄을 받았죠. 다른 포탄을 장전했지만, 이것도 불발이어서 그 겁나는 불발탄 처리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B중대 전방 진지의 왼쪽 측면도 유린당했다.
츄엔 리 중위: "오늘날까지도 산비탈과 고지 위에서 발견했던 죽은 해병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우울해집니다.18살 된 금발의 곱슬머리였던 티몬스 일병이 죽어 있었습니다. 달빛 아래서 보니 대리석에 새겨진 그리스 조각의 소년같이 보이더군요. 소대 선임하사 롱도 죽어 있었는데, 야전 침낭에서 빠져 나오려다 죽은 것 같더군요. 다른 전사자들도 전투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기습당한 것이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지요! 솔직히 해병답지가 않았습니다.
교훈 한 가지를 얻었지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방진지에 계속 남아 있겠다고 말입니다."
자기 참호로 돌아온 뒤 리가 동생이 인천에서 준 탄띠 지지대를 벗어 옆에 있는 나뭇가지에 걸려는 순간, "휭 하더니 뭔가가 쇠망치로 치듯이 내 오른팔을 쳤습니다. 나는 땅에 쓰러져 뒹굴다가 몸이 마비되고 아파서 언덕 아래로 몇 미터 굴러 내려갔습니다. 내 부하들이 재빨리 나를 도우려고 모여든 것에는 정말 마음이 찡해졌고, 급하게 몇 마디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탄띠 지지대를 나에게 줘. 잃어버리지 않게 해"라고 말하려고 했습니다."
해병11연대 I포대는 밤새도록 중공군 진지에 고사계 사격으로 포탄을 퍼부었으나 새벽에 유효사거리를 알아낸 적군 저격수가 포진지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프란시스 페리 소령은 포대장에게 대포들을 길 아래의 방어진지 안쪽으로 후퇴시키라고 지시하고는 지시사항을 연대장에게 보고하러 지프를 타고 내려갔다. 단단한 채격과 각진 턱을 가진 연대장은 자기 텐트 옆에 서 있었다.
페리소령: "내가 보고를 끝내자 연대장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하더군요. "포대가 원 위치를 고수하도록 하게. 중공군과 미국 해병대의 첫 만남에서 후퇴한다는 인상을 주어선 안되지."
7.수동전투
연대봉 위로 날이 밝았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으나 얀시 중위는 E중대가 포위된 것을 시야가 가려 있어도 알수 있었다. 얀시의 부하들은 밤새 중공군과 서로 총질을 해댔지만 어느 쪽도 별 피해를 입지 않았다.
바람이 불어오면서 안개가 완전히 걷혔을 때 고지 위에 있던 해병들은 중공군이 그들의 진지와 강가에 있는 지휘소 사이를 점령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칼 윈슬로 병장: "도처에 중공군이 있었습니다."
웹 소여 소령: "우리는 대단히 곤란한 처지에 놓었지요."
A중대 소속 제임스 스템플 중위의 소대는 도로의 동쪽에서 산개대형으로 무모하게 돌진해 오는 중공군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들이 돌진해 오는 모습을 봐서는 마약을 먹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격해 오는 적 한명에게는 총을 쏴, 네 발이나 가슴을 관통했는데도 우리에게 수류탄을 던진 후에야 쓰러지더라구요.카빈 소총은 M-1만한 파괴력이 없었어요. M-1 소총에 직통으로 한 방 맞으면 누구든지 쓰러졌는데, 카빈 소총은 네 방이나 맞고도 계속 돌진해 오더군요."
7연대 부연대장 프레데릭 다우세트 중령은 수동 전투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중공군은 대대규모에서는 잘 협조된 공격을 가해 왔지만, 중대 이하에서는 지휘관들이 자기생각이 없었고 지휘능력도 부족했습니다. 기찻길에서는 중대병력이의 반이 우리 기관총 사격에 쓰러졌는데도 지휘관이 호루라기를 불자 생존자들이 재집결해서 행진을 다시 시작하더군요, 우리가 다시 사격을 가하니까 마지막 생존자 열 내지 열다섯 명이 대열을 이탈해서 미친 듯이 도망쳤지요. 중공군은 병력 자체는 말할 것도 없고 개개인의 목숨도 가벼이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고 싸우려면 특별한 전술교범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투가 끝나자 얀시 중위는 잠시 쉬려고 땅바닥에 몸을 쭉 뻗었다. 그는 담배를 피우며 주위를 살펴보다가 제임스 갤러거 일병이 옆으로 지나가자 기관총을 가지고 구원에 나섰던 용감한 행동에 대해 가볍게 말을 건넸다. "어떻게 그런 용감한 행동을 할수 있었냐?" 갤러거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무표정한 얼굴의 소대장에게 진지하게 설명했다. "우리 엄마는 자식들을 겁쟁이로 키우지 않았거든요."
로버트 B. 골트 하사의 임무는 필수불가결한 것이었지만 주목받은 적이 없었다. 그와 그의 조수들의 임무는 연대의 전사자들을 처리하는 것이었는데, 항상 임무에 걸맞은 인물을 찾던 리첸버그 대령은, 주어진 임무를 철저하게 처리하는 그 흑인 해병대원의 태도를 알아보고는 영현 등록반에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어봤고, 인디애나 출신인 조용하고 꾸준한 성격의 골트는 좋다고 대답했다.
"그 일은 짬이 없었습니다."라고 골트가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차를 몰고 이리저리 다녔지요.드럭 한 대와 반원이 다섯 명 있었는데,차를 세우고 전방 중대까지 걸어 올라가면 소총수들이 전사자의 위치를 알려 주었죠. 전사자의 목에 걸린 군번줄에서 인식표를 떼고 밧줄로 발목과 손목을 묶었지요. 이런 조치들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해야 했는데, 보고 있던 전사자의 동료들이 시신을 정중하게 다루어 주기를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사자의 이름,계급,군번을 작은 공책에 기입 하고는 배낭과 호주머니를 뒤져 편지나 개인 소지품을 찾았습니다. 어떤 때는 폭발로 인식표가 날아가 버렸거나,편지도 없거나, 전사자가 보충병이었기에 주위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전사자의 지문을 채취해서 본부에 돌아와 그 지문을 기록과 대조해 보고, 주소지를 확인한 뒤 전사통지를 누구에게 해야하는지를 결정했죠."
대대 구호소에 있던 반 윙클 하사는 함흥에 있는 야전병원으로 후송되기 전에 그의 회복을 빌며 불시에 찾아오는 동료들이 고마웠지만, 통증 때문에 이야기를 나눌 기분이 아니었다. 반 윙클은 역습을 이끌다가 무릎에 총상을 입었고,출혈이 심했기 때문에 해롤 카이저 중위가 병문안을 왔다가 처음에는 시체가 누워 있는 줄 알았다. "사람의 얼굴이 그렇게 창백해지고도 살아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같은 대대 구호소에서 조급하게 군의관을 기다리던 츄엔 리 중위는 군의관이 부상 부위를 확인하고는 그를 당연히 있어야 할 곳인 B중대로 돌아가라고 말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한구석에서는 반창고를 감은 일병 하나가 앉아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고 있었다. 우는 모습과 소리에 기분이 상한 리는 "왜 훌쩍거리고 있나?"라고 물었다."어디를 다쳤지?"
그 어린 해병은 고개를 들고, "친구가 죽는 걸 봤어요." 라고 흐느끼며 말했다.
리는 일어서서 떨리고 있는 오른팔을 왼손으로 어루만지면서 그의 앞을 왔다갔다하더니 "상처 좀 보자"고 말했다.
그 일병은 가슴과 머리가 아팠기에 달리 보여줄 것이 없었다. 2차대전 때 있었던 그 악명 높은 사건에서의 조지 패튼 장군처럼, 리도 겁에 질린 전투원을 동정한다거나 용서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위축되어 있는 일병 앞에 서서 다치지 않은 팔을 들고 말했다.
"주위를 한번 봐라, 다 부상을 입은 사람뿐이다. 저 친구는 배에 파편이 박혔고, 이 친구는 어깨에 총상을 입었어.
그런데 그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훌쩍거리는 걸 들었나?"
리는 패튼 장군이 한 것과는 달리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대신에 말문이 막힌 그 일병을 꾀병쟁이라고 부르면서 해병대의 수치라고 말했다.
"지금부터 이 용감한 해병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조용히 한다.알았나?"
그 어린 해병은 흐릿한 눈을 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후, 대대 군의관이 리에게 부상 부위를 적절히 치료하기 위해 함흥으로 후송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는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조셉 오웬 중위는 리가 몸을 굽히고 남행 구급차에 타면서 성난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데, 리는 곧 원대복귀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작별인사를 하지 않았다.
11월2일 한국인들이 연대봉이라고 부르는 698고지는 도로의 서쪽에 솟아 있었고,고지의 정상부에서 교량과 철도터널을 감제 할수 있었다. 만약 적이 그 고지를 통제한다면, 그 좁은 지형에서는 우회로나 보조보급로가 없었기 때문에, 해병대의 보급로가 차단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고지의 산자락에서 E중대 소속의 존 얀시 중위는 분대장들에게 공격명령을 내렸다. 루기에르 카글리오티 병장의 분대는 산비탈의 오른쪽에서 산을 오르고, 리 필립스 상병의 분대는 왼쪽에서 그리고 얀시 자신은 가운데에서 기동하기로 했다.
얀시가 말했다. "수류탄 투척거리에 도달하면, 내 신호에 따라 각자 한개씩 던진다.수류탄이 폭발하면 바로 일어나 저 씨팔 놈들이 저항하기 전에 달려들어 끝내버린다." 그는 카빈 소총에 대검을 끼우고 45구경 권총의 노리쇠를 뒤로 잡아당기고 나서 말했다. "저 염병할 놈의 고지르 빼앗으러 가자.소대, 공격 앞으로!"
[제 2차 대전중 칼슨 특공대의 대원이었던 얀시의 얼굴은 1943년 마킨 공격때 박격포탄 폭발로 곰보가 되어 있었다. E중대의 위생병이었던 제임스 클레이풀은 얀시의 검은 콧수염과 완벽한 자세,보일랑 말랑 하는 미소가 이탈리아 바람둥이 역을 맡은 성격배우를 연상케 했다고 말했다.]
얀시와 그의 부하들은 산등성이를 넘어 동남쪽 산비탈을 따라 위험을 무릅쓰고 오르기 시작했다. 적이 산 정상에서부터 쏘는 기관총 사격이 그들 앞에 교차해서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좌우의 부하들이 총에 맞아 쓰러지고 나머지 소대원들이 주춤거리자, 얀시는 "계속 달려"라고 소리쳤다. "나를 따르라!"
적이 일제히 던진 방망이 수류탄이 헝겊으로 만든 신관을 단채 포물선을 그으며 그들 앞에 떨어졌다.
얀시: "마치 새떼가 새까맣게 날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카글리오티 병장이 가슴에 총을 맞아 쓰러지자 얀시가 소대의 문제아라고 부르던 스탠리 로빈슨 일병이 카글리오티 분대의 잔여병력 5명을 이끌고 공격을 계속했다. 정상에 이르렀을 때까지 절반 이상의 소대원들이 쓰러졌지만 남은 화력을 가지고도 중공군을 후사면으로 밀어 낼수 있었다.
얀시: "로빈슨이 고지 정상에 처음 도착했는데, 방망이 수류탄에서 나는 연기에 가려 공제선상에 실루엣처럼 보이던 호리호리한 그애가 몸을 숨기려는 중공군에게 총을 후려갈기고 있었습니다. 굉장한 광경이었습니다만, 그런 식으로 계속가다간 죽기 딱 알맞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허벅지 위쪽에 총알을 맞은 아비드 헐트만 일병이 얀시의 오른쪽에 있는 바위 위에 누워 버둥거리고 있었다. 탄창을 갈아끼우며 얀시는 전술적 상황을 잠시 점검해 보았는데, 소대 전령인 릭 마리온과 마셜 맥킨 일병은 다친 데 없이 전투임무를 수행중이었고, 왼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의 필립스 상병 분대는 3명만이 교전중이었다. 오른쪽에는 스탠리 로빈슨 일병이 혼자 버티고 있었는데, 나머지 분대원들은 죽거나 부상당했다. 헐트만은 부상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포복으로 얀시에게 다가와 자기가 가지고 있던 탄창벨트에서 자동소총 탄창들을 넘겨 주었다.벨트가 비자 그는 산비탈을 몇 미터 기어 내려가서 부상을 입은 해병들이 건네준 M-1 소총 탄창에서 빼낸 탄알들을 빈 자동소총 탄창에 채워 가져왔다.
얀시가 말했다. "맥캔, 산 아래에 연락해서 이 염병할 고지를 빼앗았다고 전해라."
잠시 후 무전병이 부중대장 레이몬드 볼 중위가 소대장 하고 통화하고 싶어한다며 SCR-563 무전기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얀시,훌륭해. 현재 상황은 어떤가.?"
"그렇게 좋지 않아, 6명만 남았는데, 국(gook, 동양인 성인 남자를 낯추어 부르는 말. 여기서는 중공군을 가리킴)이 역습을 해 올것 같아 도움이 필요해."
"알았어, 잠깐 기다려."
도로 옆에 있는 중대지휘소에서 볼과 중대장 월터 필립스 대위는 지금 증원병이 출발해도 너무 늦게 도착해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 증원병을 보내야 할지,아니면 얀시에게 698고지 철수를 지시하고 내일 다시 재점령을 시도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때 얀시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렸다. "빨리 몇 명만 올려 보내주면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럴수 없네." 중대장이 말했다. "적의 사격이 너무 심해."
"아니,우리는 뚫고 올라왔잖습니까.?"
"그러니까 6명만 남았지."
3소대장 레오나드 클레멘스 중위는 무선 교신을 듣고 과감한 전술적 기동을 감행 하기로 결심했다. 중대지휘소 방어를 위해 소대원의 절반을 남겨 둔 클레멘스는 전투의 소강상태를 이용해 소대원 17명을 이끌고 698 고지의 서쪽 사면을 올라왔는데, 그때 중공군이 귀에 거슬리는 나팔소리와 함께 역습을 개시했다.
얀시가 외쳤다. "적이 온다. 해병답게 싸우다 죽자!"
반원형의 진을 쳤던 그들은 탄약이 거의 없었다. 헐트만은 이제 기력이 쇠진해 M-1 소총의 탄창을 모아올 수가 없었고, 로빈슨만 세열 수류탄 두 개와 백린 수류탄 한 개를 가지고 있었다. 맥캔과 마리온은 얀시의 옆에서 착검하고 대기하고 있었고, 필립스 상병은 중공군에게 던지려고 모아놓은 자갈돌더미 뒤에 웅크리고 있었으며, 왼쪽에는 소대 선임하사 엘런 매딩이 M-1 소총을 겨누고 있었다.
로빈슨이 백린 수류탄을 산비탈 아래로 던지며 "와봐, 이 개새끼들아!"라고 외쳤고, 수류탄이 폭발해 오렌지색 화염이 하얀색 군복을 입은 중공군들 위에 덮쳤다.
얀시: 수류탄으로 중공군 몇 명을 보냈지만 우리가 고지 정상에서 밀려날 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죠."
위기의 순간, 키 작고 땅딸한 제임스 갤러거 일병이 7kg이나 나가는 기관총과 삼각거치대,탄약밸트를 가슴에 껴안고 산비탈을 뛰어 올라왔다.(위생병 클레이풀은 나중에 갤러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체로 그저 그런 친구였는데, 전투시에는 용감했습니다. 168cm의 키에 애늙은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힘이 셌고 호전적 이었죠")
갤러거는 기관총을 사계가 좋은 곳에 설치하고 바로 방아쇠를 잡아당겨 중공군들을 비탈 아래로 쓰러뜨렸다. 하지만 곧 그도 탄약이 떨어지자 모두 중공군에게 유린당할 상황에 처했다.
바로 그때 클레멘스와 그의 소대원들이 측면에서 나타나 기습으로 중공군들에게 사격을 퍼부었다. "그건 내 일생에 가장 멋진 광경이었습니다."라고 얀시가 말했다. "그들은 역습의 한가운데 나타나 좆같은 중공군 놈들에게 한방 먹인 거지요."
어둠과 함께 연대봉에서의 전투가 끝났고, 초연이 가득한 전투현장에 정적이 감돌았다. 중공군은 역사상 처음으로 미 해병대와 만났고, 안 만나는 것이 나을 뻔한 결과를 낳았다.
6.수동전투
B중대의 박격포 소대장은 키가 큰 조셉 오웬 중위였는데, 그의 소대가 가지고 있는 60MM 박격포 중 두문은 산 중턱의 포진지에 배치 되어 있었고, 또 산 아래에 있는 한 문은 윌리엄 그래버 중위가 소대를 지원하기로 되어 있었다.
"중공군이 떼거지로 몰려오더니 행크 카이저의 소대를 밀어내고, 산 밑에 있는 박격포 진지도 휩쓸고 가버렸습니다."오웬이 말했다.
"나는 경황이 없어서 박격포 진지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박격포 사수 중의 한 명이 어둠 속에서 나타나 중공군에게 박격포를 빼앗기고 자기를 제외하고는 다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맙소사! 첫 번째 전투에서 박격포를 잃어버린 겁니다.
지원자를 뽑아서 박격포를 되찾기 위해 함께 산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켈리와 윙겟, 내가 다른 대원들보다 앞서 가면서 눈에 띄는 것은 다 카빈 소총으로 쏘아버렸습니다. 국(gook)들이 달아나는 것을 보고 우리의 역습에 적이 놀란 것 같다고 생각했죠. 양각대도 없이 진지 구석에 놓여 있던 박격포를 회수하여 그때 적군의 총알이 심하게 날아오던 철도 터널 쪽을 향해 바로 설치했습니다.
첫발은 불발이었는데, 포열 안에 그대로 있더군요. 불발탄 처리는 낮에도 겁나는 일이었습니다. 한 명이 불발탄이 미끄러져 나올때까지 포열의 바닥을 살살 들어올리면, 다른 한 명이 손을 모아 포열의 입구에 대고 불발탄을 받아내는 겁니다. 내가 불발탄을 받았죠. 다른 포탄을 장전했지만, 이것도 불발이어서 그 겁나는 불발탄 처리를 반복해야 했습니다.
B중대 전방 진지의 왼쪽 측면도 유린당했다.
츄엔 리 중위: "오늘날까지도 산비탈과 고지 위에서 발견했던 죽은 해병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우울해집니다.18살 된 금발의 곱슬머리였던 티몬스 일병이 죽어 있었습니다. 달빛 아래서 보니 대리석에 새겨진 그리스 조각의 소년같이 보이더군요. 소대 선임하사 롱도 죽어 있었는데, 야전 침낭에서 빠져 나오려다 죽은 것 같더군요. 다른 전사자들도 전투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기습당한 것이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지요! 솔직히 해병답지가 않았습니다.
교훈 한 가지를 얻었지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방진지에 계속 남아 있겠다고 말입니다."
자기 참호로 돌아온 뒤 리가 동생이 인천에서 준 탄띠 지지대를 벗어 옆에 있는 나뭇가지에 걸려는 순간, "휭 하더니 뭔가가 쇠망치로 치듯이 내 오른팔을 쳤습니다. 나는 땅에 쓰러져 뒹굴다가 몸이 마비되고 아파서 언덕 아래로 몇 미터 굴러 내려갔습니다. 내 부하들이 재빨리 나를 도우려고 모여든 것에는 정말 마음이 찡해졌고, 급하게 몇 마디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탄띠 지지대를 나에게 줘. 잃어버리지 않게 해"라고 말하려고 했습니다."
해병11연대 I포대는 밤새도록 중공군 진지에 고사계 사격으로 포탄을 퍼부었으나 새벽에 유효사거리를 알아낸 적군 저격수가 포진지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프란시스 페리 소령은 포대장에게 대포들을 길 아래의 방어진지 안쪽으로 후퇴시키라고 지시하고는 지시사항을 연대장에게 보고하러 지프를 타고 내려갔다. 단단한 채격과 각진 턱을 가진 연대장은 자기 텐트 옆에 서 있었다.
페리소령: "내가 보고를 끝내자 연대장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하더군요. "포대가 원 위치를 고수하도록 하게. 중공군과 미국 해병대의 첫 만남에서 후퇴한다는 인상을 주어선 안되지."
7.수동전투
연대봉 위로 날이 밝았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으나 얀시 중위는 E중대가 포위된 것을 시야가 가려 있어도 알수 있었다. 얀시의 부하들은 밤새 중공군과 서로 총질을 해댔지만 어느 쪽도 별 피해를 입지 않았다.
바람이 불어오면서 안개가 완전히 걷혔을 때 고지 위에 있던 해병들은 중공군이 그들의 진지와 강가에 있는 지휘소 사이를 점령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칼 윈슬로 병장: "도처에 중공군이 있었습니다."
웹 소여 소령: "우리는 대단히 곤란한 처지에 놓었지요."
A중대 소속 제임스 스템플 중위의 소대는 도로의 동쪽에서 산개대형으로 무모하게 돌진해 오는 중공군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들이 돌진해 오는 모습을 봐서는 마약을 먹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격해 오는 적 한명에게는 총을 쏴, 네 발이나 가슴을 관통했는데도 우리에게 수류탄을 던진 후에야 쓰러지더라구요.카빈 소총은 M-1만한 파괴력이 없었어요. M-1 소총에 직통으로 한 방 맞으면 누구든지 쓰러졌는데, 카빈 소총은 네 방이나 맞고도 계속 돌진해 오더군요."
7연대 부연대장 프레데릭 다우세트 중령은 수동 전투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중공군은 대대규모에서는 잘 협조된 공격을 가해 왔지만, 중대 이하에서는 지휘관들이 자기생각이 없었고 지휘능력도 부족했습니다. 기찻길에서는 중대병력이의 반이 우리 기관총 사격에 쓰러졌는데도 지휘관이 호루라기를 불자 생존자들이 재집결해서 행진을 다시 시작하더군요, 우리가 다시 사격을 가하니까 마지막 생존자 열 내지 열다섯 명이 대열을 이탈해서 미친 듯이 도망쳤지요. 중공군은 병력 자체는 말할 것도 없고 개개인의 목숨도 가벼이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고 싸우려면 특별한 전술교범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투가 끝나자 얀시 중위는 잠시 쉬려고 땅바닥에 몸을 쭉 뻗었다. 그는 담배를 피우며 주위를 살펴보다가 제임스 갤러거 일병이 옆으로 지나가자 기관총을 가지고 구원에 나섰던 용감한 행동에 대해 가볍게 말을 건넸다. "어떻게 그런 용감한 행동을 할수 있었냐?" 갤러거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무표정한 얼굴의 소대장에게 진지하게 설명했다. "우리 엄마는 자식들을 겁쟁이로 키우지 않았거든요."
로버트 B. 골트 하사의 임무는 필수불가결한 것이었지만 주목받은 적이 없었다. 그와 그의 조수들의 임무는 연대의 전사자들을 처리하는 것이었는데, 항상 임무에 걸맞은 인물을 찾던 리첸버그 대령은, 주어진 임무를 철저하게 처리하는 그 흑인 해병대원의 태도를 알아보고는 영현 등록반에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어봤고, 인디애나 출신인 조용하고 꾸준한 성격의 골트는 좋다고 대답했다.
"그 일은 짬이 없었습니다."라고 골트가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차를 몰고 이리저리 다녔지요.드럭 한 대와 반원이 다섯 명 있었는데,차를 세우고 전방 중대까지 걸어 올라가면 소총수들이 전사자의 위치를 알려 주었죠. 전사자의 목에 걸린 군번줄에서 인식표를 떼고 밧줄로 발목과 손목을 묶었지요. 이런 조치들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해야 했는데, 보고 있던 전사자의 동료들이 시신을 정중하게 다루어 주기를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사자의 이름,계급,군번을 작은 공책에 기입 하고는 배낭과 호주머니를 뒤져 편지나 개인 소지품을 찾았습니다. 어떤 때는 폭발로 인식표가 날아가 버렸거나,편지도 없거나, 전사자가 보충병이었기에 주위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전사자의 지문을 채취해서 본부에 돌아와 그 지문을 기록과 대조해 보고, 주소지를 확인한 뒤 전사통지를 누구에게 해야하는지를 결정했죠."
대대 구호소에 있던 반 윙클 하사는 함흥에 있는 야전병원으로 후송되기 전에 그의 회복을 빌며 불시에 찾아오는 동료들이 고마웠지만, 통증 때문에 이야기를 나눌 기분이 아니었다. 반 윙클은 역습을 이끌다가 무릎에 총상을 입었고,출혈이 심했기 때문에 해롤 카이저 중위가 병문안을 왔다가 처음에는 시체가 누워 있는 줄 알았다. "사람의 얼굴이 그렇게 창백해지고도 살아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같은 대대 구호소에서 조급하게 군의관을 기다리던 츄엔 리 중위는 군의관이 부상 부위를 확인하고는 그를 당연히 있어야 할 곳인 B중대로 돌아가라고 말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한구석에서는 반창고를 감은 일병 하나가 앉아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울고 있었다. 우는 모습과 소리에 기분이 상한 리는 "왜 훌쩍거리고 있나?"라고 물었다."어디를 다쳤지?"
그 어린 해병은 고개를 들고, "친구가 죽는 걸 봤어요." 라고 흐느끼며 말했다.
리는 일어서서 떨리고 있는 오른팔을 왼손으로 어루만지면서 그의 앞을 왔다갔다하더니 "상처 좀 보자"고 말했다.
그 일병은 가슴과 머리가 아팠기에 달리 보여줄 것이 없었다. 2차대전 때 있었던 그 악명 높은 사건에서의 조지 패튼 장군처럼, 리도 겁에 질린 전투원을 동정한다거나 용서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위축되어 있는 일병 앞에 서서 다치지 않은 팔을 들고 말했다.
"주위를 한번 봐라, 다 부상을 입은 사람뿐이다. 저 친구는 배에 파편이 박혔고, 이 친구는 어깨에 총상을 입었어.
그런데 그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훌쩍거리는 걸 들었나?"
리는 패튼 장군이 한 것과는 달리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대신에 말문이 막힌 그 일병을 꾀병쟁이라고 부르면서 해병대의 수치라고 말했다.
"지금부터 이 용감한 해병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조용히 한다.알았나?"
그 어린 해병은 흐릿한 눈을 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후, 대대 군의관이 리에게 부상 부위를 적절히 치료하기 위해 함흥으로 후송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는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조셉 오웬 중위는 리가 몸을 굽히고 남행 구급차에 타면서 성난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데, 리는 곧 원대복귀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작별인사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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